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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방금?!”
“공항 쪽인 것 같은데…?”
멀리서 울려 퍼진 굉음.
현장에 도착한 중국 협회 소속, 파견팀은 난데없는 소리에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한눈을 팔 시간 따윈 없었다.
“뭐해 이 새끼들아! 집중 안 해?!”
그들은 지금, 던전을 탈출한 수십 마리의 몬스터를 마주한 상태였으니까.
“다가가지 말고 저지만 해! 어차피 이거 지금 인원으로 다 수습 못 해. 본부 추가 병력 요청했다니까, 지원 올 때까지만 버티자.”
“네, 네!”
“알겠습니다.”
이내 그들은 다시금 눈앞에 놓인 적을 향해 돌아섰다.
[고유 스킬 : 인페르노 써클]
[고유 스킬 : 소환 - 아이스에이지]
[고유 스킬 : 환무검주(幻舞劍主)]
쾅, 콰과광―!
퍼버버벙―!
이윽고 이어진 공세.
장 팀장의 명령에 맞춰 모두가 한꺼번에 스킬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다행히 홍콩 지부에서 우선적으로 시민들을 대피시킨 덕에 인명 피해는 크지 않다. 그러니 굳이 무리해서 토벌할 필요는 없다.
현 상황에선 탈출한 몬스터가 더 진격하지 못하게 하면 충분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인데…….’
장시엔 팀장은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게, 너무 많은 던전이 출현하지 않았는가.
젠사쥐 구에만 10개가 넘는 옐로우 던전이 남아있다.
지원 병력이 도착하기 전에 거기서도 몬스터가 탈출하기 시작한다면 그땐 진짜 큰일이 난다.
홍콩 지부 탈환은 둘째 치고, 홍콩 자체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빨리 와라. 제발…….’
간절한 마음으로 중얼거리는 가운데, 거센 공격에도 여전히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가 쉴 새 없이 들이닥쳤다.
키에에에에―!
크르르르―!
“시발, 많기도 하네.”
도마뱀형 몬스터, 플레임 리자드.
위험한 놈들은 아니지만, 늘 떼를 지어 다니는 통에 수적으로 까다로운 놈들이다.
“공격! 계속 공격해!!”
“쉬지 마! 마력 부족한 놈들은 뒤로 빠지고, 포션 보충해!”
“후방! 다시 앞으로 교대!”
벌써 몇 번이나 플레임 리자드 무리를 막아내고 있었다.
사실 까다롭다 뿐, 이 정도면 토벌을 못 할 정도는 아니다.
홍콩 지부 인원만으로도 충분히 수습할 수 있었을 텐데…….
카아아아악―!!
그때, 어디선가 귀를 찢는 듯한 포효가 울려 퍼졌다.
굉음에 모두가 무기를 떨어트리고 귀를 틀어막았다.
서걱―!
가장 앞에 있던 팀원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뭐, 뭐야…?”
“방금 뭐가 지나갔나…?”
“아,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
갑작스러운 공격에 술렁이기 시작하는 진영.
모두가 당황한 채로 우왕좌왕하던 그 순간.
서걱―!
“윽…!”
또다시 누군가의 목이 잘려 나갔다.
“뭐, 뭐야 시발!!”
“대체 뭐냐고!”
“도, 도망가!”
“으아아악!!”
결국, 팀원들은 보이지 않는 공포에 혼비백산하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서걱―.
하지만 그 모두가 죽어 나갔다.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우, 움직이지 마!!”
뒤늦게 상대의 정체를 파악한 장 팀장이 소리쳤다.
보스가 출현한 것이다.
레드 등급 던전의 보스가.
“움직이면 공격한다. 절대 움직이지 마.”
“……!”
“……!”
그제야 쥐죽은 듯 내려앉은 정적.
장 팀장은 눈을 부릅뜨고 허공을 두리번거렸다.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리자드형 몬스터의 특성상, 그들을 통솔하는 리더가 있다는 걸.
‘보이지 않는 몬스터…….’
상식을 벗어나는 위장색을 갖춘 놈이라 까다로운 수준을 넘어 위험하다.
홍콩 지부가 작전에 실패한 것도 무리는 아니겠군.
이미 리더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와 있다.
이 상태로는 후퇴도, 그렇다고 공격도 할 수 없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싶던 그때였다.
쿠구구구구―!
다른 방향에서 거대한 기척이 느껴졌다.
키에에에에―!
크으으으―!
“일 났네…….”
기어이 우려하던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다른 던전에서도 몬스터가 탈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
홍콩 지부, 지휘통제실.
“거절하겠습니다.”
황가휘 지부장이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라이 팀장을 향해 대답했다.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공항을 공격하라고요? 설마 제가 그런 말도 안 되는 협상을 받아들일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죠?”
“…….”
단호한 거절에 라이 팀장의 표정이 굳었다.
“애초에 당신들이 공항을 공격했다는 걸 저한테 덮어씌우려는 거, 제가 모를 것 같습니까?”
“지부장님,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라이 팀장이 황 지부장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이건 협상이 아니라, 통보입니다.”
“…….”
“못 하시겠다면, 이대로 본부로 이송됩니다. 그 후론 어떻게 될지 제 입으로 말 안 해도 아시겠죠?”
“그깟 목숨, 이미 20년 전에 한 번 내놨습니다.”
라이 팀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까다로운 새끼…….’
이건 곤란하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카르마 코퍼레이션 놈들이 먼저 증거를 찾을지도 모른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이래저래 위험해진다.
“…어쩔 수 없군요.”
라이 팀장이 옅은 한숨과 함께 그의 부하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부하가 종이 한 장을 들고 나타났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백지였다.
그걸 황 지부장 앞에 내려놓는 순간.
뻐억―!
“으윽…!”
라이 팀장이 황 지부장의 턱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몸이 크게 휘청이자, 라이 팀장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황 지부장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 이게 무슨…!”
황 지부장이 뒤늦게 발버둥 쳤지만, 이미 눈 깜짝할 새에 일은 벌어졌다.
라이 팀장이 그의 팔을 잡고 강제로 백지에 서명을 휘갈긴 것이다.
“이거 가져가서 공항 폭격 허가서 작성하고, 남아있는 작전 인원한테 전달해.”
“알겠습니다.”
라이 팀장은 부하들에게 백지 서명을 건넸다.
“이, 이런 미친 새끼들…!”
힘겹게 몸을 일으킨 황 지부장이 분노에 찬 음성을 내뱉었다.
“언제까지 그 추잡한 짓거리를 덮을 수 있을 것 같아?! 언제까지 니들 마음대로 이렇게…!”
그렇게 입을 여는 순간.
쾅―!!!
멀리서 굉음이 들려왔다.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에 황 지부장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지부장님, 공격 완료했습니다.”
그의 부하가 담담하게 보고를 올렸다.
“언제까지 덮을 수 있을 것 같냐고요? 뭐, 뻔하지 않습니까.”
라이 팀장이 뭘 물어보냐는 듯 여유롭게 답했다.
“우린 중국 협회 소속입니다. 당국이 무너지지 않는 한, 영원히 덮을 수 있습니다.”
“…….”
“뭐, 너무 그렇게 보지 마시죠. 덕분에 당신 목숨도 지키지 않았습니까.”
라이 팀장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됐다.
이걸로 다 해결됐다.
자신들이 공항을 공격했다는 사실은 방금 2차 폭격으로 영영 지하에 묻혔다.
황 지부장이 아무리 사실을 떠들어대도 그가 서명한 명령서가 있는 한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우리가 한 짓까지 모두 그에게 덮어씌울 수 있다.
그나마 신경 쓰였던 카르마 코퍼레이션 놈들도 방금 공격으로 한 번에 해결됐다.
파견된 구조팀은 물론, 혹시 살아있을지 모르는 김준우 대표도 이젠 영영 햇빛을 못 보겠지.
‘이제 본부에서 추가 병력이 올 때까지만 기다리면…….’
다 마무리가 되는 거였다.
위이이이잉―.
그때, 통제실에 비상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지, 지부장님!”
모니터링을 하던 직원 한 명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지금 다른 던전에서도 몬스터 탈출이 확인됐습니다!”
“뭐, 뭐…? 벌써?!”
기어이 우려하던 일이 터져버렸다.
“개체수는!”
“출현 던전이 너무 많아서 정확히 파악이 안 됩니다.”
“추정이라도 해봐!”
“지, 지금 젠사쥐 구에만 총 12개 던전이 출현한 상태니까, 거기서 모두 탈출했다고 가정하면…….”
직원이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리던 끝에 무겁게 입을 열었다.
“최소 200마리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미친…!”
그제야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라이 팀장은 다급하게 본부로 연락을 넣었다.
“어, 나야! 대체 추가 병력은 언제 도착하는 거야! 지금 여기 비상이라고!”
연락을 받은 본부 통제팀 직원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안 그래도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병력 지원이 힘들 것 같습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방금 추가 지원팀에서 연락이 왔는데, 홍콩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전부 파괴돼서 안으로 진입할 수가 없답니다.」
“뭐?!”
라이 팀장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그럼 헬기는? 헬기로 이동하면 되잖아!”
「그, 그게… 확인해본 결과 홍콩 내에 있는 헬리포트도 모두 파괴됐다고…….」
“시발, 대체 그게 무슨…!”
그 순간 라이 팀장의 머릿속에 스파크가 튀었다.
‘설마 카르마 코퍼레이션, 그 새끼들이…?’
홍콩을 아예 가둬버린 건가?
본부 지원을 막으려고?
「일단 최대한 도로를 복구 중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얼마나!”
「이틀 정도는 더…….」
“이런 시발!”
라이 팀장이 쾅, 책상을 내리쳤다.
이미 탈출한 몬스터도 아직 처리하지 못했는데, 추가로 탈출한 몬스터만 200마리 이상이다.
심지어 활성화된 던전이 아직도 몇 개나 더 남아있다.
이건 정예 몇 명으로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본부 병력이 모조리 나서야 하는 국가 재난급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끼리 이틀을 더 버티라고?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
‘X 됐다…….’
이대론 탈환은커녕, 홍콩 자체가 사라진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것만큼은 안 된다.
모든 책임을 떠안을 바에야…….
“……황 지부장님.”
그때, 라이 팀장의 시선이 황가휘 지부장에게 향했다.
“지휘권, 다시 넘겨드리겠습니다.”
“……뭐라고요?”
“당신 홍콩 지부 책임자잖아! 지휘권 다시 넘겨줄 테니까 이제부턴 당신이 책임지고 수습하라고!”
“하, 하하…!”
다급한 목소리에 황 지부장이 실소를 뱉었다.
“추합니다. 라이 팀장님. 이제 와서 나한테 떠넘기시겠다고요?”
“닥치고 내 말 들어. 이제부터 네가 여기 책임자야, 알았어?”
“싫다면요?”
“이런 미친…!”
라이 지부장이 다시 주먹을 치켜들었다.
“받으십시오.”
그 순간 누군가가 지휘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쏠린 그곳에는…….
“지휘권, 다시 받으세요. 지부를 돌려받을 기회 아닙니까.”
다름 아닌,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대표.
김준우가 그곳에 서 있었다.
“대, 대표님? 여길 어떻게…….”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기로 하고.”
이내 그가 라이 팀장을 향해 다가갔다.
귀신이라도 본 듯, 딱딱하게 굳은 그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부턴 내가 지휘할 테니까, 넌 꺼져 있어.”
***
“대, 대체 어떻게……?”
중국 협회 소속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설마 그 정도 공격으로 우리가 죽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뭐, 거의 죽을 뻔하긴 했는데…….’
다행히 김민주가 곧바로 공격을 빗겨 쳐준 덕에 무사할 수 있었다.
참 나, 하다 하다 이젠 검으로 스킬을 빗겨 치다니.
괴물도 아니고 말이야.
나는 지휘실을 한 차례 훑었다.
꼴을 보아하니 대충 어떤 상황인지 감이 온다.
보아하니 처음 공항을 공격한 건 몬스터가 아닌, 중국 협회 쪽일 것이다.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게 지부 구조팀도 철수를 시킨 거라고 하면, 대충 앞뒤가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제삼자가 끼어들었으니…… 공항 채로 우리를 묻어버리려고 한 거겠지.
그 명령은 황가휘 지부장 서명으로 내린 거겠고.
‘멍청한 짓거리들을 하는군.’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게 나 말고 누가 또 있다고.
고개를 젓자, 남자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제삼자가 낄 일이 아니야! 이건 엄연히 당국에서 맡은…!”
“그럼 당신이 해결할 수 있습니까?”
“……!”
“능력도 없이 우기기만 하면 몬스터가 알아서 죽어준답니까? 못 하겠으면 손 털고 구경이나 하시죠.”
“당신들…… 이번 작전에 손대는 순간 당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한국에 정식으로 항의를……!”
“그쪽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질리지도 않는 건지, 계속 주절거리는 그를 지나치며 말했다.
“이번 기회에 중국 협회도 부숴버릴 생각이니까.”
그의 발언을 뭉개며 모니터 앞으로 다가갔다.
“아, 아. 중앙통제실에서 김준우가 발신합니다. 각 팀, 현장 도착했습니까?”
「1팀장 김민주입니다. 방금 도착했습니다.」
「2팀, 한유빈. 저희도 도착했어요.」
「현장 근처에 임시 지원실도 마련해뒀어요. 무기 공급이랑 헌터 케어는 바로바로 가능해요.」
김민주를 필두로 한 1팀과 한유빈을 필두로 한 2팀.
그리고 헌터 지원을 맡은 이아영 본부장이 동시에 응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홍콩 지도가 띄워진 모니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작전 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