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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11화 (21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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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에서 꽤 멀리 떨어진 선술집.

최종혁과 문소연은 함께 술을 마시는 중이었다.

굳이 다른 지역까지 온 이유는 이곳이 유명한 가게인 것도 있었지만, 혹시 모를 직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니까, 원래 스스로 터득해서 배우는 게 가장 빠른 법이거든. 너무 도와주기만 하면 나중에 의지하려고만 하니까.”

최종혁은 정종을 홀짝이며 묻지도 않은 말을 계속 내뱉는 중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더 냉정하게 대한 거지, 악감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야. 다 우리 소연 씨 생각해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 줄 수 있지?”

“물론이죠.”

문소연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반응이 퍽 마음에 드는지 최종혁이 병을 들며 말했다.

“자, 우리 소연 씨도 한 잔 받아.”

어느새 그녀의 호칭은 우리 소연 씨가 되어 있었다.

30대 중반을 넘긴 그가 20대 초반의 여성에게 그런 호칭을 쓴다는 게 무슨 의도인지는 누가 봐도 뻔했지만, 그럼에도 문소연은 싫은 티를 내지 않았다.

최종혁은 그 반응을 제멋대로 해석했다.

“그래서, 소연 씨.”

“네?”

“믿는 구석을 만들고 싶다는 게 무슨 뜻일까? 내가 오해할 수도 있어서 그런데… 좀 더 알아듣기 쉽게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오해할 게 어디 있어요. 당연히 선배님한테 잘 보이고 싶다는 뜻인데.”

“하하하!”

본인이 딱 원하던 대답이었는지, 최종혁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긴, 이번 심사 끝나면 승급도 확정이고. 이 팀장 쫓겨나면 잠깐 동안은 그 자리에 앉을 수도 있으니까.”

“잠깐 동안이요? 어디 다른 곳으로 가세요?”

“아…….”

그 순간 최종혁이 말실수를 했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손을 내저으며 얼버무렸다.

“뭐… 몰라도 돼.”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전 선배님에 대해 더 알고 싶은데.”

“…….”

최종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당연하겠지만 그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꺼낼만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취기 때문일까, 최종혁은 왜인지 조금은 이야기해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큼큼…….”

그렇게 헛기침을 하길 한 차례.

“혹시 박장목 이사라고 알아?”

결국,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아뇨. 처음 들어보는데, 높은 분이세요?”

“본사 내에서도 꽤나 높은 분이지. 아무튼, 어쩌다 보니 국제 협회랑 얘기가 좀 됐거든. 그리고 그 사람이 나한테 일을 맡겼고. 그래서 아마 이번 일 끝나면 국제 협회로 갈 것 같아.”

“우와! 진짜요?! 역시 대단하신 분이었네요!”

문소연이 손뼉을 짝, 치며 크게 반응했다.

그리곤 이내 넌지시 물었다.

“그나저나 이번 일이라면…?”

“그거야 당연히 김민주 그년을…….”

아차.

최종혁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곧바로 문소연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녀는 오히려 눈을 빛내며 감탄했다.

“역시! 이번 일, 선배님이 다 계획하신 거였네요?”

“크흠…… 그, 그렇긴 하지.”

“진짜 대단하세요. 고작 소문을 퍼트리는 것만으로 작전 본부장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가시다니.”

“뭐, 별거 아니야. 원래 겉으로 흠잡을 게 없는 인간들일수록 이런 소문이 잘 먹히거든.”

“무섭진 않으세요? 제가 듣자 하니… 김준우 대표는 한번 물면 끝까지 안 놓는 사람이라던데. 꼬투리가 잡힐 수도 있잖아요.”

“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퍼트렸다는 증거도 없고. 그냥 모른 척 잡아떼기만 하면 되니까.”

“거기까지 다 생각하신 거군요! 진짜 대단하세요.”

“뭐… 다 삶의 지혜지. 하하하!”

쉬지 않고 쏟아지는 칭찬에 멋쩍은 듯, 과장되게 웃었다.

“아무튼, 이제 김민주는 끝이야. 보아하니 주동자를 찾고는 있는 것 같은데, 확실한 증거도 없고. 혹시 몰라서 박장목 이사도 몸을 숨기고 있으니까.”

“그렇군요.”

“뭐, 그건 그렇고…….”

이윽고, 최종혁의 음성이 사뭇 바뀌었다.

동시에 그의 시선이 문소연의 눈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혹시 오늘 일찍 들어가야 해?”

“네, 네?”

“시간 괜찮으면 2차 가자고.”

최종혁의 손이 문소연의 어깨로 향했다.

문소연은 갑작스러운 손길에 화들짝 놀라 곧바로 몸을 뺐지만, 그럴수록 최종혁은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오늘 소연 씨가 먼저 만나자고 한 거 아니야? 믿는 구석 만들고 싶다면서. 그럼 이 정도는 예상했을 거 아니야.”

“아, 그, 그건…….”

문소연은 당황스러운 상황에 계속해서 시선을 피했지만, 그럴수록 최종혁은 더욱 그녀에게 가까이 들러붙었다.

그리고 최종혁이 문소연의 손을 덥석 잡은 순간이었다.

뻐억―!

“끄아악!!”

둔탁한 무언가가 그의 안면을 강타했다.

그와 동시에 입과 코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시, 시발 뭐야!!”

최종혁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고개를 들었고.

“…다, 당신은?”

그곳엔 한유빈 기획 본부장이 살기 어린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건 한유빈뿐만이 아니었다.

“그 손 떼시죠.”

때마침 구석진 자리에서 다가오는 한 남자.

“잘라버리기 전에.”

다름 아닌,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수장.

김준우 대표였다.

***

“대,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최종혁 씨.”

“대표님께서 여긴 어떻게……!”

최종혁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크게 당황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그가 문소연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너, 너 설마…….”

문소연이 화답하듯, 핸드폰을 꺼내 들어선 녹음된 음성을 재생했다.

「역시! 선배님이 다 계획하신 거였네요?」

「크흠…… 그, 그렇긴 하지.」

「진짜 대단하세요. 그냥 소문을 퍼트리는 것만으로 작전 본부장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가시다니.」

「뭐, 별거 아니야. 원래 겉으로 흠잡을 게 없는 인간들일수록 이런 소문이 잘 먹히거든.」

명백한 자신의 음성에 최종혁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너, 너 이 썅….”

“최종혁 씨!”

그 순간, 문소연이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인적성 평가 담당자로서 근무태도, 대인관계, 인성 평가를 비롯한 모든 인적성 항목에서 실격처리 됐음을 통보합니다.”

“……뭐?”

“더불어 조금 전 행동은 명백히 성희롱이고요. 그 건은 따로 고소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하, 하하…….”

넋이 나간 듯 헛웃음을 내뱉는 최종혁.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네가 인적성 평가 담당자라고…?”

“기획본부 소속 청소과장, 문소연. 엄연히 본사 평가 위원회 소속이에요.”

그녀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명함을 꺼내 들었다.

대체 무슨 상황인 건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

마침내 최종혁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죄,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 제가 다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시면…!”

“왜 저한테 사과하십니까?”

나한테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사과하려는 대상을 잘못 찾았다.

최종혁도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는지, 다시금 문소연을 향해 돌아섰다.

“내, 내가 미안해. 아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부디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그건 좀 어려울 것 같네요. 저는 그냥 원칙대로 평가만 하는 사람이라.”

“원하는 건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저, 정규직 전환도 제가 최대한…….”

뭔가 아차 싶었는지, 최종혁이 말끝을 흐렸다.

그제야 제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그녀가 인적성 평가 담당자라는 것은, 정규직이고 나발이고 그가 가진 어떤 것으로도 거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애초에 그녀 쪽이 훨씬 높은 직급이기도 하고.

“하, 하하하…….”

최종혁은 황망한 웃음을 흘렸다.

난 그에게 다가가 눈을 맞췄다. 그러자 곧바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진다.

“대, 대표님! 오해입니다! 제가 말한 건 그런 의미가 아니라…!”

“거 입 좀 다무시죠.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시고,”

옅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긴 한데……. 여기서 끝내면 당신 뒤를 봐주고 있는 사람이 꼬리를 잘라버릴 수도 있겠죠. 그럼 또 우린 헛짓거리를 하는 거고.”

지금 그를 놓치면 잡을 기회는 영영 사라진다.

그러니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박장목 이사까지 엮어야 한다.

“지금 당장 그 인간한테 전화하시죠.”

나는 그에게 핸드폰을 건네주며 말했다.

“사, 사실 다 농담이었습니다! 그냥 대단해 보이고 싶어서 제가 한 척한 거지, 사실은 전혀 아닌…!”

“에휴… 문소연 씨.”

“네.”

“손님들 다 물려주시고, 문 닫으세요.”

잠시 후…….

드르륵―.

그와 동시에.

뻐억―!

한유빈의 주먹이 그의 안면을 강타했다.

“끄으윽…!!”

최종혁이 바닥에 엎어진 채 얼굴을 부여잡고 소리쳤다.

“지,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건…!”

“그 정도인 걸 다행으로 아세요.”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당신 죽여 버린다는 거, 애써 말린 참이니까.”

“…….”

“자, ‘우리’ 최종혁 헌터님의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나는 손가락 두 개를 펼치며 말을 이었다.

“그냥 본인이 다 뒤집어쓰고 퇴출 및 명예훼손으로 법정까지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박장목 이사를 팔고 정상참작을 받으시겠습니까.”

“…….”

“빨리 고르셔야 할 겁니다. 여기 계신 본부장님이 워낙 참을성이 없으셔서.”

난 그렇게 말하며 한유빈을 흘겼다.

진심으로 살기가 느껴지는 그 눈빛에 최종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내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들더니, 버튼을 눌렀다.

“예, 예… 이사님.”

무슨 말을 해야 하냐는 듯, 나를 올려다본다.

미리 핸드폰에 타이핑한 메모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그걸 읽으며 통화를 이어나갔다.

“아, 다름이 아니라…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요.”

“예예.”

“아뇨 그게…….”

“김민주 본부장이… 실종됐답니다.”

***

“실종?”

일본, 도쿄 지부.

최종혁이 전한 갑작스러운 소식에 박장목 이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실종이라니. 뭐 잠수라도 탄 거야?”

「그, 그런 것 같습니다.」

“그게 뭐가 큰일이라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출근하기 뭐하니까 잠잠해질 때까지 어디 짱박혀 있으려나 보지.”

「그,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최종혁의 대답이 끊기길 잠시.

「사무실에서 유서로 보이는 메모가 발견됐답니다.」

“……뭐?”

가히 충격적인 이야기에 박장목 이사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억울하다, 죽고 싶다, 뭐 그런 내용이었다던데… 이미 본사에서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모양입니다. 실종 수색과 함께 이번 일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이런, 시발…….”

박장목 이사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머리를 턱 짚었다.

이건 그냥 스캔들이다.

출처도, 근거도 모르는 그저 형태 없는 소문.

대상이 없으니 고소를 할 수도 없고, 그러니 범인을 잡을 수도 없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런데 경찰이 개입하게 된다면…… 형태 없이 떠도는 소문에서 정확한 인과를 가진 사건이 되어버린다.

「벌써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작전팀 대상으로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는데…. 일단은 모른다고 잡아떼긴 했지만, 내버려 둬도 괜찮겠습니까?」

“시발, 당연히 안 되지.”

박장목 이사는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이다.

그저 인적성 평가로 실격만 시킬 생각이었는데,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이야.

만약 본부장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날엔…… 그땐 정말 큰일 난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들어간다면 본인들의 계획이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겠지.

계획은 고사하고 철창신세를 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건 위험하다.

어떻게든 자신이 먼저 수습해야 한다.

“김준우 대표는? 그놈 반응은 어때.”

「본부장을 찾아다니고 있다는데… 아직 소식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야, 걔 잘못되면 우리 다 X 된다. 경찰 조사 들어가기 전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리가 먼저 찾아야 해.”

「네, 네? 하지만 저희가 무슨 수로…….」

“일단 오늘 새벽 3시까지 저번에 거기로 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박장목 이사는 깊은숨을 토해내며 말을 이었다.

“나도 지금 바로 귀국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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