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98화 (198/366)

198

198

홍콩 지부, 중앙 작전통제실.

“1팀은 탈출 몬스터 저지에만 집중해. 던전 진입은 2팀에 맡기고.”

「네!」

“2팀은 먼저 출현한 던전부터 차례로 토벌 진행하세요. 던전 정보는 전송해 놨으니 확인하고요.”

「알았어요.」

1팀의 김민주, 2팀의 한유빈이 퍽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 인원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무리하지 말고 이상 있으면 바로 이아영 본부장한테 보고하세요. 이상.”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무전기를 내려놓았다.

다시 작전 현황을 띄워 놓은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급조된 편성.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기획.

상황이 상황인지라, 미국 지부 때처럼 체계적으로 작전을 진행할 여유는 없다.

일단 탈출한 몬스터부터 처리하는 게 급선무였다.

근데 수가 너무 많아서 모든 팀을 투입해야 할 판이었다.

그렇게 되면 또 던전 토벌이 지체되고, 그사이에 또다시 몬스터가 탈출하겠지.

그야말로 악순환.

아무리 본사 정예를 싹싹 긁어모아 왔다곤 해도, 우리 인원만으로 작전을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다.

뭐,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내가 홍콩 지부의 지휘권을 인계받았다는 거겠지.

“지부 소속 작전팀에게 알립니다. 작전 A팀, B팀은 1팀과 합류해서 몬스터 저지를, 작전 C팀, D팀은 2팀과 합류해서 토벌을 진행해주십시오.”

그건 곧, 지부 소속 인원들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소리니까.

물론 그래도 전력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최소한 상황이 더 악화하는 건 막을 수 있다.

던전 생성이 멈출 때까지만 버티면, 그다음부턴 내가 직접 움직이면 된다.

그래. 그때까지만 버티면…….

「이거 정말 끝나긴 하는 거예요?!」

그때, 이아영 본부장이 같은 생각을 한 건지 다급하게 물었다.

「국제 협회에서 계속 던전을 생성하고 있는 거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잖아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내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놈들의 목적은 중국 협회를 밟아주는 거지, 홍콩을 날려버리는 게 아닙니다. 이 정도면 그쪽도 슬슬 멈출 겁니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됩니다.”

「…확실한 거죠?」

“물론입니다.”

아무렴, 홍콩이 날아가 버리면 국제 협회도 곤란하다.

잃을 게 없어진 중국 협회가 곧바로 국제 협회를 등지고 탈퇴해 버릴지도 모르니까.

개를 부리려면 목줄도 적당히 조여야 하는 법.

너무 조이려고 하다간 주인을 물고 만다.

“혹시라도 감당하기 힘든 몬스터가 출현하면, 곧바로 저한테 보고하세요. 괜히 나서려고 하다가 진영이 무너지면 진짜 큰일 나니까.”

「알았어요. 그럼… 당신도 계속 수고해줘요.」

이아영이 무전을 종료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나머진 각자에게 맡기는 것뿐.

이전처럼 체계적인 작전은 아니지만, 다들 베테랑들이니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지휘권도 인계받았으니, 이대로 작전만 완료한다면 홍콩 지부도 우리 손에…….’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는 순간이었다.

삐리리―.

내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

의아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도와줘요.」

어느 여성이 대뜸 영어로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무슨 소립니까? 아니 그것보다 누구시죠?”

「클로이에요.」

“……?”

클로이?

이 인간이 왜 갑자기 나한테…?

「길게 말할 시간 없어요. 이대로 있다간 당신이나 나나 다 X 될 거예요.」

***

PB 코퍼레이션 본사.

뱅크 아이템 관리팀 산하 뱅크 아이템 컨트롤 센터.

그곳은 아비규환이었다.

“차원석 이능파 수치가 너무 높습니다!”

“110%, 120%… 현재 수치 135%!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억제기 가동시켜!”

“이, 이미 억제 가능 범위를 벗어났습니다!”

차원석 이능파를 최대치로 올린 지 고작 2시간.

이능파 수치가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어…!’

상황을 지켜보던 클로이 팀장은 이를 으득 씹었다.

차원석은 아직 연구가 완료되지 않은 아이템이다.

던전을 생성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이능파를 뿜어낼 수 있는 물건이라 취급에 극도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출력을 올렸으니 이런 상황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래서 위험하다고 했는데…….’

대표고 사무총장이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리다니.

머릿속엔 온통 토벌권밖에 없는 머저리 새끼들이!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위에서 내린 명령이라고 해도 더 이상은 안 된다.

“장비 정지해.”

“네, 네? 그래도 됩니까? 본부 허가는…….”

“여기 책임자가 본부야?! 억제기도 말 안 듣는다면서! 이대로 있다가 폭주라도 하면 진짜 X 되는 거 몰라?!”

“…….”

“지금 당장 센터 전체 전력 차단하고, 시스템 재부팅 해!”

“아, 알겠습니다.”

클로이의 명령에 센터 직원들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급히 시스템을 종료하고, 센터의 모든 전력을 차단했지만.

지이이잉─.

“뭐, 뭐야……!”

“이거 왜 이래…?”

어째선지 차원석 가동은 멈추질 않았다.

“티, 팀장님! 작동이 멈추질 않습니다!”

“수치도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시발…….”

전력을 차단했는데도 차원석이 작동하고 있다.

과출력을 넘어 기어이 차원석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게 뜻하는 바는…….

“……대피해.”

“네, 네?!”

“도망치라고! 시설 전체에 멜트 다운 경보 울리고 당장 도망쳐!!”

뱅크 아이템의 과부하.

속칭, 멜트 다운.

뱅크 아이템 연구 시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이자, 반드시 피해야 하는 현상.

결국, 일어나고 말았다.

‘X 됐다…….’

클로이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이제 더 이상 차원석을 제어할 수 없다.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기 시작한 차원석은 곧 홍콩을 비롯해 전 세계에 던전을 미친 듯이 만들어낼 것이다.

솔직히 그거야 어떻게 되든 본인이랑 상관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본인의 처사겠지.

‘어떻게… 대체 어떻게 해야…….’

입술에 피가 날 정도로 깨물던 그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클로이의 머릿속에 한 남자가 떠올랐다.

당연히 내키진 않았지만, 이제 와서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클로이는 곧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길게 말할 시간 없어요. 이대로 있다간 당신이나 나나 다 X 될 거예요.”

「대체 무슨 소립니까?」

“차원석이 폭주하고 있어요. 우리 쪽에선 더 이상 던전이 생성되는 걸 컨트롤 할 수가 없어요.”

「예?! 그, 그게 무슨…!」

김준우 또한 당황스러운 소식에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당신, 홍콩에 있다고 들었는데, 맞아요?”

「예. 제가 지휘권을 인계받았습니다.」

“그럼, 이미 우리 쪽 계획은 물 건너갔네요.”

클로이가 옅은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폭주를 막으려면 지금 생성되고 있는 모든 던전을 동시에 토벌해야 해요.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그 주변으로 계속 생성될 테니까.”

「지금 인원으로는 탈출 몬스터를 막는 게 고작입니다. 동시 토벌은 불가능…….」

“지원 병력은 제가 마련해볼게요.”

「…….」

“왜요? 못 하겠어요?”

「이 상황에서 별수 있겠습니까. 해야지.」

이윽고 기다리던 대답이 들려왔다.

「그런데, 왜 나한테 이런 부탁을 하는 겁니까? 여기 상황은 당신이랑 딱히 상관도 없을 텐데.」

“왜 상관이 없어요. 다 내 책임으로 떠넘길 텐데. 무엇보다 당신도 홍콩을 버릴 수 없잖아요?”

「쯧, 이유가 썩 내키진 않는군요.」

“떠들 시간 있으면 빨리 움직이기나 해요.”

클로이는 그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대피, 대피!”

“다 두고 밖으로 나가!”

“백업할 시간 없어! 일단 도망쳐!!”

이미 시설에 있는 모든 직원은 허겁지겁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지이이잉―!

그런 와중에도 차원석은 계속해서 진동하며 점점 더 강하게 발광하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쾅―!!!!

엄청난 충격과 함께 컨트롤 센터가 폭발했다.

***

“대체 왜 던전이 계속 생성되는 거야!”

리제이징 협회장이 격노한 음성으로로 핏대를 세웠다.

“국제 협회에선 아직도 연락 없어?!”

“네, 네. 확인해보겠다고만 하고 아직…….”

“이런 빌어먹을 새끼들!”

그가 책상을 쾅, 내리쳤다.

분명히 처음에 말하길, 세 개의 던전만 생성한다고 했다.

홍콩 지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지만, 본부 인원으로는 충분히 감당 가능한 범위가 딱 그 정도였으니까.

홍콩 지부에서 본부에 도움을 요청하면, 지부 지휘권을 인계받아 본부가 대신 토벌을 진행.

토벌이 완료되면 후속 조치와 홍콩 재건을 핑계로 계속 지휘권을 붙잡고 있을 생각이었다.

이후에는 지부 수뇌부를 본부 인원으로 교체하기만 하면 성공적으로 지부를 탈환할 수 있는데…….

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인가.

‘설마 국제 협회, 이 새끼들…….’

본보기인가?

우리가 또다시 국제 협회 탈퇴를 빌미로 기어오르지 못하게 아예 짓밟아주려고?

‘처음부터 그놈들을 믿는 게 아니었어…….’

현재 홍콩의 상황은 최악 중 최악이다.

앞서 파견된 인원만으로는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없다. 남아 있는 본부 인원을 총출동시켜야 할 판인데.

문제는 홍콩 안으로 진입할 수단이 모두 막혀버렸다.

이번 작전에 너무 많은 인원이 엮여 있다.

당국의 고위 공무원은 물론, 장관들까지 주목하고 있는 작전이다.

그런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 버리면 그 관계자 또한 무사하지 못한다.

그 말은 곧, 궁지에 몰린 그 인간들이 작전에 실패한 본인을 가만히 두지 않을 거라는 뜻이기도 했다.

‘시발, 빌어먹을…!’

그리고 그때.

“리제이징.”

한 중년 남성이 협회장실로 들어섰다.

“자, 장관님…?”

왕시엔.

이번 작전을 허가한 장본인이자 중화인민공화국 국방장관.

그가 직접 행차한 것이다.

“여, 여기까진 어쩐 일로…….”

“지금 홍콩 상황이 말도 아니라던데.”

“아, 그, 그건…….”

말끝을 흐리다가 이내 왕 장관의 눈을 바라보며 담담한 척을 했다.

“던전이 계속 생성되고 있어서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아직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어떻게?”

“도로 보수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본부 병력을 모조리 투입한다면, 충분히…….”

“하!”

왕시엔 장관이 코웃음을 터트렸다.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지휘권을 잡았다.”

“……네, 네?”

“귀먹었나? 김준우가 이미 홍콩 지부를 쥐었다고.”

그 말에 리 협회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내 그가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이, 이건…?”

“봉쇄 명령이다.”

“예?”

“던전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본토까지 위험해져. 무엇보다 어차피 카르마가 지휘권을 잡은 이상 탈환은 물 건너갔고.”

“그럼…….”

“이 시간부로 당국은 홍콩 자치구를 포기한다.”

왕 장관이 굳은 얼굴로 그 말을 내뱉었다.

“이번 작전에 사활이 걸려 있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빼앗길 바엔 차라리 부숴버리는 게 낫지. 넌 지금 당장 홍콩으로 들어가는 모든 진입로를 차단, 본토로부터 완전 봉쇄시켜. 아무도 밖으로 못 나오고, 아무도 안으로 못 들어가게.”

“자, 잠시만요! 아직 홍콩에 저희 인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민들도 아직 안에 있는데, 그들한테 문제라도 생기면…!”

“못 들었나?”

왕 장관의 음성이 낮게 깔렸다.

“이 시간부로 홍콩 밖으로 아무도 못 나온다고.”

“…….”

“차라리 잘 됐어. 어차피 틀어진 계획, 그냥 이대로 전부 묻어버리고 나머진 국제 협회에 모조리 덮어씌우자고.”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