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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20화 (22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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뻑, 뻐억―!

먼지가 풀풀 날리는 폐공장 안.

민유진은 대여섯 명의 헌터를 상대로 홀로 전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콰직, 콱―!

뚜두두둑―

“으아아아악!!”

“이, 이 년 대체 무슨 힘이… 끄윽!”

전직 헌터들의 고통 섞인 음성만이 울려 퍼졌다.

크라브 마가, 킥복싱, 주짓수.

온갖 무술을 섭렵한 그녀는 이미 일반인들을 상대로는 괴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인에게나 통하는 말이다.

언 랭크가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한들, 이능력을 지닌 헌터를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 그건 말이 안 된다.

태생부터 순수한 괴물이 아니고서야.

‘……미쳤네.’

민간인이 맞나 싶을 정도의 움직임과 힘.

E, D급 헌터 정도는 가볍게 제칠 수 있을 정도의 전투 센스.

흡사 싸움을 위해서 만들어진 기계와 같았다.

‘괜히 작전팀에 들어간다고 했던 게 아니었네…….’

나는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넋을 놓고 바라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발, 진짜…!”

“너무 성가신데… 어떻게 해?”

“모르겠다, 시발. 그냥 죽여!”

[고유 스킬 : 플레임 샷]

[고유 스킬 : 핑거 피스톨]

피융―!

놈들은 참다못해 스킬을 시전했다. 날카로운 마법 덩어리들이 정확히 민유진을 향해 날아들었다.

“야, 야…!”

서둘러 그녀를 향해 소리쳤지만 이미 피하기엔 늦었다.

결국, 나는 곧바로 땅을 박차며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습득 스킬 : 수프림 미러]

쾅―!!

곧바로 그녀를 껴안으며 온몸으로 막아냈다.

“……너, 너.”

하지만 민유진은 자신이 공격받을 뻔했다는 것보다, 내가 스킬을 썼다는 게 더 충격인 듯했다.

뭐, 그녀의 기억상에는 비능력자였을 테니.

“어, 언제 이능력자가 된 거야?!”

“뭐… 어쩌다 보니.”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설명하려면 하루 밤낮을 새워야 했으니.

뭐, 설명해준다고 믿어줄 리도 없고.

애써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남자들을 향해 돌아섰다.

“지금 민간인을… 그것도 경찰을 상대로 스킬을 쓴 겁니까?”

“시, 시발…….”

“저놈도 헌터였어…?”

“쫄지 마! 쪽수는 우리가 훨씬 더 많아!”

한때 자신들의 수장이었던 나를 알아보지 못한 채 또다시 공격 태세를 갖췄다.

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아주 쳐 돌았지, 그냥.

“이거, 정당방위입니다.”

나는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와 동시에.

[습득 스킬 : 디스트로이어]

쾅―!!

공장의 천장이 박살 날 정도의 강력한 폭발과 함께 그곳에 있던 모두가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머지않아 다시 바닥으로 떨어진 몸뚱이들.

“끄으윽…….”

“으윽, 윽…!”

가까스로 숨만 붙은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놈들에게 다가갔다.

“당신들, 조직 이름이 뭡니까?”

“으윽…….”

친절하게 물었지만,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건지 대답이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지.

뚜둑―.

“끄아아악!!”

“두 번 말하게 하지 마시죠. 당신들, 조직 이름이 뭡니까?”

한 남자의 다리를 발로 짓이기며 다시 한번 물었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건지 남자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이, 이름 따위는 없어!”

“…없다고?”

“그래, 없다고! 이름이 있으면 꼬리를 잡힌다고 처음부터 안 붙였어!”

“그럼 당신들 보스는 누굽니까?”

“그, 그건…!”

또다시 대답이 끊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뚜둑―!

“끄아아아악!!”

반대쪽 다리도 마저 부러뜨리자, 곧바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우, 우리도 몰라!”

“뭐…?”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우린 한 조직이 아니야. 각 지역에 여러 팀으로 나뉘어 있고, 보스는 각 팀장에게 지시를 내려. 우린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거고!”

“그러니까… 보스는 당신들 팀장만 알고 있다?”

“마, 맞아! 우린 아무것도…!”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자세를 낮춰 그와 눈을 맞췄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람을 죽였습니까?”

“…….”

눈을 번뜩이며 묻자, 그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마음 같아선 싹 다 갈아 마셔 버리고 싶은데, 지금 내가 휴가 중이라 봐주는 겁니다.”

나는 그 말과 함께 남자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빼앗으며 말했다.

“전화해서 여기로 오라고 하세요.”

“뭐, 뭐…?”

“당신들 팀장 말입니다.”

그들을 내려다보며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최종혁한테 전화하라고!”

***

정훈 의원과 만남을 끝낸 직후.

최종혁은 자신의 차를 타고 다시금 포항으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이미 어둠이 내려앉은 도로를 가만히 달리고 있자니, 며칠 동안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쳤다.

누군가 퍼트린 그 소문 때문에 작전팀에서 반강제적으로 퇴사를 하고 나선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사람을 만나지도 못하는 건 물론, 대인 기피에 공황까지 겹치며 밖에 나가지도 못한 채 집에 틀어박혀 있길 며칠.

시간이 갈수록 그의 마음속에는 충격보단 김준우에 대한 분노가 쌓여갔다.

그냥 본부 채로 날려버리고 감옥에 갈까, 하루에도 수십 번을 더 상상했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왔다.

다름 아닌 정훈 의원의 보좌관이었다.

그가 말하길, 정 의원이 자신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최종혁 또한 그에 대해선 얼추 알고 있었다.

한별 그룹의 장남, 하성태와 손을 잡았다가 덜미를 잡혀 재판에 넘겨진 국회의원.

그런데 그가 왜 자신을 찾는 건가?

설마 정계에 복귀한 건가?

대체 어떻게?

하지만 정훈 의원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순간, 모든 의문이 풀렸다.

그래.

이 자가 박장목 이사가 말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훈 의원은 자신이 기르고 있는 조직에 들어올 것을 권유했고, 최종혁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김준우에게 복수하기 위해.

직접 찾아가 패고 죽이는 게 아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 손에 무너져 내리도록.

그렇게 다시 한번 자신의 목적을 상기하고 있던 그때였다.

“어, 왜?”

그의 핸드폰으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다름 아닌, 자신이 맡고 있는 울산 지역 팀원 중 한 명이었다.

「티, 팀장님… 무,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뭐…?”

「숙소에 형사가 들이닥쳐서는…….」

그 순간, 누군가 핸드폰을 낚아채는 소리가 들렸다.

「잘 지내셨습니까, 최종혁 씨.」

이윽고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그 목소리.

“대표님…?”

김준우였다.

“대표님이 거긴 어떻게 알고 가셨습니까?”

「다 알면서 뭘 물어봅니까.」

그가 웃음을 흘리길 한 차례.

「최종혁 씨. 당신 위에 있는 사람이 누굽니까?」

“…….”

비수를 꽂는 한마디가 날아들었다.

뭐지?

거기까지 알아낸 거야?

포위망을 좁힐 만한 단서는 없었을 텐데…….

‘무시무시한 새끼……!’

최종혁은 잠시 주춤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무슨 소립니까? 제가 그놈들 수장입니다.”

「거짓말하지 마시죠. 제가 알고 있는 당신은 이렇게까지 일을 벌일 만큼 똑똑하지 않으니.」

“……하하하.”

최종혁은 입만 웃었다.

그리고 그때.

「말로 할 때 부는 게 좋을 겁니다.」

「끄아아아악…!!」

「당신 부하들, 반병신 되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귀를 찢는 비명이 전파를 타고 몇 번씩이나 들려왔다.

“하, 하하하! 대표님, 협박할 거면 그럴싸한 걸로 하셔야죠.”

「…….」

“그놈들은 협상 조건이 되질 않습니다. 어차피 쓰다 버려지는 놈들이니까. 죽이든 말든 마음대로 하시죠.”

「……그렇군요. 그럼 어떤 게 구미가 당길까요.」

이내 김준우가 입에 담은 것은…….

「병원에 있는 당신 동생? 아니면 홀로 지내는 당신 어머니?」

“……!”

최종혁의 가족이었다.

“시발, 너 뭐야. 내 가족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역시, 이건 먹히는군요.」

김준우는 담담하게 대답했고, 최종혁은 이를 빠득 씹었다.

「걱정 마시죠. 가족을 건드릴 생각은 없으니까. 물론, 당신이 순순히 의원님의 이름을 분다면.」

“이런 미친 새끼! 대표라는 인간이 가족을 걸고 협박을 해?!”

「유감스럽게도 제가 지금 휴가 중이라…….」

김준우가 피식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공식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서요.」

“너, 너… 내 가족 건드리면 가만 안 둬. 진짜로 죽여 버릴 거야!”

「그럼 순순히 말씀하시죠. 당신 위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이 개새끼야!!”

최종혁은 핸드폰에 대고 고함을 질러댔다.

덩달아 차가 마구 흔들거렸지만, 그런 것 따위에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그는 선택해야 했다.

정훈 의원과 가족, 둘 중 하나를.

‘시발, 시발…!’

핸드폰이 부서져라 꽈악 쥔 채로 한참을 고민하던 그때.

“정훈…….”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정훈 의원이라고! 우리 위에 있는 사람!”

「그럴 리가…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 중인…….」

김준우는 곧바로 말끝을 흐렸다.

대충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한 모양이었다

「하나만 더 물어보죠.」

그리고 이내, 김준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주세훈 대표…… 당신이 죽였습니까?」

“…….”

그 질문에 최종혁의 눈썹이 꿈틀했다.

설마하니 그것까지 눈치챘을 줄이야.

하지만 최종혁은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대답했다.

“글쎄?”

어차피 증거는 없다.

김준우도 그저 떠보는 것뿐이다.

그러니 굳이 바른대로 대답할 필요는 없다.

“처음 들어보는 사람인데.”

「…뭐, 알겠습니다.」

그러자 김준우는 의외로 순순히 물러났다.

「아무튼,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되도록 제 눈에 띄지 마십쇼. 다음에 만나게 되면 지금처럼 대화로는 안 끝날 것 같으니.」

“엿이나 먹어. 개새끼야.”

최종혁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고는, 곧바로 정훈 의원에게 연락을 취했다.

“의원님, 김준우 대표가 알아차렸습니다.”

「…뭐? 대체 어떻게?」

“그게, 가족으로 협박을 해서…… 죄송합니다.”

핸드폰 너머로 그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됐어. 어차피 자네한테까지 연락이 닿은 걸 보면 이미 어느 정도는 알아냈다는 거니까. 그쯤 되면 자네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불었을 일이야.」

“…죄송합니다.”

거듭 사과를 전했지만, 정훈 의원은 정말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하여간 대단한 놈이야. 본인들이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었을 텐데, 또다시 꼬리를 잡다니.」

“확실히 무서운 놈입니다.”

「뭐, 그래도 걱정할 건 없어. 어차피 날 찾았어도 잡진 못할 테니까.」

“알고 있습니다. 의원님은 표면상으로 그저 강종구 의원을 도와준 것뿐이니.”

「그렇지.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 그런데…….」

그 순간, 정훈 의원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자네는 아니지?」

“……예?”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오길 한 차례.

이내 그가 의미심장한 말을 뱉었다.

「자네는 사람을 죽였잖아.」

“……!”

최종혁은 그게 무슨 뜻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자네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말했겠지만, 어쨌든 결국 말을 한 건 자네잖아. 그 대가는 치러야지.」

“…….”

「선택해. 여기서 끝낼지, 아니면… 끝까지 갈지.」

시발, 결국 이렇게 되는군.

최종혁은 점점 자신의 목이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돌아갈 수는 없었으니까.

“……시키는 대로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정훈 의원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관련 인물, 전부 처리해.」

“…전부 말입니까?”

「그래. 꼬리는 확실하게 잘라야지.」

기어이 그 명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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