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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75화 (27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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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의 WDSO 영입 허가가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달된 직후.

네 명의 본부장이 모두 작전 본부실에 모였다.

“괜찮을까요……?”

가장 먼저 작전 본부장, 김민주가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물론 영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직 듣지 못했기에 걱정이 앞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몰라요. 알아서 하겠지, 뭐.”

이아영 지원 본부장은 아직도 잔뜩 뿔이 나 있는 듯, 볼멘소리를 냈다.

“……대체 일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한유빈 기획 본부장은 아직도 지금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고.

“그래도 이사회에서도 통과된 걸 보면 큰 문제는 없지 않겠습니까?”

하성일 해외사업 본부장은 퍽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진짜 너무하다니까. 영입하는 것만으로도 복장 터질 일인데, 심지어 이클립스 총 책임자에 임명한다고? 이게 말이 돼요?!”

“…….”

“…….“

“…….“

이아영 본부장의 목소리가 또다시 격양되기 시작했고, 나머지 본부장들은 그녀의 눈치를 보며 침묵했다.

솔직히 나머지는 그냥 불안하다 정도지, 최소한 클로이에게 자리를 빼앗길 걱정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아영 본부장은 굴러온 돌 때문에 본인의 자리를 빼앗기게 생기지 않았는가.

이건 누구라도 화가 날 만한 상황이었다.

김민주가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맞아요. 이번에는 선생님이 잘못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아영 씨 자리를 빼앗는 건…….”

“아, 그건 상관없어요.”

“……?”

이아영이 손사래를 치며 즉답하자, 김민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솔직히 귀찮긴 했거든요. 애초에 긴급 가동할 때 빼면 평소엔 다른 실장님이 운영하고 있고. 지원 본부 일도 산더미인데, 이클립스까지 어떻게 신경을 써요. 오히려 대신 맡아준다면 나야 땡큐지.”

“…….”

“…….”

“…….”

이아영 본부장의 말에 다른 이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그럼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시는…….”

그러다 김민주가 조심스럽게 묻자.

“아, 예쁘잖아요!”

“……?”

“그것도 금발의 서양 여잔데! 안 불안하고 배겨요?!”

“…….”

“…….”

“…….”

음.

시답잖은 이유였군.

다른 본부장들은 말을 아낀 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아영 본부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무튼, 단단히 삐졌으니까 앞으로 나한테 뭐 부탁하지 말라고…….”

그렇게 엄포를 놓던 그때.

똑똑―.

누군가 작전 본부실로 들어섰다.

“어, 여기 다 모여 계셨네요?”

다름 아닌, 문소연 청소과장이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김민주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맞이했다.

“소연 씨? 여긴 어쩐 일이이에요?”

“아, 이번에 클로이 씨 영입 건에 대해서 전달할 내용이 있어서요.”

“네…?”

문소연은 이내 가져온 서류를 본부장들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이사회에서 클로이 씨 영입을 허가하는 조건으로 한 달간 청소팀에서 일하라고 했대요.”

“청소팀에서…?”

그와 동시에 이아영 본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담당 팀은요?”

“저희 팀이에요. 청소 3팀.”

“…….”

“…….”

“…….”

“…….”

그 소식이 전달되자, 사무실엔 적막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럼 뭐… 전 찬성이에요.”

“잘 걸렸네. 그 인간 밑에서 한 달 동안 청소 작업? 으… 나라면 그냥 죽고 만다.”

김민주, 한유빈 본부장이 실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그리고.

“큼큼. 그 조건이면 뭐…….”

이아영 본부장 또한 금세 태세를 바꾸었다.

하지만 딱 한 사람.

“저, 죄송한데… 청소팀에서 일하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나요?”

하성일 본부장만이 그 조건을 이해하지 못했다.

“뭐,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단…….”

그러자 이아영 본부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아마 일주일만 지나면 그냥 돌려보내 달라고 할걸요?”

그렇게 말하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

“우왁! 이거 살아 있잖아!!”

영등포 근처, 그린 등급 던전.

고블린 해체 작업이 한창이던 가운데 클로이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신경 때문에 움직이는 겁니다.”

“뭐, 뭐야 이건?! 사체에서 뭐가 나오는… 우욱…!!”

“체액입니다.”

“잠깐… 뭔 냄새 안 나요?”

“부패가 시작돼서 가스가 방출되고 있는… 아, 진짜 호들갑 그만 떨고 작업이나 하시죠. 지금 처리해야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일일이 그러고 있을 겁니까?”

“뭘 해야 하는지 알려는 줘야죠!”

답답한 마음에 격양된 반응을 보였지만, 그녀는 도리어 목소리를 높였다.

옅은 한숨과 함께 그녀 앞으로 단도 하나를 툭 내려놓았다.

“그거 가지고 이리 오세요. 일단 오늘은 해체 보조나 하면 됩니다.”

“지, 지금 나보고 이걸 자르라고? 미친 거예요?! 나 이래 봬도 뱅크 아이템 관리팀장이었다고요!”

“…….”

“…….‘

나를 포함해, 3팀원들 모두 할 말을 잃은 모양이었다.

던전에 들어오기 전부터 살짝 불안하긴 했는데… 널브러진 몬스터 사체를 본 직후부터 계속 저러고 있다.

뭐, 애초에 헌터도 아니니 이해야 한다만…….

지금 본인의 처지를 안다면 최소한 열심히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누가 보면 억지로 시키는 줄 알겠습니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마시죠. 아쉬운 건 본인이지, 우리가 아니니까.”

“……하, 진짜.”

클로이가 가가 차다는 듯 실소를 뱉었다.

그제야 마지못해 장비를 들고 사체로 다가갔고,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리며 깨작깨작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슬쩍 흘기고는 이내 팀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소연 씨, 한상혁이랑 같이 B구역 작업 좀 해주시겠습니까?”

“네? 저희 둘 다 가면 두 분이 해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문소연은 그렇게 말하며 클로이를 슬쩍 흘겼다.

“뭐야, 그 눈빛? 저기요, 저년 방금 뭐라고 한 거예요? 지금 1인분도 못한다고 욕한 거 아니야? 야, 너 이리 와봐!”

그와 동시에 클로이가 시선을 눈치채곤 곧바로 쏘아붙였다.

문소연은 그녀의 격양된 반응에 스멀스멀 뒷걸음질을 치며 덜덜 떨었고.

“그럼, 본인이 자기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까? 어디서 상사한테 목소리를 높입니까! 한 번만 더 팀원들한테 소리 지르면 영입이고 뭐고 국제협회로 송환할 겁니다.”

보다 못해 내가 나섰다.

“쯧…… 못 해 먹겠네, 진짜.”

그러자 클로이는 상당히 심기가 불편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 그럼 저흰 B구역 작업하러 갈게요.”

그녀의 눈치를 살피던 문소연이 이내 서둘러 한상혁을 데리고 자리를 피했고, 그렇게 나와 클로이 단둘만이 남게 됐다.

그대로 정적이 이어지길 잠시.

“이제 말해보시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뭘요?”

“아무도 없잖습니까. 공습 지역, 말해보라고요.”

“뭐야, 그거 때문에 보낸 거였어요?”

클로이는 그렇게 말하며 이내 칼을 바닥에 툭 던지곤 자리에 앉았다.

아예 작업할 마음은 없는 모양이다.

이윽고 그녀가 꺼낸 첫마디는.

“사실… 확실하게 알고 있는 건 아니에요.”

“……갑자기 그게 뭔 개소립니까. 본인이 알고 있다면서요. 이건 말이 다르잖습니까.”

“정확하게 알고 있다곤 안 했는데요? 애초에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하는 게 더 거짓말 아닌가?”

“…….”

빌어먹을, 어이가 없네.

“됐습니다. 영입은 없던 일로 하고…….”

“끝까지 들어요.”

그때, 그녀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었다.

“공습은, 국제협회의 전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으로 공포심을 심어주려는 게 목적이에요. 당연히 어쭙잖은 국가를 공격하는 거로는 부족하죠.”

“그거야 당연하겠죠.”

“그럼 적당히 강한 국가를 고르겠죠?”

“지금 나랑 말장난하자는 겁니까? 적당히 강한 국가가 한두 곳도 아니고.”

“여기서 이제 PB 코퍼레이션 소속만 알고 있는 정보가 있죠.”

그녀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PB 코퍼레이션이 한 번 물갈이 하기 전에, 토벌권 회수팀이 있었어요. 케인이라는 꼰대가 팀장이었는데…….”

“관심 없으니까 본론만 말하시죠.”

“…쯧, 아무튼 그 팀이 흡수해야 하는 최우선 국가는 딱 한 곳이었어요.”

“우리나라?”

“그거야 최근이고, 훨씬 전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게 어딥니까?”

“프랑스.”

“……?”

예상치 못한 답변에 내 눈이 가늘어졌다.

프랑스라면 현재 국제협회 본부가 있는 국가가 아닌가.

그럼 국제협회는 본국을 흡수하려고 했다는 소리인가?

“프랑스는 웨슬리 사무총장에게 이전부터 골칫거리였어요. 국제기구라고 해도 본부가 프랑스에 있는 한 프랑스 정부의 입김을 직간접적으로 받아왔으니까.”

“그런데요?”

“뭔가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 싶어도 늘 본국이 걸림돌이었죠.”

“그래서 프랑스를 흡수하고 싶었다? 그런 거라면 이미 이루지 않았습니까.”

이미 웨슬리는 프랑스 정부를 함락시키지 않았던가.

쿠데타까지 성공한 이상, 이제 와선 걸림돌도 사라졌을 텐데.

“물론 그렇긴 한데… 근본적인 문제는 프랑스가 아니었어요.”

“뭔 소립니까?”

“왜 프랑스가 그렇게 간섭을 했을까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클로이가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프랑스는 항상 주변국을 견제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었어요. 뭐… 역사적으로 보나, 정치적으로 보나 유럽 연합은 늘 그래왔지만요.”

“뭐, 한 땅덩어리에 수많은 나라가 붙어있으니 그럴 만도 하죠.”

“그중 가장 거슬렸던 국가는… 독일이었어요.”

“독일…?”

“독일 입장에선 프랑스가 눈엣가시였죠. 유럽 연합의 실세는 독일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국제협회가 프랑스에 만들어지면서부터 자신들의 세력이 약해지기 시작했거든요.”

그런 일이 있었군.

“독일은 지속적으로 프랑스를 견제하기 위해 경제, 외교적으로 압박을 많이 넣었어요.”

“그래서 프랑스 정부는 어쩔 수 없이 국제협회에 간섭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협회가 조금이라도 세력을 키우려고 하면, 정부 차원에서 막은 거죠. 토벌 조직과 정권은 서로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니까요.”

그렇다면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간다.

과거 유럽의 실세였던 프랑스는 국제협회를 통해 다시금 옛 영광을 되찾고 싶어 했고.

현재 유럽의 실세인 독일은 그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온갖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군.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그때, 클로이가 넌지시 말을 이었다.

“현재 유럽 연합에서 유일하게 국제협회 세력이 아닌 국가는 딱 두 곳이에요. 이탈리아와 독일. 뭐, 이탈리아는 당신이 손을 썼으니 그렇다 치고…….”

“독일은 건드린 적도 없죠.”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의 개입이 없어도 독일은 자체적으로 국제협회와 대립하고 있는 거예요. 유럽 연합의 실세인 독일이 그렇게 나오는 것만으로도 국제협회에는 걸림돌일 테고요.”

“그렇다는 건…….”

“이번 공습 지역, 독일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거죠.”

그렇게 결론에 도달한 순간, 나는 클로이를 지그시 바라봤다.

‘이제야 좀 PB 코퍼레이션 출신 티가 나네.’

확실히 이건 국제협회 소속, 그것도 꽤 고위층만 알 수 있는 정보다.

“말했지만 확실한 건 아니에요. 괜히 나중에 가서 내 탓하지 말고.”

“싫습니다.”

“…….”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뭐, 확실한 건 아니라고 했지만.

이 정도 근거라면 사실상 반박의 여지가 없다.

나는 그녀의 반응을 가볍게 무시했다.

그리고…….

“뭐 하고 있습니까? 얘기 끝났으면 장비 들고 이리 오시죠. 작업 아직 남았습니다.”

“…….”

그녀를 다시금 사체 앞으로 불렀다.

어딜 은근슬쩍 농땡이 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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