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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형 몬스터.
레드 등급 던전에서만 출현하는 보스이자,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단 30건만 보고된 희귀 몬스터.
아직까지 해당 타입에 대해선 자세한 정보도, 공략도 존재하지 않는다.
밝혀진 것이라곤 어마어마한 마력 저항력 때문에 애초에 마법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뿐.
게다가 ‘신성력’이라 불리는 특수한 힘을 지니고 있어, 사각과 약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다시 말해 원거리 공격은 무용지물이고, 근접 물리 공격 또한 절대 함부로 파고들어선 안 된다.
다만 문제는…….
“후우…….”
[고유 스킬 : 천수관음 - 각성]
[육관음중사(六觀音中四)]
[제4격 - 십일면관음(十一面觀音)]
“크으윽…!”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 각성]
[자살 행위]
“크하하하!!”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생존 - 제1법칙]
[무관용]
파앙―!
“자, 잠깐…!”
선두에 선 놈들이 죄다 앞뒤 없이 파고드는 미친놈들이라는 거다.
내가 다급하게 말렸음에도 김민주와 한유빈 그리고 노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즈라일을 향해 달려들었다.
스스스스―.
그와 동시에 아즈라일의 날개가 활짝 펼쳐지며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이럴 줄 알았어…!”
[고유스킬 : 마왕 - 독재자]
[시전자의 상념에 따라 일회용 스킬을 제작합니다.]
[스킬 제작 중.]
[스킬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블랙 커튼]
사아아악―!
내 몸에서 흘러나온 검은 기류가 곧바로 세 명을 감쌌다.
쾅―!!!!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아즈라일이 내뿜는 신성력을 모두 흡수할 수는 없었다.
“윽…!”
“크악…!!”
결국, 세 명 모두 커다란 충격에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들은 그렇게 한참 동안 바닥을 구른 후에야 힘겹게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러게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미쳤다고 천사형 몬스터를 상대로 무턱대고 달려듭니까?”
“하, 하지만…….”
“우린 모두 근접 포지션이잖아요. 이거 말고 방법이 있어요?”
“에휴…….”
나는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으로는 본인들 목이 먼저 떨어져 나간다는 걸 모르고 있다.
‘하긴 뭐… 이야기만 들었지, 직접 경험해본 적은 없었을 테니.’
만나면 반드시 사상자가 나오는 보스 몬스터.
그 어떤 던전보다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며, 때문에 헌터들 사이에서 가장 기피하는 타입의 몬스터다.
‘나도 회귀 전엔 천사형 몬스터는 딱 한 번 만나봤는데…….’
악명 높았던 부산 토벌 작전.
당시 서울 본부 다음으로 뛰어난 전력을 보유했던 부산 지부였지만, 천사형 몬스터 하나에 2개 작전팀이 전멸하는 일이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부산 지부장은 곧장 서울 본부로 지원을 요청했고, 나를 포함한 수십 명의 정예 헌터들이 곧바로 파견됐지만…….
그중 살아남은 이는 단 9명.
그 사건 이후로 헌터들은 물론, 협회 또한 천사형 몬스터에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다.
개중 몇 명은 다시금 천사형 몬스터가 출현하면 은퇴하겠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우린 지금, 그 악명 높은 몬스터와 마주하고 있다.
당연히 막무가내로 돌격한다고 어찌해볼 수 있는 놈이 아니다.
아니, 애초에 천사형 몬스터는 토벌 대상이 아니다.
“저건 일반적인 몬스터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어디까지나 차원 너머의 초월적인 존재니까.”
“네, 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날개.”
한유빈의 물음에 내가 즉답했다.
“날개를 노려야 합니다. 8쌍의 날개를 모두 잃으면 알아서 차원 너머로 돌아갑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아즈라일을 향해 시선을 옮기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날개가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점점 흉포해질 겁니다. 대략적인 수치로는 한 쌍을 잃을 때마다 2배씩 강력해진다고 보면 됩니다.”
“…….”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명의 시선 또한 아즈라일로 향했다.
아직까진 그저 고고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지만…….
날개를 잃은 녀석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하면, 나조차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다.
“어려울 겁니다. 다들 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하죠.”
“설마 우리가 이제 와서 뺄 거 같아요?”
“근데 왜 아까부터 네가 리더인 척하고 있는 거지?”
“…….”
됐다, 시발.
이 녀석들이 생각하고 대답해주길 바란 내가 잘못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김민주랑 내가 왼쪽 날개를 맡겠습니다. 유빈 씨랑 노아 씨는 오른쪽 날개를 맡아주십시오.”
“잠깐, 아까는 무턱대고 돌격하지 말라면서? 그럼 날개는 어떻게 공격하라는 건데.”
“그 부분은 길드원분들이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노아가 데려온 그의 길드원들을 바라봤다.
“어차피 원거리 공격은 안 통합니다. 그저 1초라도 아즈라일의 움직임을 늦춘다고 생각해주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길드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해보죠.”
그렇게 다시금 공격태세를 갖춘 그 순간.
파앗―!
약속이라도 한 듯, 네 명이 동시에 아즈라일에게 달려들었다.
“고, 공격!!”
“계속 쏟아부어!!”
“우린 저 네 명이 파고들 수 있게만 한다!”
[고유 스킬 : 세틀라이트 스피어]
[고유 스킬 : 블리자드라이즈]
[고유 스킬 : 소환 - 헬 하운드]
쾅, 콰과광―!!
그에 맞춰 길드원들이 스킬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즈라일은 귀찮은 파리떼를 치우듯 그저 손을 휘저었고, 그 손짓 한 번에 모든 스킬들이 소멸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딱 1초.
우리가 달려드는 순간, 아즈라일은 다시금 신성력을 방출하려 했지만, 그 한 번의 손짓 덕에 딱 1초의 타이밍이 생겨났다.
그리고 김민주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후읍!”
[고유 스킬 : 천수관음 - 각성]
[육관음중일(六觀音中一)]
[제1격 - 성관음(聖觀音)]
슥―!
엄청난 속도로 아즈라일의 어깨에 검을 찔러 넣었다.
그 공격 덕에 순간적으로 무방비해지며, 아즈라일의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선생님!”
[고유스킬 : 마왕 - 독재자]
[시전자의 상념에 따라 스킬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제작 스킬 : 포식자]
콰직―!
내 오른손이 거대한 용의 머리로 변하며, 아즈라일의 가장 첫 번째 날개를 으득 씹어 삼켰다.
카아아아아아―!
귀를 찢어발기는 듯한 아즈라일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제부터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
김민주와 김준우의 협공에 날개 하나를 잃어버린 직후, 노아는 조금 전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기류를 느꼈다.
가만히 서서 그저 방어만 하던 조금 전과는 다르게, 이젠 명백한 적대감을 뿜어대고 있었으니.
‘이제 시작이라 이건가…….’
노아는 아즈라일이 뿜어대는 신성력을 회피하며 옆 팀을 슬쩍 흘겼다.
쾅, 콰광―!
스슥, 사사사삭―!
김준우와 김민주 사이에는 단 한마디도 오가지 않았다.
언제, 어떻게, 누가 공격을 하고 방어를 할지 그 어떤 상의도 없이 전부 감으로 움직이고 있다.
‘어이가 없네…….’
한 치의 어긋남 없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호흡.
서로를 완전히 믿어야만 가능한 움직임.
본인을 기백만으로 눌러버렸던 김준우는 그렇다 쳐도, 저런 인간과 합을 맞추고 있는 저 여자는 대체 뭔가.
아무리 봐도 한국에 박혀 있을 녀석은 아닌데.
‘하여간 괴물 같은 놈들만 모아놨군…….’
그 모습을 보자, 노아 또한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세계 랭킹 1위 체면이 있지, 저놈들한테 질 수 없다.
저놈들보다 먼저 뜯어내 주마.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생존 - 제1법칙]
[무관용]
파앗―!
그렇게 주먹을 꽉 움켜쥐고 날개를 향해 달려드는 순간이었다.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뻐억―!
“으윽!”
“끅…!!”
옆에서 동시에 달려들던 한유빈과 충돌했다.
“뭐 하는 거야, 이 머저리가!”
실로 어마어마한 충격이 온몸에 전해졌고, 노아는 머리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물론 한유빈 또한 가만히 있진 않았다.
“이 미친놈이 누구한테 큰소리야! 내가 먼저 공격했는데!”
“뭔 개소리야! 당연히 내가 공격해야지! 랭킹 10위권도 안 되면 닥치고 보조나 해!”
“뭔 개소리야! 토벌을 랭크로 하냐?! 가디언 클래스면 앞에서 얌전히 방어나……!”
목숨이 오가는 그곳에서 잠시 본분을 잊고 실랑이를 벌이던 그때였다.
사아아아아―!
아즈라일의 흉포한 눈빛이 그들을 관통했다.
“이런 시발…!”
“피, 피해…!”
콰과과광―!!!
어마어마한 위력의 광선이 그들에게 직격했다.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지만, 만약 스치기라도 했다면 팔 하나 정도는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빌어먹을, 조합이 안 좋아…….’
노아가 이를 으득 씹었다.
본인의 전투 방식은, 가디언 클래스 특유의 강력한 방어력을 기반으로 끈질기게 공격을 이어가는 거다.
하지만 천사형 몬스터를 상대로는 공격을 이어가기는커녕, 계속 붙어 있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상성이 좋지 않다.
여기선 끈질긴 공격보다,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
미련하게 힘에만 몰빵한 순수 공격 포지션의 한 방이.
“야… 아무래도 네가 공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결국, 노아는 한유빈을 향해 말했다.
“참 나, 처음부터 그럴 것이지.”
“…보면 볼수록 마음에 안 드네.”
그렇게 중얼거리기도 잠시.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생존 - 제5법칙]
[강행돌파]
파앗―!
노아는 다시 한번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지이이잉―.
동시에 아즈라일이 그를 향해 입을 크게 벌렸고, 그곳으로 밝은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빛이 노아를 향해 날아드는 순간.
[생존 - 제6법칙]
[우두머리]
콰과과광―!!
“크으윽…!!”
노아는 피하지 않고 그 빛 덩어리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그 모습을 본 한유빈은 속으로 생각했다.
‘뭐야 저 미친놈은…….’
물론 감탄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뭐 하고 있어! 움직여!!”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 스테이터스 해제]
[모든 스테이터스가 근력으로 전환됩니다.]
[근력 : 18,955 (9,107↑)]
[체력 : 1 (2,289↓)]
[민첩 : 1 (5,799↓)]
[마력 : 1 (1,019↓)]
노아가 아즈라일의 공격을 막고 있는 그 틈을 타, 한유빈은 날개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콰직―!
그리고 순백의 거대한 날개를 입으로 물어뜯었다.
카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아즈라일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한유빈은 그 충격에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퉷!”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핏덩이를 뱉으며 몸을 일으킨다. 소매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노아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뭐야, 저 미친년은…….’
어쨌든 이쪽도 한 방 먹였다.
“뭘 봐?”
“…됐다. 집중이나 해.”
다시금 자세를 고쳐잡는 둘.
다행히 그것을 시작으로 점점 호흡이 맞아가기 시작했다.
콰직, 콱―!
뻐억―!
이내 보스 방에는 살갗이 뜯기는 소리와 네 명의 거친 숨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1초라도 집중이 흐트러진다면 그대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
네 명의 헌터들은 그렇게 호흡을 맞춰갔다.
몇 시간의 사투 끝에 8쌍의 날개 중 단 한 쌍만이 남게 되었다.
사아아아아―.
아즈라일이 내뿜던 신성력이 점점 응축되더니, 이내 성스러운 빛을 머금은 갑옷과 거대한 검이 나타났다.
“눈 깜빡이지 마십쇼.”
김준우가 말했다.
“깜빡이는 순간 죽을지도 모르니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즈라일이 거대한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스윽―!
콰과과과과광―!!!
“크으윽…!”
“크헉!!”
“으아아악!!”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던전에 있던 인원 중 반이 날아갔다.
완전히 전투태세에 들어선 아즈라일.
감히 쳐다보는 것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그 압도적인 힘에, 노아의 머릿속에선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스쳤다.
이길 수 없다.
저건 무슨 일이 있어도 이길 수 없다.
“……안 되겠군요.”
김준우 또한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남아있는 길드원들 데리고 뒤로 빠져 있으십시오.”
“뭐, 뭐…?”
“선생님?! 대체 무슨…!”
“설마 혼자 상대하려는 건 아니죠?! 다 같이 공격하면 어떻게든…!”
“불가능합니다.”
김준우는 천천히 호흡하며 몸을 일으켰다.
“애초에 준비도 없이 천사형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부터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 그런…….”
“이제부턴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다들 최대한 몸을 피하십시오.”
진지함을 넘어 강경함이 느껴지는 눈빛.
지금껏 본 적 없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만약 이후에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 김준우가 낮은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맞서지 말고 도망치십시오.”
“…….”
“…….”
모두가 침묵했다.
지금으로선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고유 스킬 : 마왕 - 각성]
이내 검은 기류가 그를 휘감았다.
[장비가 생성되었습니다.]
[마검 : 타르타토스]
[마갑 : 악몽의 베네]
김준우의 모습이 인간의 형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검은 무기와 갑옷 그리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릿저릿한 기백.
그야말로 마왕, 그 자체의 형상이었다.
“일어나라.”
깊고 낮은 음성.
[군단]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류가 땅에 닿는 순간.
끄그그극―.
까각, 까가각―.
기괴한 뼈 소리와 함께 수백 마리의 마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검을 든 천사와 마검을 든 마왕.
두 초월적인 존재가 마주하는 순간.
스윽―.
이윽고 김준우가 검을 치켜들었다.
───!!
어둠과 빛이 충돌했다.
얼마큼 시간이 지났을까.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눈을 뜬 노아는, 자신이 잠시 정신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으윽…!”
“무, 무슨 일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김민주와 한유빈 그리고 남아있는 길드원들 또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리곤 서둘러 던전을 둘러보는 이들.
하지만 그곳엔 깃털 몇 개가 남아있을 뿐, 아즈라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등을 돌린 채 우두커니 서 있는 김준우만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나랑 싸웠을 때도 전력이 아니었나…?”
“역시…….”
“참 나, 보면 볼수록 어이가 없다니까.”
안도와 경외.
모두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선생님, 수고했…….”
김민주가 김준우에게 다가간 그 순간.
그들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그그그그―.
김준우의 모습이 이전으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서, 선생님…?”
“이, 이봐! 괜찮은 거야?!”
그 순간, 김준우의 검고 깊은 눈동자가 그들에게 향했다.
그제야 모두는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맞서지 말고 도망가라는 말의 뜻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