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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68화 (26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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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가 입국했다고요?”

에마 대표가 미간을 확 찌푸렸다.

“확인해보니 그렇습니다.”

“대체 어떻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직접 나선 모양입니다.”

“……허.”

클로이 팀장의 보고에 에마 대표는 기가 차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뭐… 됐어요. 애초에 완전히 막을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고. 시간을 끈 것만으로 이미 목적의 반은 이뤘으니까.”

그녀가 혀를 차며 말했다.

사실 이미 상정한 일이다.

그동안 몇 번이고 봐오지 않았던가.

김준우가 마음을 먹고 움직인다면,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총리를 매수했어도 벗어났을 것이다.

뭐, 물론 그렇다고 해도…….

“우리 돈을 받아먹고도 뒤통수를 친 값은 치러야겠죠.”

“그 말씀은…….”

“코바야시 장관, 처리해두세요.”

클로이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김준우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까요?”

“뭐, 뻔하겠죠. 지부를 구하는 방법은 공급책을 찾는 수밖에 없을 테니. 아마 구매자로 위장해서 딜러와 접촉하려고 할 겁니다.”

“그러면… 위험한 거 아닌가요. 우리가 관여하고 있다는 건 이미 눈치챘을 텐데. 제삼자를 시켜서 접촉을 시도한다면 꼬리가 잡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대신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했던 거예요. 딜러와 접촉해도 우리까지는 올 수 없게.”

“아…….”

클로이 팀장이 작게 감탄했다.

“그래서, 좀 알아봤나요?”

“아, 네. 관서에서 활동하는 쿄쿠세이(極星)구미라고 있습니다. 그놈들에게 맡겨볼까 합니다.”

“쿄쿠세이? 뭐 하는 놈들이죠?”

“모체는 인터넷상에서 활동하는 극우 집단이었는데, 호리에라는 남자가 수장이 된 이후로는 오프라인 시위나 조직원 양성에 힘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금 조달을 위해 온갖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하고요.”

“음, 딱 적당하네요.”

에마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남아 있는 보이드는 다 그쪽으로 넘기고, 알아서 공급하라고 해둬요. 우리는 이제 발 빼도록 하죠.”

“…공짜로 넘기라는 말씀인가요?”

“돈을 받으면 꼬리가 길어지잖아요. 목표만 생각하고, 그 외는 깔끔하게 포기하는 버릇을 들이세요.”

“……알겠습니다.”

클로이 팀장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녀의 말이 맞았다.

여태껏 PB 코퍼레이션과 국제협회 본부가 김준우를 견제하는 것에 실패했던 이유의 대다수는 욕심 때문이었으니.

하지만 PB 코퍼레이션의 수장이 직접 나선 만큼, 그런 초보적인 실수는 없을 터였다.

물론, 그게 클로이 팀장 본인에게도 잘된 일인지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 맞아. 쿄쿠세이에 보이드 넘길 때 우리 이름 말고 다른 이름을 쓰도록 해요. 만약 김준우가 쿄쿠세이를 찾는다고 해도 좀 더 헤맬 수 있게.”

“…알겠습니다.”

클로이 팀장이 대답했다.

“그럼… 우린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헛짓거리하는 모습이나 구경하도록 하죠.”

에마 대표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덫은 완벽하게 쳐놨다.

김준우가 이제 와서 공급책을 찾으려고 해도 이미 우리와의 연결고리는 모두 끊어뒀다.

애써서 접촉해도 전혀 엉뚱한 조직을 잡게 되겠지.

그들은 절대 우리를 찾을 수 없다.

최소한 8시간 안에는.

그렇게 중얼거리던 에마 대표의 입가에 이내 미소가 번져 나갔다.

***

“후우…….”

이미 해가 저문 시각.

도쿄, 우에노역 근처.

한상혁은 벌써부터 긴장이 되는지 연신 심호흡을 했다.

우린 오사카 지부에서 보이드를 구하기 위해 도쿄까지 올라온 헌터를 연기하며 사방팔방으로 거래처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머지않아 도쿄 지부에 아직 복용 혐의가 발각되지 않은 어느 헌터로부터 거래 장소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그 헌터는 우리에게 거래 시 필요한 서류와 주의 사항에 대해 간략히 알려주었고, 이내 딜러와 연결해 주었다.

그렇게 미리 도착한 접선 장소.

약속 시각까지 10분 정도를 남겨둔 상황.

“긴장 풀어. 너무 떨면 의심받는다.”

나는 거래에 들어가기 전, 최종 점검을 하며 말했다.

“어떻게 긴장을 안 하냐. 이런 건 처음인데.”

한상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약속 장소에 나갈 사람이 그로 정해진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일단 나와 김민주는 얼굴이 알려졌을 걸 대비해 제외되었고, 그렇게 남은 청소팀원끼리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시벌, 내 살다 살다 마약 거래를 해볼 줄이야.”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내가 말해준 건 다 외웠지?”

“당연하지.”

“그럼 소속부터 말해봐.”

“오사카 지부 작전 4팀 소속 다나카 신이치. 검사 클래스, D랭크. 재일교포 3세.”

막힘없는 그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서류는?”

“잘 챙겨뒀어.”

그가 재킷 안 주머니를 툭툭 치며 대답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의 넥타이에 도청 장치를 달았고, 한상혁은 소형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이걸로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나는 이내 시계를 확인했고.

“시간 됐다. 가봐.”

“…….”

이내 한상혁의 등을 떠밀자, 그는 굳은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 나 또한 자리를 옮겨 멀찍이 떨어진 골목에서 나머지 팀원들과 합류했다.

“생각보다 빨리 접촉할 수 있었네요. 저희가 입국했다는 걸 알면 꼭꼭 숨어버릴 줄 알았는데.”

대기하고 있던 김민주가 다행이라는 듯 입을 열었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국제협회가 일부러 손을 쓴 것이라면, 당연히 우리가 입국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을 것이다.

당연히 당분간은 거래를 전면 중지할 줄 알았는데…….

‘그만큼 급하다는 건가…?’

하지만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거래를 할 필요가 있나?

이런저런 의문이 들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쨌든 일단은 유통책과 접촉하는 게 급선무였으니까.

‘나머지는 일단 ‘겐타’를 잡은 다음에…….‘

그렇게 중얼거리던 순간.

「실례합니다. 역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한상혁의 목소리가 통신기를 타고 들려왔다.

접선 암호였다.

누군가와 접촉한 것이다.

우린 숨죽여 대답을 기다렸다.

「…공원을 지나치세요.」

어느 남자가 물음에 정확하게 대답했다.

「아, 안녕하세요. 연락드린 오사카 지부 소속의…….」

「됐고, 서류나 줘.」

남자는 한상혁의 말을 자르며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그 서류는 구매자의 신상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우린 한상혁의 헌터증과 소속 지부의 재직 증명서를 준비해야 했다.

물론 한상혁은 그 어느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그 부분은 하라무라 지부장이 힘을 써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음…….」

남자의 작은 신음이 들려오길 잠시.

「좋아, 확실하네. 나카무라 소개로 온 거지?」

「네, 네.」

「얼마나 필요해.」

「정확한 양을 잘 몰라서. C랭크까지 올라가고 싶은데…….」

「그럼 10g이면 충분하겠네. 자 받아.」

「……이건?」

그 순간, 한상혁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 종이인데요?」

「잉크 재질이야. 찢어서 물에 녹이면 분해될 거야.」

「아…….」

별수단을 다 쓰는군.

「입금은 가상화폐인 거 알지?」

「아, 네. 지금 바로 전송하겠습니다.」

그 말이 들려오는 순간.

“움직여.”

김민주를 향해 말했다.

그녀는 대답 대신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이곤 곧바로 골목을 빠져나가 거래 장소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나는 무전기를 들었다.

“청소 3팀, 해당 구역 봉쇄해주십시오. 10m 반경으로 던전 청소 표지판 설치해주시고요.”

「네.」

「오케이~.」

이거로 사냥감은 완전히 몰아넣었다.

이제 남은 건…….

「뭐, 뭐야?! 너 누구야?!」

때마침 통신기에서 남자의 격양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발…! 이거 놔! 빌어먹을… 윽! 으윽!」

고통스러운 듯한 신음.

이를 마지막으로 이어폰을 귀에서 빼곤 거래 장소로 향했다.

머지않아 그곳에 도착하자, 아니나 다를까.

“시발, 너 경찰이었어?! 크윽…!”

김민주에게 제압된 남자가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자세를 낮추곤 입을 열었다.

“당신이 겐타입니까?”

“…뭐?”

“겐타냐고요.”

“뭔 개소리야!”

그가 소리쳤다.

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표정으로 보나 말투로 보나…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곤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

겐타라는 이름은 일본 전역의 보이드 구매자에게서 나온 이름이다.

만약 공급책의 꼬리를 밟히지 않기 위해 모두가 같은 이름을 쓰는 거라면, 이 남자가 그 이름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이 남자가 겐타라는 이름을 모른다는 건…… 딱 한 가지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빌어먹을…….’

이놈은 기존의 유통책이 아니다.

국제협회가 아닌 다른 조직이 공급책을 맡은 것이다.

“이미 꼬리를 잘랐나 보네…….”

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설마 우리가 입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손을 뗀 걸까요?”

“고작 몇 시간 만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아마 그 전부터 준비해놓은 일이겠지.”

우리가 언젠간 입국할 거라고 예상한 것이다.

“그럼 지금 이놈은…….”

“확실한 건 국제협회 놈은 아니야. 다른 조직이겠지.”

지부를 공격하기 위해서라도 보이드는 계속 유통돼야 한다. 하지만 본인들이 직접 유통하다간 언젠간 꼬리를 밟히겠지.

그걸 방지하기 위해 우리가 입국하기 전부터 본인들을 대체할 조직을 미리 구해놨다.

그리고 우리가 입국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공급에서 손을 떼고 그 조직에 보이드를 넘겨버렸다.

마치 우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훤히 알고 있다는 움직임.

그동안의 어중이떠중이들과는 일 처리 자체가 다르다.

이건…….

‘고위 간부가 직접 나선 거군…….’

나는 이를 으득 갈았다.

그리고 이내 다시 한번 남자에게 물었다.

“당신, 소속이 어딥니까?”

“하! 내가 동료를 팔 거 같아?”

“말하는 게 좋을 텐데요.”

진심으로 말했지만, 그는 코웃음을 칠뿐이었다.

“말 안 하면? 고문이라도 하게? 나 이래 봬도 법대 출신이야! 폭력에 의한 자백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뚜둑―!

이내 귀를 찢는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지금 우리가 시간이 없습니다.”

부러진 다리를 움켜쥐고 바닥을 뒹구는 그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동료든 조직이든 당신이 팔 수 있는 건 모두 파십시오. 죽여버리기 전에.”

그 말에 남자가 나를 올려다봤다.

그의 눈빛에는 어느샌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럼에도 입을 열진 않았다.

뭐, 어쩔 수 없지.

나는 남은 다리 한쪽을 쥐었다.

그 순간.

“선생님.”

김민주가 내 팔을 붙잡으며 제지했다.

동시에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마음이 여린 녀석이라는 건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다리는 안 돼요. 걷지 못하면 안내를 해줄 수가 없잖아요. 다리 말고 팔로 해요.”

“…….”

이상하군.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그새 한유빈한테 옮았나?

뭐, 아무튼 지당한 말이다.

나는 자세를 바꿔 다리 대신 팔을 잡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 알았어! 말할게! 말한다고!”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듯, 남자가 황급히 목소리를 높였다.

“쿄, 쿄쿠세이구미. 호리에 형님이 운영하는 조직이야.”

“누가 당신들한테 보이드를 넘겼습니까?”

“그, 그건…….”

그가 대답을 망설였다.

몇 초가 흐르고,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하, 하라무라…….”

가히 충격적이었다.

“뭐…?”

“우리도 직접 만나서 거래한 건 아니야. 그런데 거래처 이름에 하라무라 지부장의 이름이 있었어. 진짜야!”

“이런 시발…….”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나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이 새끼들 봐라…….’

당연히 하라무라 지부장이 공급책일 리는 없다.

이건, 혹시라도 우리가 유통책을 잡았을 경우 원출처를 들키지 않기 위한 수작이다.

낭패다.

하라무라의 결백을 위해 공급책을 조사하고 있는데, 그 공급책이 하라무라가 되어버리면…….

모든 게 원점이다.

‘정말 철저하게 준비했네…….’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움직임을 꿰고 있다.

이건…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군.

“이제 어떻게 하죠?”

김민주가 조심스레 물었고, 나는 고민하길 잠시.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 일단 쿄쿠세이 사무실로 가보자고.”

일단은 호리에라는 인간을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지.

“사무실로 안내해.”

나는 남자를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신문 발행까지 남은 시간은 단 4시간.

꼬리를 끊어버린 국제협회.

전혀 다른 공급책과 하라무라 이름으로 거래된 보이드.

나는 진심으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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