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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86화 (286/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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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자마자 이아영 본부장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어, 언제 그렇게까지 조사한 거예요?”

“뭘 말입니까?”

“뭐긴 뭐예요. 모나한 장관이랑 박스 인더스트리 대표가 결탁해서 부동산 투기했다는 거요!”

“아…….”

나는 잠시 말을 아끼던 끝에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그거 거짓말입니다.”

“……에?”

“이 상황에 그걸 조사할 시간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애초에 세 사람의 관계도 방금 사무총장님이 알려줘서 알았는데.”

“…….‘

그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가만히 눈을 끔뻑였다.

뭐, 말 그대로다.

작전지휘권을 모나한 장관이 가지고 있는 한 우리가 무턱대고 끼어들 수가 없다. 그러니 그가 가진 권한을 빼앗든, 혹은 박탈시키든 해야 했다.

하지만 한 나라의 국방부 장관을, 그것도 전시 상황에 해임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겠지.

당장 국가의 근간이 무너질 정도로 큰일이 아니고서야.

‘결국,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했다는 걸 폭로하는 수밖에 없는데…….’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도 연관된 일을 섣불리 까발렸다간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두 사람의 관계가 10년째 아무런 문제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건, 꼬리가 밟혀도 충분히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놨다는 의미일 테니까.

물론…….

‘두 사람의 관계에 금이 간다면 말이 달라지겠지.’

블라디미르에게 더 이상 모나한 장관이 필요 없어진다면 그를 보호해줄 이유도 없어진다.

어떻게든 두 사람의 관계를 끊어내는 게 급선무였다.

마침 한별건설 교량 사업이라는 실질적인 계약도 있지 않은가.

물론 나중에 토지 매매 내역을 대조해본다면 들킬 수도 있겠지만, 지금을 넘기기엔 충분할 것이다.

“어차피 둘 중 한 명은 손절 각을 보고 있었을 겁니다. 아무리 친밀한 관계도 10년씩이나 이어지다 보면, 상대방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이득에 의문이 갈 테니까요.”

내가 굳이 이간질하지 않아도 언젠간 멀어질 사이였다.

나는 그날을 조금 더 앞당기기 위해 작은 구실을 만들어준 것뿐이다.

“그리고 뭐… 불법 암거래를 한 건 사실이잖습니까.”

“그렇긴 해도…….”

그럼에도 이아영 본부장은 여전히 어딘가 찜찜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진짜 괜찮겠어요?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도? 무엇보다 사무총장님이 연결해준 사람인데, 거짓말이 들통나면 괜히 사무총장님한테 불똥이 튈 수도…….”

“애초에 사무총장님도 그게 걱정이었으면 저한테 연락처를 알려주지도 않았겠죠.”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제가 어떻게 나올 거라는 것쯤은 사무총장님도 알고 계셨을 겁니다. 그럼에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의미였겠죠.”

“…그래도 불안하긴 한데요.”

“알게 뭡니까. 어차피 두 번 만날 사이도 아니고.”

내가 담담히 대꾸했다.

“아무튼, 조금만 기다려봅시다.”

1시간.

아니, 30분만 있으면 모나한 장관이 실시간으로 무너져 내리는 걸 보게 될 테니.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던 그때.

박인범 사무총장에게서 다시 전화가 울렸다.

“예.”

「잘 해결했냐?」

“예, 뭐… 대충 명분을 만들어서 모든 혐의를 모나한 장관에게 뒤집어씌웠습니다. 아마 곧 반응이 올 겁니다.”

「…? 명분을 만들다니?」

“당신 사위와 손잡고 당신 돈을 꿀꺽했다고 하니까 바로 넘어오더군요.”

「그러니까 지금… 구라를 쳤다는 거냐?」

“예.”

내가 당당하게 대답하자, 잠시 후.

「미친놈아! 그럼 나는 어쩌라고?!」

“…….”

「내가 설득하랬지, 구라를 치랬어?! 소개해준 나는 생각 안 하냐?!」

“…….”

안 되는 거였나?

***

베를린, 국회의사당.

“총리님!”

벤 총리의 보좌관이 다급하게 그를 부르며 집무실로 들어섰다.

전시 상황인 만큼 신경이 곤두서 있었기에 벤 총리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보좌관의 반응을 보아하니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닌 듯했다.

“무슨 일인가? 설마 전선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 아뇨. 그게 아니라… 러시아 국방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러시아?”

벤 총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러시아라니.

갑자기 러시아가 왜?

아니 그것보다 국방부에서 직접 연락을 해왔다고?

“설마 증원군을 보내준다거나 그런 건가? 그건 좀 곤란한데. 타국이 참전하기 시작하면 자칫 대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아뇨. 그런 게 아니라…….”

보좌관은 잠시 망설이던 끝에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러시아 국방부에서 모나한 장관에 대한 수사 의뢰를 정식으로 요청했습니다.”

“…뭐?”

동시에 벤 총리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모나한 장관을 왜?”

“러시아 마피아 쪽과의 무기 밀매 거래 내역이 나왔다고 합니다.”

“……!”

상상하지도 못한 대답에 벤 총리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 무기 밀매라니, 그게 사실인가…?”

“국방부에서 이쪽으로 보내준 서류를 확인해봤는데 확실한 것 같습니다. 퇴역 장비나 기타 누락 무기를 넘겨, 10년 동안 벌어들인 이익이 대략 1억 유로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가히 충격적인 소식에 벤 총리는 할 말을 잃은 듯했다.

“그리고 이건 제 생각인데… 아무래도 이번에 타국 지원을 받지 않은 것도 이러한 유착 관계와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보좌관이 조심스레 의견을 덧붙였다.

이내 벤 총리의 주먹에 힘이 꽈악 들어갔다.

한 나라의 국방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타국의 범죄조직과 암거래를 해왔다고?

그것도 자국의 무기를 가지고?

‘이런 미친놈이…….’

그래서 협회 지원팀과 WDSO의 지원을 그렇게 극구 거절했던 건가.

이번 전쟁을 무기 홍보를 위한 시연회로 사용하려고?

‘그게 사실이라면 절대 내버려둘 수 없겠군…….’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맡기다니.

당장 모가지를 쳐도 시원치 않은 사항이다.

원칙대로라면 지금 당장 모나한 장관을 소환해서 조사에 착수해야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전시 상황이다.

최전선에서 직접 병력을 지휘하고 있는 그를 불러내는 건 아직 위험하다.

당연히 당장 해임할 수도 없다.

전시 상황에 지휘자를 잃는 것만큼 커다란 타격도 없기 때문이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일단은 전쟁이 끝난 다음에…….”

벤 총리가 그 말을 뱉는 순간.

“이대로 전쟁이 끝나면 독일은 지도에서 사라진 후일 겁니다.”

누군가가 집무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다름 아닌 교통건설부 장관, 루카스였다.

“자네가 여길 왜…?”

“독일협회가 WDSO에 합병됐다는 보고는 들으셨습니까?”

“…들었네.”

“책임자인 김준우의 지휘 아래 현지 작전팀이 현장에 투입됐었습니다. WDSO 본부 병력이 오기 전까지 버티려는 작전이었죠. 그런데 모나한 장관이 모두 철수시켰습니다.”

루카스 장관은 벤 총리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현재 모든 방어선이 돌파당했습니다.”

“……!”

“지금 이 속도라면 국제협회 병력이 베를린까지 도착하기까지 1시간… 아니, 30분이면 충분할 겁니다.”

그 말에 벤 총리의 입술이 덜덜 떨려왔다.

“상대는 이능력자들입니다. 애초에 일반 병력과 무기로 막아볼 수 있는 이들이 아닙니다.”

“…….”

“만일 모나한 장관이 그걸 알고도 작전팀을 철수시켰다면 당장 국가 교란 행위로 지휘권을 박탈시켜야 할 것이고, 만일 몰랐다고 하면 국방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부족한 것이겠죠.”

루카스 장관이 날이 바짝 선 말투로 말을 이었다.

“어느 쪽이 독일을 위한 선택인지 신중하게 선택해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지금 모나한을 해임하면 대체 누가 지휘를…….”

“누가 와도 그보다는 잘할 수 있을 겁니다.”

루카스 장관이 즉답했다.

“하물며 WDSO의 전신이었던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대표라면 오죽하겠습니까.”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대표라니?”

“김준우. 그가 현재 현장에 있습니다.”

그 이름에 벤 총리의 눈이 한 번 더 커졌다.

마치 그 또한 김준우가 누구인지 정도는 알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루카스 장관이 재촉하자, 깊게 고민하길 잠시.

“전시작전통제권… WDSO에 넘긴다.”

기어이 해당 지시가 떨어졌다.

***

52번 도로의 제3 방어선이 뚫린 직후.

계속해서 후퇴를 반복하던 끝에, 기어이 베를린 근처까지 도달해서 서둘러 최종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뚜루루, 뚜루루―.

모나한 장관은 벌써 수십 번째 블라디미르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뚝―.

“이 시발 진짜!!”

여전히 블라디미르 장관은 그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대체 뭔데! 어떤 개새끼가 그딴 개소리를 지껄인 거냐고!!”

모나한 장관은 길길이 날뛰며 고함을 질러댔다.

본인이 박스 인더스트리 대표와 손을 잡고 블라디미르 장관이 투자한 연구비를 꿀꺽했다니.

이게 무슨 가당치도 않은 소리인가.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애를 썼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제 손으로 그딴 짓을 하겠는가!

대체 누가 그딴 소리를 한 건가.

있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자신을 모함에 빠트릴 만한 놈이 국회에 있나?

‘설마 루카스 그 새끼가…?’

아니.

그놈은 블라디미르 장관에게 대놓고 거짓말을 할 만큼 배짱 있는 놈이 아니다.

시발, 그럼 대체 누가?

‘아니, 그건 둘째 치고…….’

모나한 장관이 이를 으득 씹었다.

이렇게 되면 정말 위험하다.

최초 방어선은 모두 뚫렸고, 국제협회 병력은 이 순간에도 계속 진격하고 있다.

물론 후퇴를 하면서 몇 개의 방어선을 추가하긴 했지만… 그마저도 얼마나 시간을 끌어줄지는 미지수다.

그러다가 만약 최종 방어선인 이곳까지 돌파당한다면…….

‘……이건 안 돼.’

이건 더 이상 가망이 없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누가 와도 막지 못한다.

차라리 처음부터 현지 작전팀 투입을 허가했다면…….

‘시발…….’

뒤늦은 후회에 모나한 장관은 속으로 울분을 토해냈다.

무엇보다 만약 이대로 베를린이 함락당한다면 협회 개입을 반대한 자신이 모든 책임을 물게 될 것이다.

그랬다간 자신이 쌓아 올린 모든 게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겠지.

그것만큼은 안 된다.

그래, 그것만큼은…….

“장관님! 헬기 준비됐습니다! 일단 후방으로 피하십시오! 여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

모나한 장관은 그 말에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일단은 후방으로 가자.

그리고 거기서 미국으로 피신하자.

러시아 국방부 정보를 내어준다면 분명히 받아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곤 곧바로 헬기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때.

“장관님! 총리님 연락입니다!”

한 병사가 통신기를 들고 다가왔다.

‘……!’

그와 동시에 그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이 상황에 총리가 직접 연락을 해왔다고?

모나한 장관은 심상치 않은 기분을 느끼며 조심스레 통신기를 받아들었다.

“……예, 모나한입니다.”

이내 천천히 입을 떼는 순간.

“마이클 모나한. 이 시간부로 장관직에서 해임됐음을 통보하네.”

“……예?”

청천벽력 같은 말이 들려왔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해임이라뇨! 제가 대체 왜…!”

“그건 자네가 더 잘 알지 않나?”

벤 총리가 담담한 투로 대답했다.

설마 그 소식이 총리한테까지 전달된 것인가.

“초, 총리님! 무슨 말을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그거 다 거짓말입니다! 누군가 절 음해하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거래 내역이 버젓이 있는데 거짓말이라고?”

“……!”

그게 어떻게…?

설마 블라디미르 장관이 폭로한 건가?

하지만 그랬다간 본인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제, 제가 다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전시 상황이지 않습니까! 제가 없으면 누가 병력을 지휘…….”

“그래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저항도 못 하고 방어선이 뚫렸나?”

“…….”

말문이 턱 막혔다.

“그건 병사들이 겁을 먹고 지휘에 따르지 않아서…….”

“이번엔 또 병사 탓인가? 그럼 자네는 상식 밖의 힘을 쓰는 괴물들을 상대로 총 하나 들고 버티라고 하면 할 수 있겠나?”

모나한 장관의 두 손이 덜덜 떨려왔다.

“얌전히 베를린으로 복귀해.”

“초, 총리님…!”

“어기면 즉결처형도 고려하겠네.”

그의 눈앞이 하얘지는 순간, 통신이 일방적으로 끊겼다.

이내 그는 황망한 표정으로 주변 병사들을 둘러봤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굉장히 싸늘했다.

“시발…….”

모나한 장관은 그제야 자신의 위치를 깨달은 듯,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때.

“어떻게…….”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리님께 연락은 받으셨습니까?”

딱 맞춘 듯 그의 앞에 다시금 김준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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