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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21화 (22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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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한 카페.

고배수 반장과 이아영 본부장 그리고 이상우 팀장은 그곳에서 강종구 의원을 만났다.

다시 서울까지 올라가야 하나 싶었지만, 마침 강 의원이 출장 차 포항에 내려와 있던 덕에 수고를 덜 수 있었다.

고배수 반장은 서둘러 강 의원에게 접근해 면담을 요청했고, 실랑이 끝에 3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바쁜 사람 붙잡은 겁니까?”

강종구 의원이 불쾌한 듯 입을 열었다.

그러자 고 반장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잘 알고 계실 것 같은데요.”

“…….”

“리조트 사업 추진 건 말입니다. 이미 입찰 된 땅이 하루아침에 GT건설로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봐도 GT건설이나 의원님이 단독으로 벌일 만한 스케일이 아닌 것 같아서…….”

이내 고 반장의 눈빛이 번뜩였다.

“혹시 의원님에게 손을 보태준 사람이 있습니까?”

“…하하하.”

강종혁 의원이 입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뭐, 제가 누군가와 손을 잡고 이번 일을 추진했다는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그 과정에서 사람이 죽었고요.”

“……주세훈 대표?”

고 반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 의원은 오히려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상하군요. 그 건은 수사가 종료된 거로 알고 있는데?”

“…….”

“재수사 허가는 떨어진 겁니까? 그쪽 서장이 알게 되면 그리 좋아할 것 같진 않은데.”

반협박성 발언에 고배수 반장이 입을 꽉 다물었다.

그리고 그때.

“우린 주 대표님 건이 아니라, 다른 건을 수사하고 있어요.”

동석하고 있던 이아영 본부장이 대신 입을 열었다.

“다른 건…?”

“누군가가 불법 헌터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아서요. 그리고 우린 그 사람이 강종구 의원님이랑도 연관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고요.”

“…….”

찰나의 순간, 그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증거는?”

강 의원은 이내 여유를 되찾으며 입을 열었다.

“그만한 사건에 나를 엮으려는 거면, 당연히 증거는 있겠죠?”

“…….”

고배수 반장이 이아영 본부장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 또한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증거가 있을 리가 없으니까.

꼬리를 잡지 못하게 마구 꼬아놓은 사건이다.

이 한 가지 일에 끌어들인 사람도 한두 명이 아니고.

강 의원이 이번 일과 연관이 있다는 것도 결국 의혹일 뿐,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었다.

“참 나, 증거도 없으면서 그런 악의적인 음모성 발언을 막 내뱉어도 되는 겁니까?”

“…….”

“더 대화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요. 전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결국, 강종구 의원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황급히 카페를 나서려던 그때였다.

“네, 하 본부장님.”

때마침 이아영 본부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다름 아닌, 하성일 본부장에게서 온 전화였다.

이아영 본부장은 서둘러 그곳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돌렸다.

「제 누님이 전략사업부 쪽 사람한테 좀 알아봤는데…… 맞는다고 합니다.」

이윽고 하성일 본부장의 목소리가 카페 전체에 울려 퍼졌다.

「미래민주당 쪽에서 푸시가 들어온 거 말입니다. 애초에 GT건설은 부산 쪽에 추진하려고 했는데…….」

그는 이내 목소리를 더 낮춰 말을 이었다.

「미래민주당 쪽에서 로비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포항에 추진해달라고요.」

“그게 누구죠?”

「…강종구 의원.」

그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이아영 본부장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이미 입찰 된 부지라 안 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 부분은 따로 도와줄 분이 계신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누군지는…….」

“거기부턴 제가 알아볼게요. 수고했어요.”

「넵, 또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 주시고요.」

그렇게 통화를 마치자, 그곳에 있던 모두가 강종구 의원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이미 사색이 되어있었다.

“어떻게, 이 정도면 증거가 될까요?”

“……”

“뭐, 지금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수갑 채울 이유는 될 것 같은데…….”

이아영 본부장이 강 의원에게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이왕 가는 거, 곱게 가는 게 좋지 않겠어요?”

“…나, 나는 모르는 일입니다.”

결국, 궁지에 몰린 강종구 의원이 입을 열었다.

“다 그 사람이 시킨 겁니다! 그냥 도와준다고만 했지, 설마 사람까지 죽일 줄은 몰랐어요! 정말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누구죠?”

“…….”

강 의원이 침을 꿀꺽 삼키길 한 차례.

“미래민주당의 정훈 의원…….”

그 이름을 내뱉었다.

동시에 이아영 본부장의 표정이 굳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을 정리하고 있길 잠시.

“뭐, 자세한 건 서에 가서 말씀하시죠.”

이내 고배수 반장은 강종구 의원 손목에 수갑을 채우며 밖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그 순간.

쾅―!!!

어디선가 날아든 강력한 폭발에 이아영 본부장의 눈앞에서 두 사람이 사라지고 말았다.

***

“뭡니까?!”

포항의 한 대학 병원.

나는 이아영 본부장의 연락을 받고 곧바로 응급실을 찾았고, 초조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폭발 사고라뇨. 대체 무슨…?”

“모르겠어요. 고배수 반장이 강 의원을 연행하려던 순간에 갑자기 폭발이…….”

그녀의 시선이 두 개의 침대로 향했다.

두 남자가 누워 있는 침대에는 온갖 기계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둘 다 의식이 없는 듯했고, 상태가 꽤나 심각해 보였다.

나는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그쪽이 강종구 의원은 어떻게 만난 겁니까?”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나름대로 알아보는 중이었어요. 마침 주 대표 시신이 발견됐고, 이능력을 쓴 정황이 확인돼서 불법 헌터 조직 건으로 관련 인물을 조사해보라고 강력반 반장님을 설득했죠. 그런데…….”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뭐, 그녀 성격에 가만히 있으랬다고 정말 가만히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그녀 나름대로 움직일 것을 예상하긴 했지만…….

‘이 타이밍에 갑자기 폭발 사고라니…….’

그것도 최종혁 외에 유일한 연결고리였던 강종구 의원이.

이걸 과연 우연이라고 봐야 할까?

“그래도 알아내긴 했어요. 강 의원을 도와준 그 의원…….”

“정훈 의원이죠. 알고 있습니다.”

즉답하자 그녀가 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최종혁이 헌터 조직의 지역구 팀장이더군요. 운 좋게 연락이 닿았고, 조금 겁을 주니까 어렵지 않게 이름을 댔습니다.”

“그럼 역시 최종혁이 주 대표님을…….”

“정황상 그렇겠지만, 아직 증거가 없습니다. 애초에 수사가 종료돼서 더 이상 파고들 수도 없고요.”

“아니.”

그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민유진이 입을 열었다.

“이건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어. 어떻게든 범인을 잡지 않으면 피해자가 계속해서 생길 거야.”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라면서? 그럼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서장님을 설득해볼게.”

“힘들 거야.”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야 네 서장님도…….”

그 말을 꺼내는 순간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고 반장 어디 있어?”

풍채 좋은 중년 남성이 응급실로 들어섰다.

민유진과 아는 사이인 듯한 그는, 익숙하게 그녀의 인사를 받고는 곧바로 침대로 향했다.

그렇게 굳은 표정으로 두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던 그는, 이내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돌렸다.

“포항 남부경찰서 지선웅 서장일세.”

나와 이아영을 향해 다가오며 자신을 소개했다.

“서장님…?”

“내가 연락드렸어.”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묻자, 민유진이 대신 대답했다.

이내 지선웅 서장은 나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자네가 김준우 대표인가? 오면서 대충 이야기는 들었네.”

“그렇습니까.”

“그래서… 확실한 건가? 조 대표 사망 건이랑 불법 헌터 조직 운영, 리조트 사업이 전부 연관되어 있다는 거.”

“하나 더 있습니다.”

“뭐…?”

나는 침대에 누워 있는 두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일어난 폭발 사고까지 포함입니다.”

“…….”

그 순간, 지선웅 서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나저나 서장이 직접 행차할 줄이야.

이렇게 되면 굳이 찾아갈 수고는 덜었지만, 수사 재개를 부탁하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정훈 의원. 불법 조직원 중 한 명이 제게 알려준 이름입니다. 그 사람이 모든 사건의 중심이죠. 그런데…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지 않습니까?”

“……!”

“서장님에게 조 대표 건 수사 종료를 명령했던 분과 같은 이름이죠?”

내가 묻자, 그의 얼굴이 바싹 굳었다.

동시에 민유진을 비롯한 강력반 형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향했다.

지선웅 서장은 그곳에 있던 이들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모른 척 잡아뗄 것인지, 아니면 순순히 이실직고할 것인지 고민하는 듯한 표정.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더니.

“서장 자리라는 게, 참 애매해.”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나도 젊었을 적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직접 이 자리에 올라오니 무시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게 생기더군.”

그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

“자네 말이 맞아. 정훈 의원… 그 사람이 수사 종료를 지시했어. 윗줄을 잡고 직통으로 명령을 내려 버리니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네.”

“이해합니다. 출세를 앞두고, 굳이 중요한 인사와 척을 질 이유가 없죠. 다만…….”

나는 그를 향해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

“정훈 의원은 꼭꼭 숨어있던 정체를 들켰으니, 어떻게든 수습하려 할 겁니다. 꼬리를 남겼다간 모든 혐의가 들통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겠지.”

“하지만 우리가 정훈 의원의 혐의를 입증할 방법은 많지 않습니다. 해봤자 최종혁과 강종구 의원을 수사하는 게 전부죠. 하지만 수사가 종료된 판국에 최종혁을 잡는 건 불가능할 테니, 남은 건…….”

“강종구 의원…….”

이아영이 나를 이어 대답했다.

그러자 서장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설마… 강 의원을 죽여서 꼬리를 자르려 했다? 아무리 그래도 현직 국회의원을 그렇게 멋대로…….”

“실제로 어떻게 됐는지 보시죠. 우린 이제 정훈 의원에게 다가갈 연결고리를 모두 잃었습니다. 최종혁은 다시 모습을 감출 테고, 유일한 증인이던 강 의원은 저 꼴이 됐으니까요.”

“그럼 이제 어떻게…….”

“그런데, 정훈 의원이 한 가지 실수한 게 있습니다.”

나는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서장님의 분노를 샀다는 겁니다.”

“……!”

그 순간, 지선웅 서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경찰이 공격받았습니다. 애초에 조 대표 건을 철저하게 수사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죠.”

“…….”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대로 부하의 희생을 발판 삼아 출세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떳떳하게 경찰로서 의무를 다하시겠습니까.”

이걸로 승부수를 던졌다.

나머지는 지선웅 서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

내 말을 무시한다면 욕은 좀 먹겠지만 아마 앞으로 퇴직까지는 보장된 길이 열릴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는 아무런 보상이 없다. 오히려 자존심을 지키다가 퇴직까지 불구덩이를 걸어야 할지도 모르지.

누가 봐도 당연한 선택지였지만, 그럼에도 지 서장은 한참을 고민했다.

“……지금부터 조 대표 사망 건, 살인사건으로 돌린다.”

응급실에 있던 경찰들을 향해 돌아서며 그가 입을 열었다.

“네, 네?”

“그 말씀은…….”

“수사 재개해.”

이윽고 그의 입에서 기다리던 명령이 떨어졌다.

“위 네 가지 건, 한 사건으로 묶고 특본팀 꾸려. 2반은 조 대표 실종 경위부터, 주변 인물 탐문까지 다시 시작해! 3반은 이분들의 증언을 토대로 불법 헌터 조직 추적하고, 정보팀은 GT건설 로비 건 알아봐!”

“네, 네!”

“아, 알겠습니다!”

“지원 아끼지 말고 가능한 모든 인원 투입해. 뭐 하고 있어! 빨리빨리 움직여!”

서장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지선웅 서장은 여전히 응급실에서 발을 떼질 않았다.

표정을 보아하니 아직 나에게 할 말이 남은 듯했다.

“저… 부탁 하나 해도 되겠나.”

아니나 다를까, 나를 바라보며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말씀하십시오.”

“정말 헌터 조직이라면… 우리 애들만으로는 어림도 없을 걸세. 혹시 카르마에서 손을 좀 보태주실 수 있겠나.”

“유감스럽지만, 이건 개인적으로 알아보고 있는 사건이라 공식적으로 작전팀을 투입하는 건 힘듭니다.”

“……그런가.”

그의 고개가 아래로 향했다.

걱정과 불안이 뒤섞인 표정.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대신 휴가 중인 직원들을 한번 알아보죠.”

“……!”

반색하는 서장을 뒤로하고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그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바쁘냐?”

「아뇨. 잘 놀고 계세요?」

“그럼, 아주 재밌어.”

「…….」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너 며칠 휴가 좀 내라.”

「……네?」

“설명은 나중에 해줄 테니까, 지금 당장 포항으로 튀어와.”

「네, 네.」

“아, 그리고 한유빈 씨도 데려오고.”

조금 격해질 것 같으니까.

“그럼 지원군도 생겼겠다…….”

나는 그렇게 전화를 끊으며 말을 이었다.

“모조리 쓸어버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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