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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48화 (24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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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총리 집무실.

알프레도 총리는 벌써 몇 시간 째 가만히 앉아 생각에 빠져 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깊은 한숨을 몰아쉬던 그의 손에는 작은 녹음기가 들려 있었다.

마틴 지부장 책상 밑에 달아두었던 바로 그것.

사무실에서 홀로 그 내용을 확인한 알프레도 총리는 엄청난 사실을 마주한 충격에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설마 진짜일 줄이야…….’

조현민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정말 국제협회가 보이드 유통에 관여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간 국내 그 어떤 기구보다 가장 신뢰하던 이탈리아 지부 또한 한패였다.

보이드를 건네주자마자 곧바로 국제협회와 접촉.

그리곤 다시 마피아에게 돌아간 보이드.

처음부터 계획되었던 유통책.

모든 게 조현민 대통령이 추측한 대로였다.

아니…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런 일에 직접 관여하여 모든 정황을 추측했을 리가 없다.

이건 분명…….

‘김준우 대표…….’

그놈이 짠 판이다.

이 판에 나를 끌어들이기 위해 조현민 대통령에게 부탁한 게 틀림없다.

미친놈.

일개 회사 대표가 대통령까지 포섭할 정도의 영향력이라니.

어쨌거나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나온 이상, 알프레도 총리 또한 진실에서 눈을 돌릴 수는 없었다.

다만, 이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그동안 여러 논란이 있긴 했지만, 국제협회가 전 세계 시민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변하지 않으리라 믿었다.

애초에 그 논란들 또한 국제협회를 시기한 이들의 거짓 음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약 유통에 관여하고 있었다는 건…….

‘아무리 봐도 시민들을 위한 행동은 아니지…….’

그럼 그동안 국제협회가 휘말렸던 논란 또한 모두 사실이라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지금의 국제협회는 설립 당시 시민들을 위해 희생하리라 다짐했던 국제협회가 맞는가?

그렇다면 지금의 국제협회는…….

정녕 시민들을 위한 기구가 맞는 건가?

‘시발…….’

이내 알프레도 총리는 녹음기를 꾸욱 움켜쥐었다.

여태까지 자신이 믿어온 것들이 송두리째 부정당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사실이라면 어쩔 수 없지.’

물론 국제협회가 변질됐다는 게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정의라는 뜻은 아니다.

카르마 또한 어떤 어두운 속내를 숨기고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찌 됐든, 지금의 국제협회가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앞만 보고 가야 한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알프레도 총리는 이내 책상에 놓인 전화기를 들었다.

“알프레도입니다.”

「네, 총리님. 무슨 일이신가요.」

“지금 당장 국내 언론이랑 외신들… 모조리 소집하세요.”

「네…?」

그가 침을 꿀꺽 삼키길 한 차례.

“우린 이제부터 국제협회와의 전쟁을 선포할 겁니다.”

그 말을 내뱉었다.

***

“뭐라고…?”

프랑스 파리, 국제 헌터 협회 본부.

웨슬리 사무총장에게 귀를 의심케 하는 보고가 전달됐다.

“지금 시칠리아에서 일 코르포와 구아르디아노가 충돌했다고 합니다. 정황상 보이드 때문인 것 같은데…….”

“아니, 대체 구아르디아노가 어떻게 알고…?”

그의 물음에 수행비서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처음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보이드를 회수할 때, 일 코르포인 척한 것 같습니다. 일 코르포에 빼앗겼다고 생각해서 본거지로 쳐들어갔는데…….”

“거기에 진짜로 거래했던 보이드가 있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수행비서의 대답에 웨슬리 사무총장이 실소를 뱉었다.

이게 대체 무슨 우연인가.

하필 유통책을 바꾸고 보이드를 전달하자마자 구아르디아노에게 들켰다고?

아니, 이게 우연이 맞긴 한 건가?

‘잠깐…….’

그리고 그 순간.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일 코르포인 척, 보이드를 회수했다고요?”

“……네.”

수행비서의 대답에 이윽고 그의 머릿속에서 아귀가 맞춰지기 시작했다.

일부러 일 코르포인 척하고 보이드를 회수한 카르마 코퍼레이션.

그렇게 회수한 보이드를 총리에게 가져다준 것 또한 카르마 코퍼레이션.

그리고 총리를 통해 다시금 우리에게 돌아온 보이드.

‘시발, 설마…!’

전부 계획되어 있었던 건가?!

일부러 보이드를 넘겨줘서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려고?

“빌어먹을! 지금 당장 마틴 지부장에게 연락해서 사무실 수색해보라고…!”

이윽고 웨슬리 사무총장이 자리를 박차며 일어난 그 순간.

“사, 사무총장님…….”

한 직원이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사무실에 들어섰다.

“지금 뉴스에서…….”

차마 끝까지 말하기 두려웠던 건지, 직원은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감한 웨슬리 사무총장은 고개를 치켜들곤 깊은 한숨을 쏟아냈다.

실책이다.

보이드가 너무나도 손쉽게 다시 우리 손에 들어왔을 때부터 의심했어야 했다.

그걸 다시 받아든 순간…… 이미 함정에 빠졌다.

‘김준우…….’

누군 목숨을 잃을 각오로 싸우고 있는 와중에 그놈은 여기까지 생각했단 말인가.

“하, 하하하…!”

웨슬리 사무총장이 난데없이 폭소를 터트렸다.

한참을 웃던 그가 이윽고 중얼거렸다.

“그래… 기어이 전쟁을 하자 이거지…….”

그런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깊은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차라리 잘 됐습니다.”

“……네?”

“괜히 이미지 챙기며 눈치 볼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한 차례 미소 짓길 잠시.

“당장 멕시코 카르텔에 연락해서 가지고 있는 보이드 전량 무료로 풀라고 하세요. 값은 후에 우리가 대신 치러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내 웨슬리 사무총장은 눈빛을 번뜩이며.

“모든 병력 대기 시켜 놓으세요.”

끝내 그 명령을 내뱉었다.

***

- 충격적인 소식입니다. 과거 잠비아 임시 협회와의 불법 무기 거래를 비롯해 홍콩 협회 습격, 로비 의혹 등 여러 차례 구설에 휘말렸던 국제 헌터 협회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다름 아닌, 국제 헌터 협회가 멕시코 카르텔과 손을 잡고 신종 마약인 옥타보이드암페타민의 유통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지부 또한 긴밀하게 관여하고 있음이 드러났으며, 경찰 당국은 이탈리아 지부 외에도 훨씬 더 많은 지부가 연루되어 있을 거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의혹은 인터폴의 수사에도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번만큼은 국제협회를 신뢰하는 전 세계 시민들에게 있어 무척이나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번 의혹과 관련하여 직접적인 증거를 제출하신 알프레도 총리의 성명이 있겠습니다.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자회견.

나는 부상 치료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TV를 통해 확인했다.

그런 내 옆에는 김민주와 한유빈이 함께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지부장과 국제협회 사무총장의 통화 내용이 방송을 통해 그대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보이드 유통.

카르마 코퍼레이션 언급.

그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유럽 전체, 나아가 아시아 전체에 보이드를 유통하겠다는 계획.

그것을 위해 고의로 마피아들에게 정보를 흘렸다는 내용까지.

그 모든 것들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파를 타고 있었다.

“이걸로 국제협회가 대미지를 조금이라도 받았을까요.”

방송을 지켜보던 김민주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뭐… 대미지는 충분히 줬겠지. 나를 잡을 유일한 기회마저 포기했는데, 보이드를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계획이 다 드러나 버렸으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문제는 그다음이겠죠.”

한유빈이 곧바로 그 말을 덧붙였다.

“……맞습니다.”

나는 그녀의 말에 동조했다.

더러운 꼬리가 드러난 이 순간부터, 국제협회는 더 이상 앞뒤 가릴 게 없어졌다.

서로 최대한 직접적인 마찰은 피하면서도 온갖 술수로 견제를 하던 냉전은 이제 끝났다.

지금 이 방송은, 국제협회와의 전면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

“…….”

모두가 알고 있는 건지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고 있던 그때였다.

내 핸드폰이 울렸다.

「방송 보고 있어요?」

다름 아닌 이아영 본부장에게서 온 전화였다.

“예, 지금 보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당신 아이디어입니까? 보이드를 넘겨주는 거로 꼬리를 잡으려고 한 거.”

「……아빠랑 같이했어요. 대통령님도 도와주셨고요.」

그녀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투가 있었다면서요? 이겨도 져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던데…….」

“맞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약점을 잡아보려고…….」

평소답지 않게 자꾸만 말꼬리를 흐린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기가 죽어 있습니까?”

「그야… 이제부턴 진짜 전면전이 됐잖아요. 그냥 당신을 믿고 기다렸으면 이렇게까진 안 됐을 수도 있는데…….」

“하.”

정말이지 평소답지 않은 반응에 나도 모르게 그만 웃음을 흘렸다.

“결과론적으로 생각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 상황에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거고, 당신도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뿐인데.”

「…….」

“그리고 당신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당신이 보이드를 돌려주지 않았다면 전투가 계속됐을 테니까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뭐, 자세히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아무튼,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민낯이 드러난 이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 겁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죠.”

「계획이라도 있어요?」

“일단 지금 당장은 보이드 유통부터 막는 게 급선무입니다. 모든 계획이 까발려졌으니 수사가 들어오기 전에 어떻게든 보이드를 유통하려고 할 테니까요.”

「음? 보이드를 또 유통한다고요? 지금 와서 그게 의미가 있어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물론 초기의 목표는 몰래 보이드를 유통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우리의 발목을 잡을 생각이었겠죠. 하지만 그것 말고도 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중독.”

내가 즉답했다.

“보이드가 유통됨에 따라 중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 그만큼 보이드를 찾는 이가 늘어나겠죠. 나중에는 약을 구하기 위해 모든 걸 내놓을 테고. 그때부터 국제협회는 수백만 명의 충실한 개를 손에 넣는 셈입니다.”

「약을 빌미로 헌터들을 컨트롤 한다는 거예요?」

“헌터 관리 권한이 없어도, 전 세계 헌터를 주무를 수 있는 수단이 생기는 거죠.”

거기서 더 나아가면 헌터뿐만이 아니라, 아예 국가 전체를 주무를 수도 있겠지.

그야말로 지금 상황에서 국제협회의 마지막 보루이자, 칼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국제협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대한 많은 양을, 최대한 빨리 퍼트리려고 할 겁니다.”

「그럼 우리는…….」

“멕시코를 이 잡듯 뒤져야겠죠.”

이아영 본부장은 어째 떨떠름한 반응이었다.

「미안한데요. 나라 하나를 뒤질 만큼의 인원은 없어요. 아직 파견 업무도 몇 개월은 더 지속해야 하고…….」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설마 또 당신이 직접 움직일 건 아니죠? 더 이상 무리하면 진짜 위험…!」

“언제 제가 움직인다고 했습니까?”

「……?」

“아무튼, 인원은 걱정하지 마십쇼.”

나는 여전히 방송 화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는 우리 편이 줄을 설 테니까.”

이내 작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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