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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61화 (26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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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금 김의 말은…… 토벌 산업을 포기하고, 헤르메스에 투자하시겠다는 건가요?”

후인이 퍽 당황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맞습니다. 뭐, 사실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죠.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하, 하지만 저희는 토벌 사업을 대체할 만큼 큰 규모의 회사가 아닙니다.”

내 대답에 헤르메스의 롱 사장이 이의를 제기했다.

그 또한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인 듯했다.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충분히 성장하실 때까지 WDSO에서 전폭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니.”

“그, 그게 무슨…….”

“이아영 본부장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녀를 호출했다.

그러자 그녀는 준비해둔 서류를 꺼내 들며 자세한 사업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헤르메스는 허브 운영을 바탕으로 주변 국가들의 부산물 유통을 총괄할 예정입니다. 추정 수익은 첫 분기 천만 달러, 최초 1년 동안 2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

“나아가 아시아 전체 부산물 유통을 총괄하게 된다면, 기대 수익은 7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뭐, 사실 최대한으로 봤을 때의 수치지만.

“기존 협회 수익이 연 5억 달러 안팎이었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토벌 산업을 대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내가 묻자 두 남자가 눈치를 보며 대답을 아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롱 사장이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저희 회사를 토벌 산업을 대체할 기업으로 키워주신다는 건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왜 하필 저희입니까? 그동안 카르마 코퍼레이션이랑 연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만한 자격이 되는 것도 아닌데…….”

“오해가 있으시군요. 제가 토벌 산업 대체 기업으로 선택한 건, 헤르메스뿐만이 아닙니다.”

“예?”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고, 나는 대답 대신 회의실 문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들어오십시오.”

그와 동시에 사무실로 몇 명의 인원이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우리를 향해 꾸벅 인사를 건네는 이들.

후인은 대체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지만.

“자, 잠깐만요. 저분들은…….”

롱 사장은 그들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오, 서로 구면이신가 보군요. 그럼 이야기가 빠르죠.”

자리에서 일어나 새로 등장한 이들 앞에 서며 말을 이었다.

“지부가 사라진다면 헌터와 통제팀 인원 그리고 지원팀 전문가들이 갈 곳을 잃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각자의 역할에 맞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필요가 있겠죠.”

곧바로 가장 앞에 있는 남성을 소개했다.

“IT 기업, 망고 소프트의 훙 대표님입니다. 오늘부로 망고 소프트는 기존의 통제팀과 함께 WDSO의 공식적인 국제 던전 출현 탐지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반갑습니다.”

훙 대표가 꾸벅 인사를 했다.

이어 옆에 있는 여성을 가리켰다.

“바이오 기업, 호라이즌 바이오로직스의 즈엉 사장님입니다. 앞으로 지원팀과 함께 이클립스 베트남 지부에서 활동할 것입니다. 당연히 허브와도 교류를 이어가실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PMC 업체, 블랙벙커의 꾸옥 대표님입니다. 블랭벙커는 이후 기존 작전팀과 함께 국제 토벌 파견팀을 신설할 계획입니다.”

내 소개에 중년 남성이 말없이 고개를 꾸벅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롱 사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말씀드렸다시피, 헤르메스는 국제 부산물 유통을 책임질 예정입니다. 기존 청소팀과 함께.”

“…….”

“…….”

두 남자는 입을 다문 채 두 눈을 끔뻑였다.

아직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하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다.

“김 팀장님.”

때마침 응우옌 전 작전 본부장이 조심스럽게 회의실로 들어왔다.

해고당한 직후부터 그는 계속 내 옆에서 머물렀다.

혹시 모를 암살이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지만, 지부가 난리가 난 통에 다행히도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눈에 띄지 않게 지부 상황을 지켜봐달라고 요청했고, 드디어 지금 그 결과를 가지고 온 것이다.

“직원들을 시켜서 알아봤는데, 오후 두 시 경부터 베트남 전역에 던전 출현이 멈췄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기다렸던 소식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역시나 예상대로 움직여줬다.

차원석을 이용한 전 지역 던전 봉쇄.

하긴 100개가 넘는 미청소 던전을 내버려뒀다간 본인들에게도 어마어마한 타격일 테니, 당연한 선택이겠지.

“제가 말했죠? 국제협회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고, 그 선택이 우리에겐 해결책이 될 거라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모인 모든 이들을 번갈아 바라보길 한 차례.

“오늘부로 베트남은 던전에서 완전히 해방된 첫 번째 국가가 되었습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축하드립니다.”

***

충격의 연속이었던 회의가 끝나고 김준우와 이아영이 돌아간 직후.

“…….”

“…….”

후인과 롱 사장은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치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애초에 이 소식을 곧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가 있긴 할까.

“대체 저분은 언제부터 이걸 계획하고 계셨던 겁니까?”

그때, 롱 사장이 넌지시 물었다.

후인은 속으로 날짜를 센 뒤 대답했다.

“한 달… 조금 안 됐군요.”

“허, 세상에…….”

기가 찬다는 반응.

그건 후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고작 한 달 만에 완벽하게 지부의 주도권을 되찾았다.

아니, 주도권을 찾은 게 아니라…….

토벌 사업 자체를 없애버렸다.

‘더 이상 남에게 휘둘리기 싫다곤 했지만, 그렇다고 설마하니 던전 자체를 없애버릴 줄이야…….’

후인은 아직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사실 김준우가 말했듯, 시민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던전이 사라지면 응당 기뻐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매일매일 수십 번씩 일어나는 전쟁이 없어진다는데, 그걸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렇기에 웨슬리가 던전을 없애겠다고 협박을 한 것도, 또 그 협박에 넘어간 것도 사실상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던전을 포기하지 못할 만큼, 토벌 산업이 국가 산업으로 깊게 자리매김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걸 도려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시민들의 안전이 위태로운 걸 알면서도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굳이 토벌이 아니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면, 그리고 지부의 모든 인원이 일자리를 잃는 일 없이 자신의 분야를 이어갈 수 있다면…….

던전은 없어도 그만이다.

아니, 애초에 없어져야 할 문제였다.

김준우는 그 첫 단추로 청소팀을 축소했다.

이로써 전체적인 토벌 일정에 문제를 야기시켰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부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웨슬리 사무총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를 정확하게 예상하고 모든 것을 준비했다.

국제협회는 처음부터 김준우의 손안에서 놀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국제협회가 이렇게 쉽게 물러날 줄이야. 그것도 두 번이나…….’

후인이 실소를 뱉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입가에서 미소가 천천히 사라졌다.

아닌 게 아니라, 불현듯 불길한 기분이 스친 까닭이었다.

***

“수고했어요.”

대책회의 겸 사업 설명회를 마친 후, 숙소로 돌아가던 중.

운전대를 잡은 이아영 본부장이 넌지시 그 말을 건넸다.

“수고는 무슨…… 한 게 뭐가 있다고. 다 저쪽에서 알아서 움직여준 것뿐인데요.”

“그걸 다 예상하고 미리 준비해놨다는 게 대단한 거 아니에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띄워줍니까?”

평소답지 않은 칭찬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묻자, 그녀가 피식 미소를 흘렸다.

“이전에 구조조정 당한 청소부들…….”

그리곤 나를 슬쩍 흘기며 말을 이었다.

“최근에 전부 헤르메스로 이직했다던데요? 어느 분의 추천을 받고.”

“…….”

소식 한번 빠르군.

“그래서 그렇게 망설임 없이 진행했던 거예요? 어차피 지부는 무너질 거고, 청소팀을 다른 회사와 합병할 계획이었으니. 애초에 누가 구조조정 당하든 상관없는 일이어서?”

“뭐…….”

나는 어물쩍 대답을 피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곧이곧대로 긍정하기엔 꽤나 낯간지러웠던 까닭이었다.

“미리 말해주면 오해하지도 않았을 텐데. 팀원들이 실망하지도 않았을 거고.”

“지금이야 계획대로 됐으니 상관없지만. 당시엔 확실하지 않은 일이었잖습니까.”

나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근거도 없이 던전이 없어질 거고, 청소팀은 다른 회사로 이직할 거라는 소리를 하면 누가 믿겠습니까. 오히려 구차하게 변명한다고 더 뭐라 했겠죠.”

“뭐, 그것도 그러네요.”

내 대답에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다행이에요.”

“…뭐가 말입니까?”

그녀는 이내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대답했다.

“제가 알고 있던 당신이어서.”

“…….”

뭐라는 거야.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거예요?”

“일단 대충 윤곽이 잡힐 때까지는 지켜볼 생각입니다. 크게 할 일은 없을 것 같고, 저 혼자여도 충분할 테니 먼저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됐어요.”

그녀가 즉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당신 없이 돌아가서 뭘 하겠어요. 좀 더 어울려줄게요.”

“…….”

태세 전환 한번 빠르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지금 시간 좀 되십니까?”

“음? 시간이야 되죠. 어디 가게요?”

“백화점에 갔으면 해서요.”

내가 말하자, 그녀의 눈썹이 물결쳤다.

“갑자기 백화점은 왜요…?”

“4팀에 도안 씨, 이번에 아빠가 됐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여자아이한테는 어떤 선물이 좋을지 모르겠군요.”

그녀가 작게 미소를 짓길 한 차례.

“좋아요. 가요.”

대답과 함께 운전대를 돌리는 순간, 내 핸드폰이 울렸다.

번호를 확인해보니, 허브 답사를 보냈던 현지 청소부 중 한 명이었다.

“여보세요?”

「김! 지, 지금 허브가…!」

쿵―!

쿠구궁―!!

그 순간, 귀를 울리는 폭음이 핸드폰 너머로 생생히 전달되었다.

내 표정이 바짝 굳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지금 그 소리 뭡니까!”

「…지, 지금 션 지부장이랑 국제협회 소속 직원들이……」

건너편에선 무어라 계속 떠드는 듯했지만, 쉬지 않고 이어지는 굉음에 말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허브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 한마디가 정확하게 들렸다.

“……뭐, 뭐라고요?”

「빠, 빨리 와보셔야 할 것 같습…!」

말이 채 끝나기도 전, 그대로 전화가 끊겼다.

굳은 표정으로 조용해진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렇게까지 나온다고…?’

물론 궁지에 몰린 국제협회가 이판사판으로 무력을 쓰는 상황을 아주 상정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다만,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웨슬리 사무총장이 그런 선택을 내릴 리가 없다.

약점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 그의 성격상 절대 명분 없는 일은 벌이지 않으니까.

이미 베트남에 대한 모든 걸 포기하고 철수하는 마당에, 보복성으로 공격을 시도하는 건…… 그들에게 아무런 명분도, 이득도 없다.

아니, 오히려 그들에게 손해만 가져올 뿐이다.

‘설마 현장에서 독단적으로 벌인 건가.’

명령이 떨어진 게 아니라면 일을 벌였을 사람은 뻔하다.

션 지부장…….

설마 이 정도로 멍청한 인간일 줄이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쇼핑은 다음으로 미뤄야겠네요.”

상황을 파악한 이아영 본부장이 냉정하게 말했다.

끼이이익―.

그리곤 운전대를 확 꺾으며 속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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