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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83화 (28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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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독일 연방군 지휘통제사령부.

국가 수뇌부가 모여 있는 컨트롤 센터이자 모든 병력을 지휘하는 그곳.

실시간으로 상황을 체크하던 모나한 국방부 장관에게 청천벽력 같은 보고가 날아들었다.

“81번 도로의 제 1방어선을 포함, 총 5개 도로 방어선에 협회 작전팀이 투입됐다고 합니다!”

“시발, 그게 무슨 개소리야!”

토마스 중장의 보고에 모나한 장관이 벌떡 일어나며 고함을 질렀다.

“내가 분명히 해산시켰잖아! 혹시 몰라서 아멜리까지 잡아넣었는데, 대체 어떤 놈이 투입시킨 거야! 보좌관? 아니면 작전 본부장?!”

“그, 그게…….”

“누군지는 몰라도 내가 만만했나 보네. 당장 투입 명령 내린 새끼 잡아 와! 저항하면 사살해도 좋으니까!”

“모, 모나한 장관님…….”

토마스 중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알아본 바로는… 현재 독일협회가…?”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미리 뭔가를 준비해둔 게 아닐까 추측은 하지만…….”

“준비를 했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빨리…….”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 기억.

아멜리 협회장을 연행하던 그때, 함께 있었던 동양인 남자가 떠올랐다.

‘시발, 설마 그 새끼가…?’

이를 으득 씹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라도…… 아멜리 그년이 무슨 수작을 벌인 게 분명하다.

본인이 잡혀갈 걸 예상해서 미리 서류를 준비해놨다거나…….

“죄송한 말씀이지만, 공식적으로 WDSO에 합병됐다면 저희 쪽에선 더 이상 개입할 수가 없습니다. 국제기구로서 분쟁 지역 지원은 고유 권한이기도 하고…….”

토마스 중장이 조곤조곤 말했다.

동시에 모나한 장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어떻게든 제삼자가 개입하지 못하게 막으려고 했는데, 기어이 이렇게 돼버리다니.

모나한 장관이 크게 분개한 표정으로 깊은 한숨을 쏟아내길 한 차례.

“……박스 인더스트리에서 연락은 왔나? ‘스콜’ 배치는 어떻게 됐어?”

뜬금없이 다른 질문을 꺼내 들었다.

“아, 예… 거의 완성 단계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시발! 프로토타입 완성됐다고 한 게 벌써 3주 전인데, 왜 아직도 기다리라는 거야! 배치할 수 있는 거, 맞긴 해?!”

“…….”

토마스 중장은 그저 연락을 받고 보고를 한 것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다그쳐봤자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지금부터 3시간 내로 배치 끝내라고 해. 아니면 정식 계약이고 나발이고 나도 더 이상은 몰라!”

“…알겠습니다.”

토마스 중장은 짧은 대답과 함께 곧바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와 동시에 모나한 장관이 주먹을 불끈 쥔 채 눈을 부릅떴다.

박스 인더스트리는 독일의 군수 기업이었다.

설립된 지 1년도 안 된 신생 기업이지만 국방부와의 정식 계약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게 가능했던 것은 모나한 장관의 적극적인 푸쉬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가 신생 기업 따위를 밀어주는 이유는 보다 복잡한 관계가 얽혀 있었다.

모나한 장관은 몇 년 전부터 러시아에 무기를 납품해주는 대가로 거액의 로비 자금을 받아왔다.

그 거래를 주도한 이는 다름 아닌 러시아의 국방부 장관, 블라디미르.

물론 자국의 무기를 타국에 로비를 받고 넘기는 게 결코 합법일 수는 없지만, 세상이라는 게 다 그렇고 그런 게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블라디미르 장관 덕에 다른 나라와도 연줄이 생기며 주변에서 날아드는 로비 금액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이처럼 블라디미르 장관은 모나한에게 너무나 중요한 클라이언트였다.

그리고 그런 자의 사위가 바로, 박스 인더스트리의 대표였다.

앞으로도 블라디미르 장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박스 인더스트리와의 정식 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하지만 군수 업체 계약은 아무리 국방부 장관이라고 해도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였다.

다른 인사들의 허가도 필요했으며, 최종적으로는 투표를 통해 진행하는 사항이었다.

고로 모나한 장관이 할 수 있는 건, 박스 인더스트리가 개발한 신형 집속탄 ‘스콜’을 긴급 실전 배치해 다른 장성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것.

오직 그것뿐이었다.

모나한 장관이 전시 상황임에도 최소한의 인력 배치로 계속 지원을 미루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이었다.

‘스콜’을 더욱 효과적으로 각인시키기 위해선 보다 위급한 전장이 적합했으니까.

그러나 제삼자가 투입된 이상, 자칫하면 스콜이 배치되기 전에 상황이 마무리될지도 모른다.

‘어서 조치를 취해야…….’

모나한 장관은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사실 상황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군인 출신도, 그렇다고 헌터 출신도 아닌 모나한 장관이었기에 이능력자의 전투에 대한 감이 없어 애초에 이 전투의 성립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스콜이 배치될 때까지 어떻게든 작전팀 해산시켜야 해. 알겠나? 이번 전쟁의 주인공은 스콜이 돼야 한다고.”

모나한 장관이 다시금 입을 열자 토마스 중장이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장관님… 상황이 매우 심각합니다. 여기서 작전팀을 해산시키면 적이 베를린까지 진격할 동안 저희는 속수무책입니다.”

“그래서, 지금 내 명령에 따르지 못하겠다?”

“그, 그건…….”

“이봐, 토마스. 여긴 독일이야. 우리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고, 누구도 우리를 무너뜨리지 못해. 알아들어?”

“…….”

쓸데없는 자존심.

그 자존심 때문에 국방부 장관이라는 이가 국가를 멸망으로 이끌고 있었지만…….

본인은 그런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쯧, 됐어. 네가 못하겠으면 내가 직접 한다. 당장 헬기 준비해.”

“예, 예…?”

“못 들었어? 내가 직접 가겠다고.”

모나한 장관은 그 말을 뒤로하곤 곧바로 지휘실을 빠져나갔다.

***

81번 고속도로, 제 1방어선.

“거리를 좁힐 틈을 줘선 안 됩니다! 계속 공격하세요!”

쾅―!!

쾅, 콰과광―!!

현지 작전팀과 국제협회 병력 사이로 수많은 스킬이 쉴 틈 없이 빗발쳤다.

“탄창 아끼지 마!”

“남은 탄약 다 쏟아부어!!”

두두두두―!!

방어선 후방을 맡은 병사들 또한 견제 사격을 이어갔다.

물론 일반 총알로는 저들에게 피해를 줄 순 없지만, 진격을 저지하는 데는 충분했다.

벌써 12시간째 이어진 소모전.

토벌에서도 이 정도 긴 작전은 거의 없었을 테니, 다들 상당히 지쳐 있었지만…….

“포션 도착했습니다!”

“현재 부상자 있습니까?”

이아영 본부장이 맡은 임시 지원시설에서 계속해서 장비와 포션, 그리고 사제 클래스로 이루어진 구급팀을 보내주고 있다.

“구급팀 도착했답니다. 1팀이랑 2팀 포지션 교체하시고 치료받으십시오. 그사이에 2팀이 계속 교전 이어가 주시고요.”

“네, 네!”

“알겠습니다!”

내가 교전 중이던 작전팀에게 지시를 내리자 그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였다.

현재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누어, 한 시간 간격으로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 팀이 교전하는 동안 다른 팀은 부상 처치와 회복 그리고 간단한 버프를 받는다.

이후엔 또다시 포지션 교체.

구급팀은 다른 방어선을 계속 순회하며 같은 역할을 반복한다.

이처럼 우리는 교전과 회복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덕에 끊임없는 공격이 가능했다.

반면 국제협회 진영은 공격만 가능할 뿐, 회복이 불가능했다.

아무리 수적으로 열세고, 화력이 부족해도 이 순환만 유지한다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앞으로 12시간…….’

12시간만 버티면 WDSO 본부 인원이 도착한다.

승부는 그때 보면 된다.

우린 그저 최대한 소모전을 이어가며 상대의 체력을 빼놓는 게 중요하다.

그런 계획이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데.’

조금 전부터 국제협회 진영의 동태가 바뀌었다.

공격하면 할수록 더 거세게 반격하던 아까와는 다르게, 지금은 그저 우리의 공격을 받아내기만 하고 있다.

심지어는 슬금슬금 진영을 뒤로 물리고 있다.

마치 들키지 않게 조금씩 후퇴하는 듯한 움직임.

아무리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이 정도로 체력이 고갈될 놈들은 아닐 텐데…….

‘설마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들을 계속해서 살피던 그때.

“지금 뭐 하는 거야!!”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 누구 명령받고 작전팀을 투입한 거야! 당장 철수시켜!”

“……쯧.”

아니나 다를까, 모나한 장관이 잔뜩 뿔이 난 얼굴로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기어이 여기까지 찾아온 건가.

“못 들었어?! 지금 당장 철수시키지 않으면 명령 불복종…!”

“여기까지 직접 오신 거 보면 소식 들으셨을 텐데요. 독일협회는 WDSO에 합병됐다는 거.”

“……!”

내가 담담하게 입을 열자 그가 잠시 주춤했다.

설마 목소리만 크게 내면 내가 고분고분 따를 줄 알았던 건가?

“독일협회는 이제 엄연히 독립된 국제기구 소속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번 일을 심각한 국가 침략 행위로 규정, 국제협회로부터 국가와 시민을 수호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 중입니다.”

나는 모나한 장관은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저희가 장관님의 명령에 따를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

이내 그의 얼굴이 마구 구겨졌다.

“개소리하지 마. 국제기구고 나발이고 이건 명백히 국가 교란 행위다. 다 집어처넣기 전에 당장 철수해!”

“하아…….”

말이 안 통하는군.

‘이건 뭐 원숭이랑 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현재 상황을 슬쩍 살폈다.

아직까진 큰 문제 없이 버티고 있지만, 이대로 철수하면 베를린까지 단숨에 뚫린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손을 써볼 수도 없겠지.

그런데도 철수를 지시한다는 건…….

‘전혀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네…….’

멍청한 놈.

본인이 나라를 망하게 하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

“모나한 장관님.”

그때, 덴버 소위가 앞으로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넌 뭐야?”

“1기갑사단 보병3 대대 1중대 3소대장, 덴버 소위입니다. 제가 대신해서 현 상황을 보고드려도 되겠습니까?”

모나한 장관의 눈이 가늘어졌다.

덴버 소위는 멋대로 보고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직까진 문제없이 교전 중이지만, 현 소대원 30명으로서는 진격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그리고 그건 1방어선뿐만 아니라 모든 방어선이 마찬가지라고 사료됩니다.”

“그래서?”

“만약 여기서 작전팀이 철수한다면…… 모든 방어선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지원 병력을 보내주시거나, 철수 요청을 철회해주시는 게…….”

“지금 ‘스콜’이 배치되고 있다.”

“…네?”

모나한 장관이 꺼낸 뜬금없는 이야기에 덴버 소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거만 배치되면 국제협회고 이능력자고 다 막을 수 있어.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버텨.”

“아, 아니… 저희로는 단 5분도 못 버티…….”

“시발, 니들 군인 아니야? 군인이면 목숨 걸고 버텨!”

“…….”

어이가 없군.

목숨 걸고 버티면 뭐 스킬이 피해가기라도 하나?

총 든 사람은 따로 있는데, 정신론도 상황을 보면서 지껄여야지.

‘잠깐, 스콜…?’

어딘가 익숙한 이름인데.

어디서 들어 봤더라…….

급히 기억 속을 뒤적이길 잠시.

“혹시… 박스 인더스트리의 그 신형 집속탄 말씀하시는 겁니까?”

회귀 전 보았던 한 뉴스를 떠올리며 내가 물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 있지?”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뭐… 당연하겠지.

내 기억이 맞는다면 아직 발표도 안 된 프로토타입일 테니까.

‘믿는 구석이 뭔가 했더니… 설마 그 장난감보다 못한 미사일일 줄이야.’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도 그럴 게, 회귀 전 ‘스콜’은 시연 현장에서 모든 탄두가 불발되면서 꽤나 부끄러운 오명을 남긴 물건이었다.

“묻잖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

“장관님. 정말 그깟 미사일 하나로 이능력자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장관님의 지능을 의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철컥―.

기어이 그의 심기를 건드린 건지 그가 권총을 내 머리에 가져다 댔다.

“한 번 더 말해봐!”

“…….”

그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렸다.

나는 말 없이 그를 노려보길 잠시.

“멍청하고 무식하고 덜 떨어지셨다고요. 장관님.”

입꼬리를 올리며 그 말을 뱉은 순간.

탕―!

귀를 찢는 듯한 단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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