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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31화 (23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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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시행한 랭크 심사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탈락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 현재까지 총 15만 명 이상의 헌터가 랭크 해지 처분을 받았으며, 이만한 수의 헌터가 한 번에 일자리를 잃은 것은 토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 이로 인해 각국 협회의 토벌 인원이 갑작스레 부족해진 상황이며, 약소 협회는 당장 토벌이 불가능해진 수준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 이번 사태로 인해 카르마 코퍼레이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갑작스럽게 무리한 심사를 진행한 탓에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의견입니다.

- 한편, 국제 헌터 협회 또한 전 세계 헌터 관리 권한을 가진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어떻게든 책임을 지고 이번 일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성명을 낸 가운데…….

대표이사실.

심각한 얼굴로 뉴스를 보고 있던 그때였다.

“뭐예요?!”

이아영 본부장을 비롯한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모든 간부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예요?! 탈락자가 15만 명을 넘겼다뇨!”

“지금 이사회도 발칵 뒤집혔어요. 각국 협회에서 어떻게든 책임지라고 난리도 아니고, 주가는 뭐 말할 것도 없고.”

“방법이 있는 거예요, 선생님?!”

한유빈과 김민주 또한 한마디씩 보탰다.

팔짱을 낀 채 잠시 대답을 아꼈다.

나 또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아,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냐니까요! 헌터 관리 권한이 우리에게 있는 이상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고요!”

하지만 그런 반응이 퍽 답답했는지, 한유빈 본부장이 기다리다 못해 빽 소리를 질렀다.

“일단… 어떻게든 인원을 보충해야겠죠.”

내가 담담히 입을 열자, 이번엔 이아영 본부장이 고개를 저었다.

“15만 명을 단시일에 채우는 건 불가능해요. 심지어 전 세계 협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일이잖아요. 그걸 모두 메우려면 최소한 1년은 필요해요.”

“무엇보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앞으로 탈락자가 더 발생할 겁니다. 저희 쪽 예상으로는 최소 20만 명에서 30만 명까지는 빠져나갈 거라고…….”

하성일 본부장까지 의견을 보탰다.

그들의 조언에 나는 한숨을 길게 늘어트렸다.

나도 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5만 명에 달하는 헌터가 한 번에 빠져나가면 당연히 토벌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도. 짧은 시간 안에 그만한 인원을 메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그리고 이 모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도.

“일단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네?”

“이번 사태 말입니다…….”

나는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리 봐도 국제협회에서 벌인 일인 것 같습니다.”

“……네?”

“뭐, 뭐라고요?!”

“고작 요 며칠 새에 15만 명이나 탈락할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계속해서 탈락자가 발생하고 있는 걸 보면…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심사에 개입하고 있는 거겠죠.”

“하, 하지만 국제협회가 왜 그런…? 탈락자가 많아져서 토벌에 지장이 생기면 본인들한테도 피해가 갈 텐데요?”

이아영 본부장이 이해할 수 없다며 물었다.

“헌터 관리 권한을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탈락자들은 등록이 해지되니까 더 이상 관리 대상이 아니게 되죠.”

“그럼…?”

“국제협회는 우리 눈을 피해서 본인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이 필요한 겁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적이 이어졌다.

다들 그게 무슨 뜻인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자, 잠깐…!”

얼마 지나지 않아, 한유빈 본부장이 무언가를 눈치챈 듯 입을 열었다.

“설마 그놈들…….”

“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국제협회는 지금,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

“……!”

그 말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그게 무슨…!”

“우리 눈을 피해서 전쟁 병력을 준비하려고 한다는 거예요?!”

“토벌 조직이 전쟁이라뇨! 다 같이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 뭐야!”

“당장 대통령한테 말씀드려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아, 아니, 그것보단 일단 UN에…!”

“다들 진정하시죠.”

패닉에 빠진 듯 주위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난 손을 내저어 그들을 진정시켰다.

“유감스럽게도… 국제협회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든 아니든, 지금으로선 우린 그걸 막을 수가 없습니다.”

“증거가 없다는 거예요?”

“여유가 없다는 겁니다.”

이아영 본부장의 물음에 즉답했다.

“다들 말씀하셨다시피, 이대로 계속 탈락자가 발생하면 전 세계적으로 토벌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니, 이미 그런 것 같군요.”

나는 켜두었던 뉴스를 슬쩍 흘기곤 말을 이었다.

“만약 이번 사태로 인해 각국에 피해가 발생하면, 모두 우리가 책임져야 합니다. 만약 인명 사고라도 난다면…… 걷잡을 수가 없겠죠. 최악의 경우, 국제협회에서 인정받은 토벌권과 헌터 관리권을 다시 빼앗기게 될 수도 있고요.”

그 순간 모두의 얼굴이 바짝 굳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이해한 듯했다.

더 이상 전 세계 토벌 시장에 그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는 뜻.

다시 말해 국제협회에 완전히 잡아먹힌다는 의미였으니까.

“어떻게든 각국 협회가 토벌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파견을 보내든 지원을 해주든 말이죠. 다만 문제는…….”

잠시 뜸을 들이다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국제협회가 그 기간 동안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는 거겠죠.”

“…….”

“…….”

다들 침묵하는 걸 보니, 모두 같은 생각인 모양이었다.

“우리가 인원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다른 쪽으로는 신경 쓰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국제협회는 어떻게든 우리를 내외적으로 견제하려고 들겠죠. 정훈 의원이 그랬던 것처럼.”

“…어렵네요.”

“하, 어쩌다가 이런 일이…….”

이아영 본부장과 김민주가 말끝을 흐렸다.

분명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절망하고 있을 시간 따윈 없었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다간 정말 걷잡을 수 없을 테니까.

“일단 지금은 인원 문제부터 어떻게든 해결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하성일 본부장님?”

“네, 네.”

“지금 탈락자 비율이 10% 이상인 협회와 당장 토벌에 지장이 생길 수 있는 약소 협회 리스트를 만들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김민주는 그 리스트를 토대로 파견 우선순위를 정해서 파견팀 좀 꾸려주고. 이아영 본부장님은 오늘부터 이클립스 풀가동으로 돌려주세요. 인원 부족 협회 상대로 우선 장비라도 공급해줘야 할 것 같으니.”

“알았어요.”

“그리고… 홍두식 팀장님.”

“어야.”

사무실 구석에서 팔짱을 낀 채 침묵을 지키던 그가 처음으로 소리를 냈다.

“저희가 이쪽 일에 뛰어드는 순간부터 국제협회의 견제가 들어올 겁니다. 전국의 연결책들에게 지령을 내릴 텐데, 모두 찾아서 저에게 보고해주세요.”

그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는 뭘 하면 돼요?”

끝까지 호명되지 않은 한유빈 본부장이 슬쩍 손을 들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 다른 말을 먼저 입에 올렸다.

“여러분들 앞에서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지금 이건 무조건 우리가 지는 싸움입니다.”

“…….”

“만약 해결한다고 해도 손해가 어마어마할 거고,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대로 몰락할 겁니다. 하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얻어맞기만 하다가 죽을 순 없죠.”

그 말에 한유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그쪽은 저랑 국제협회로 갈 겁니다.”

“……네, 네?!”

눈을 크게 뜬 채 당황하기도 잠시.

“…알았어요.”

이내 질문은 잠시 접어두겠다는 듯,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내 나는 내 앞에 모인 이들을 향해 한마디를 뱉었다.

“일들 합시다.”

짧았던 평화가 깨진 그 순간,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렇게 각 본부장이 본인의 임무에 돌입한 시각.

그들 못지않게 이사회 또한 비상이 걸렸다.

“지금 이거, 해결할 수 있는 거 맞긴 한 겁니까?!”

“해결한다고 해도 문제에요! 모든 파견과 지원을 무상으로 해야 하는데, 그 손해는 어떻게 메울 생각입니까?!”

긴급 소집된 이사회.

그곳에 자리한 모두가 격양된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가망이 없습니다!”

“지금 회사 재정으로는 채 한 달도 못 버텨요!”

“젠장! 그러게 왜 랭크 심사 같은 걸 해서는…….”

“차라리 이참에 김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하는 게…!”

“하, 시발.”

그 순간, 난데없이 울려 퍼진 욕설.

이사들은 곧바로 한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엔 이두식 이사가 있었다.

“김 대표가 차려놓은 밥상에 아무런 노력도 없이 눌러앉아서 꿀이란 꿀은 다 빠셔놓고, 이제 와서 내치자? 하다못해 말 못 하는 짐승도 그러진 않습니다.”

“이, 이봐. 이 이사!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이성적으로 생각해야지! 이게 다 회사의 미래를 생각해서 하는 소리 아닌가!”

“예예, 어련하실까요.”

이두식 이사가 대놓고 빈정대자, 이사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리곤 결국 참다못한 이사 한 명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소리쳤다.

“빌어먹을, 어디서 배신자 취급이야! 그럼 당신은 김 대표가 이번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하… 하하하하!”

그 질문에 이두식 이사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이내 한참을 웃어대던 그가 말하길.

“언제는 안 그랬습니까?”

“…….”

“…….”

회의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않았다.

“하,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힘들 겁니다.”

“당장 파견 비용만 해도 수십억 원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도 모르고, 설령 어떻게든 해결한다고 해도 그 엄청난 적자를 메울 수가…….”

조용히 있던 이사들 또한 이번에는 이두식 이사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했다.

“본부장들이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건 알지만, 결국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면 다 무용지물입니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이 상황에서 투자자들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거고요.”

“…….”

늘 김준우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냈던 이두식 이사조차도 그 말에는 차마 반박할 수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파견 비용, 지원 비용, 이클립스 가동 비용… 이번 사태에 들어가는 돈만 해도 이미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하지만 모든 책임이 카르마 코퍼레이션에 있는 한, 각국 협회에 비용을 청구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전 세계적인 문제가 터진 마당에 누가 투자를 해주겠는가.

물론 그곳에 있는 이사들 또한 꽤나 쟁쟁한 인맥이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투자를 받아낼 명분이 없었다.

‘빌어먹을…….’

이두식 이사조차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침묵을 지키던 그때.

“카르마가 돈 걱정을 하는 날이 다 오는군.”

한 노년의 남성이 회의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품격과 기품이 느껴지는 목소리.

마치 호랑이를 연상케 하는 강렬한 인상.

“회, 회장님…?!”

“애초에 돈이 필요하면 나를 찾아왔어야지. 내가 도와줌세.”

명불허전. 국내 최대 기업이자 10년 연속 시가총액 500조를 자랑하는 대기업, 한별 그룹의 총수 하덕수 회장이었다.

“마,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일이 잘못돼서 회사가 망하면…….”

“무슨 소리인가. 지금 자네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 줄 알고.”

하덕수 회장이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투자를 시작한 이상, 자네들은 망하고 싶어도 못 망해. 알겠나?”

“…….”

이두식 이사는 그 압도적인 한마디에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현재 카르마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이는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헌터, 기업가, 정치인.

그뿐만 아니라 전국의 부산물 처리시설 기업과 며칠 전 납품 계약을 맺은 세훈 화학까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실세들과 도움을 받았던 이들 모두, 오직 한 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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