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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96화 (196/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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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당신들 뭐야!”

막 현장에 도착한 카르마 코퍼레이션 파견팀.

한별 건설의 도움을 받아 구조 작업을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데 웬 헌터들이 김민주의 앞을 가로막았다.

“너희들 어디 소속이야! 여긴 어떻게 들어 왔어?”

“아, 저희는…….”

김민주는 말을 하다 말고는 자신을 막아선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보아하니 중국 협회 본부에서 나온 지원 병력인 듯했다.

다시 말해, 지금 홍콩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들이라는 거겠지.

“저는 카르마 코퍼레이션 소속, 작전 본부장 김민주입니다. 구조 작업을 위해 공항으로 가는 중이니 비켜주십시오.”

“카르마 코퍼레이션…?”

남자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그는 험악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긴 명백히 중국 협회 본부의 작전 구역이다. 누구 허락을 받고 구조 작업을 하고 있는 거지?”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것에 무슨 허가가 필요한가요?”

“하! 당연한 거 아닌가? 여긴 중국이야. 아무 관련도 없는 제삼자가 멋대로 끼어들면 안 되지.”

“아무 관련이 없진 않습니다. 지금 공항에 저희 대표님이 갇혀 있으니까요.”

“……!”

그 순간, 남자가 잠시 주춤했다.

“공항에…… 생존자가 있다고…?”

“네.”

“그럴 리가. 분명 확실하게…….”

영문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는 남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민주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아, 아무튼! 아무리 구조 작전이라고 해도, 작전 구역에서 허가 없이 활동은 안 돼! 돌아가!”

“듣자 듣자 하니까 못 봐주겠네! 사람 구하겠다는데, 그걸 막는 미친놈이 어디 있는…!”

“유빈 씨!”

보다 못한 한유빈이 나서자, 김민주가 곧바로 제지했다.

그도 그럴 게,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했다.

아무리 본인들 작전 구역이라도 해도 구조 작업을 나온 인원을 억지를 부리면서까지 막는다고?

김민주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끝에 조심스레 물었다.

“듣자 하니 중국 협회는 구조 작전을 포기했다고 하던데, 맞나요?”

“그, 그거야! 지금 무리하게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간 구조팀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이상하네요. 몬스터 탈출 상황에선 무조건 시민 대피와 구조 작전이 최우선 아닌가요? 이건 국가를 떠나서 무조건 지켜야 하는 방침일 텐데요.”

“…….”

남자가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기본적인 수색도 안 하고, 생존자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는데 무작정 철수를 하다니……. 이건 상식을 벗어난 것 같은데요.”

김민주가 남자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서며 말했다.

아무리 이 상황이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라고는 해도, 구조 작전을 포기하고 철수할 것까진 없다.

오히려 토벌에 성공하고 사망자가 나오는 것보다, 생존자를 구출하는 것이 이미지 메이킹으로는 더 효과적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굳이 구조 작업을 포기했다?

고작 구조팀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유만으로?

‘백번 양보해서 정말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해도…….’

제삼자가 대신 구조를 하겠다면 오히려 반길 일이 아닌가.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도 있는데.

그것마저 기를 쓰고 막는다는 건, 분명히 수상한 일이다.

마치 생존자가 없을 거라 확신했거나, 아니면 있더라도 죽길 바랐거나.

그것도 아니면…….

“다른 사람이 공항을 수색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거나.”

“……!”

남자의 동공이 순간 흔들렸다.

김민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쐐기를 박았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설마 공항을 공격한 게 당신들인 건 아니겠죠?”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러지 않고서야 구조 작업을 막을 이유가 없잖아요. 우리가 공항을 수색하다가 스킬 사용 흔적이라도 발견할까 봐 막는 거 아닌가요?”

“듣자 듣자 하니까 이것들이 진짜! 더 이상 헛소리 지껄이면 우리도 가만히 안 있어!”

“그럼 당신들이 공격한 게 아닌가요?”

“당연히 아니지!”

“아니면 비키세요.”

그 순간, 김민주의 눈이 푸른빛으로 번뜩였다.

“제 손으로 치워드리기 전에.”

[고유 스킬 : 천수관음(千手觀音)]

[스킬 발동]

스스스―.

푸른 기류가 김민주의 전신을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하…! 지금 중국에서 중국 협회와 싸우겠다는 거야? 너희들 감당할 수 있겠어?”

“저희가 원래 앞뒤 재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서요.”

“참 나, 해볼 테면 해보던가.”

[고유 스킬 : 국사무쌍(國士無雙)]

남자 또한 스킬을 발동하며 허리춤에서 커다란 쌍검을 꺼내 들었다.

두 사람의 움직임에 두 진영은 서둘러 각자 전투태세를 갖췄다.

누군가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이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

“…….‘

시선을 마주한 채 신경전을 이어가던 그때였다.

쿠구구궁―!

또다시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티, 팀장님! 또 던전이 출현한 것 같습니다!”

“빌어먹을…!”

어느 헌터의 보고에 남자가 표정을 구겼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키에에에에―!

그르르―!!

저 멀리에서 몬스터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쪽의 기척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시발, 하필 이럴 때…!”

남자는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몬스터와 맞은편의 김민주를 번갈아 보며 이를 으득 씹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김민주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괜찮겠어요? 지금 저거 못 막으면 큰일 날 텐데.”

“칫…!”

남자가 혀를 찼다.

“허튼짓하지 마. 난 분명히 경고했어.”

“명심할게요.”

“전원 전투 준비!”

이내 남자를 비롯한 본부 병력이 달려오는 몬스터를 향해 돌아섰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한유빈이 고개를 저었다.

“저놈들…… 전멸할걸요?”

“그렇진 않을 거예요. 제 목숨 소중한 줄은 아는 것 같으니까요. 아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바로 도망치겠죠.”

김민주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자, 우리도 서두르죠. 더 지체하면 위험해요.”

“알았어요.”

그들은 다시금 서둘러 현장으로 향했다.

***

“뭐?”

홍콩 지부, 중앙 통제실.

지부의 지휘권을 손에 넣은 라이비우 통제 팀장에게 갑작스러운 무전이 날아들었다.

다름 아닌 현장에 있는 장시엔 팀장에게서 온 무전이었다.

「현장에 카르마 코퍼레이션 소속 놈들이 있었습니다! 공항에 그들 대표가 살아 있다고 구조 작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설마 진행하게 내버려둔 건 아니겠지?”

「그게…… 몬스터를 막아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야, 이 멍청한 새끼야! 그렇다고 그냥 보내면 어떻게 해!”

「저, 저희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빌어먹을…!”

라이 팀장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계획에 없던 던전들이 생성되고 있는 것도 골치 아파 죽겠는데, 이젠 하다 하다 카르마 코퍼레이션 놈들까지 움직이다니.

이건 위험하다.

그들이 공항을 수색하다가 스킬 흔적이라도 발견한다면, 정말 큰일이다.

게다가 카르마 코퍼레이션 대표도 멀쩡히 살아 있다는 건…….

‘시발, 꼬일 대로 꼬이는군…….’

라이 통제팀장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리곤 통제팀 직원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본부에선 아직 얘기 없어? 왜 계속 던전이 생성되는 건지 이유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

“아, 아직 회신이 없습니다. 본부도 그저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만…….”

“이런 시발 진짜!”

라이 팀장이 쾅,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일단 본부에 추가 병력 요청해. 지금 인원으론 이거 감당 안 돼.”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카르마 코퍼레이션은…….”

라이 팀장은 저도 모르게 말끝을 흐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부르셨습니까.”

그 순간, 호출을 받은 황 지부장이 마침 통제실로 들어왔다.

동시에 라이 팀장의 머리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이거다.

저놈을 이용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소가 번지는 걸 애써 숨기며 입을 열었다.

“황 지부장님. 지금 제가 지부 현황을 살펴보다가 발견한 건데… 저번 분기 예산이 꽤 많이 비더군요.”

“예, 예? 그럴 리가…….”

“그뿐만 아니라, 홍콩 내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현금을 받은 내역도 발견했습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거긴 애초에 몇 년 전부터 후원을 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생각하시는 그런 게 아닌…….”

“조용.”

라이 팀장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변명은 본부에 가서 하십시오. 끌고 가.”

“예?! 자, 잠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직원들이 황 지부장의 팔을 붙잡았다.

“잠깐만요! 이게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갑자기 이게 무슨…!”

“하여간, 이래서 지부에 운영권을 주면 안 된다니까. 본부가 신경을 못 쓰니까 대놓고 이런 비리를 저지르지. 그렇지 않습니까?”

“뭐, 뭐…?”

그제야 황 지부장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렴풋이 눈치챘다.

“이, 이런 빌어먹을 새끼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어? 공항 공격한 것도 너희들이지?! 쓰레기 같은 새끼들! 그 더러운 민낯을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 것 같아?!”

“글쎄, 본부 눈을 피해 비리를 일삼는 그쪽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개소리! 조금만 조사하면 헛소리라는 게 다 나올…!”

“하아…… 황 지부장님.”

라이 팀장이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다가갔다.

“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비리를 저지를 만큼 그릇이 큰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뭐, 뭐…?”

“이건 그저 벌입니다. 감히 겁도 없이 본부를 의심한 벌.”

황 지부장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물론 정식으로 법정 싸움을 한다면 그것들이 증거가 될 순 없겠지만, 아시다시피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예전에 한 고위 공무원 비리 건이 재판부터 처형까지 하루도 채 안 걸린 이야기, 들어본 적 있으시죠?”

“…….”

“당신은 몇 시간이나 걸릴 것 같습니까?”

라이 팀장이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천천히 말을 이었다.

“뭐, 이대로 보내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그래도 한 가지 선택지를 드릴까 합니다.”

“그게 무슨…….”

“지부 인원들한테 공항 폭격 명령을 내리십시오. 지금 당장.”

“……!”

라이 팀장은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래.

설령 한국 놈들이 공항을 수색한다고 해도, 들키기 전에 다시 한번 묻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면 비리 건, 없던 거로 해드리겠습니다.”

그것도 지부장이 직접.

***

“하아, 하아…….”

잔해 속에 출현한 던전을 토벌한 직후.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던전을 빠져나왔다.

확실히 옐로우 등급을 혼자 토벌하는 건 벅차네.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니…….’

이건 거의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다.

두 번 다신 하고 싶지 않은 토벌이다.

나는 중얼거리며 잔해 속에서 털썩 궁둥이를 붙였다.

“괜찮아요?”

그때, 이아영 본부장이 다가오며 걱정스레 물었다.

“예, 뭐…….”

“그러게 그냥 내버려 두지, 왜 굳이 토벌한 거예요?”

“임의로 생성된 던전이라면 언제 몬스터가 탈출할지 모르니까요. 단기간 몸을 피하기엔 좋을지 몰라도 계속 내버려두는 건 오히려 위험해집니다.”

“…그렇군요.”

“뭐, 구조팀이 오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본사 놈들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는데. 공항도 파괴된 마당에 어떻게 한 건지…….”

“뭐, 당신이 위험하다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이아영 본부장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때였다.

쾅! 쿠구구구―!

갑자기 땅이 크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또다시 던전이 출현한 건가 싶어 벌떡 일어났지만…… 보아하니 그건 아닌 듯했다.

“천천히! 최대한 천천히 들어 올려!”

“밑에 지지대 받쳐주고!”

“2차 붕괴 위험이 있으니까 조심해!”

머리 위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천장을 틀어막고 있던 잔해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틈으로 눈 부신 햇살이 쏟아졌다.

“선생님! 아영 씨!”

꽤나 반가운 모습이 나타났다.

“오랜만이다?”

“다들 괜찮으신 거죠?! 조금만 기다리세요! 지금 크레인 내려보낼게요!”

“우린 괜찮으니까 여기 시민들부터 먼저 구조해.”

“아, 네!”

한시름 덜었군.

옅은 한숨을 내쉬던 그때였다.

“……뭐야 저거?”

잔해 위로 드러난 하늘에서 무언가 이쪽으로 날아오는 게 보였다.

이내 점점 더 반짝이며 정확히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야, 야! 피해!!”

“네…?”

구조팀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순간.

쾅―!!!!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충격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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