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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76화 (276/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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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가 WDSO에 들어온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그녀는 영입 허가 조건에 따라 아직 청소팀에서 일하고 있었고, 삐걱거렸던 첫날과 다르게 이젠 슬슬 익숙해지고 있는 듯했다.

물론 여전히 1인분도 못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과 비교하면 용 됐지.

어쨌든 나는 그녀의 보고와 더불어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이두식 이사를 찾았다.

“어떠냐. 할 만해 하는 것 같냐?”

찻잔을 기울이며 이두식 이사가 물었다.

“이제 고작 일주일인데 벌써 할 만해 하면 천직이죠. 아주 죽으려 그럽니다.”

“하하하! 좋은 현상이군.”

“처음엔 중간에 도망도 치고, 핸드폰 끄고 잠수 타고, 출근도 안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래도 시간 맞춰 나오긴 합니다.”

“PB 코퍼레이션 출신 꼴이 말이 아니군. 작업은 잘 따라오냐?”

“말도 마십쇼. 해체 작업하다가 본인 손가락 날릴 뻔한 이후로는 걸레질만 시키고 있습니다.”

연구만 해서 그런지 체력도 저질이고.

“그래도 뭐… 조금씩 열의는 보이는 것 같습니다.”

“슬슬 독기가 빠지는 모양이군.”

“예.”

우리는 누구랄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다른 사람이 본다면 청소팀에서 일을 시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의아해할 것이다.

사실 맞는 말이다.

청소팀에서 며칠 일한다고 사람이 바뀔 리가 없다.

청소팀에 무슨 특별한 갱생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이 사항이라고 해봐야 일이 좀 고되다는 것뿐이지 않은가.

고생 좀 하는 것으로 사람이 개과천선 되면 세상에 나쁜 놈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클로이를 청소팀에 넣은 건 갱생을 바란 게 아니라, 그곳에서 분명 스스로 느끼는 게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청소팀은 토벌 시스템의 가장 마지막 단계다.

그것은 곧 이전 단계의 모든 문제점을 볼 수 있는 팀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전 단계의 모든 문제점이 모여드는 단계.

그런 팀에 있다 보면 여태껏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전팀의 토벌 진행이 너무 빠르다던가.

던전 내부 매핑이 너무 간략화되어 있다던가.

평소 생각도 못 했던 것들이 보이는 순간 많은 생각이 들 것이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것들과의 괴리.

내가 항상 옳다고 생각했던 것과 판단했던 것들이 모두 부정당하는 기분.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지난 선택에 대한 회의감이 들 것이다.

특히 오랫동안 상부에서 일했던 사람일수록 더욱이.

변화는 그때부터 시작한다.

장담컨대, 한 번 그 기분을 느낀 이는 이후로 이 업계를 보는 시야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뭐, 클로이는 둘째치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있자니, 이두식 이사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독일이라는 거냐? 국제협회가 공격할 곳이.”

“확실한 건 아니지만 확률이 높습니다.”

“확실한 게 어디 있겠어.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게 더 의심스럽지.”

그의 말에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두식 이사는 어딘가 곤란한 표정이었다.

“쓰읍, 하필 독일이라니…….”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소식 못 들었냐? 국제협회가 쿠데타를 벌이고 프랑스 정부를 먹은 직후, 독일은 모든 국가와 교류를 중단했어.”

“…예?”

그의 말에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내 이두식 이사가 옅은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뭐, 나름 유럽에서 힘깨나 쓴다는 프랑스마저 그렇게 무너져 내리는 걸 보니 위기의식이 생긴 거겠지. 그 때문에 모든 일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분위기야.”

“그렇다면…….”

“우리가 도와주려고 해도 거절할 확률이 높아. 아니, 지금으로선 독일협회에 연락할 수단조차 없어.”

“그건… 확실히 곤란하군요.”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국제협회가 독일 공격에 성공한다면,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파장이 일 것이다.

어떻게든 사전에 막아야 하는데, 지원은커녕 연락조차 할 수 없다면…….

“그래서 말인데… 일단은 지켜보는 게 어떻겠냐?”

그때, 이두식 이사가 넌지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래 봬도 유럽의 실세야. 아무리 국제협회라고 해도 그렇게 쉽게 무너뜨리긴 힘들지 않겠냐는 거지. 그리고 혹시 모르잖냐. 오히려 독일이 이길 수도…….”

“그럴 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국제협회는 이전부터 전면전에 대비해서 이능력자를 모아 병력을 꾸려왔습니다. 그런 놈들을 상대로는 제아무리 독일이라고 해도 버티지 못할 겁니다.”

“……독일도 이능력자 병력을 모아놨을 수도 있지 않냐.”

“글쎄요. 국제법을 어기면서까지 그럴 것 같진 않은데. 옛 과오도 있고, 그런 거엔 또 엄격한 나라지 않습니까.”

“…….”

이두식 이사 또한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어떡하냐.”

“그러게 말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잠시 침묵에 빠졌다.

퍽 답답한 상황에 심히 고뇌하던 그때.

“어디 있나 한참 찾았는데, 여기 있었네요.”

이아영 본부장이 이사실을 찾았다.

“오후 작업은 반차 냈다고 하고, 청소팀 사무실에도 없고. 이 땡볕에 더워 죽는 줄 알았다니까. 어디 가면 간다고 말이라도 좀 해주지.”

“…전화하면 되잖습니까.”

“안 했겠어요?”

핸드폰을 확인하니 그녀로부터 부재중 통화가 수십 건이 찍혀 있었다.

뭐… 얘기하다 보면 못 받을 수도 있지.

“……그래서, 전 왜 찾은 겁니까?”

내가 묻자 그녀는 대답 대신 서류 뭉텅이를 올려놨다.

“뭡니까…?”

“청소팀에서 잘하고 있다면서요.”

“예?”

“클로이 씨 말이에요.”

…잘하고 있는 것 같진 않은데.

“이클립스 인수인계 대장이에요. 작업하면서 공부하라고 전해줘요.”

그녀의 예상치 못한 말에 순간 헛웃음이 터졌다.

“뭡니까. 받아주기로 한 겁니까?”

“흥, 내가 안 받아준다고 하면 뭐가 달라져요? 이미 자기들끼리 다 정해놓고 무슨…….”

그녀가 시선을 피하며 볼멘소리를 냈다.

“아무튼, 이클립스 들어가도 며칠은 따라다닐 거라고 해줘요. 내가 어떻게 믿어요? 안에 뱅크 아이템도 다 있는데.”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정중히 인사를 하자, 그녀는 괜히 멋쩍은 듯 황급히 화제를 돌린다.

“그래서, 독일이라고요?”

“예. 그런데 어떻게 접근할지 막막하군요.”

“음? 왜요?”

“왜긴 왭니까. 우리 쪽에서 지원해 주려고 해도 교류를 중단한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각국 기업들이랑은 계속 교류하고 있던데요? 저번 주만 해도 우리나라 건설 회사랑 교량 사업 체결했어요.”

“그거야 기업들 이야기고, 저희는 이제 민간 기업이 아니잖습니까. 엄연히 국제기구…….”

그렇게 말을 꺼내던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스파크가 튀었다.

“우리나라 건설 회사랑 계약했다고요?”

“네.”

“무슨 회사입니까…?”

그리고 그제야 눈치챘냐는 듯, 이아영 본부장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한별건설이요.”

그와 동시에 내 눈이 번뜩였다.

***

국제 헌터 협회 본부.

비밀리에 소집된 간부회의.

“그러면…….”

각 작전 팀장들이 모두 모인 그 회의에서 웨슬리 사무총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각 팀별 병력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2팀 1만 명 전원 전투 준비 태세 완료했습니다.”

“3팀 1만 8천 명, 준비돼있습니다.”

“4팀도 완료했습니다.”

각 팀장들이 순서대로 대답을 이어갔다.

현시점, 각 작전팀은 기존 토벌에 맞춘 편성에서 전투를 위한 대대급 전력으로 재편성되었다.

그리고 각 팀은 웨슬리 사무총장이 직접 임명한 팀장들이 지휘를 맡게 되었다.

그야말로, 전쟁을 벌일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것이다.

“본부 소속 헌터 3만 명, 자격 박탈 헌터 2만 7천 명, 이외 추가 모집 헌터 1만 명… 총 6만 7천 명 전부 대기 중입니다. 명령만 내리시면 바로 진격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1팀장의 정리에 웨슬리 사무총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웨슬리 사무총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작전은 예정대로 내일 새벽 3시에 개시합니다. 목표는 베를린, 무조건적인 항복을 받아낼 때까지 공격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내 그가 눈을 번뜩이며 말을 이었다.

“이번 공습은 전쟁이 아닌,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한 작전입니다. 군인, 헌터, 민간인… 가리지 말고 공격하세요.”

“…….”

“…….”

팀장들은 그의 지시에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

“사무총장님.”

케이트 비서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에게 작은 목소리로 방금 들어온 소식을 전달했다.

“클로이 팀장 소재가 확인됐다고 합니다. 현재 WDSO 소속 청소팀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허.”

웨슬리 사무총장이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뱉었다.

기껏 들어간 데가 청소팀인가.

“그런데… 그 사람 이야기를 왜 지금 하는 거죠?”

“WDSO가 순순히 그녀를 받아줬을 리 없습니다. 분명 정보를 요구했을 텐데… 그렇다면 독일 공습에 대한 정보가 WDSO에 넘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

순간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만약 WDSO가 알게 됐다면, 분명 독일을 지원하려고 할 겁니다. 아무래도 날짜를 미루시거나 지역을 수정하시는 편이…….”

“아뇨.”

하지만 웨슬리 사무총장이 그녀의 말을 자르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네…?”

“독일은 현재 모든 국가와의 교류를 중단했습니다. 프랑스가 우리에게 무너진 상황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곤, 위기의식이 생긴 거겠죠.”

“하지만 그거야 언제든 철회할 수도…….”

“그 고지식하고 원리원칙주의자들이 철회할 리가 없죠.”

웨슬리 사무총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독일은 WDSO가 아무리 도와주려고 해도 받지 않을 겁니다.”

물론 공습하리란 사실이 독일 귀에 들어가게 되는 건 막을 수 없겠지만…….

그것까진 크게 상관없다.

이제 와서 공습에 대비한다고 해도 이미 늦었으니까.

“그러니…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내일 새벽 3시입니다. 모두 명심해두세요.”

이내 웨슬리 사무총장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울려 퍼졌다.

***

“그러니까 팀장님 말씀은…….”

청소팀 사무실.

내 설명을 들은 하성일 해외사업 본부장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사업 계약을 빌미로 독일에 접근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한별건설이 이번에 베를린 교량 건축 사업을 맡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둘째 누님께서 상무로 계시죠?”

“이번에 사장으로 임명됐습니다.”

“오, 그럼 더 잘 됐군요.”

내가 화색을 띠었지만, 그는 여전히 아리송하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교량 건축 사업과 이번 일이 무슨 관계가 있는 겁니까? 정확히 뭘 어떻게 하시려고…?”

“WDSO 소속으로서는 독일에 연락할 방법 자체가 없습니다. 당연히 입국도 어렵고요. 하지만 기업 소속이라면 다르죠.”

“설마 한별건설 소속인 척 입국하시겠다는 겁니까?”

“예.”

내가 즉답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나머진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겁니다.”

“흐음…….”

이내 하성일 본부장이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알겠습니다. 누님께 부탁해보죠.”

“감사합니다.”

“뭘요. 팀장님 부탁인데. 아마 누님도 흔쾌히 허락하실 겁니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서, 어떻습니까?”

나는 옆에서 우리 대화를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클로이를 향해 물었다.

“이 정도면 국제협회도 예상하지 못할 작전 아닙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하지만 그녀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대답했다.

“정보를 줬으면 나머진 댁들이 알아서 해야지, 내가 컨펌까지 해줘야 돼요?”

“……오늘따라 유난히 더 까칠하시네.”

“안 그래도 오늘 ‘운 나쁜 날’이라 바빠 죽겠는데, 쓸데없는 얘기로 시간까지 뺏으니까 그렇죠!”

“…….”

얼씨구?

“아무튼, 얘기 끝났으면 나 먼저 갈게요. 딱히 중요한 얘기도 아니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짐 챙겨두십쇼.”

“……뭐라고요?”

그녀를 굳이 여기로 부른 본 목적을 꺼내 들었다.

“짐 챙겨두시라고요. 이번에 독일 같이 갈 거니까.”

“……왜요?”

“뭘 왭니까. 제가 독일협회를 설득하는 것보다, PB 코퍼레이션 출신인 당신이 하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겠습니까?”

“…….”

내 말에 그녀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길 한 차례.

“그럼 작업은 누가 해요?”

상상도 못 할 대답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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