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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부랑 손잡았다고?
└어림도 없지ㅋㅋㅋ
└바로 먹어버리기~
└아니 대체 국제 협회 지부를 어떻게 먹은 거냐??
└ㅁㄹ 내부 고발 터지니까 지부장이 바로 책임 권한 위임하고 튀었다던데?
└갓준우 선생님… 몇 수 앞을 내다보신 겁니까…….
└아니, 친일 기업이라고 대차게 까댈 땐 언제고 이제 와서 태세전환 오지네;;
└ㄹㅇ구역질난다ㅋㅋㅋ
└아니 국회에서 먼저 몰고 갔자너;;;
└근데 미민당에서 기사 터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청문회 연 거 좀 오바 아님? 자작나무 타는 냄새 나만 남?
└ㅇㅇ;; 그쪽에서 작정하고 여론 몰고 가서 견제하려고 한 듯;;;
└본인들보다 지지율 높아서 똥줄 탔나봄ㅋㅋㅋ
댓글을 확인하던 하성일 본부장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준우 대표가 일본 지부의 책임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기사가 터지자마자 여론은 순식간에 기울었다.
정말이지 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덕분에 청문회 또한 흐지부지됐으니까.
일본 지부와의 유착관계를 명분 삼아 토벌권 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유착관계는커녕 아예 일본 지부를 먹어버렸으니 더는 걸고넘어질 명분이 없었으니까.
“대체 거기서 뭔 짓을 하는 걸까요…….”
그때, 옆에서 같이 기사를 확인하고 있던 이아영 본부장이 넌지시 중얼거렸다.
“글쎄요. 대표님 생각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하성일 본부장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애초에 국제 협회를 탈퇴한 것도 아닌데, 책임 권한을 위임받다니요. 이거 괜찮은 거 맞아요? 나중에 문제 생길 거 같은데?”
“뭐, 형식적으로 문제는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지부장이 된 게 아니라, 지부장 대리 권한을 수행할 뿐이니까요. 물론 국제 협회가 그걸 좋게 볼 리는 없지만…… 대표님이 알아서 잘 마무리 하지 않겠습니까.”
“…….”
여전히 이아영 본부장은 퍽 불안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길 잠시.
“……불안해서 안 되겠어요.”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무리는 제가 좀 도와줘야겠어요. 뭔 짓을 한 건지 확인도 좀 할 겸.”
“……예?”
“일본으로 갈 거라고요. 지금 당장.”
하성일 본부장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원래 저렇게 행동력이 좋은 사람이었나?
대표님은 대체 저런 사람을 그동안 어떻게 부려 먹고 다닌 거지?
그런 생각이 들기도 잠시.
그래, 뭐 본인이 하겠다는데 어쩌겠는가.
“……알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시죠.”
“무슨 소리예요. 하 본부장님도 같이 가셔야죠.”
“……?”
***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일본 지부, 지부장실.
불과 몇 시간 전에 주인이 바뀐 그 사무실에서 한유빈이 걱정스레 물었다.
“불안합니까?”
“엄밀히 따지면 완전히 인수한 게 아니잖아요. 책임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해도 국제 협회가 대표님을 지부장이 되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을 거고…….”
“당연히 그 꼴은 못 보겠죠.”
담담하게 대답하자 한유빈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의미 없는 거 아니에요?”
“글쎄요.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겁니다. 우린 이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국제 협회에서 탈퇴할 거라는 입장을 발표할 거니까요.”
“……국제 협회가 탈퇴를 받아들여 줄까요?”
“말했잖습니까. 일본 지부가 가치가 없어지면 미련 없이 손을 놓을 거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한유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쪽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국제 협회도 제가 지부장이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고.”
“아…….”
“이대로 두면 저는 공식적으로 국제 협회에 소속된 지부장의 권한을 갖게 될 겁니다. 당연히 본부는 제가 본인들의 영역에 침범하는 걸 원하지 않겠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탈퇴 요청을 받아들일 거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물론 이러나저러나 일본 지부가 저한테 넘어오는 건 막을 수 없겠지만…… 본인들의 지부를 가져가는 것보다, 그냥 독립 협회 하나 쥐여 주는 게 차라리 나을 테니까요.”
“흐음…….”
한유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앞으로도 대표님이 계속 일본 지부를 관리할 거예요?”
“제가 그럴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당연히 다른 사람을 책임자로 앉힐 생각입니다.”
“누굴요?”
“뭐, 그야…….”
나는 사무실 구석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서 여전히 주춤거리고 있는 하라무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라무라 씨가 맡아주셔야겠죠.”
“……어, 어?”
하라무라 류헤이는 상상도 못 한 이야기에 크게 당황했다.
“지, 진심인가?! 나한테 책임자 자리를 맡기겠다고?!”
“제가 이런 거로 농담이나 할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아, 아니 그건 아니다만. 대체 왜? 따지고 보면 이번 일의 원흉이 아닌가. 나한테 어째서 그런 과분한 자리를…….”
“착각하시면 곤란합니다, 하라무라 씨.”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 자리는 선물이 아닙니다. 앞으로 일본에서는 한국으로 넘어간 지부를 맹렬히 비난할 거고, 국제 협회는 눈 뜨고 빼앗긴 지부를 어떻게 해서든 되찾기 위해 온갖 압박을 넣을 겁니다.”
“…….”
“다시 말해 제가 하라무라 씨에게 맡기려는 건, 그 모든 걸 감내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번지르르한 권력자의 자리가 아니라요.”
그의 얼굴에 살짝 그늘이 드리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그는 겸허한 태도를 취했다.
“뭐, 그동안 거짓말한 대가라고 생각하지. 알겠네.”
“그렇게 말씀하시니 다행이군요.”
원하는 대답을 듣고 기지개를 켰다.
이걸로 대충 마무리는 됐다.
그동안 질이 떨어지는 무기를 유통한 것에 대한 책임은 모두 쇼이치 지부장에게 뒤집어씌웠다.
거기에 더해 시범 테스트 결과가 지부 소속 헌터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가며, 진짜 하라무라가 만든 무기는 소문대로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거짓말에 거짓말이 더해지니, 하라무라 가문의 소문은 기어이 진실이 되었다.
앞으로도 그들의 영향력은 계속 유지되겠지.
‘거기에 일본 지부까지 손에 넣었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나저나… 조금 아쉽긴 하네요.”
한유빈이 퍽 가라앉은 목소리로 재차 입을 열었다.
“뭐가 말입니까?”
“쇼이치 지부장 말이에요. 아무리 거짓말을 뒤집어씌웠다고 해도…… 결국 우리 돈으로 평생 잘 먹고 잘살 거 아니에요.”
“아, 계약금이랑 재단 말입니까?”
“네. 뭐, 그 인간을 내쫓으려면 어쩔 수 없긴 했지만,그렇긴 해도 좀 아니꼽긴 하네요.”
“그거라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그거 다 텅 빈 껍데기니까.”
“……네?”
누구 좋으라고 그 새끼한테 정말 그 거액을 주겠는가.
처음 쇼이치 지부장에게 제시한 계약금은 1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100억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실제 그에게 쥐여 준 금액은 1억 볼리바르.
베네수엘라 화폐로 지급한 그 금액은 현재 환율로 약…… 126원.
그러게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확인을 제대로 했어야지.
애초에 자세히 확인하지 못하게 정신없이 몰아붙인 거긴 하지만.
“사탕 하나 못 사 먹는 돈으로 뭐 얼마나 잘 먹고 잘살겠습니까.”
“…….”
지금 뭘 들은 건가 싶은 표정이네.
“그, 그럼 청소년 헌터 육성 재단은요? 그건 정말 우리 쪽에서 추진하려고 했던 거잖아요.”
“엥, 못 들었습니까? 그거 엎어졌습니다.”
“네, 네? 왜요?!”
아…… 이아영 본부장이 도맡아서 추진한 사업이라 저쪽 귀에까지 안 들어갔나 보군.
“사업 추진하려면 청소년 헌터 수련원이 꼭 필요했는데, 마침 경주 쪽에 지으려고 땅을 사놨었거든요.”
“근데요?”
“웬걸, 그 자리에서 유적지가 발굴됐지 뭡니까.”
“…….”
“뭐, 덕분에 제대로 추진도 못 하고 빚만 수십억입니다. 조만간 추징이 있을 텐데. 뭐, 쇼이치 지부장이 그것도 모르고 덥석 받아버렸으니 우리야 감사하죠.”
126원 플러스 수십억짜리 빚이라니.
뭐, 아무리 봐도 노후를 편하게 보내기는 글렀다.
“대표님.”
미묘한 미소를 흘리고 있던 그때, 히나 보좌관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지금 지부 앞에로 대표님을 만나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이 있는데, 혹시 예정이 잡혀 있나요?”
“음? 아뇨. 미팅 예정은 없는데.”
최소한 우리가 입장 발표를 하기 전까진 그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해놨다.
혹시라도 국제 협회 놈들이 찾아온다면 일이 꼬일 테니까.
그런데 솔직히 그쪽에서 직접 나를 만나러 올 것 같지도 않았는데…….
대체 누구지?
“일단은 저희 쪽에서 출입을 막고 있긴 합니다만. 쉽게 물러가질 않고 있습니다.”
“신원 파악은 했습니까?”
“네. 카르마 코퍼레이션 지원본부장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힘을 써서라도 돌려보낼까요?”
“…….”
아니, 시벌 나랑 같은 소속이면 들여 보내줘야지 그걸 막고 있어?!
‘하여간 융통성이라곤…!’
곧바로 사무실을 뛰쳐나와 1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 이거 안 놔?! 나 대표님이랑 같은 소속이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 거야?!”
“어허, 그래도 안 된다고!”
“이 여자, 진짜 뭔 힘이…!”
“야! 그냥 들어서 밖에다 던져 버려!”
임시 보안팀으로 고용한 야쿠자들과 부대끼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그 뒤론 땀을 뻘뻘 흘리며 어떻게든 설득을 해보려는 하성일 본부장까지 보였다.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네.’
고개를 떨어트리며 한숨을 내쉬는 순간.
“야! 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
한유빈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아영과 야쿠자들의 시선이 동시에 그녀에게 쏠렸다.
“유빈 씨?! 아니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이 깡패들은 또 뭐고…!”
“안녕하십니까, 누님!”
“안녕하십니까!”
“……?”
야쿠자들이 일제히 동작을 멈추고 한유빈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그 광경을 본 이아영의 동공이 크게 벌어졌다.
“수상한 사람을 들여보내지 말랬지, 누가 내 동료까지 막으라고 했어!”
“…아! 도, 동료분이셨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누님!!”
이내 이아영을 향해 허리를 숙인다.
저건 또 무슨 꼴값들이냐.
“미안해요. 나쁜 애들은 아닌데. 그… 생각이 좀 짧은 애들이라…….”
“…….”
이아영은 여전히 벙찐 표정이었다.
그리곤 한유빈과 나를 가만히 번갈아 보던 끝에 입을 열었다.
“대체 여기서 뭔 짓을 하고 다닌 거예요…?”
***
도쿄 어딘가, 인적이 드문 골목길.
쇼이치 지부장의 지시대로 하라무라 류헤이를 납치했던 밸런스팀 소속의 남자.
새로이 개편된 밸런스팀의 일본 파트장 황동휘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는 김준우와 가장 가까이, 그리고 가장 오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대규모 물갈이에서 가까스로 제외될 수 있었다.
살려줬다는 것만으로도 천운인데, 거기에 다시 현장 투입이라니.
이번만큼은 실수 없이 일을 진행하리라 마음먹기도 잠시.
‘시발 대체 이게 무슨…….’
그가 배정받은 지 정확히 한 달 만에 일본 지부가 공중분해 됐다.
그것도 또다시 김준우에 의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곧바로 밸런스 팀장, 노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팀장님. 지금 일본 지부가…….”
「나도 알아. 본부도 지금 그것 때문에 난리가 났어.」
“어떻게 할까요? 보아하니 이번 일 마무리 때문에 꽤나 정신이 팔린 모양인데, 작업이라도 한번 시도해…….”
「아니.」
노아 팀장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내버려 둬.」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눈 뜨고 지부를 빼앗겼는데…!”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주제넘게 본부 일에 끼어들지 말고 넌 시키는 것만 해.」
“…….”
「경고하는데, 분명히 내버려 두라고 했다. 김준우 털끝 하나 건드렸다간 넌 나한테 죽어.」
뚝, 전화가 일방적으로 끊겼다.
“뭐야…….”
말도 안 된다.
밸런스 팀장이라는 놈이 이걸 그냥 내버려 둔다고?
다른 생각이 있는 건가?
아니면…….
둘 사이에 뭔가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