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204화 (20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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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헌터 협회, ‘중앙 토벌 관리’ 개시]

[격변하는 토벌 시장,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추후 양상은?]

[이제부터 국제 협회 소속 외 조직은 자체 토벌 불가. ‘카르마 코퍼레이션’만 예외]

[베트남, 중앙아프리카, 일본에 이어 중국 협회까지 흡수한 카르마 코퍼레이션. 이제는 전 세계 헌터 관리까지 도맡는다.]

[설립 1년 만에 국제 협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카르마 코퍼레이션, 그들의 향후 목표는?]

[‘국제 토벌 기구’ 자리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공방, 제2의 국제 협회 탄생 가능성 대두]

“…….”

본사, 대표이사실.

귀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그 과하디과한 기사들을 보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뭐, 이런 소스를 풀 만한 놈은 그놈밖에 없지.

구상찬 기자.

‘하여간… 이쪽 일이라면 왜 그리 가만히 있지 못해 안달인 건지.’

이쯤 되면 기자인 건지, 사생팬인 건지 헷갈릴 정도다.

“듣자 하니 저번에 사회부 토벌 파트 팀장으로 승진했답니다. 그 후로 더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니, 아마 며칠은 더 같은 기사를 보셔야 할 겁니다.”

그때 마주하고 있던 하성일 본부장이 미소와 함께 말했다.

“쯧, 가뜩이나 앞뒤 없는 놈인데 자리까지 꿰찼으니 더 미쳐 날뛰겠군요.”

“뭐, 우호적인 기사를 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저희야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우호적인 걸 넘어서 거의 멕이는 수준이니까 하는 소립니다.”

“하하하!”

뭐가 그리 재밌는지 호쾌하게 웃어대길 잠시.

이내 그가 물었다.

“그나저나 홍콩 지부 인수하러 가서 중국 협회까지 끌고 오실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본인들 무덤을 본인들이 팠죠.”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홍콩 봉쇄가 아닌, 적극적으로 작전 지원을 해주었다면 최소한 자국을 지키려고 했다는 명분이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국제 여론도 이렇게까지 악화하진 않았을 테고, 나아가 본인들이 원하던 제3세력을 만들 수도 있었겠지.

본인들의 실수를 덮으려고 했던 게 역으로 본인들의 목을 조여 온 셈이다.

“해외사업은 제 담당인데, 대표님이 이렇게 나서주시니 저야 감사할 따름이죠. 덕분에 요 며칠은 거의 놀고먹었습니다.”

“그럼, 이번 달 월급도 그만큼만 받아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하하하! 농담도.”

……농담 아닌데?

“아무튼, 이번 인수를 계기로 토벌 사업뿐만 아니라, 외교에서도 한국이 우위에 섰다고 합니다. 덕분에 정부에서도 꽤나 좋아라 하고 있고요.”

“손 안 대고 코 풀었으면 우리한테 선물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선물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겠다고 하더군요.”

“…….”

영 시원치 않네.

이왕 줄 거면 돈으로 줄 것이지.

대놓고 심드렁하게 있으니, 하성일 본부장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 연달아 큰 건을 처리하셨으니 당분간은 좀 쉬엄쉬엄하세요. 듣자 하니 몸 상태도 좋지 않으시다면서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댔다.

아직 미국 지부 건에 대한 일도 마무리가 안 된 상황이고 중국 협회까지 인수해버린 탓에, 이래저래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지만…….

이아영과 하성일 본부장이 열심히 해주고 있는 덕에 여유가 좀 생겼다.

뭐, 이럴 때 일하라고 본부장 자리에 앉혀 놓은 거 아닌가.

현장은 내가 처리했으니, 이후는 알아서들 해줘야지.

‘그럼 뭐, 며칠 휴가라도 다녀…….’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여전히 내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던 하성일 본부장과 눈이 마주쳤다.

“……아직 하실 말씀이 남았습니까?”

내가 묻자, 그답지 않게 퍽 데면데면하게 말을 이었다.

“그…… 다른 게 아니라, 이번에 이사회에서 저희가 가진 헌터 관리 권한으로 전 세계 헌터 랭크 시스템을 개편한다고…….”

“아, 들었습니다. 심사 담당자는 정해졌습니까? 꽤 귀찮은 일일 텐데 책임지고 맡아줄 분이면 좋겠군요.”

“그…… 대표님입니다.”

“……?”

“……대표님이 담당자로 정해졌습니다.”

“…….”

“이사회에서 대표님 외엔 없다고…….”

“하, 하하…….”

시발.

장난해?

“분명히 이아영 본부장이 잘 말해주겠다고 했는데…….”

“찍소리도 못했습니다.”

“그 말은… 이아영 씨도 알고 있다는 겁니까?”

“예.”

빌어먹을

도움 되는 놈들이 없네.

‘설마 요새 일을 빡세게 하고 있는 게 미안해서 그런 건가…?’

어쩐지, 생색도 안 내고 묵묵하게 일만 하는 게 이상하더라니…….

‘하아.’

어느 세월에 전 세계 헌터 랭크를 다시 심사한단 말인가. 그 수만 어림잡아 수천만 명인데!

거기다가 심사 항목도 만들고, 실적이랑 경력 평가까지 생각하면…….

끝나면 남은 3년은 다 사라지겠는데?

답답함과 짜증에 절로 한숨이 쏟아지던 그때, 하성일 본부장이 다시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자세한 내용과 일정은 이사회에서 정해지는 대로 내려올 겁니다. 그때까지는 어디 휴가라도 다녀오심이…….”

“어디 제대로 쉴 수나 있겠습니까. 이건 뭐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그가 꽤나 멋쩍은 표정으로 하하, 웃어댔다.

어지간히 눈치가 보이긴 한 모양이었다.

“쯧,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뭐. 일단 전 세계 협회에 공지해두겠습니다.”

뒤통수에 깍지를 끼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

“카르마 코퍼레이션에서 조만간 헌터 랭크 시스템을 개편할 거라고 합니다.”

국제 헌터 협회 본부.

웨슬리 사무총장의 수행비서가 방금 들어온 보고를 전달했다.

“벌써부터 전 세계 협회에 공지가 내려왔다고…….”

“랭크 개편?”

“네. 아마 등급 기준부터 심사까지 전부 다시 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군요.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동안 세계 랭커들을 저희 쪽 헌터들로만 올려놓지 않았습니까. 그걸 최대한 분산시켜서 견제하려는 게 아닐까 합니다.”

“흐음…….”

웨슬리 사무총장이 펜대를 굴렸다.

단지 그런 이유로 이런 귀찮은 일을 진행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뭐든 간에 우리한테 좋은 건 아니겠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자니, 수행비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번 홍콩 사태를 빌미로 카르마에서 중국 협회를 공식 인수했다고 하는데, 괜찮은 걸까요?”

“괜찮을 리가 없죠. 중국 협회는 우리한테도 꽤나 필요한 곳이었으니.”

그가 쯧, 혀를 차며 대답했다.

아닌 게 아니라 애초에 중국 협회와 접촉한 이유가 그들을 국제 협회에 붙들어두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그들의 압도적인 병력을 이용하여 카르마 코퍼레이션을 견제할 심산이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해서 그들을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그들은 현재 너무 많은 것을 가졌고,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존재하는 한 국제 협회가, 또 본인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그렇기에 전쟁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고, 이를 위해 중국 협회는 필수적으로 손에 넣어야 하는 곳이었다.

‘설마하니 우리를 향해서 이빨을 드러낼 줄이야…….’

본보기를 보여주려던 게 실수였나, 그런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이제 와선 늦은 후회였다.

어쨌든 한 번 이빨을 드러낸 놈들을 계속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퇴출을 시키긴 했다만. 아니나 다를까, 김준우 그놈이 곧바로 홀랑 집어 삼켜버렸다.

헌터 관리 권한에 이능석과 반능석.

그리고 중국 협회까지 손에 넣은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너무나 명백했다.

“본격적으로 우리를 집어삼키려 하겠군요.”

“…….”

그 무거운 목소리에 수행비서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그놈들이 에덴을 찾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텐데…….”

“저… 그 건과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는데…….”

이내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던 끝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미국 지부 사건 때부터 지금까지 특별한 이능파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에덴을 처리했다면 그에 준하는 이능파가 감지되어야 했을 거라는 게, 뱅크 아이템 관리팀의 소견입니다.”

“그러니까, 그놈들이 아직 에덴을 처리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발견 당시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이능파도 감지하지 못했다는 건…….”

그녀는 끊임없이 사무총장의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발견했다는 게 거짓일 가능성도 있다는…….”

“…….”

차마 끝까지 말을 할 수가 없었기에, 대충 말끝을 흐리며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웨슬리 사무총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습니까…….”

화를 내지도, 그렇다고 충격을 받은 것도 아닌 퍽 담담한 모습.

“뭐,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만에 하나를 위해 협상에 응한 것뿐이지,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결과는 같았을 겁니다.”

“그, 그런가요.”

“중요한 건…… 어쨌든 지금 에덴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게 확실해졌다는 거겠죠.”

이내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러니 이젠 슬슬 우리 걸 되찾을 준비를 해봅시다.”

***

전 세계 협회에 공지를 내린 지 한 달이 지난 시각.

드디어 랭크 시스템 개편, 첫 심사 날이 되었다.

당연히 전 세계의 헌터들을 동시에 심사, 등급 분류를 진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일단 한국에서 먼저 심사를 진행하고, 이를 발판삼아 점차 해외로 범위를 넓혀가기로 했다.

그렇게 첫 심사 대상은, 서울 본부 소속 작전팀으로 결정되었다.

“벌써부터 기가 빨리는군요.”

오랜만에 방문한 서울 본부, 작전 세미나실.

과거 청소팀과 작전팀의 공동 작전 브리핑 때의 기억이 스쳤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그러면 어떡해요.”

단상에 오르기 전, 이아영 본부장은 내 매무새를 점검해주었다.

그리곤 이내 넥타이를 다듬어주곤 말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나중에 문제없는 거 알죠?”

“알고는 있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그럼 잘하고 오세요.”

나는 떠밀리듯 단상에 올랐다.

그와 동시에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 본부의 모든 작전팀.

“다들 바쁘실 테니, 본론만 이야기하겠습니다.”

한 차례 호흡 후 마이크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앞서 공지해드렸듯이, 랭크 심사는 앞으로 일주일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랭크는 기존처럼 E부터 A까지 받으실 수 있으며, S랭크 이상은 개별 심사를 통해 부여될 예정입니다.”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라는 듯 별다른 말이 없었다.

“1차로 필기시험을 통해 토벌 및 현장 파악 능력을 심사할 것이고. 2차 실기를 통해 스킬 및 포지션과 클래스를 심사할 것입니다. 그 외 추가적으로 실적과 경력 평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심사를 진행할 것입니다.”

진행 자체는 기존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이제부터였다.

“다만, 이번부터는 심사 기준에 한 가지 항목이 더 추가되었습니다.”

이두식 이사가 신신당부한 평가 항목.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인적성 평가입니다.”

“……인적성?”

“입사할 때 다 받은 거잖아.”

“그게 랭크 심사랑 무슨 상관이래?”

저들끼리 무어라 한마디씩 내뱉었다.

나는 그들을 정숙시키기 위해 헛기침을 하곤 다시 말을 이었다.

“인적성 평가에서 기준치를 통과하지 못하신 분들은 다른 심사 점수와 상관없이 무조건 실격처리 되는 점, 유의해주십시오. 여기서 실격이라 함은…….”

헌터들을 슥 훑으며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헌터 자격을 영구 박탈한다는 뜻입니다.”

“……뭐, 뭐?”

“자, 잠시만요!”

“자격 박탈이라뇨! 그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 세미나실.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번 랭크 시스템 개편은 국제 협회를 견제하는 것 외에도 중요한 목적이 있으니까.

바로, 자격 미달의 헌터들을 모조리 솎아내는 것.

지금까지 국제 협회가 본인들에게만 유리하게 맞춰놓은 기존 시스템을 재정립하기 위한 첫 단추다.

“뭐,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인적성 검사는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평가일 뿐이니까요. 여태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내온 분들에게는 그다지 의미가 없는 항목일 겁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재빨리 헌터들의 반응을 살폈다.

대부분은 그 말에 안도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

“…….”

몇 명은 그러지 못했다.

대놓고 켕기는 것이 있다는 걸 홍보하듯, 꽤나 불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몇몇.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부터 랭크 심사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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