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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84화 (18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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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윽…!”

미국 지부, 중앙통제실.

그 한복판에 쓰러져 있는 고르고가 괴로운 신음을 흘렸다.

상황은 순식간에 종료되었다.

그가 대동한 헌터들은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모조리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역시, 듣던 대로다.

랭크도 불명, 이능력에 대한 정보도 불명.

여태까지 이레귤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여태껏 없었던 이레귤러.

‘과장이 아니었군…….’

고르고는 자꾸만 희미해지는 정신을 애써 붙잡으며 중얼거렸다.

본부는 여태까지 김준우와의 전투를 분석하여, 그를 비공식적인 SS랭크로 구분했다.

현재 공식적인 SS랭크의 헌터는 세계 랭킹 1위와 2위, 단 두 명밖에 없다.

다시 말해 김준우는, 최소한 그들과 동급이거나… 아니면 그보다 강한 존재라는 소리다.

이를 인지하고 있던 웨슬리 사무총장은, 고르고에게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으니 괜한 객기부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본인도 나름 세계 랭킹 15위의 헌터가 아닌가.

하지만 그 모든 게 과장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빌어먹을…….’

압도적이다.

같은 이능력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저건 그냥… 괴물이 아닌가.

고르고의 두려움이 섞인 눈빛이 김준우를 향했다.

“솔직히 이해가 안 되네.”

그때, 김준우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못 죽인다는 거 뻔히 알면서 왜 자꾸 쓸데없이 인력을 낭비할까.”

“……흐, 흐흐.”

“웃네?”

“우린 당신을 죽이러 온 게 아닙니다. 애초에 본부에서도 당신이랑은 전면전을 벌이지 말라고 했고요.”

김준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럼 왜 굳이 찾아와서 목숨을 버리려는 거지?”

“모르시겠습니까? 우리 작전의 변수는 당신뿐이라는 거.”

고르고가 어렵사리 말했다.

그래, 못 이긴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여태까지 밸런스팀이 몇 번이나 시도했다가 실패한 일을 본인이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안 했다.

그럼에도 본부가 김준우에게 인원을 보낸 이유는 단 하나.

그를 처리하는 게 아닌, 발목을 붙잡아 두기 위해.

이번 작전의 변수는 김준우 한 명뿐이다.

작전 본부가 공격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김준우는 바로 지원하러 갈 테니, 그것만 막으면 된다.

그가 시간 안에 다른 구역을 지원하러 가지 못하게만 막는다면 작전은 성공한다.

“당신이 아직도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제 역할은 끝입니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동안 이미 각 작전 본부는 초토화됐을 테니까.”

“…….”

“지금 가도 늦었습니다. 그쪽으로 파견된 이들은 저보다 훨씬 강한 헌터들이니…….”

“하하, 하하하!”

그 순간, 김준우가 갑자기 폭소를 터트렸다.

“그래서, 내 발목만 붙잡아 두면 나머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다?”

“설마 당신 직원들이 세계 랭커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죠? 고작 국내 상위 랭커들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대가…….”

“당신,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내 김준우가 자세를 낮춰 쓰러져 있는 고르고와 눈을 맞췄다.

“우리가 국제 협회와 척을 지지만 않았어도, 내 직원들 몇 명은 이미 세계 랭커 딱지를 붙이고도 남았어.”

“…무슨 근거로?”

“근거?”

김준우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인정했다는 게 근거야.”

이윽고 김준우의 전신에서 다시금 검은 기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걸 마지막으로 고르고의 의식이 끊어졌다.

***

“어딜 가?”

미국 서부, 임시 작전 본부.

뒤늦게 울려 퍼진 목소리에 철수하려던 샤오화의 다리가 우뚝 멈췄다.

“……!”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아가 어느샌가 벌떡 일어나 있었다.

“……말도 안 돼.”

“왜, 설마 내가 이런 거로 죽을 줄 알았나?”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 각성]

[최후의 생존자]

[시전자의 생존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대미지는 분명히 들어갔다.

애초에 온몸이 찢겼는데 멀쩡할 리가 없다.

그런데 대체 뭔가.

조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인 저 기세는.

그 괴물 같은 모습 앞에 샤오화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진짜 바퀴벌레가 따로 없네.”

[고유 스킬 : 소화홍극(小花紅棘)]

[만개]

스스스슥―!

그녀의 칼날이 다시금 허공에 흩날리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노아에게 칼날들이 불어닥쳤다.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생존 – 제6 법칙]

[우두머리]

파바바바박―!

노아는 마치 보란 듯이 모든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하지만 이번엔 그 어느 칼날도 몸에 상처를 내지 못했다.

“똑같은 공격이 언제까지 통할 것 같나?”

“……!”

파앗―!

노아가 정면으로 무섭게 달려들었다.

샤오화는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빌어먹을…!”

[고유 스킬 : 소화홍극(小花紅棘) - 각성]

[발아]

샤오화는 결국 그 스킬을 꺼내 들었다.

이윽고 수백 개의 칼날이 땅속에 박혔고, 그 자리에서 거대한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사아아아―.

순식간에 꽃밭으로 뒤덮인 대지.

샤오화가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

[폭화]

퍼버버버벙―!!!

꽃봉오리가 모조리 터져나가며 달려오던 노아를 집어삼켰다.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공격.

제아무리 랭킹 1위라고 해도 절대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한 가지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생존 – 제5 법칙]

[강행돌파]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콰악―!

“끄윽…!”

온몸이 피범벅이 된 노아가 기어이 그녀의 목을 다시 움켜쥐었다.

그래.

그에게 대미지를 얼마나 입히던, 그건 중요하지 않다.

죽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대.

죽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강해지는 존재였으니.

“야.”

이윽고 살기가 아른거리는 노아의 눈빛이 샤오화에게 향했다.

“5분 지났다.”

“……자, 잠깐!”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스킬 시전 5분 경과]

[현재 시전자의 스테이터스는 총합 128,372입니다.]

[생존 – 제1 법칙]

[무관용]

자비가 없는 그의 주먹이 바로 눈앞에서 날아들었다.

***

미국 북부, 임시 작전 본부.

슥―.

스스스슥―!

김민주가 휘두르는 검은 눈으로 좇는 것조차 불가능한 속도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접신의 경지.

정법명왕여래.

인간의 형상을 초월한, 가히 검의 극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고유 스킬 : 비스트 - 스핑크스]

[수수께끼 - 오답]

지이잉―.

쿠구구구궁―!!!

“크읏…!”

또다시 날아든 브레스에 김민주는 어렵사리 좁힌 거리를 다시 벌려야 했다.

단단한 갑피.

아무리 베어도 눈 깜짝할 새 원상복구 되는 미친 회복력.

1초라도 주춤하는 순간 곧바로 날아드는 절멸기.

무엇보다 두 남매의 합이 너무 잘 맞는다.

어느 한쪽을 공격해도 금세 다른 한쪽이 치고 들어온다.

물론 김민주 또한 쉬지 않고 공격을 퍼붓고 있지만, 그저 견제할 정도의 수준일 뿐.

이렇게 자잘자잘한 공격으로는 절대 놈들을 쓰러뜨릴 수 없다.

여기선 두 놈을 동시에 보낼 만한 강력한 일격이 필요하다.

‘1분…… 아니 30초라도 집중할 수 있다면…….’

김민주는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괴물들은 그 몇 초의 순간마저 허락해주지 않았다.

[고유 스킬 : 비스트 - 케르베로스]

[지옥불]

[고유 스킬 : 비스트 - 스핑크스]

[수수께끼 - 오답]

쿠구구구궁―!!

닿는 순간 온몸을 태워버릴 화염과 스치기만 해도 빈사인 브레스가 쉬지 않고 날아든다.

“민주 씨!!”

물론 다른 이들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 스테이터스 해제]

[모든 스테이터스가 근력으로 전환됩니다.]

[근력 : 18,955 (9,107↑)]

[체력 : 1 (2,289↓)]

[민첩 : 1 (5,799↓)]

[마력 : 1 (1,019↓)]

[고유 스킬 : 스팀 펑크 - 각성]

[혁명 군단 - 집중포화]

[고유 스킬 : 아르테미스]

[탄환 - 그믐]

[장전확인]

콰과과광광―!!

한유빈과 차석현 그리고 유지우 또한 그녀를 도와 총공에 가세했다.

조금씩이나마 괴물들의 공격을 최대한 늦춰주었다.

물론 막는 것에 급급한 수준이었지만.

“이렇게 따로 공격해선 끝이 없어요. 두 놈을 한 번에 보내야 해요!”

그때, 김민주가 한유빈을 향해 다급하게 말했다.

그러자 한유빈은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생각에 빠져 있길 잠시.

“시간 벌어주면 할 수 있어요?”

“……네.”

김민주가 고개를 끄덕였고, 한유빈은 피식 실소를 뱉었다.

“알았어요. 어떻게든 해볼게요.”

파앗―.

그와 동시에 한유빈은 무언가를 각오한 듯 홀로 두 괴물을 향해 도약했다.

‘죽을 수도 있겠는데…….’

지금 상황에서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지.

한유빈은 미소를 흘렸다.

그리고 그 순간, 시뻘건 기류가 전신에서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 각성]

비로소 그녀를 버서커 클래스 1위로 만들어 준 스킬이 시전됐다.

승패, 생사, 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눈앞의 적을 처치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

[현 시간부로 시전자의 모든 공격이 체내 혈액을 소모합니다.]

[자살행위]

이윽고 한유빈의 살기가 두 괴물을 관통하는 순간.

콰앙―!!!

붉게 묽든 그녀의 주먹이 케르베로스의 턱을 뚫었다.

본인보다 몇십 배나 더 거대한 괴물들의 몸에 달라붙어 쉴 틈 없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주먹, 발, 팔꿈치, 머리.

물어뜯기, 할퀴기, 조르기.

오로지 눈앞의 적을 쓰러트린다는 일념 하나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처절한 공격들.

그리고 그때.

크으으으으―.

푸욱―!!

“크아악…!”

스핑크스의 거대한 이빨이 그녀의 옆구리를 관통했다.

오로지 공격에 모든 걸 쏟아붓는 스킬.

그만큼 본인 또한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기에, 모든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하지만 지금 한유빈에겐 그런 것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죽이지 못하면 죽는다.

그렇다면 죽어서라도 죽인다.

한유빈은 피를 쏟으며 두 괴물을 끈질기게 몰아붙였다.

“유, 유빈 씨…!”

“닥치고 본인 할 일에나 신경 써요!”

한유빈이 그렇게 소리치고 나서야 김민주는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몇 초.

김민주는 비로소 호흡을 가다듬고 검에 온 신경을 집중할 수 있었다.

“수고했어요.”

[육관음중외(六觀音中外)]

[접신 - 관세음(觀世音)]

[정법명왕여래(正法明王如來)]

[열반]

스윽―.

김민주의 검이 강렬한 푸른빛을 내뿜으며 허공을 갈랐다.

그 직후,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듯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괴물들의 비명도 한유빈의 절규도 들리지 않았다.

털썩―.

이윽고 두 괴물의 목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조용히 들려왔다.

차석현과 유지우 길드장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그 모습을 바라봤다.

다른 헌터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던 팀장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몇 초가 더 흐르고 나서야.

“유빈 씨… 유빈 씨!!”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한유빈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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