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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81화 (18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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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시작 일주일째.

이례 없는 규모의 동시 토벌 작전은 아직까지 큰 문제 없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

나 또한 이 정도 규모의 작전은 지휘해본 적이 없었기에 꽤나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각 구역을 담당하고 있는 팀장들이 꽤나 잘해주고 있다.

동부는 미국 지부 소속의 숀 작전팀장.

서부는 노아.

북부는 김민주 그리고 남부는 비엣 지부장.

모두가 상당한 베테랑들이었다.

내가 일정과 인원에 맞춰 전체적인 토벌 루틴을 만들어주면 각 구역 팀장들은 알아서 본인들의 상황에 맞게 조정하여 진행했다.

덕분에 세부적인 사항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그만큼 전체적인 작전 루틴에 더 힘을 쏟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토벌된 던전은, 평균 대비 1,500% 이상의 토벌량을 기록했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

그만큼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는 부산물은 한유빈과 하라무라 지부장이 담당하고 있는 청소팀이 처리해주고 있다.

이대로만 간다면 에덴을 찾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물론 한 달 안에 에덴 던전이 재출현해준다면.

“동부 토벌량이 어제 대비 5%가량 떨어졌는데, 무슨 문제 있습니까?”

사무실에서 현황을 확인하며 묻자, 이아영 본부장이 태블릿 PC를 보며 입을 열었다.

“미국 지부 소속의 작전 4팀에서 그린 등급 던전 토벌 중 부상자가 발생했어요. 큰 부상은 아닌데… 다른 팀이 4팀 대신 토벌 지원을 나가면서 일정이 조금 꼬였나 봐요.”

“스읍. 치료는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최소한 3일은 휴식을 취해야 할 거예요.”

“그건 좀 곤란하군요. 다른 구역에서 지원을 좀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여유가 있는 구역이 있습니까?”

“북부가 던전 출현이 많지 않아서 아직은 여유로워요. 민주 씨한테 토벌지원팀 편성해달라고 연락해놓을까요?”

“그게 좋겠습니다.”

“알았어요.”

이아영 본부장은 곧바로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본사에 파견 요청 직후, 한걸음에 날아온 그녀는 간단한 작전 개요만 듣고 곧바로 본인이 할 일을 찾아 움직였다.

각 구역 토벌 현황과 헌터 상태를 체크하여 나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해주고 있는 덕에, 꽤나 신속하게 작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전에 발 벗고 나선 이는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예. 김준우입니다.”

「대표님, 하성일입니다. 지금 한별 상사에서 추가적인 무기랑 포션, 항공편으로 보내준다고 합니다.」

“아, 다행입니다. 마침 아슬아슬했는데.”

하성일 본부장 또한 이번 작전에 도움을 자처했다.

「그리고 한별 건설 쪽에서도 임시 숙소랑 임시 통제본부는 본인들이 지어주겠다고 합니다. 혹시 추가로 더 필요한 거 있을까요?」

“각 구역으로 작전팀 이동 수단과 부산물 유통 루트가 부족합니다. 도로를 새로 깔기엔 시간이 부족하니 다른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네, 그것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대표님은 다른 걱정 말고 작전에만 신경 써 주세요.」

하 본부장은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하덕수 회장에게 직접 부탁한 건지, 한별 그룹 전체가 파견 비용 및 장비, 케어 등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래놓고 나중에 일괄 청구할까 봐 좀 무섭긴 한데…….

어쨌든 지금만큼은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부산물 처리 시설 직원들, 편 팀장이 이끌고 있는 통제팀, 이클립스 직원들까지.

모두가 이번 작전에 아무런 보상 없이 손을 보태주었다.

……어지간히 할 일도 없나 보다.

작전에 실패하면 다 같이 길바닥에 나앉는 건데 뭔 생각으로 나를 돕겠다는 건지.

나로선 통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고개를 내젓고 있던 그때.

“김, 상황은 어떻습니까?”

마이클 지부장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진행 상황도 순조롭고…… 다만, 아직 에덴 소식은 없군요.”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봅시다. 분명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야겠죠.”

내가 대답하자, 마이클 지부장이 조금 어두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조금 걱정이긴 합니다.”

“어떤 게 말입니까?”

“토벌량이 말도 안 되게 상승하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 수치면 분명 국제 협회 본부에서도 눈치를 챌 겁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아니면 뭐, 벌써 챘을 수도 있고.”

전 세계 토벌 현황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는 놈들인데 모를 수가 없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으려 할 겁니다. 어떻게 할 생각이죠, 김?”

“그건…….”

마이클 지부장에게 다가가 말을 이었다.

“저보단 지부장님이 더 잘 해결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내가 그것까지 신경 써야 하겠는가.

작전 지휘만 해도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그래서 본인도 뒷짐 지고 구경만 할 생각 말고, 뭔가 도움이 되라는 의미로 한 소리였지만.

“……알겠습니다.”

어째 표정이 결연하다.

뭔가 의미 전달이 잘 안 된 것 같긴 한데…… 알았다니까 상관없겠지.

***

정말이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군.

마이클 지부장의 머릿속에선 일주일 내내 그 말이 깊게 박혀 있었다.

김준우 대표.

던전 청소부 출신.

전 한국 협회 최연소 작전 본부장.

그리고 현재 아시아 최대 민간 토벌 기업의 대표.

워낙 이 바닥에서 유명한 남자였으니, 그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이력이지 않은가.

처음엔 인맥과 뒷배로 성장한 남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편견은 단 하루 만에 박살이 났다.

김준우는 작전 시작 하루 만에, 미국 전역의 토벌 루틴을 만들어 낸 것이다.

총합 250개에 달하는 팀의 모든 일정을 고려한 최고 효율의 루틴을 단 하루 만에.

그것도 모자라 일주일 내내 각 구역 인원 배치와 일정까지 완벽하게 조율하고 있다.

절로 감탄이 나오는 지휘력.

본인 또한 나름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었다고 생각했는데…….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군…….’

무엇보다 본인을 경악게 한 건, 그의 주변 모두가 그를 도와주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그를 도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생 이 바닥을 뜨게 될지도 모른다.

토벌로 먹고사는 이들에게 그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도 기업, 협회, 심지어 개인까지 정말 많은 이들이 자진해서 발 벗고 그를 도와주고 있다.

김준우…….

대체 이 남자는 그동안 어떤 행보를 해온 것일까.

‘업보라는 게 정말 있긴 한가 보군…….’

마이클 지부장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젊은 나이임에도 모두의 존경과 신임을 받고 있는 김을 보니 어째 자신이 초라해지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그에게 느낀 감정은 경외보단 질투심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어마어마한 토벌 이해도.

총 5개국을 혼자서 이끄는 지휘력.

모두가 믿고 따르게 만드는 리더십.

정말이지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니, 그럴 만도 하지 않은가.

그런데.

‘본인보다 내가 더 잘 해결해줄 거라 믿는다니…….’

그것도 가장 중요한 국제 협회 본부와의 마찰을.

마이클 지부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 기본적으로 사람을 신뢰하는 남자다.

그런 이를 실망시킬 순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마이클 지부장님.”

사색을 깨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정장 차림의 남성들이 보였다.

물론 모두 처음 보는 이들이었다.

“누구시죠…?”

“본부 감사팀에서 나왔습니다.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

올 게 왔구나.

마이클 지부장은 마음을 다잡으며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럼 잠시 자리를…….”

“아뇨. 여기서 하십시오.”

마이클 지부장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기세를 잡기 위해서였지만, 남자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한발 물러서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 주 토벌량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더군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까?”

“…정산 시즌이라 그렇습니다.”

“정산 시즌이요?”

남자들이 실소를 뱉는다.

“이 정도 토벌량이면 미국 전역 던전을 동시 토벌하는 수준입니다. 정산 시즌이면 작전팀 인원이 갑자기 수십 배가 늘어납니까?”

“…….”

“마이클 지부장님, 사실대로 말씀하시죠.”

한 남자가 마이클 지부장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지금 에덴을 찾고 있는 겁니까?”

“…….”

역시 알고 있었군.

“이 정도 규모의 작전이면 현재 미국 지부 인원만으로는 어림도 없을 테고. 보아하니 한국이랑 몇몇 협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남자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작전, 당장 중지하십시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내 토벌 권한은 제가 가지고 있는…….”

“마이클 지부장님.”

남자가 마이클의 말을 끊으며 품속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본부 발령 공문입니다. 작전을 중지한다면, 본부에 자리를 마련해드릴 겁니다.”

“……하, 하하.”

“언제까지 지부에 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지부장님쯤 되시면 위로 올라가셔야죠.”

마이클 지부장이 피식 실소를 뱉었다.

마이클은 본인을 잘 알고 있다.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인간.

덕분에 직원들에게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특정 직군의 편의를 봐주지도, 그렇다고 소외 직군을 편애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걸 원리원칙에 따라 처리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하지만 대개 그런 부류는.

“설마… 제가 그런 거에 혹할 거라 생각한 겁니까?”

이런 같잖은 회유에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말씀드렸다시피, 현재 미국 지부는 정산 시즌입니다. 당연히 작전은 계속할 거고 그것을 막을 권한은 당신들에게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순간 남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이내 그가 품속에서 또 다른 서류를 꺼내 들었다.

“국제 협회 탈퇴 명령 공문입니다. 당장 작전을 중지하지 않으면 미국 지부, 국제 협회에서 강제 탈퇴시키겠습니다.”

“……!”

“어떻게, 이건 좀 혹하십니까?”

마이클 지부장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강제 탈퇴 명령.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웨슬리 사무총장이 통보하길, 국제 협회 소속이 아닌 조직은 더 이상 토벌권을 가지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국제 협회에서 탈퇴시킨다는 건 곧 미국 지부의 토벌을 막아버리겠다는 뜻이다.

‘빌어먹을…….’

이를 으득 씹었다.

“작전을 중지하고 본부로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국제 협회에서 쫓겨나시겠습니까?”

남자가 두 개의 서류를 마이클 지부장에게 내밀었다.

“지부장님이 직접 선택하십시오.”

“…….”

마이클 지부장의 흔들리는 시선이 남자가 내민 서류에 고정됐다.

국제 협회 탈퇴를 감수하고 작전을 진행해서 운 좋게 에덴을 찾는다면 현재 본부의 통제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에덴을 찾지 못한다면…… 본부의 통제도 막지 못한 채 미국 지부는 영영 토벌권을 빼앗기겠지.

본인은 그렇다 쳐도 미국 지부에 소속된 수천 명의 직원이 한꺼번에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 것이다.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걸려 있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럼 이대로 작전을 중지해야 하는가.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마이클 지부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이렇게 하겠습니다.”

본부 발령 공문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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