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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73화 (27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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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프랑스, 파리.

전 프랑스 국회, 현 국제협회 본부.

업무를 보고 있던 웨슬리 사무총장에게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에마 루시아 대표가… 일본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대, 대체 왜…? 김준우한테 들킨 겁니까?”

“아뇨. 작전은 완벽했다고 하는데…….”

수행비서 케이트가 잠시 망설이던 끝에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스스로 김준우을 찾아가서 전투를 벌인 것 같습니다.”

“…….”

웨슬리 사무총장의 얼굴이 바짝 굳었다.

그녀가 어떤 인간인지, 어떤 성격인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권력욕과 지배욕이 누구보다 강한 여자.

헌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었고, 그렇기에 PB 코퍼레이션의 대표직을 제안했었다.

본인도 처음에는 꽤나 만족해하는 듯했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늘 그렇듯 금세 따분해했으니까.

그녀는 항상 보다 위에 서고 싶어 했고, 누군가를 굴복시켜 자신의 존재의의를 확인하던 여자였지만…….

그렇다고 설마 이렇게까지 나올 줄이야.

아니, 사실 예상을 못 한 것도 아니다.

언젠간 터져도 터질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왜 하필 지금이냔 말이다.

에마 대표는 지금 국제협회에 너무나 필요한 존재였다.

그런데 다 된 작전에 재를 뿌린 것도 모자라, 국제협회의 가장 큰 전력이 스스로 목숨을 내던졌다.

손해?

감히 그런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그가 주먹을 으스러질 듯 쥐었다.

베트남과 일본 지부를 공격한 것은, 어디까지나 WDSO를 고립시키기 위함이었다.

베트남은 실패했지만, 일본만이라도 성공했다면 이후 지부도 차례로 진행할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돼버리면…….

‘더는 불가능하겠지…….’

가장 큰 문제는 계획이 틀어진 것뿐만 아니라, PB 코퍼레이션까지 잃을 판국이라는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PB 코퍼레이션만큼은 어떻게든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일단은… 클로이 팀장을 대표로 올립시다.”

“저, 그게…….”

웨슬리 사무총장의 지시에 케이트 비서가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클로이 팀장도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뭐?”

“아무래도 에마 대표가 그렇게 된 직후에 소속을 이탈한 것 같습니다.”

이런 시발.

웨슬리 사무총장의 핏줄이 빳빳하게 섰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시민들의 저항도 거세지고… 무리하게 정부까지 장악한 이상 어떻게든 세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대로는 그나마 붙어 있는 협회들까지 등을 돌릴 수도…….”

쾅―!!

웨슬리 사무총장은 듣다못해 책상 위에 있던 전화기를 집어 던졌다. 그와 동시에 케이트 뒤편에 있던 문이 박살 났다.

“내가 그걸 모를까요?”

“…죄송합니다.”

공포심을 통해 힘으로 통제권을 잡은 지도자는 더 이상 뒤로 돌아갈 수 없다.

프랑스 정부까지 장악하고 국제사회를 모두 적으로 돌린 이상, 웨슬리 사무총장이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뿐이다.

무조건 전진하는 것.

시민들이 아직 반기를 들지 못하는 이유는, 공포감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공포감을 유지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세력이 약해지거나 약점을 잡힌다면 모두 끝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동네 개새끼보다 못하잖아…….’

이대로 저항하기 시작하면, 그 말로는 최악의 테러리스트로 남고 만다.

그럴 순 없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이렇게 끝나는 건 무슨 일이 있어도 용납할 수 없다.

“병력 대기시키세요.”

“예…?”

“공포를 재충전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

케이트 비서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자세한 내용을 묻는 대신, 핵심 질문을 던졌다.

“……지휘는 누구에게 맡기시겠습니까?”

그녀의 물음에 웨슬리 사무총장이 눈을 번뜩였고.

“제가 직접 합니다.”

기어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일본 도쿄 지부.

막 일본에 입국한 이아영 본부장이 하라무라 지부장에게 약물의 샘플을 건네며 입을 열었다.

“1인 5mg만 투약해도 앞으로 보이드에 대해선 완벽하게 면역이 될 거예요. 1만 명분이니까, 일단 도쿄 지부 소속 작전팀부터 투약 시작하면 돼요.”

“이, 이걸 언제 만든 건가…?”

“일주일 정도 걸렸네요.”

“일주일 만에 이걸 만들었다고…?”

“뭐, 어느 팀장님께서 단단히 부탁하셔서…. 덕분에 집에도 못 가고 일주일을 꼬박 새웠죠.”

이아영 본부장이 나를 슬쩍 흘기며 대답했다.

그 약물은 내가 출국 전에 이아영 본부장에게 부탁했던 것.

바로 보이드 전용 중화제였다.

이번에 개발된 약은 단순히 약물 효과를 진정시키는 약효만 있는 건 아니었다.

“1회 투약만으로 보이드 효과를 영구히 차단할 수 있어요. 이걸로 약물이 퍼지는 걸 막을 수 있겠죠.”

“……”

이아영 본부장의 설명에 하라무라 지부장은 어안이 벙벙한 듯한 표정이었다.

“도쿄 다음에는 오사카, 후쿠오카, 홋카이도 순으로 투약해주시고…… 언 랭크도 잊지 말고 반드시 해주셔야 합니다.”

이내 내가 설명을 덧붙였다.

“…알겠네.”

하라무라 지부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것으로 보이드 유통으로 인한 피해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곧 우린 남은 일에만 신경 쓰면 된다는 의미였다.

뭐, 예상했던 대로 하라무라 지부장의 자택에서 대량의 보이드가 발견되었다는 기사는 예정대로 발행되었다.

하지만 그가 구속되는 일은 없었다.

PB 코퍼레이션과 에마 대표에 대한 사실이 빠르게 전 세계 언론에 뿌려지기 시작했으니까.

물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마당에 증거가 있을 리는 없었지만…….

그 부분은 클로이 팀장이 거들어주었다.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껴 내부 고발을 결심한 직원 연기를 충실히 해낸 것이다.

뭐, 본인 말로는 죽다 살아난 기념이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땐 그냥 본인을 영입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신뢰를 보여주기 위한 행동에 가까웠다.

국제협회와 연루되었던 일본의 고위 인사들 또한 속속히 구속됐다.

하라무라 지부장 말로는 역사 이래 가장 큰 게이트라고 한다.

추가로 유통된 보이드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 중인데…… 뭐,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일본 지부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생에 이어 이곳에서도 나와 지독한 악연을 이어갔던 PB 코퍼레이션 또한 해체되었다.

물론 국제협회에 꼭 필요한 조직이니, 다른 놈을 대표로 앉혀서 어떻게든 이어가려고 할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시간이 걸리겠지.

“고맙네.”

하라무라 지부장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리곤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과거 일본 지부가 어떤 짓을 했는지는 알고 있네. 앙금이 있는 나라의 협회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뭔가 오해하고 계시는군요.”

내가 그의 말을 끊으며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뭐가 좋다고 일본을 위해서 도와드렸겠습니까. 전 그저 일본 지부가 무너지면 우리에게도 너무나 큰 손해이기에 나선 것뿐입니다.”

“…….”

“지부장님이 끝까지 국제협회에 넘기지 않은 이유도 같잖은 의리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일본을 생각해서 한 선택이지 않습니까.‘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의 이득이 되는 선에서 도와드린 겁니다. 그리고 우린 아직 딱 그 정도 관계가 좋은 것 같군요.”

“…….”

명백히 선을 그은 것이지만, 그럼에도 하라무라 지부장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 또한 그게 마음이 편한 모양이었다.

“그럼 뭐… 중화제도 전달했겠다, 슬슬 돌아가 볼…….”

그렇게 일을 마무리 짓던 그때.

“가긴 어딜 가요!”

집무실로 한 여성이 들이치며 목소리를 냈다.

금발의 젊은 여성.

그녀는 다름 아닌…….

“설마 모른 척하려는 건 아니죠?”

PB 코퍼레이션의 뱅크 아이템 관리팀장.

클로이였다.

“뭐, 뭐야…? 저 인간이 여길 왜 와요?!”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이아영 본부장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물었다.

대충 상황을 알고 있던 김민주 또한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뭐, 환영받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이번에 우리를 도왔다고 해도, 이전에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모두를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으니.

내가 잠시 대답을 아끼고 있자, 이아영 본부장이 또다시 격양된 목소리를 냈다.

“저 인간이 여기 왜 왔냐니까요?! 설마 저 없는 새에 또 무슨 짓 한 거예요?!”

“…거래를 좀 했습니다.”

“거래? 무슨 거래?!”

“이번에 우리를 도와주는 대가로 이클립스에 꽂아달라고…….”

“미친!”

이아영의 눈이 동그래졌다.

“진짜 미쳤어요?! 인천 앞바다에 우리 작전팀 죄다 수장시키려고 했던 거 잊었어요?!”

“…….”

“그리고! 그런 인간이 진짜 국제협회를 등질 것 같아요?! 저년, 저거 분명히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예요! 절대 안 돼. 이번만큼은 절대 안 돼요!”

고막 찢어지겠네…….

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는 한다만 일단은 진정하고 천천히 대화를 나눠보면…….

“본인보다 능력 있는 것 같으니까 쫄려서 그러는 건가요? 내가 들어가면 본인 자리 빼앗길까 봐?”

그때, 클로이가 대놓고 그녀를 도발했다.

그러자 이아영 본부장은 진심으로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뱉었다.

“지금 나보고 한 말이에요? 하! 참 나, 어이가 없어서!”

“아니면 이렇게까지 견제할 이유가 없잖아요.”

“내 말을 뭘로 들은 거야! 우릴 죽이려고 한 인간이 이제 와서 우리랑 같이 일하겠다는데 어느 누가 좋다고 데려가요?!”

“아무도 안 죽었잖아요. 그럼 된 거 아닌가?”

“와, 나 진짜 이런 미친년은 또 처음이네…?”

두 사람의 분위기가 점점 과열되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당장이라도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이빨을 세웠다.

나는 말릴 생각 없이 그저 지켜봤다.

싸우면 누가 이길지 내심 궁금했으니까.

하지만 그때.

“선생님.”

잠자코 있던 김민주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솔직히… 저도 탐탁지 않아요. 물론 PB 코퍼레이션 출신이니까 국제협회나 웨슬리 사무총장에 대한 정보 정도는 받을 수 있겠지만, 우리와 같이 일하는 건 좀…….”

“흐음.”

그녀 또한 같은 의견인 듯했다.

뭐, 확실히 맞는 말이다.

이전의 일은 어떻게든 넘어간다고 해도, 앞으로 또다시 그런 일이 없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혹은 스파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도 없고.

같이 일하기엔 이래저래 신뢰가 가지 않는 건 사실이다.

“미리 말하지만, 전 그냥 일을 한 거예요. 솔직히 팀장직이라고 해도 제일 힘이 없는 팀이었고, 무엇보다 대표의 말이 절대적인 곳이었으니까. 사적인 감정은 없었다고요.”

그때, 내 시선을 눈치챈 건지 클로이가 묻지도 않은 말을 꺼냈다.

“그렇다고 해서 그쪽이 했던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죠.”

“그럼요? 이제 와서 거래를 무르려고요?”

“가능하다면 그러고 싶군요. 직원들도 탐탁지 않아 하는 것 같고.”

“뭐, 상관없어요.”

클로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물론 전 일주일 안에 변사체로 발견되겠지만.”

“…….”

“흑흑, 이렇게 아무런 힘도 없는 여자를 죽음으로 내몰 정도로 냉혈한이었다니. 흑흑.”

이런 미친.

정신이 나갔나?

‘제정신이 아니군…….’

아주 대놓고 우는 척을 하던 그녀는, 나를 슬쩍 흘기며 입꼬리를 올렸다.

나는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며 한참을 고민했다.

그사이 이아영 본부장은 쉴 새 없이 옆에서 빽빽 소리를 질러댔고, 김민주 또한 조곤조곤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고 있자니.

“쯧, 알았어요. 조건 하나 더 얹을게요.”

이내 클로이 팀장이 답답하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무슨 조건 말입니까?”

“지부를 빼앗는 것도 실패한 데다가 PB 코퍼레이션까지 사라진 이상 웨슬리 사무총장은 궁지에 몰린 거나 다름이 없어요.”

“그걸 누가 모릅니까?”

“쿠데타까지 일으켜서 정부를 장악한 상황이에요. 어떻게든 세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 텐데… 지금 이대로는 약화하기만 하겠죠.”

“오히려 다행이군요. 시민들이 그 틈을 놓칠 리가 없으니, 더욱 영향력을 깎아나갈 겁니다.”

“그게 문제에요.”

이내 사뭇 진지한 얼굴이 된 클로이 팀장이 손가락으로 나를 짚었다.

“국제협회는 공포심과 힘을 이용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그 때문에 시민들이 더 이상 자신들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는 건 반드시 피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어떻게든 공포심을 조장할 필요가 있겠죠.”

“……그렇다는 건?”

“조만간 웨슬리 사무총장은 전쟁을 벌일 거예요.”

그녀의 말에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한 나라를 정해서, 국제협회의 전력을 보여주는 무대로 삼을 거라는 얘기에요. 거기엔 목적도 없고 자비도 없겠죠.”

“…….”

나는 대답을 아끼며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리고 난 웨슬리 사무총장이 어떤 나라를 공격할지 알고 있어요.”

“……!”

“어떻게, 이 정도면 영입할 마음이 좀 들려나?”

그녀가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잠시 이마를 짚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물론 그녀의 말에 근거는 없다.

하지만… 확실히 일리는 있는 말이다.

철저하게 준비했던 계획도 실패로 돌아갔고, 더불어 PB 코퍼레이션까지 잃은 마당에 웨슬리 사무총장이 선택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만약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좋습니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입을 열었다.

“일단… 한국으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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