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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30화 (23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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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국제 헌터 협회 본부.

웨슬리 사무총장은 집무실 책상 앞에 앉아, 가만히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현재 국제협회는 카르마 코퍼레이션과 전쟁 중이다.

칼과 총으로 싸우는 전쟁이 아닌,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서로가 가진 권력을 마구잡이로 쥐고 흔드는 보이지 않는 전쟁.

이전처럼 서로 직접적인 충돌은 없어졌지만, 그렇기에 더욱 치밀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만큼 어디서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무엇보다 헌터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상 섣불리 건드릴 수도 없고…….’

웨슬리 사무총장은 입맛을 다셨다.

이전처럼 대놓고 그들을 공격했다가 국제협회 지부에 대해서 토벌 파견을 중지해버린다면 본인들만 손해다.

물론 그렇다고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

김준우의 목표가 자신을 끌어내리는 것인 만큼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국제협회를, 그리고 자신을 집어삼키기 위해서.

하지만 신경 쓰이는 건 그뿐만이 아니다.

황동휘 파트장의 사망.

반능석을 가공해서 불사에 가까운 그를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어이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뱅크 아이템을 가공해서 무기로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획득했다는 의미다.

전 세계에 무서운 속도로 세워지고 있는 지부.

높은 충성도의 직원들.

헌터 관리 권한.

이능석과 반능석.

그리고 그것을 가공할 수 있는 기술력.

국제기구라는 타이틀을 두고 본인들과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다.

이제 카르마 코퍼레이션은 단순히 작은 나라의 토벌 기업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니 어떻게든 그들의 성장을 막아야 한다.

막는 게 힘들다면 사건을 일으켜서라도 저지해야 한다.

‘그래서 탐지 시설을 처리하려고 했던 건데…….’

다 된 마당에 정훈 의원이 꼬리를 밟혀 버렸으니 그건 물 건너갔고.

“……현재로선 마땅히 견제할 수단이 없습니다.”

그때,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수행비서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지금은 일단 나중을 대비해서 전력을 모으는 것에 집중하시는 게 어떨까요?”

“나중이라…….”

웨슬리 사무총장이 깊게 한숨을 늘어뜨렸다.

맞는 말이다.

만약 카르마를 막을 수가 없다면 꺼내 들어야 할 최후의 수단.

전쟁.

당연히 준비를 위해선 지금부터 전력을 모을 필요가 있다.

뭐, 사실 중국 협회를 계속 가지고 있으려던 이유 또한 보다 쉽게 인원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는데, 이젠 그마저도 떨어져 나갔으니…….

“전쟁을 대비할 만큼 많은 인원을 어디서 충당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겠군요.”

웨슬리 사무총장의 말에 수행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랭크 시스템에 등록된 헌터는 모두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관리하고 있어서 비밀리에 병력을 모으는 건 불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전 세계에서 랭크 심사가 진행 중이라 눈을 피할 수도 없고요.”

“그렇겠죠.”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길 잠시.

“그럼… 랭크 등록이 해지된 놈들이면 상관없지 않나요?”

이내 그가 명쾌한 해답을 내놓았다.

동시에 수행비서는 그 말의 진짜 의도를 알아차리곤 물었다.

“이미 해지가 된 인원만 모으는 건가요, 아니면…… 필요한 만큼 해지를 시키는 건가요?”

“당연히 후자입니다.”

“예상 인원은 얼마나…….”

“뭐, 넉넉하게.”

웨슬리 사무총장은 머릿속으로 숫자를 두드렸다.

“30만 명쯤?”

생각보다 너무 큰 수에 수행비서는 퍽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30만 명은 너무 많지 않을까요. 국제적으로 토벌에 지장이 생길 것 같은데…….”

“그거야말로 우리가 알 바는 아니죠.”

웨슬리 사무총장이 어깨를 으쓱였다.

“헌터 관리 권한은 카르마 코퍼레이션에 있지 않습니까. 당연히 헌터 인원 부족 또한 그쪽이 책임져야 할 일이겠죠.”

“…….”

웨슬리 사무총장은 미소를 흘렸다.

그래.

이거라면 우리는 우리대로 최후의 수단을 준비하며, 동시에 카르마 코퍼레이션 또한 견제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헌터 인원이 부족하게 되면, 당연히 그 문제를 해결할 책임은 카르마 코퍼레이션에 있다.

하지만 아무리 카르마 코퍼레이션이라고 해도 30만 명이나 되는 공백을 바로 채울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본사 인력이라도 파견하겠지.

“그렇게 되면 당연히 외부적인 일에는 신경을 못 쓰겠죠.”

“……그럼.”

“연결책들, 대기시켜 놓으세요. 조만간 지령을 내려야 할 것 같으니 말이죠.”

“알겠습니다.”

수행비서는 대답하곤 곧바로 등을 돌렸다.

그렇게 집무실을 나서면서 그녀는 내심 사무총장의 책략에 감탄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청소부 출신이 세운 조직을 이렇게까지 견제를 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

“그래서, 어떻게 되고 있어요?”

카르마 본사, 대표이사실.

한유빈이 업무 보고를 마치고는 슬쩍 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교육이요. 강력범죄자들은 아니라고 해도 통제가 잘 되는 놈들은 아닐 텐데…… 어떻게 말은 잘 들어요?”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서열 정리를 잘해놔서.”

“……?”

그녀는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뭣하면 직접 한번 보시겠습니까?”

“…지금요?”

“이번 달 기획도 끝내서 널널하지 않습니까. 뭐, 저도 그놈들한테 전할 말도 있고요.”

뭐,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겠지.

일일이 설명해주기도 귀찮고.

“따라오시죠.”

나는 한유빈을 데리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건물을 빠져나와 근처 거리로 들어서자, 머지않아 ‘봉사’라고 쓰인 형광 조끼를 입은 채 거리를 청소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야, 이건 플라스틱이냐 캔이냐?”

“밑에 보면 모르냐? 플라스틱이잖아.”

“아니 근데 위에는 캔인데…?”

“…아니 뭐 이따구로 만들었어?”

“반으로 쪼개서 버려야 되나?“

“아 씨, 그렇게까지 해야 해?”

“그럼 어떡해. 막 버릴 수는 없잖아.”

“대표님한테 여쭤볼까?”

“…누가 물어볼 건데?”

“…….”

“…….”

그들은 빗자루와 쓰레기봉투를 하나씩 들고 성실하게 길거리를 청소하는 중이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쓸만해지지 않았습니까?”

“…….”

한유빈은 자신이 지금 뭘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 정도면 교육이 아니라 개조인데요?”

“오명진 법무부 장관님도 같은 소리를 하더군요.”

“법무부 장관이 그쪽을 찾아왔어요?”

“예, 뭐… 이번 프로젝트에 꽤나 걱정이 많으셨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저한테 오는 길에 저놈들 청소하는 걸 봤다고 하시더군요. 아무래도 꽤나 충격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

“뭐, 그래도 다들 시답지 않은 전과자들이라 가능한 거지, 눈 돌아간 놈들이었으면 힘들었을 겁니다.”

“……어련하시겠어요.”

한유빈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나는 청소 삼매경에 빠져 있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다들 수고하십니다.”

“…대, 대표님?!”

“아,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나를 발견하자마자 그들이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독기가 그득그득하던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이제야 좀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 주가 교육 마지막 주차입니다. 이번 주가 끝나면 이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갈 겁니다.”

“엥? 벌써 그렇게 됐습니까?”

“오, 할 만하셨나 봅니다.”

“생각보다 재밌었습니다.”

“천직 같더라니까요? 하하하!”

그들이 너스레를 떨며 웃음을 터트렸다.

나 또한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홍두식 팀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아까부터 연락이 안 되던데.”

“아, 아 그게…….”

“티, 팀장님은 지금, 그러니까…….”

갑자기 서로 눈치를 보며 말을 얼버무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설마…….’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던 그 순간.

“그… 쓰레기 버리러 가셨는데,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오신다고…….”

“야, 그거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럼 대표님한테 거짓말해?”

“…….”

……그 인간은 신경 쓸 것도 없군.

아주 만사가 태평하신 사람이네.

“아무튼, 수고하시고. 여기 작업 끝나면 천호동 쪽 던전 청소 작업에 들어가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그렇게 등을 돌리던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번호를 확인하니, 다름 아닌 하성일 해외사업 본부장이었다.

보자마자 불길한 느낌부터 스쳤다.

해외사업 쪽은 그에게 전권을 위임했기에, 업무 보고를 제외하면 그가 내게 직접 연락을 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개인 번호로 연락을 했다는 건… 대개는 문제가 생겼다거나 좋지 않은 일들뿐이었다.

“……예, 김준우입니다.”

나는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대표님! 크, 큰일 났습니다!」

“……하아.”

불길한 느낌이 딱 맞아떨어졌다.

“무슨 일입니까?”

「지금 전 세계 협회에서 랭크 심사 탈락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

그게 무슨 큰일인가.

애초에 그러려고 시작한 심사인데.

「우습게 볼 게 아닙니다. 그 숫자가 15만 명을 넘었습니다!」

“……!!”

15만 명…?

그게 말이 되는 수치인가?

「아무리 봐도 자연스러운 수치는 아닙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탈락자가 발생하고 있고요!」

“그게 대체 무슨…….”

「다른 것보다 각 협회의 토벌에 지장이 생기고 있습니다. 인원 부족은 저희 쪽 책임이라, 일단은 급한 대로 본사 인원을 파견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나는 잠시 대답을 아낀 채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지금 파견 가능한 인원, 최대로 모아보겠습니다.”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또 다른 문제가 있으면 바로 연락해주시고요.”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고는 그대로 우두커니 서 있길 잠시.

“무슨 일이에요?”

“…….”

한유빈이 물었지만, 나는 대답을 아꼈다.

랭크 심사가 시작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15만 명의 탈락자가 발생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부자연스럽다.

이건 누군가 심사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100% 확률로.

‘국제협회…….’

그놈들이겠지.

하지만 왜?

그렇게까지 심사에서 탈락시키는 게 그들한테 무슨 의미가 있다고?

‘…….’

그 어느 때보다도 머리를 굴리길 잠시.

“……교육, 조금 일찍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에 있던 10명의 헌터들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바로 업무 투입 준비하십시오.”

“…예?”

“무,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자세히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나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조만간 뭔가가 크게 터질 것 같군요.”

갑작스럽게 수십만 단위로 등록이 해지된 헌터들.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부족해진 토벌 인원.

헌터 관리 권한의 책임.

이건 아무리 봐도…….

녀석들이 최후의 수단을 준비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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