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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93화 (19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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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베이징, 중국 협회 본부.

현재 홍콩 상황에 대한 소식이 곧바로 전달됐다.

참혹한 소식에 리제이징 협회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홍콩이 카르마 코퍼레이션에 지부를 넘기려고 한다는 이야기에 초조해진 건 사실이다.

그들이 중국 협회로부터 완전히 독립된다면 당국으로부터 무슨 처벌을 받을지 모르니, 어떻게든 인수를 막아야 했다.

그래서 에마 대표라는 사람에게 최대한 빨리 홍콩 지부를 탈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곤 했지만──.

설마하니 도시 한복판에 던전을 생성시킬 줄이야.

그것도 레드와 옐로우 등급을 무더기로.

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아무리 추락해도 국제 협회는 국제 협회라는 건가…….’

던전까지 임의로 생성할 힘을 가지고 있다면, 습격 건으로 신뢰가 바닥을 쳤다고 해도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압도적인 통제력 앞에 신뢰고 나발이고 뭐가 대수겠는가.

전 세계 토벌권을 통제하겠다는 게 허세는 아니었군.

하긴, 저 정도의 힘이 있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나오겠지.

더군다나 하는 행동도 꽤나 극단적이다.

지금 홍콩에서 벌어진 현상은 철저하게 국제 협회 쪽에서 계획한 대로 이뤄졌다.

인수를 진행하기 전에 도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서 지부가 먼저 본부에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는 것.

그걸 위해 홍콩 지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도록 계속해서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도저히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놈들이 떠올릴 만한 계획이 아닌데…….’

목적을 위해서라면 시민들의 희생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

그 모습에 리 협회장마저 치를 떨 정도였다.

중국 협회 또한 여태껏 나름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들에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이었다.

‘정말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군.’

리 협회장은 묘하게 불안했다.

물론 국제 협회가 던전을 임의로 생성해서 도심을 공격했다는 건 증거가 없으니 들킬 걱정은 없다.

그건 그렇다 쳐도…….

문제는 공항 폭격 건이었다.

에마 대표는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대표가 공항에 있다는 소식을 입수하자마자 바로 그곳을 공격했다.

공항 안에 몇 명의 사람이 있는지는 그들에게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그저 인수만 진행하지 못하게 하면 그만이라는 듯.

‘무서운 놈들…….’

리 협회장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이런 놈들과 척을 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으로 할 짓이 아니었다.

대체 카르마 코퍼레이션은 무슨 배짱으로 이런 놈들과 대립하고 있는 건가.

아니…….

대체 어떻게 이런 놈들을 상대로 통제권을 나눠 받은 것인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놈들이나, 그런 놈들을 상대로 주도권을 빼앗은 놈들이나…….

어느 쪽이건 정상은 아니다.

“하여간. 미친놈들이 너무 많다니까.”

리 협회장이 혀를 차던 그때, 장홍쯔 수행비서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장 비서가 가볍게 인사를 하며 말하자, 리 협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저쪽 상황은 어때?”

“예상했던 대로 최악입니다. 레드 등급 던전 최초 토벌에 실패한 덕에 추가 작전 인원 편성도 힘들어졌습니다. 옐로우 등급 던전에 투입할 작전팀도 부족하고요. 일단 시민 대피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장 비서가 잠시 숨을 고르곤 다시 말을 이었다.

“탈출한 몬스터들이 날뛰고 있어서 그마저도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흐음…….”

“공항 쪽으로 구조대를 보냈다는데, 건물이 완전히 주저앉아서 바로 구조 작업에 들어가긴 힘들 것 같습니다.”

“카르마 코퍼레이션 대표는? 그 사람 소식은 어떻게 됐어?”

“그 사람도 함께 갇힌 거로 보입니다.”

그 대답에 리 협회장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됐다.

이걸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김 대표가 죽었든 살았든, 발이 묶인 이상 인수 진행은 불가능하다.

서둘러 구조 작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현재 홍콩 지부 상황으로는 그때까지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

물론 운영권이 분리된 이후, 홍콩 지부는 꾸준히 성장세를 올려왔다. 거기에 맞춰 헌터의 퀄리티도 토벌 체계도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지휘본부가 제대로 작동할 때의 이야기다.

홍콩 지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여 이미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탈출한 몬스터도 처리해야 하고 시민들도 대피시켜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 어느 쪽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뿐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던 순간이었다.

“협회장님!”

행정부 직원이 다짜고짜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홍콩 지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마침내 기다리던 소식이 들려왔다.

***

“……예, 그럼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홍콩 지부.

황 지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통화를 마쳤다.

“뭐라고 합니까?”

줄곧 옆에서 자리를 지키던 류 통제팀장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추가 작전 병력이랑 지휘 인원을 보내준대. 이곳에 도착하는 대로 작전통제권을 인계받을 거야. 그때부턴 본부가 작전을 지휘하겠지.”

“…….”

류 팀장은 잠시 대답을 아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부장님, 이거 정말 괜찮은 겁니까?”

그는 진심으로 이 상황이 걱정스러운 듯, 조심스레 물었다.

“본부에 지원을 요청하다뇨. 게다가 통제권 인계까지……. 이번 일을 빌미로 운영권을 탈환하려고 들 수도 있습니다.”

“아니, 백 퍼센트 탈환하려고 할 거야.”

“네, 네?! 그걸 아시면서 왜 지원을…!”

“너, 지금 이 상황 해결할 수 있어?”

“…….”

갑작스러운 물음에 류 팀장은 말문이 막힌 듯, 대답을 아꼈다.

“……시간만 있으면 어떻게 해보겠습니다.”

“시간이 어디 있어! 지금 도심 한복판에 몬스터가 돌아다니고 있는데! 통제팀이 방법이 없는데 우리가 무슨 수로 이걸 막아!”

“아, 아무리 그래도 본부에 지원을 받는 건…….”

“그럼 시발 어떡하라고! 시민들이 죽어 가는데 가만히 손 놓고 있으라는 거야?!”

황 지부장이 듣다못해 핏대를 세웠다.

물론 그 또한 류 통제팀장이 우려하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애초에 홍콩 지부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경험이 너무나 부족하다.

그런 와중에 초기 대응까지 실패해버렸으니, 지금 통제팀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져 있다.

무너진 지휘 체계.

가까스로 몬스터를 저지하며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있지만, 그것도 오래 버티진 못한다.

최악의 경우, 홍콩이 무너질 수도 있다.

“나도 알아, 시발. 호시탐탐 탈환하려고 각 재고 있었는데, 우리가 먼저 손을 내민 이상 기를 쓰고 탈환하려고 하겠지. 그런데 어쩌겠어…….”

황 지부장이 화를 추스르며 말을 이었다.

“빼앗기더라도 사람은 살려야 하지 않겠냐.”

“…….”

류 팀장은 대답이 없었다.

그는 지부장을 설득할 말을 생각하는 대신, 20년도 더 지난 옛일을 떠올렸다.

20년 전, 독립운동 당시.

황 지부장은 늘 최전선에서 시민들을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형제를 잃었고, 가족을 잃었다.

그런 그가 이 지부가 얼마나 많은 희생으로 얻어낸 결과인지, 홍콩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를 리가 없다.

아니…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

차라리 목숨을 내놓으라면 내놓았지, 절대 지부를 포기할 리가 없는 그가 기어이 본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부를 포기한 게 아니라 더 중요한 걸 선택했을 뿐이라는 걸 알고 있는 이상, 통제팀장은 더는 토를 달 수 없었다.

“일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자고.”

황 지부장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류 팀장을 향해 물었다.

“몬스터 탈출 던전은 확인했냐?”

“네. 예상대로 초기 토벌에 실패한 레드 등급 던전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몬스터 동향은?”

“확인된 개체만 총 19마리로, 탈출 던전 반경 10km까지 점령당한 상태입니다. 다행히 인구가 많은 지역은 아니지만 계속 전진하고 있는 걸 보면 중앙 구역까지 뚫리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일단은 시민 대피가 우선이야. 몬스터 진행 방향 1km 간격으로 방어선 구축하고 최소한의 인원만 배치해. 모두 대피할 때까지 어떻게든 시간만 끌어보자고.”

“…알겠습니다.”

“아, 공항 쪽은 어떻게 됐어?”

“지금 구조 작업 진행 중입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알았어. 지금부턴 통제실에서 계속 모니터링 해. 조금이라도 진척 생기면 바로 보고해 주고.”

“네.”

류 팀장은 가볍게 묵례를 하곤 이내 등을 돌렸다.

그렇게 그가 사무실을 나서려던 그때였다.

“……잠깐, 잠깐만!”

황 지부장이 무언가가 떠오른 듯 다급하게 그를 불러 세웠다.

“방금 몬스터가 점령한 구역이 던전 반경 10km라고 했냐?”

“네? 네, 그렇습니다만…….”

“그거 확실한 거야?

“네, 확실합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황 지부장은 꽤나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게, 말이 안 되지 않는가.

“그러면 공항에서 족히 50km는 떨어져 있다는 소리잖아.”

“……네?”

그 순간 류 팀장 또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황 지부장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을 이었다.

“그럼… 공항은 누가 공격한 거냐?”

***

“훌쩍, 훌쩍…….”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

몇몇 아이들의 울음소리만 들려올 뿐, 그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아무래도 입을 열 힘조차 없는 모양이었다.

잔해 속에 갇힌 지 몇 시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구조대는 도착하지 않고 있었으니.

다들 핸드폰을 붙잡고 쉴 틈 없이 누군가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파가 끊긴 마당에 연결이 되길 만무했다.

“이래선 본부에 지원 요청도 못 하겠네요.”

그때, 이아영 본부장 또한 먹통이 된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차피 지원을 요청해도 공항이 무너진 이상, 여기까지 오려면 한참 걸릴 겁니다.”

“그것도 그러네요.”

“뭐, 소식은 들었을 테니까 어떻게든 방법을 모색하고 있겠죠.”

“하아…….”

그녀가 꽉 막힌 천장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5시간 가까이 지났는데, 밖에 상황은 어떨까요…….”

“좋지 않을 겁니다. 홍콩 지부가 다른 건 다 괜찮아도, 이런 상황에 대한 경험은 거의 전무한 편이니.”

뭐, 그게 가장 치명적인 문제긴 하지만.

“아마 몬스터 저지는커녕 당장 시민을 대피시키는 것만으로도 벅찰 겁니다. 물론 그것도 얼마 못 가겠지만.”

“그럼…….”

“아마 지금쯤 본토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을까 싶군요.”

“……최악이네요.”

이아영 본부장이 푹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 확실히 그렇다.

아마 당국이 지휘권을 인계받았겠지.

이대로 중국 본부가 상황을 해결해버리면, 그 이후는 안 봐도 뻔하다.

우리가 어떻게 손을 써보기도 전에 지부의 운영권을 손에 쥘 거다.

그러니 그 전에 어떻게든 움직여야 하는데…….

‘쯧, 하필 이럴 때 발이 묶이냐고.’

급한 상황임에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답함에 연신 혀를 찼다.

쿠구구궁―!

갑자기 무너져 내린 잔해가 또다시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설마… 구조댄가?!”

“구조대가 온 거야!”

줄곧 패닉에 빠져 있던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지금껏 살면서 이와 같은 현상을 수백, 수천 번을 봐왔다.

“주, 준우 씨… 이거 설마…….”

“……예.”

이아영 본부장도 낌새를 눈치챈 듯 겁에 질린 얼굴로 물었다.

그래, 이건 구조대가 온 게 아니라…….

이곳에 던전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시발, 하필 이럴 때…….’

하여간 귀찮게 굴러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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