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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58화 (25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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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지부 청소팀에 대한 구조조정은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2팀, 4팀, 5팀, 8팀, 10팀.

총 5개 팀이 공식적으로 해체되었고, 나머지 팀이 남은 던전을 모조리 떠맡았다.

물론 그렇다고 업무량이 늘어나진 않았다.

하루 3개 던전만 작업하라고 지시해뒀기에 좋든 싫든 정해진 양만 작업해야 했다.

그래서 구조조정이 됐다고 한들, 이전과 그다지 다를 건 없었다.

해체된 팀 소속의 청소부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만 제외하면.

“…….”

“…….”

“…….”

청소 관리실.

이젠 거의 우리 아지트처럼 쓰이고 있는 그곳에서 작업 대기하던 청소 3팀원들은 하나 같이 말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자신의 업무가 단순히 지원이 아니었다는 당혹감.

일주일간 동료이자 친구로 지냈던 이들을 해고시켰다는 죄책감.

그리고 미리 말해 주지 않은 것에 대한 배신감.

그런 감정들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뭐, 딱히 말이 없는 걸 보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긴 한데…….’

내가 판단하고 내린 결정이니, 어쨌든 따르겠다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마음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는 듯했다.

이유를 굳이 물어보지도 않는다는 건, 나한테 그만큼 실망했다는 소리이겠고.

‘그렇다고 전부 말해 주기엔 상황이 여의치 못했고…….’

무엇보다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지금은 마음껏 실망해도 좋다.

어차피 오래 가진 않을 거니까.

“자, 오후 작업 준비합시다.”

“…….”

“…….”

내가 입을 열자, 모두가 대답도 하지 않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저는 오늘부터 다른 일 때문에 작업 참가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인원이 부족한 만큼 작업이 늦어지겠지만, 무리하지 마시고 정해진 개수만 작업해주세요.”

“…알겠다.”

“……네.”

미적지근한 대답.

심정을 이해했기에, 굳이 꼬투리를 잡진 않았다.

팀원들은 뭉그적거리며 사무실을 나섰고, 이내 나와 이아영 본부장만이 남았다.

“뭐, 이 정도는 예상했죠?”

그때, 팀원들이 멀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던 이아영 본부장이 슬쩍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여기선 그렇다 쳐도… 한국에 돌아가선 어떻게 할 거예요. 새 팀원을 구해야 할지도 모를 텐데?”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내가 즉답하자, 이아영 본부장이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한테 실망했다고 팀에서 떠날 리가 없다는 겁니다.”

“어떻게 확신해요? 사람이라는 게 원래 100번 좋아도 한 번 밉보이면 그대로 끝나기도 하는 건데.”

“…….”

나는 대답을 아꼈다.

굳이 더 설명할 필요성을 못 느낀 까닭이었다.

나는 황급히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이제 청소팀이 반토막 났으니 슬슬 일정에 문제가 생길 겁니다. 토벌 수익에만 온 신경이 팔려서 토벌은 계속 진행할 텐데, 청소팀은 그 일정을 따라갈 수가 없으니 작업이 계속 밀리겠죠.”

“뭐… 그렇겠죠.”

“하지만 저희가 청소팀을 관리하고 있는 이상, 지부가 해당 문제를 알아차렸을 땐 이미 손을 쓸 수가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국제협회 본부가 움직이겠죠?”

“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뒤늦게 청소팀을 증원하거나, 급하게 토벌량을 줄일 테지만…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이미 틀어진 일정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작전 올스탑을 걸면요?”

“그게 유일한 해결책이긴 합니다. 다만 그것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진 못할 겁니다. 재정이 미친 듯이 나빠질 테니까요.”

내가 말을 이었다.

“돈은 돈대로 쏟아부었는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결국 작전까지 올스탑이 걸린다면 지부도, 본부도 엄청난 타격입니다. 하지만 보다 더 큰 문제는…….”

“미청소 던전…….”

그녀가 이어 대답했다.

“청소 작업이 밀린다는 건, 그만큼 미청소 던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겠죠.”

“…….”

“아시다시피 미청소 던전 토벌은 훨씬 어려운 작전입니다. 투입되는 인원과 지원도 몇 배는 많이 필요하죠. 토벌 수익까지 끊겼는데, 당장 미청소 던전에 수천억을 쏟아부어야 한다면 지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겠죠.”

내가 말하자 이아영 본부장이 어딘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부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당장 미청소 던전 하나만 생겨도 비상인데, 그렇게 우후죽순으로 발생하게 되면…….”

“재앙이 일어나겠죠.”

이아영 본부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마치 그걸 알면서도 진행하겠느냐는 반응.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신이 미청소 던전을 모두 처리하기라도 하겠다는 거예요?”

“그럴 리가요. 아무리 저라도 그건 무리입니다. 아니, 제가 아니라 그 누가 와도 이 문제는 해결하지 못합니다.”

“아, 아니 그럼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작전 스탑, 심각한 재정 악화, 해결 불가능한 수준의 미청소 던전까지…… 그렇게 되면 국제협회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나는 그녀의 말을 자르며 말을 이었다.

“그 선택이 우리에겐 해결책이 될 겁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마쳤다.

이제부턴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2년 전 내가 필사적으로 살려놓은 지부가, 땅끝까지 무너져 내리는 것을.

***

베트남 지부, 작전 본부장실.

응우옌 작전 본부장은 이번 달 작전 기획과 토벌 일정을 검토하는 중이었다.

그는 며칠 전 이루어진 인사 개편에서 경력을 우대받아 겨우 자리를 지킬 수 있었지만, 그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모든 결정권을 빼앗긴 채 자리만 지키는 꼴이었다.

션 지부장의 허가 없이는 작전 명령 하나 제대로 내릴 수 없었다.

다시 말해, 그의 업무는 그저 보고서 결재와 작전 일정 검토가 전부인 셈이다.

‘이게 어떻게 작전 본부장이라는 건지…….’

응우옌 지부장이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때.

“본부장님.”

한 남자가 사무실 문을 벌컥 열며 안으로 들어왔다.

다름 아닌 이번에 본부에서 파견된 새로운 작전 1팀장, 크리스였다.

“이번 주 작전 현황입니다. 확인하고 결재 부탁드립니다.”

“…….”

대체 누가 상사인 건지 알 수 없는 말투.

응우옌 본부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다.

‘쯧, 대놓고 무시하고 있군…….’

하지만 그를 무시하는 건 말투뿐만이 아니었다.

크리스 팀장이 책상 위로 서류를 툭, 내던진 것이다.

물론 그의 태도를 지적할 만한 입장이 아니었기에 응우옌 본부장은 애써 분을 삭이며 서류를 집어 들었다.

“…….”

그리고 이내 무언가 심상치 않은 점을 발견한 듯,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곧바로 서랍에서 다른 서류 하나를 꺼내 들었다.

바로 몇 시간 전에, 이아영 본부장이 건네준 청소 작업 현황 보고서였다.

응우옌 작전 본부장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두 서류를 번갈아 보며 확인했고, 머지않아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뭐야 이거…….’

그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청소 작업 현황과 토벌 현황이 3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었다.

‘이거… 이러면 안 되는데…?’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계속해서 서류를 번갈아 바라봤다.

이건 꽤나 상황이 심각하다.

지금 당장 일정을 조율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토벌에 문제가 발생하고 말 것이다.

지금 당장 지부장에게 작전 중지를 요청해야…….

‘잠깐…….’

그 순간, 응우옌 본부장의 머릿속에 잠시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

생각해 보니 청소팀은 모두 김준우가 관리하고 있지 않은가.

그가 아무 생각도 없이 이런 일정을 짰을 리가 없다.

그렇다는 건…….

‘계획의 일부라는 건가…….’

하지만 김준우가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그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그 순간, 그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보곤 크리스 작전 1팀장이 물었다.

“아… 어…?”

그와 동시에 응우옌 본부장이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아, 아냐. 아무것도.”

그리곤 곧바로 청소 작업 현황 서류를 서랍 속으로 숨기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김준우가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이건 들키면 안 된다.

“뭐, 잘하고 있네. 계속 이대로만 하면 될 것 같아. 확인했으니 가봐.”

“……알겠습니다.”

크리스 팀장은 뭔가 미심쩍은 듯했지만, 이내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등을 돌렸다.

그렇게 그가 사무실을 나서려던 그때.

“그런데 말입니다, 본부장님…….”

크리스 팀장이 다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뭐, 뭔가?”

애써 긴장한 마음을 숨기며 묻자, 그가 말했다.

“존칭 쓰십시오. 본부장이라고 해도, 전 엄연히 본부 소속입니다.”

“……그러도록… 하죠.”

그 대답을 듣고 나서야 크리스 팀장은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을 벗어났다.

그와 동시에 응우옌 본부장은 숨겨 놓은 서류를 다시 확인했다.

‘…….’

김준우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자세히 말해 주지 않았다.

그러니 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건지, 그로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뭘 하려는 건지 몰라도…….

‘이왕 시작한 거… 들키지 마시죠.’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

부욱―!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응우옌 본부장은, 이내 망설임 없이 청소 현황 서류를 찢어버렸다.

업무 서류 은폐.

작전 본부장으로서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중대한 실책을 벌인 것이다.

***

청소팀 구조조정이 진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지부에는 때아닌 비상이 걸렸다.

“대체 무슨 일이야!”

지부 소속의 지휘통제실.

션 지부장은 격양된 얼굴로 들어오며 소리쳤다.

“작전 스탑 허가를 내려달라니! 대체 뭐가 문젠데!”

“지, 지부장님…!”

그때, 모니터로 작전 현황을 확인하던 조나단 통제팀장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그, 그게… 청소 작업이 너무 많이 밀렸습니다. 이미 10개의 미청소 던전이 발생했고요.”

“뭐…?”

그와 동시에 션 지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지금 청소 대기 중인 던전만 30개가 넘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전부 미청소 던전으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이 정도로 밀리려면 최소 2주 전부터 문제가 발생한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소리야! 문제가 있다는 보고는 없었다고! 청소에 문제가 있었으면 나한테 바로 보고가 날아왔을…!”

그가 목소리를 높이다가 이내 말끝을 흐렸다.

아닌 게 아니라, 본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던 까닭이었다.

‘청소 일로 여기까지 올라오지 마시고, 후인 씨랑 상의하세요.’

그래.

청소 일은 보고하지 말라고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았던가.

“이런, 빌어먹을…!”

션 지부장이 이를 으득 씹었다.

“지, 직접 보고를 하지 않더라도 이건 말이 안 됩니다.”

하지만 조나단 통제팀장은 생각이 조금 다른 듯했다.

“작전팀과 청소팀의 일정 조율은 작전 본부장이 직접 확인합니다. 분명 청소팀 현황 보고가 올라왔을 거고, 그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작전 본부장이 확인한다고…?”

그 말을 들은 션 지부장이 이내 실소를 내뱉었다.

‘응우옌 이 새끼가…….’

청소팀 현황 보고를 고의로 숨겼다 이건가.

하지만 대체 왜?

“아무튼, 지금 상황이 심각합니다. 어떻게든 밀린 던전을 처리하지 않으면 작전을 스탑 할 수밖에 없습니다.”

“…….”

션 지부장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이제 겨우 안정화되는가 했더니,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일단… 본부에 연락해둘까요?”

조나단 팀장이 물었고, 션 지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야지, 뭐 별수…….”

그리고 그때.

-분명 우리 몰래 뭔가 꿍꿍이를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경계를 늦추지 마세요.

웨슬리 사무총장이 당부했던 그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와 동시에 션 지부장의 동공이 크게 벌어졌다.

의문의 청소 지원.

갑작스러운 구조조정.

청소 현황을 고의로 감춘 응우옌.

그리고 문제가 발생할 때까지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은 후인.

‘설마…….’

이내 그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려왔다.

그는 곧바로 모니터에 앉아 있던 한 직원을 밀쳐내곤, 그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렸다.

국제협회 본부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서 무언가를 검색했고, 곧바로 그의 앞에 떠오른 화면은…….

「이아영, 현 WDSO 지원 본부장.」

청소 지원 담당자의 프로필이었다.

‘X 됐다…….’

김준우다.

김준우가 움직이고 있었다.

몰래 내부에 침투했고, 기존 직원들도 그에게 가담하고 있는 것이다.

“본부에는… 알리지 마!”

모든 상황을 알게 된 션 지부장이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예? 하, 하지만 저희로서는 해결할 수가…….”

“못 들었어? 본부에 알리지 말라고!”

갑작스레 고함을 지르자, 조나단 팀장은 퍽 당황스러워했다.

사무총장이 직접 신신당부를 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걸 알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다.

어떻게든 본인 선에서 해결해야 한다.

‘김준우, 이 개새끼…….’

션 지부장이 이를 마구 갈아대며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관련 인물 전부 데려와. 후인이랑, 청소 지원 담당자 전부!”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내 그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응우옌 그 새끼, 죽여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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