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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43화 (24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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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스킬 : 마왕 - 각성]

[각성 스킬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현 시간부로 시전자는 기존의 클래스를 초월합니다.]

[각성 클래스 : 절대 군주]

흘러나오던 검은 기류가 자아를 가진 듯, 한층 조용하고 무겁게 움직였다.

이내 손으로 훑었다.

[장비가 생성되었습니다.]

[마검 : 타르타토스]

[마갑 : 악몽의 베네]

묵직한 감각과 함께 내 고유 장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런 장식도, 화려함도 없는 원초적 형태의 검.

끊임없이 나를 집어삼키려 드는 중갑.

“…….”

완벽하게 전투태세를 갖춘 나는 여전히 시뻘건 기운이 펄펄 끓어오르는 그녀를 응시했다.

그녀 또한 앞뒤 없이 달려들던 조금 전과 다르게, 지금은 거리를 유지한 채 나를 경계했다.

마치 사냥감을 앞에 두고 어디부터 물어뜯을지 고민하는 맹수와도 같은 모습.

이윽고 선택을 내린 듯, 그녀의 입꼬리가 쭉 찢어지는 순간.

쾅―!!

한 번 더 폭발적인 속도로 돌진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나는 곧바로 검을 빗겨 들었다.

캉―.

검신으로 그녀의 주먹을 막아내자, 실로 어마어마한 충격이 온몸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예상보다 훨씬 웃도는 힘에 잠시 주춤하던 그때.

캉, 카강, 캉―!

한유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미친 듯이 공격을 이어 나갔다.

그에 맞춰 나 또한 계속해서 검으로 그녀의 주먹을 막아냈지만…….

‘이래선 끝도 없겠는데.’

초근접 육탄전.

한유빈에게 너무나 유리한 조건인 동시에 내겐 너무나 불편한 거리.

한유빈은 계속해서 파고들며 공격을 연계할 수 있는 반면에,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그리 많지 않다.

그녀는 본인이 유리한 거리를 확보하며 동시에 내 공격 수단을 철저하게 틀어막고 있었다.

‘이성은 잃었어도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군. 이거 약에 취한 거 맞아?’

전투 센스 자체가 본능이라 이건가.

어찌 됐든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하는 건 좋지 않다.

어떻게든 거리를 벌려야겠지.

[타락 : 우리엘]

파앗―.

쉴 틈 없이 공격을 막아내며 스킬을 발동시켰다.

날 감싼 갑옷에서 8쌍의 검은 날개가 돋아났다.

난 곧바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렇게 그녀와의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손을 스윽 들어 올렸다.

파바바바바박―!!

검은 기류가 수백 개의 송곳으로 응축되며 그녀를 향해 날아갔다.

수백 개의 송곳 중 단 하나도 허투루 날린 것이 없다.

모든 송곳을 정확히 그녀를 향해 겨냥했다.

“크흐흐흐…!”

파밧, 팟―!

타다다다닷―!

하지만 한유빈은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기괴한 소리를 흘리며 피하기 시작했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공격을 방어 스킬 하나 없이 동체 시력과 신체 능력 하나만으로.

‘원거리는 다 피하고, 근거리는 불리하고…….’

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인간인가.

광역 스킬을 써야 하나?

아니, 광역 공격은 그만큼 위력이 떨어진다.

그녀는 의식이 있는 한, 아무리 대미지를 받더라도 몇 번이고 달려들 것이다.

한 번에 제압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면 어쭙잖은 상처만 늘릴 뿐이다.

‘쯧…….’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검을 꽉 움켜쥐었다.

슈욱―!

날개를 접으며 지상으로 급강하했다.

다시금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

이윽고 완전히 가까워지는 순간, 들고 있던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지이이잉―.

동시에 한쪽 손에서는 보이지 않게 마력을 응축시켰다.

그녀가 검을 회피하는 순간, 초근거리에서 마력을 터뜨렸다.

푸욱―!

“……이런 미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내 예상과 달리 한유빈은 검을 피하긴커녕 그대로 받았다.

검이 정확히 그녀의 복부를 관통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배에 꽂힌 검을 맨손으로 꾸욱, 움켜쥐었다.

완전히 날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아두고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시발…….”

곧 그녀의 주먹이 내 안면에 직격했다.

―――!!

어마어마한 충격에 뇌까지 흔들렸다.

그리고 채 몸을 추스르기도 전.

쾅―!

쾅, 쾅―!!

뻐억, 뻐억, 뻑―!

광기에 젖은 웃음소리와 함께 미친 듯이 공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해주진 않았다.

파앙―!

날 감싸고 있던 검은 기류가 폭발하며, 한유빈을 저 멀리 떨어뜨렸다.

가까스로 한유빈을 떼어놓을 수 있었다.

“하, 하하하…….”

미소와 함께 소매로 피를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솔직히 어처구니없었지만,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 그녀는 김민주도, 노아도 넘어섰다.

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SSS랭크에 근접했다.

“너무 만만히 봤나 보네…….”

그래.

그러면 이 정도로도 부족하겠지.

“일어나라.”

[소환 : 군단]

끄그그극―.

까각, 까가각―.

내 명령을 받은 마물들이 검은 기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 각성]

[현 시간부로 시전자의 모든 공격이 체내 혈액을 소모합니다.]

물론 그녀 또한 소름 끼치는 웃음과 함께 그 스킬을 시전했다.

승패, 생사.

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눈앞의 적을 처치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

[자살행위]

한유빈이 전력을 드러낸 것이다.

***

에마 대표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요 며칠 자주 대화를 나눴던 멕시코 카르텔.

우노 엠피레의 보스였다.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직원이 보이드를 투약했다고요…?”

「네. 조직원 중 한 명이 휘두른 주사기에 맞았다고 합니다.」

생각도 못 한 상황에 에마 대표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당연히 폭주하고 있습니다. 듣자 하니 전직 작전팀장이었다더군요. 랭크도 꽤나 상위권인 듯하고요. 현재 김준우 대표가 단신으로 막고 있는데…… 아무래도 꽤 벅찬 모양입니다. 그래서 일단은 후퇴하라고 지시해뒀습니다.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말이죠.」

“…….”

에마 대표는 좋은 기회라는 말의 의미가 무슨 뜻인지 잠시 생각했다.

이내 의미를 깨달았는지,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격렬해지면 격렬해질수록 홍보가 된다는 건가요?”

「누군가 죽어준다면 더욱 금상첨화겠죠.」

“그렇군요.”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잘하셨어요. 생각보다 머리를 잘 쓰시는군요.”

「원료도 지원해 주셨는데, 이 정도는 알아서 해야지요.」

핸드폰에서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에마 대표도 그를 따라 작게 웃음을 흘렸다.

“그나저나 직원이라고 하면…….”

「버서커라는 것 같습니다.」

“버서커? 버서커라…….”

에마 대표는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머릿속을 뒤적였다.

전직 작전팀장 출신의 버서커 클래스라면…….

“한유빈…?”

이윽고 그녀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

작전팀장 출신의 버서커라면 그년밖에 없다.

미국 지부, 제이슨 통제팀장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헌터 자격을 정지당한 여자.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실력만큼은 미국 지부 내에서도 최상위권이지 않았던가.

그런 인간이 보이드를 맞고 폭주하고 있다고?

“급한 일이 생각나서 이만 끊어야겠네요.”

「아, 네! 알겠습니다.」

“계속 수고해주세요.”

서둘러 전화를 끊고는, 곧바로 유선전화로 국제협회 본부로 통화를 돌렸다.

그렇게 신호음이 들려오길 잠시.

「무슨 일이야?」

이윽고 웨슬리 사무총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시칠리아에서 한유빈이랑 김준우가 맞붙고 있다는데?”

「……뭐?」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그 둘이 거기서 왜 맞붙어?」

“이탈리아 마피아와 보이드 거래 중에 문제가 생겼다나 봐. 아무튼, 지금 한유빈이 보이드를 맞고 폭주 상태래.”

「허… 별일이 다 있군.」

기가 차다는 듯 중얼거리기도 잠시.

「잠깐…….」

이내 그 또한 같은 생각에 도달한 건지, 사뭇 진지한 목소리를 냈다.

「너 설마… 기회라고 생각하는 거야?」

“왜 아니겠어.”

그녀가 미소를 흘렸다.

“괴물이랑 괴물이 싸우는데, 어느 쪽이 됐건 멀쩡하겠어?”

「그렇긴 하지…….」

“너무 좋은 기회 아니야?”

「……무슨 말인지 알았어.」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었다.

「밸런스팀 전원, 지금 당장 투입해!」

기다리던 명령이 떨어졌다.

***

“뭐, 뭐야…….”

“말도 안 돼…….”

“가, 같은 이능력자 맞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현장에 있던 작전팀 소속의 파트장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넋을 잃은 채 중얼거렸다.

압도적인 실력.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초월한 움직임.

저들을 보고 있자니, 이능력자랍시고 범죄를 저지른 행동이 창피하게만 느껴질 정도였다.

그건 홍두식 팀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가 과소평가했나 보구먼…….’

눈으로 좇기도 힘든 그들의 싸움을 보며 홍 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분명히 엄청난 전투였지만, 너무 시간을 지체했다.

보아하니 김준우는 최대한 한유빈이 다치지 않게 제압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그건 실책이다.

슬슬 한유빈의 몸에 과부하가 올 것이다.

물론 폭주 상태인 만큼,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움직이겠지.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너무도 자명했다.

완전한 괴물.

던전을 탈출한 몬스터와 다름없게 될 것이다.

더 이상은 위험하다.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

한유빈이냐, 아니면 시민이냐.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고유 스킬 : 마왕 - 각성]

[소환 : 군단]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 각성]

[자살행위]

두 사람의 기류가 한 번 더 바뀌었다.

“어야!”

그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홍 팀장은 김준우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김준우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아무런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공허한 눈동자.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깊고 어두운 눈빛에 주춤하기도 잠시.

“내가 했던 말…… 기억하제?”

홍 팀장이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모두 챙기면서 올라갈 순 없어야.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당께. 뭔 말인지 알제?”

“…….”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을 아끼길 잠시.

“홍 팀장님. 선택은 어쭙잖은 놈들이나 하는 겁니다.”

“……뭬?”

그가 예상치 못한 말을 내뱉었다.

“원하는 걸 모두 가질 실력도 없는 어쭙잖은 놈들이나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 겁니다. 하지만 전 여태까지 제가 원하는 걸 모두 손에 넣었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 같습니까?”

홍 팀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가 입을 열었다.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이.

김준우는 그렇게 말을 덧붙였다.

“그, 그기 무슨…….”

그 순간이었다.

쿠구구구―.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들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입니다.”

그 한가운데서 김준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동시에 한유빈 또한 다시금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녀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 기류는 어느새 스파크가 되어 튀어 오르고 있었다.

광기에 사로잡힌 그녀가 땅을 박차는 순간.

“저 나쁜 놈 맞습니다.”

타앗―!

파바바바박―!!

한유빈은 이윽고 수백 마리의 마물 사이를 맨몸으로 돌파하기 시작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 살이 찢기는 소리.

그리고 광기에 사로잡힌 그녀의 웃음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주먹, 발, 머리.

그녀의 모든 공격에선 붉은빛의 번개가 내리쳤다. 동시에 속도와 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마물들은 이내 몸을 던져 그녀를 구속하려 했지만.

파지지직―!!

그마저도 무용지물이었다.

“크흐흐흐…!”

그녀는 혈혈단신으로 악마 군단을 박살 내며 빠르게 전진했다.

모든 마물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이윽고 김준우에게 도달한 그 순간.

한유빈은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내질렀다.

빠각―.

그와 동시에 한유빈의 팔이 바깥쪽으로 완전히 틀어졌다.

“끄아아아악!!!”

귀를 찢는 듯한 비명이 들렸지만, 김준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천천히 검을 치켜들 뿐이었다.

죽일 셈이다.

정말로 그녀를 죽일 생각이다.

바라보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스윽―!

이윽고 완전한 악마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내며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쿨럭…!”

한유빈의 입에서 검붉은 핏덩이가 쏟아졌다.

김준우의 검이 큰 궤적을 그리며 정확히 그녀를 베어 넘긴 것이다.

“…윽, 으윽…….”

이윽고 한참을 고통에 몸부림치던 그녀는 결국.

털썩―.

그대로 힘없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

“…….”

“…….”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설마 진짜 끝을 낼 줄이야…….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는 와중이었지만, 오직 홍 팀장만이 결연한 표정으로 김준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설마 정말로 죽인 거야?”

그때, 난데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뭐, 우리야 할 일이 줄었으니 좋긴 하다만…… 조금 충격이긴 하네.”

수십 명의 헌터들을 대동한 백인의 중년 여성.

PB 코퍼레이션의 대표, 에마가 서 있었다.

“설마하니 그 천하의 김준우가 자기 손으로 부하를 죽일 줄이야.”

이내 그녀는 그 참상을 보며 입이 찢어져라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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