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36화 (236/366)

236

236

국제 헌터 협회 본부.

“사무총장님.”

수행비서가 웨슬리의 집무실로 들어오며 조심스레 말을 전했다.

“인터폴에서 또다시 수사가 들어왔습니다.”

“미스터 지 때문인가.”

“……네.”

웨슬리 사무총장은 예상했던 일이라는 듯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보원.

서울 중부 지역 본부 세관, 세관장.

본인의 연결책 중 하나이자, 카르마 코퍼레이션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둔 인맥.

……이었다. 그런데 그가 꼬리를 밟히는 바람에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파견을 의도적으로 막았다는 뉴스가 각국 언론에 의해 퍼지는 중이었다.

물론 이런 상황을 대비하지 못한 건 아니었으니 크게 상관은 없었다.

“수사 들어오면 팀장급 아무나 골라서 이 서류 가져다 놓으세요.”

“이건…?”

“지령서입니다. 파견을 막으라는 지령서.”

수행비서는 그 말의 뜻을 단번에 이해했다.

모든 일을 아래 직원이 독단으로 진행한 것처럼 덮어씌우라는 거였다.

“대충 원하는 만큼 쥐여 주고 총대 메게 하세요. 뭐… 나중에 딴소리 못 하게 에마 대표한테도 얘기 좀 해놓으시고요.”

“…네.”

“이 정도만 해도 우리한테까지 불똥이 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웨슬리 사무총장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그렇게 빨리 꼬리를 잡았지?’

그는 곧바로 미간을 좁히며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바로 조사를 한다고 해도 다른 곳에 신경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빨리 찾을 수는 없을 텐데…….

‘설령 찾았다고 해도 민간 기업이 세관장을 상대로 협박을 할 수 있을 리가…….’

그리고 그때, 불현듯 머릿속을 스치는 무언가.

그래.

공식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일이라면 비공식적으로 접근하면 되지 않는가.

비공식 인원으로 채워진 비공식 조직으로.

‘김준우…… 재밌는 걸 만들었나 보군.’

이내 웨슬리 사무총장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습니까?”

그때, 수행비서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뭐가 말이죠?”

“아마 저희가 발을 뺀 걸 보고, 확신했을 겁니다.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거.”

“물론 눈치챘겠죠. 그런데 뭐, 상관없습니다.”

“네? 하,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쪽도 준비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말입니까?”

수행비서의 질문에 그가 되물었다.

“전 세계 헌터들에게 우리를 공격하라고 명령이라도 할까요? 그런다고 그놈들이 우리를 공격할까요? 당장 본인들 밥그릇 걱정이나 하는 놈이 대부분인데?”

“…….”

“아니면 이제 와서 새 헌터를 육성해서 병력이라도 만들까요? 한국이 그럴 인구는 되나 모르겠군요.”

웨슬리 사무총장은 볼 것도 없다는 듯 막힘없이 대답을 쏟아냈다.

“당연히 준비는 하겠죠. 하지만 개미들이 아무리 모여 봤자 결국 개미입니다. 약자들은 아무리 모여도 약자예요.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더욱.”

“…….”

“카르마가 우리와 동등한 위치가 되려면, 전 세계 모든 협회를 본인의 편으로 만들어야 할 겁니다. 세계 화합? 인류 역사의 그 위대한 성인들도 실패한 일을 그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김준우는 조금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수행비서의 그 말에 사무총장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직접 만나보고 알았습니다.”

“…네?”

“김준우는 절 못 이깁니다.”

확신에 찬 대답이었다.

하지만 수행비서는 왜 그렇게까지 확신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튼, 헌터들 훈련 들어가세요. 토벌이 아니라, 군사 훈련으로.”

“알겠습니다.”

지령을 받은 수행비서가 사무실을 나서려던 그때였다.

“사, 사무총장님…!”

해외사업팀 소속의 한 직원이 헐레벌떡 사무실로 들어왔다.

“지금 카르마가 각국 협회에서 일괄적으로 신입 헌터를 모집하고 있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예…?”

“하루에 10만 명, 오늘까지 누적 100만 명이 지원했다고 합니다!”

그 순간, 웨슬리 사무총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렇게 많은 미등록 이능력자가 있었습니까…?”

“아뇨! 저희 쪽 데이터로는 언 랭크를 제외해도 헌터 외 이능력자는 채 70만 명이 안 됩니다.”

“…….”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럼 나머지 30만 명의 이능력자는 어디서 나타난 거란 말이지?

그새 이능력이 새로 발현된 건가?

‘그렇다고 해도 타이밍이 너무 적절하지 않나…?’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눈을 굴리길 잠시.

직원이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전했다.

“아무래도 카르마 놈들이 이능석을 이용해서 이능력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그와 동시에 사무총장의 눈이 크게 뜨였다.

***

“안 됩니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이두식 이사의 제안에 조현민 대통령은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즉답했다.

“그, 그러지 마시고 다시 한번 고려를…….”

“고려할 가치도 없습니다. 이능석으로 이능력자를 만들어내자니. 애초에 뱅크 아이템은 2차 가공이 금지되어 있지 않습니까.”

“국제협회는 몇 번이나 가공된 뱅크 아이템을 사용했습니다! 그런 이들을 상대하려면 저희도…!”

“그들이 사용했으니 우리도 사용해도 된다는 건 무슨 논리입니까?”

“……!”

조현민 대통령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봤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단호함이었다.

“이건 엄연히 금지된 일입니다. 그들이 법을 어긴 거지, 우리가 뒤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목적이 다르다고 해도 그들을 따라 하게 되면, 우리가 그들과 다를 게 뭡니까?”

“…….”

이두식 이사는 그 말에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시선을 떨어트린 채 이를 꽉 깨물었다.

그러자 조현민 대통령은 옅은 한숨과 함께 한결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지금이 이성적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

“……김 대표가 목숨을 걸고 확인한 사항입니다. 국제협회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는 대항할 여건도, 힘도 없습니다.”

조현민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진 않았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건 옳지 못한 방법입니다.”

그가 두 손을 모으며 말을 이었다.

“이능석을 이용해서 일반인들을 국제협회에 맞설 이능력자로 만든다는 건, 도의적으로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전쟁을 부추기는 신호탄이 될 겁니다.”

“…….”

“무엇보다 현재 이능력자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발현되어 철저하게 교육을 받은 이들입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범죄를 저지르는 이능력자가 판을 치고 있는데… 하루아침에 이능력을 얻은 일반인들은 어떻겠습니까. 그들을 통제하실 수 있겠습니까?”

맞는 말이다.

너무 맞는 말이라 무어라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이능력은 80%가 12세 이하에 처음 발현된다.

나머지도 20세가 되기 전에 발현되며, 아주 극소수만이 성인이 된 후에 발현되곤 한다.

그렇기에 모든 국가는 이능력이 발현된 아이들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교육한다.

그들이 가진 힘은 인류를 구원할 힘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인류를 위협할 수도 있는 힘이기도 하니까.

힘을 올바른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어린 시절부터 교육하지만, 그런다고 모두가 시민들을 위해 헌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힘이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청부업에 뛰어드는 이가 있는가 하면, 아예 마음먹고 범죄에 가담하는 이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받은 이능력자들도 그렇게 변질되는데, 하물며 일반인들에게 그런 힘을 쥐여 준다면…… 문제가 없을 수가 없겠지.

“그런 고로 이 건은 못 들은 거로 하겠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이두식 이사는 어쩔 수 없이 그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정중히 인사를 올리던 그때.

띠리링―.

누군가의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고.

“…아, 아. 죄송합니다!”

뒤늦게 자신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하성일 본부장이 급하게 전원을 끄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조현민 대통령이 이를 제지했다.

“괜찮습니다. 받으세요.”

“…아, 네. 죄송합니다.”

그는 한 번 더 양해를 구하고 고개를 돌려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예, 하성일입니다.”

“아, 부장님. 예예.”

“……예?”

이내 무슨 이야기를 들은 건지, 그의 눈이 갑자기 동그래졌다.

“화, 확실한 겁니까?”

“…알겠습니다. 확인해보도록 하죠.”

그러곤 꽤나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 모습을 보자 조현민 대통령이 먼저 궁금증이 생긴 듯했다.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아, 그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몰라 뜸을 들이길 잠시.

“지금 각국 협회에서 인원 보충을 위해 신규 헌터를 모집하고 있는데…… 신청자가 100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뭐, 뭐…?!”

“……? 그게 왜 문제입니까?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요?”

경악하는 이두식 이사와 다르게 조현민 대통령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이내 하성일 본부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저희가 가진 데이터로는 토벌 가능한 수준의 스킬을 보유한 이능력자가 100만 명이 안 됩니다. 언 랭크를 제외하고 모두 해봤자 70만 명 정도인데…….”

“……예?”

조현민 대통령은 그제야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원래는 없던 30만 명의 이능력자가 갑자기 생겨났다는 소립니까?”

“네, 네. 그렇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현민 대통령의 시선이 이두식 이사에게 향했다.

그러자 이두식 이사가 곧바로 손을 저었다.

“아, 아닙니다! 설마 저희가 허가도 없이 이능석을 썼겠습니까! 저희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럼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그사이에 타이밍 좋게 30만 명씩이나 새롭게 이능력이 발현된 것도 아닐 텐데.”

“…….”

“…….”

날카로운 목소리에 두 남자는 서로 시선을 회피한 채 입을 닫았다.

그렇게 그대로 생각에 잠기길 잠시.

“아무래도 조사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성일 본부장이 먼저 그 말을 전했다.

“…뭔가 알아내는 즉시 보고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 말을 뒤로하고 두 남자는 곧장 집무실을 나섰다.

***

“데이터에 없던 이능력자들이 갑자기 나타났다고요?”

파리에 위치한 숙소.

쉬고 있는 가운데 하성일 본부장에게서 급한 연락이 도착했다.

「네! 혹시 또 국제협회에서 뭔가 수작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혹시 뭔가 알고 계시는 게 있으십니까?」

“국제협회는 아닐 겁니다.”

「네?」

“그럴 이유가 없어요. 몰래 병력을 모으고 있는 놈들인데, 데이터에 없는 이능력자가 있다면 본인들에게 우선적으로 편성시키겠죠. 작전팀 지원을 하고 있다면, 국제협회가 움직인 건 아닙니다.”

「그럼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혹시… 이능석을 쓴 건 아니죠?”

「아, 아닙니다!」

“그러면 말이 안 되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머리를 굴리길 잠시.

‘……잠깐.’

희미한 기억 하나가 머릿속을 스쳤다.

‘시발, 설마…….’

이윽고 모든 아귀가 맞춰지는 순간.

“정보팀 집합시켜주십시오. 지금 바로 귀국할 테니.”

「네? 아, 알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또 뭐예요?”

하지만 상황을 모르는 한유빈은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물론 설명을 해줄 여유는 없었다.

“가면서 설명해드릴 테니까 일단 짐부터 챙기세요.”

나는 곧바로 캐리어에 짐을 쑤셔 넣으며 말했다.

“지금 당장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거… 늦으면 진짜 X될 수도 있거든.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