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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59화 (25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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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팀 구조조정 이후, 상황을 지켜보던 중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다름 아닌, 응우옌 작전 본부장이 하루아침에 뜬금없이 해고를 당한 것이다.

무슨 일인가 파악하기도 전에 지부장은 곧바로 나와 이아영 그리고 후인을 호출했다.

드디어 지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응우옌 작전 본부장의 해고 사유는 고의적 업무 누락 및 토벌 방해 행위로 인한 징계 처분이었다.

딱히 말도 안 했는데, 그가 알아서 청소 현황 보고서를 숨긴 건 나 또한 의외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당연한 일이었다.

본부장이 내부 작전 서류를 고의로 은폐한 건 꽤나 중대한 사안이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지부장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눈치챈 이상, 대놓고 우리 편에 붙은 그를 징계로 끝낼 리가 없다는 거겠지.

‘연락을 좀 해둬야겠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렇게 베트남에 오고 나서 무려 한 달 만에 새로운 지부장과 만나게 되었다.

“당신이 김준우?”

지부장의 표정과 목소리는 딱 봐도 무척이나 분노한 상태였다.

“그렇습니다.”

내 대답에 그가 한숨을 내쉬길 한 차례.

“진짜 전쟁이라도 하자는 건가?”

두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하지만 나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전쟁이라뇨. 저희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작정하고 지부를 공격하고 있으면서, 전쟁하려는 건 아니라고?”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저희는 이미 베트남 지부와 계약이 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담담하게 대답하자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계약 내용은 청소팀 업무 개편과 더불어 청소팀의 전체적인 사이즈 다운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해당 내용에 관련해서는 지부장님의 결재까지 받지 않았습니까.”

“…….”

“저는 그저 계약대로 이행했을 뿐입니다. 국제협회와 맞설 생각도 아니었고, 작전을 망칠 생각은 더더욱 아니었죠. 그리고 애초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저는 청소팀으로 좌천당한 몸입니다. 대표도, 본부장도 아닌 제가 무슨 권한으로 지부 운영까지 건드리겠습니까.”

대놓고 시치미를 떼자, 그의 주먹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려오는 게 보였다.

물론 그는 내가 한 말이 모두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적으로 따지자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해당 계약이 진짜로 존재하는 한 내가 지부를 공격했다는 물증은 어디에도 없으며, 몰아갈 수도 없다.

다시 말해, 션 지부장은 내가 지부를 공격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에게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뜻이지.

“그럼 응우옌은 왜 네 보고를 누락시킨 거지? 그건 아무리 봐도 고의였는데?”

하지만 션 지부장은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고 시도했다.

물론 그게 먹힐 리는 없겠지만.

“제가 압니까? 지부장님이 청소팀 일은 알아서 하라고 하니까 그냥 넘어간 걸 수도 있겠죠.”

“…하, 하하하!”

내 대답에 그가 육성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이 미친놈이… 이봐, 지금 장난하는 것 같아?”

“션 지부장님.”

나 또한 그를 지그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이게 장난 같습니까?”

“…….”

날 바라보는 그의 눈에서 스파크가 튀는 것을 느꼈다.

나 또한 피하지 않고 응시했고, 그렇게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길 잠시.

“계약이고 나발이고, 네가 직접 해결해. 그럼 없던 일로 해줄 테니.”

“일어난 일을 어떻게 없던 거로 합니까. 그리고… 미청소 던전이 발생한 순간부터 이미 해결하기엔 늦었습니다. 얌전히 본부 지원 기다리시죠.”

그 말에 션 지부장의 눈썹이 찌그러졌다.

나는 그 반응이 무슨 의미인지 곧바로 알아차렸다.

‘이것 봐라…?’

설마 아직 본부에 연락하지 않은 건가.

책임을 질게 두려워 어떻게든 본인 선에서 해결하려고?

‘멍청하기 짝이 없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실소를 뱉었다.

아직도 이 상황이 본인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는 건가?

“지금 네가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것 같은데…….”

하지만 정작 누가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는 건지 아직도 모르는 듯, 션 지부장이 입을 열었다.

“여긴 엄연히 국제협회 지부야. 그리고 네놈은 우리의 1순위 타깃이고. 일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무사히 돌아가겠다면? 지부장님이 뭐 어쩌실 수 있겠습니까?”

“뭐…?”

“본부에서 파견된 분이시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번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밸런스팀과의 전투…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

나는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곳 인원으로 저한테 손가락 하나 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 말에 션 지부장이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든 저를 협박해서 해결하려는 것 같은데. 말씀드렸다시피 이미 때를 놓쳤습니다. 이제 와서 제가 손을 쓴다고 어떻게 될 문제가 아닙니다. 본부에 지원 요청하시든지, 아니면 작전 올스탑 하십시오.”

“…….”

그가 이를 으득 씹었다.

“대체… 원하는 게 뭐야?”

“예?”

“일을 키워놓고 협상하려는 거 다 알아! 원하는 게 뭐냐고!”

“제가 원하는 거라…….”

나는 미소와 함께 그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지부장님 목이라고 하면, 줄 수 있겠습니까?”

“……!”

그 순간 지부장이 주춤했다.

하지만 나는 농담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제가 원하는 건 없습니다. 말했듯이, 전 그냥 계약 내용을 이행하고 있을 뿐이니.”

“너… 절대 곱게는 못 돌아갈 거야.”

“저도 그냥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너스레를 떨며 대답했다.

“더 하실 말 없으면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추가 작업이 잡혀 있어서.”

나는 이아영, 후인과 함께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때.

“고고한 척은 다 하더니, 너도 결국 똑같은 놈이었군.”

션 지부장이 내 등에 대고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네놈 자리를 지키겠다고 아무 상관도 없는 직원들을 내쫓았잖아. 너도 결국 권력에는 어쩔 수 없는 족속이었던 거야.”

“…….”

추잡하게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흔드는 건가.

그의 말에 그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는 그대로 사무실을 나왔다.

“이대로 괜찮은 거예요?”

복도로 나오자 이아영 본부장이 한숨을 푹 내쉬며 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보아하니 어떻게든 본인 선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 기회에 허브를 걸고 협상을 하면 넘어가지 않았겠어요?”

얼핏 일리가 있는 말이긴 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허브 때문에 지부를 먹은 건데, 허브를 달라고 하면 주객전도가 되지 않습니까.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아무렴.

그렇게 쉽게 포기할 건이었으면 애초에 일이 이렇게 되지도 않았겠지.

“궁지에 몰렸다고 무력을 쓰진 않겠죠?”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이제 와서 아무리 우리를 협박한다고 해도 이미 일은 벌어졌고, 무력을 쓴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니까요.”

뭐, 어디까지나 ‘지금은’ 말이지만.

“일단 응우옌 본부장부터 찾아봅시다. 혼자 내버려뒀다간 위험할 수도 있으니.”

“네, 안 그래도 본부에 연락해뒀어요. 오후쯤이면 지원이 올 거예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곤 이번엔 후인을 향해 말했다.

“후인 씨, 혹시 베트남 기업인들과 친분이 좀 있습니까?”

“네? 네 뭐… 몇 명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분들과 미팅 좀 잡아주시죠.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미팅이라뇨? 그건 갑자기 왜…….”

그의 물음에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션 지부장이 어떻게 나올지 뻔히 보이지 않습니까.”

시선을 앞으로 옮기며 말을 이었다.

“이제 막바지입니다.”

***

쾅―!

지부장실.

김준우가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션 지부장이 책상을 내리쳤다.

“이런 시발…!”

동시에 그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때를 놓쳤다.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알았다면 협박을 하든 협상을 하든 해볼 수 있었을 텐데…….

김준우의 말대로 이미 일은 터졌고, 본인들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실수다.

처음부터 청소팀을 외부에 맡기면 안 됐다.

아니, 최소한 확인이라도 해봤어야 했다.

션 지부장은 뒤늦은 후회를 했지만…….

‘시발, 이렇게 될 줄 알았냐고…….’

다시 생각해도 본인으로선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입술을 씹어대던 그때.

“당장 청소팀을 구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크리스 작전 1팀장이 말했다.

그러자 조나단 통제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청소팀 인원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미 미청소 던전이 발생했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갈 겁니다. 이걸 해결하려면 청소팀은 물론, 작전팀까지 함께 증원해야 합니다. 미청소 던전인 만큼 당연히 지원팀도 풀가동 해야 할 테고요.”

“…….”

그의 말에 션 지부장이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지금 가진 예산으로 청소팀과 작전팀 증원 비용 그리고 지원팀 가동 비용까지 충당할 수 있나?

‘아니…….’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다.

지금의 예산으로는 턱도 없다.

그럼 본부에 추가 예산을 부탁하는 건?

그랬다간 본인의 실수가 드러나게 된다.

그것만큼은…… 절대 안 된다.

“이렇게 된 이상, 무력으로 나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때, 또다시 크리스 작전팀장이 발언했다.

션 지부장이 그를 획 노려보며 쏘아댔다.

“김준우를 상대로? 너 자신 있어?”

“아, 아니 제 말은…… 그 여자랑 동료들 말입니다. 그들을 인질로 잡고, 당장 해결하라고 협박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그러고 싶지만, 그것 또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되지 못한다.

딱 봐도 국제협회가 베트남 지부를 먹을 거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계획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황금알을 뺏길 바엔 아무도 갖지 못하게 부숴버리겠다는 거겠지.

다시 말해 그놈들은 애초부터 이 일을 해결할 방법 따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건 결국 본인들이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고.

“…자금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겠냐?”

이내 한참을 고민하던 션 지부장이 통제팀장에게 물었다.

“자금만 있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겠지만… 최소한 시도는 해볼 수 있습니다.”

“돈을 끌어올 수 있는 곳은.”

“아직 현지 투자자 서치가 안 된 상황입니다. 해봤자 허브 수익금뿐인데…… 3개월은 더 있어야 합니다.”

“후우…….”

투자를 받을 수도 없고, 당장 수익금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겠군.

어쩔 수 없지.

“허브를 담보로 기업에서 대출받자.”

“네, 네…?”

조나단 통제팀장의 동공이 크게 벌어졌다.

“그, 그래도 되겠습니까? 자칫 해결 못 하면 허브를 잃을 수도…….”

“어차피 이거 해결 못 하면 허브고 나발이고 다 끝장이야.”

션 지부장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허브를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놓고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허브는 지부의 손을 떠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소식이 본부 귀에 들어간다면… 본인의 숨통이 도마 위에 올라가겠지.

하지만 만약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때부터 칼자루는 본인들이 쥐게 된다.

“다들 잘 들어.”

이내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마친 션 지부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결해야 해. 예산이고 대출금이고 앞뒤 생각하지 말고 모조리 때려 부어.”

“…….”

“…….”

“그리고 사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그때 본부에 연락한다. 연락해서… 김준우가 선전포고했다고 보고한다. 그리고…….”

션 지부장이 고개를 들며 말을 이었다.

“김준우 출국 금지하고, 한국 WDSO 본부 공습 요청한다.”

계약을 이행하는 것뿐이라고 궤변을 늘어뜨렸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부에 한정된 이야기다.

본부가 끼어든다면 계약이고 나발이고 명백히 선전포고로 간주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말했잖아. 곱게는 못 돌아갈 거라고.”

감히 본인을 건드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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