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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25화 (22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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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방해꾼도 사라졌겠다…….”

공사가 중단된 건물 한구석에서 말없이 몸을 늘어뜨린 황동휘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나와 눈이 마주친 정훈 의원이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겁에 질린 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야기를 계속해보죠.”

“사, 살려…….”

“걱정 마세요. 말씀드렸다시피, 의원님이 원하는 대로 해주려는 거니까.”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대, 대체 뭘 바라는 건가. 미리 말하지만 나는 그냥 국제협회가 시키는 대로 할 뿐이야. 그쪽 정보라면 나도 아는 게…….”

“아뇨. 그들이 의원님에게 부탁하는 일들, 그 자체만으로 저에겐 정보가 됩니다.”

“뭐, 뭐…?”

“이번에도 보시죠. 꽤나 배배 꼬았지만 결국 목적은 우리 쪽 탐지 시설을 없애는 것이지 않았습니까. 그것만으로 지금 그들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었죠.”

“…….”

천천히 말을 이었다.

“국제협회는 지금 꽤 절박한 상황입니다. 수십 년간 준비해온 계획도 물거품 됐고, 거기에 우리는 그들 뒤를 바짝 쫓아가는 중이죠.”

“그래서…….”

“궁지에 몰린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입니다.”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이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쟁.”

“……!”

그런 소리는 듣지 못했다는 듯, 그는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의원님 외에도 국제협회와 손을 잡은 이들이 몇 명이나 더 있을 겁니다. 의원님이 잡혀 들어가면 그들에게 지령이 내려오겠죠. 그럼 또 우린 그들을 찾기 위해 수고를 해야 하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럴 바엔 그냥 의원님이 계속해달라는 소립니다.”

“그, 그럼 날 풀어주겠다는 건가…?”

그 말에 미간을 좁혔다.

“무슨 착각을 하시는 겁니까. 의원님은…… 사람을 죽이셨잖습니까. 아무 잘못도,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을.”

“…….”

“어디서 파렴치하게 도망갈 생각을 하십니까.”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낡은 핸드폰을 던져주었다.

“추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진 조용히 기다리고 계십시오.”

그 말을 뒤로 한 채, 나는 건물을 빠져나왔다.

***

프랑스 파리, 국제 헌터 협회 본부.

“……연락이 안 오는군요.”

묵묵부답인 전화기 앞에서, 웨슬리 사무총장이 답답한 듯 입을 열었다.

그러자 수행비서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혹시, 김준우한테 들킨 게 아닐까요?”

“흐음…….”

아직 연락이 없는 걸 보면 그럴 가능성이 컸다.

만약 김준우가 눈치챘다면 이제 정훈과는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겠지.

‘일 하나는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아쉽게 됐군.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때, 드디어 전화벨이 울렸다.

「사, 사무총장님.」

기다리던 목소리에 웨슬리 사무총장이 반색했다.

“미스터 정! 마침 연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잘 빠져나왔습니까?”

「아뇨. 아무래도 구속은 피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워낙 언론에도 크게 퍼진 사건이라…….」

“그럼 제가 부탁한 일은…?”

「탐지 시설 건은 문제없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제 혐의는 불법 헌터 조직 운영이고, 리조트 사업 건은 입증할 수 없을 겁니다.」

“다행이군요. ”

웨슬리 사무총장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뭐, 구속은 걱정 마세요. 제가 어떻게든 빼 드릴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황동휘 파트장은 어디 있습니까? 그 사람도 연락이 안 되던데.”

「아, 그게…….」

정훈 의원이 말끝을 흐리며 망설이길 잠시.

「주, 죽었습니다.」

“…죽었다고요?”

웨슬리 사무총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대체 누가 그를 죽일 수 있다고?

「기, 김준우가 무슨 수작을 벌인 모양입니다.」

“김준우가요…?”

「네, 네.」

“당신도 그 자리에 같이 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순간 웨슬리 사무총장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러니까… 김준우가 당신을 찾아왔는데, 기껏 황동휘 파트장까지 죽여 놓고 당신을 풀어줬다?”

「……네.」

그 얼토당토않은 대답에 웨슬리 사무총장은 하아, 한숨을 토해냈다.

“미스터 정.”

그리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저한테 숨기는 게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절 속이려는 거면…….”

웨슬리 사무총장은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당신… 죽습니다.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 가족들까지 모두.”

「…….」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리길 한 차례.

「기, 김준우는 저한테 경고하기 위해서 찾아온 거였습니다. 도망갈 생각 말고 죗값을 치르라고……. 그 자리에서 잡지 않은 걸 보면 아직 혐의 입증은 안 된 모양이었습니다.」

“그런가요…….”

「그리고 황동휘 파트장은…… 지난 일에 대한 복수라고…….」

웨슬리 사무총장은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알겠습니다. 일단 상황 지켜보고 다시 연락드리죠.”

「네, 네.」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행비서가 조심스레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뭐…….”

웨슬리 사무총장은 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거짓말인 것 같군요.”

수행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준우가 직접 행차했다는 건 분명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섭니다. 경고나 하자고 찾아갈 놈이 아니죠.”

“그와 거래를 한 걸까요?”

“그렇겠죠. 뭐… 탐지 시설을 이전해줄 테니 앞으로는 본인에게 보고하라고 했다거나.”

뻔하군.

웨슬리 사무총장이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럼, 정훈 의원은 처리해둘까요?”

“아뇨. 그러면 김준우는 또다시 다른 놈을 조사하려 들겠죠. 살려두고 이용하는 편이 우리한텐 더 좋을 겁니다.”

그가 널브러진 서류를 훑었다.

정훈 의원을 비롯한 여러 명의 프로필이 담긴 서류였다.

웨슬리 사무총장은 정훈 의원의 서류를 집어 들곤 부욱 찢었다.

“앞으로 정훈 의원한테는 별개 지령을 내리세요.”

“네?”

“중요한 정보처럼 보이지만, 시간과 돈만 쓰게 만드는 그런 지령 말입니다.”

이내 수행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

작전 개시 나흘째.

- 오늘 오전 7시, 불법 헌터 조직에 연루된 총 152명의 전직 헌터들이 모두 입건되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사건의 종료를 알리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어차피 아는 내용이었기에 귀담아듣지 않고 채널을 돌렸다.

- 비밀리에 불법 헌터 조직을 운영한 정훈 의원이 또다시 입건되었습니다. 미래민주당 소속 정훈 의원은 몇 달 전 한별 그룹 하성태 본부장과의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풀려난 것으로…….

삑―.

- 하지만 경찰 당국은 정훈 의원과 GT건설 사이에 유착 관계가 있었다는 주장은 아직 이렇다 할 증거가 없는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더불어 조 대표 살인사건의 범인은 최종혁 전직 헌터로 밝혀진 가운데, 정훈 의원이 사주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각 채널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 뉴스의 내용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내 텔레비전을 껐다.

지선웅 서장처럼, 이미 정훈 의원의 손이 닿은 인사들이 이곳저곳에 퍼져 있는 상황이다.

그들이 힘을 쓰고 있는 이상, 리조트 사업 건과 정훈 의원을 엮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조 대표를 죽이라고 사주한 것도 입증할 수 없겠지.

처음부터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그래서 그와 거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죗값을 치르게 하기 위해선.

“그나저나… 정훈 의원이 국제협회를 언제까지 속일 수 있을까요?”

그때, 옆에서 같이 뉴스를 보던 이아영 본부장이 넌지시 물었다.

“사무총장도 눈치가 장난이 아닐 텐데, 나중에 들키면 괜히 더 곤란해지는 거 아닐까 몰라.”

그녀의 말에 나는 피식 실소를 뱉었다.

“이미 들켰을 겁니다.”

“……?”

“당연하겠죠. 내가 그를 찾아왔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그냥 풀어줬다는 게 말이 안 되니까요. 분명 저와 거래했다는 걸 눈치챘을 겁니다.”

“그, 그럼 정훈 의원에게 더는 지령을 내리지 않을 텐데요?! 다 무용지물인 거 아녜요?!”

“아뇨.”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령은 계속 내릴 겁니다. 본인들이 눈치챘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서요. 다만… 별 의미 없는 지령이겠죠.”

“…….”

이아영 본부장이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결국, 그게 무슨 소용이냐는 듯한 반응이었다.

“뭐, 그렇게 국제협회의 가호를 받는다고 착각한 채, 의미 없는 지령에 힘을 쏟다 보면…… 결국엔 스스로 파멸할 겁니다.”

“자, 잠깐만요. 그럼 정훈 의원이랑 거래한 게…….”

“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죗값은 치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만 사회가 그를 처벌하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을 써야겠죠.”

“…….”

“아마 그 인간, 몇 달만 지나면 가지고 있던 인맥도, 돈도 모두 탕진한 채 밑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을 겁니다.”

이아영 본부장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럼… 이제 이걸로 다 끝난 거예요?”

“설마요. 아직 여기저기에 국제협회의 지령을 받는 놈들이 남아 있을 겁니다. 그놈들을 모두 찾아서 뿌리를 뽑아야죠.”

“어느 세월에요? 설마 이 짓을 계속하자고요?”

“이제 휴가도 거의 다 끝났는데 어떻게 그러겠습니까.”

나는 뒤통수에 두 팔을 가져다 대며 말을 이었다.

“뭐, 그래서 그쪽 일을 담당해줄 새로운 팀을 꾸려볼까 합니다.”

“토벌도 벅찬데 인원을 어디서 찾을 건데요?”

“봐둔 곳이 있습니다.”

“어디요?”

“뭐, 자세한 건 허가가 나면 말씀드리죠.”

그녀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김이 샜다는 듯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쏘아봤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

지금 이야기했다간 질색을 하며 기를 쓰고 반대할 게 뻔하니까.

“아무튼, 휴가 하루 남았으니까 푹 쉬시고…….”

똑똑―.

그때, 누군가 노크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섰다.

다름 아닌 민유진이었다.

“…….”

“…….”

이아영 본부장은 그녀를 경계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으니 자리 비켜드릴게요. 두 분이서 대화 나누세요.”

“…….”

“전 신경 쓰지 마시고요. 정말로.”

이아영 본부장은 끝까지 쿨한 척 웃으며 사무실을 나섰다.

이윽고 둘만 남게 된 사무실.

“…수고했어.”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덕분에 불법 헌터 조직 건은 완전히 마무리됐어. 정훈 의원도 구속될 거고.”

“아쉽진 않아? GT건설 로비 건이랑 주 대표 살인 청탁 건까진 못 엮었잖아.”

“그거야 어쩔 수 없지 뭐.”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며 피식 웃음을 뱉었다.

“이번 건으로 나도 승진할 것 같아.”

“잘됐네.”

“……고마워.”

나지막한 그 목소리에 나는 잠시 주춤했다.

괜히 불길한 기분이 든 까닭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 저번에 네가 다시 잘해볼 생각 없냐고 물어봤지?”

“…….”

점점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아,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나는 애써 긴장한 기색을 감추며 대답했다.

“그, 그랬지.”

“내가 생각해봤는데…….”

시선을 돌리며 말끝을 흐리길 한 차례.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안 될 것 같아.”

그녀가 웃으며 그 말을 전했다.

동시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쏟아냈다.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가 안 돼.”

“뭐, 그럼 됐어.”

우리는 그렇게 마주 본 채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뭐, 또 도움 필요하면 연락할게. 다음 분기부터는 작전팀 지원해볼 생각이니까 잘 봐주면 더 좋고.”

“…….”

이게 목적이었나?

회귀 전이나 후나 여전히 집요하군.

‘작전팀이라…….’

내가 직접 본 그녀는, 확실히 강했다.

어쭙잖은 E, D급 헌터보다 훨씬 나을 수도 있다.

“아무튼, 난 이만 가볼게.”

그렇게 손을 흔들며 등을 돌렸다.

그 등을 바라보고 있자니, 또다시 회귀 전 리젠 던전 때의 일이 눈앞에 드리웠다.

그래, 저 녀석은 강하다.

하지만 이곳은 그녀보다 수십 배, 수백 배 강한 놈들도 한 번의 실수로 목숨을 잃는 곳이다.

리젠 던전 출현 때 죽어 나간 그 수백 명의 헌터들도 충분히 강한 놈들이었으니까.

그들이 결코 약해서 죽은 게 아닌, 단지 그런 곳일 뿐이다.

A, S랭크조차 허무하게 죽어 나가는 곳.

하지만 나는 그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설득하고 회유하려고 한들, 저 녀석의 고집을 절대 꺾을 수 없다는 걸.

그러니…….

“민유진.”

나는 사무실을 나서던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

그녀가 눈을 끔뻑이며 나를 돌아봤다.

나는 싸늘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너 불합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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