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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65화 (16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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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준다고? 이따위 개수작을 부려놓고 도와준다고?!”

쇼이치 지부장의 목소리가 점점 격양됐다.

“물론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선택은 지부장님이 하셔야죠. 다만, 선택의 여지가 많이 없을 겁니다.”

지금 언론에 뿌려진 내용은 하라무라 공방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일본 지부가 국제 협회를 상대로 돈을 벌기 위해 하라무라를 협박하여 가짜 무기를 찍어냈다는 내용이지.

뭐, 당연히 내가 지어낸 거짓말이다.

어찌 보면 일본 지부도 하라무라에게 속은 피해자나 마찬가지지만……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거짓말도 100번을 하면 진실이 된다고.

국제 협회는 자신들을 속여 온 일본 지부에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

물론 그게 일본 지부에 국한된 조치일지, 아니면 일본 전체에 영향을 끼칠 만한 조치일지는 모른다.

어찌 됐건 국회를 포함한 일본 시민들은 당연히 지부 때문에 엄한 꼴을 당하고 싶진 않겠지.

무엇보다 한유빈의 지휘 아래 언론과 인터넷, 그리고 정치인들을 이용하여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조성 중이지 않은가.

국회에서도 지부를 내쳐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이상, 이대로 내버려두면 일본 지부는 일본과 국제 협회 모두에게서 버려진다.

지부는 이빨이 다 빠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겠지.

당연히 책임자인 쇼이치 지부장은 중징계를 피하지 못할 거다.

하라무라와 국제 협회.

일본 지부는 둘 모두 손에 넣으려다 모두 잃는 상황에 놓인 거다.

그리고 이 상황을 뒤집으려면…… 두 가지 방법밖엔 없다.

첫 번째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하라무라 공방의 진실을 밝힌다.

당연히 하라무라라는 브랜드는 잃게 되겠지만, 최소한 양쪽 모두에게 버림받는 상황은 피할 수 있을 테지.

쇼이치 지부장도 같은 생각을 한 건지, 다시 핸드폰을 들어 소리쳤다.

“지금 당장 반박 기사 내! 우리가 주도한 게 아니라 애초에 하라무라 가문이 거짓말을 한 거라고! 우리도 속은 것뿐이라고 각 방송국에…….”

「이, 이미 시도하고 있는데…… 연락을 안 받습니다.」

“……뭐?”

물론 이제 와서 이실직고하도록 내버려둘 순 없지.

미안하지만, 하라무라 가문은 여전히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아, 아무래도 방송국이랑 언론사에 누군가 압력을 넣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발 대체 누가! 대체 어떤 새끼들이 우리를 상대로 그딴 짓을 해!”

「최근 일본 전역의 야쿠자 조직이 통합됐다던데, 그들 짓이 아닐지…….」

“……!”

한유빈을 필두로 한 그 거대 세력이 이미 모든 매체를 통제했다.

당연히 이제 와서 지부가 끼어들 틈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첫 번째 방법은 무용지물이 됐다.

그럼 남은 방법은 하나다.

“일본 지부는 저희가 어떻게든 해결해볼 테니, 일단은 저희한테 맡기시고 지부장님은 먼저 피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뭐…?”

“일본 지부, 저희한테 넘기시라고요.”

책임자 자리를 떠넘기고, 챙길 수 있는 걸 모두 챙긴 후 혼자라도 내빼는 것.

“이번 계약금이랑 제가 넘겨드린 재단, 그 두 개면 어디 경치 좋은 곳에서 평생은 먹고사실 수 있을 겁니다. 뭐, 상황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 그때 다시 부르도록 하죠.”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 하는 소린가?!”

“안 믿으시면 어쩌실 겁니까? 모든 책임 다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시는 것보단 나을 것 같은데요.”

쇼이치 지부장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고민하는 그를 위해 쐐기를 박아넣었다.

“지부장님, 이건 모두 일본 지부를 위한 일입니다. 생각해보시죠. 어차피 이대로라면 일본 지부는 몰락합니다. 싸지른 똥을 우리가 대신 치워주겠다는데, 대체 뭘 고민하시는 겁니까?”

“…….”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지부장님.”

서류 한 장을 쇼이치 지부장에게 내밀었다.

일본 지부 최고 책임 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이었다.

“자, 여기에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

“…….”

펜을 건네받은 쇼이치 지부장의 손이 벌벌 떨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빌어먹을… 빌어먹을…!”

욕지거리를 뱉으면서도 그는 결국 서류에 서명을 휘갈겼다.

“너 시발, 두고 봐! 나 없는 동안 조금이라도 허튼짓하면 가만 안 놔둘 거야!”

“예예, 나가시는 길을 저쪽입니다.”

아직 한창 전투가 진행되는 이곳에서, 쇼이치 지부장은 끝내 등을 돌렸다.

쾅, 콰광―!

퍼버벙―!

“계속 밀어붙여!!”

“한기가 너무 심해서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어차피 먹히지도 않을 공격이면 아예 시도하지 마!”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도 모른 채, 작전팀은 여전히 분투 중이었다.

‘쯧, 오래도 걸리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보스 방 한가운데로 걸어가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긴급한 공지사항이 있습니다. 잠시 멈추시죠.”

“……?”

“뭐, 뭡니까?”

“여긴 위험하니까 어서 뒤로 빠져요!”

참 나.

고스트 타입 하나 두고 아주 꼴값들을 떨고 있네.

“자, 시간이 없으니까 빠르게 설명하겠습니다. 현재 시간부로 쇼이치 지부장님께서 저에게 일본 지부의 모든 책임 권한을 위임하셨습니다.”

“……?”

“……뭐?”

“뭐, 그렇다고 국제 협회 소속도 아닌 제가 지부장이 되는 건 아니고. 지부장님이 자리를 비우신 동안 책임 대리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뒤늦게 뭔가 이상한 걸 눈치챈 모양이다.

작전팀이 전투를 멈추고 날 바라봤다.

한눈팔 시간이 있나 몰라.

“뭣들 하십니까. 알아들으셨으면 토벌 계속 진행하세요.”

“……하, 하하하.”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지부장님이 권한을 위임했다고? 그럴 리가…….”

그들은 헛웃음을 뱉으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뭐, 당연한 반응이다.

토벌 중에 갑자기 책임자가 바뀌었다고 하면 누구든 당황하겠지.

다만…….

“자, 잠깐…… 지부장님이 안 보이는데?”

“뭐?!”

“방금까지 여기 계셨잖아!”

“당신, 지부장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지부장님 어디 있어!”

멍청한 놈들.

지금 상황에 뭐가 더 급한 건지 모르는 건가.

끼이이이익―.

쾅―!!!

전투 중이라는 걸 망각한 그들을 향해 설귀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면 하루 웬종일 걸리겠네…….’

이제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데 여기서 시간을 버릴 순 없지.

“제대로 안 할 거면 나오시죠.”

“뭐, 뭐…?”

“지금 이게 장난으로 보이는…!”

[고유스킬 : 마왕 - 독재자]

[시전자의 상념에 따라 일회용 스킬을 제작합니다.]

[스킬 제작 중]

[스킬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구구구구구―.

[제작 스킬 : 팔열지옥]

설귀의 발밑에 시뻘건 용암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끼야아아악―!!!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꺼지지 않는 지옥불.

죽은 자를 심판하는 팔열지옥의 불길이 솟아오르자 설귀는 귀를 찢는 비명을 질러댔다.

“어, 어…?”

“뭐, 뭐야……?”

토벌 시작 후 첫 유효타를 내가 먹인 게 믿을 수가 없었는지, 다들 벙찐 표정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슈우우우우―!

엄청난 한기를 내뿜으며 설귀가 화염을 벗어나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이윽고 거센 눈보라가 몰아쳤다.

푸슉, 푸슉―!

눈 대신 칼날처럼 날카로운 얼음 결정들이 미친 듯이 흩날렸다.

‘쯧, 성가시긴 하네.’

방어 자세를 취하며, 테스트 인원이었던 고레다를 향해 다가갔다.

“야! 검 줘봐.”

“어, 어? 그, 그거…!”

고레다가 들고 있던 십수반… 뭐시기를 뺏어 들었다.

무기를 빼앗기자 고레다가 당황했다.

뭐, 본인도 가짜라는 걸 알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스킬 제작 중.]

[스킬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해당 제작 스킬이 S랭크 이상으로 판단되었습니다.]

[S랭크 스킬의 안전장치 해제 시퀀스를 시작합니다.]

지이이잉―.

검을 쥔 그 순간, 거친 바람이 검신을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발동 조건 확인 중.]

[시전자 본인 확인.]

[시전자의 랭크 확인.]

[전투 상태 확인.]

[고유 스킬 - 마왕 활성화 상태 확인.]

[클래스 각성]

[고유 클래스 : 마검사]

[발동 조건이 확인되었습니다.]

[해당 스킬의 안전장치가 해제되었습니다.]

[스킬 사용에 주의하십시오.]

[제작 스킬 : 팔열업화도]

스윽―.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콰과과과광―!!

직격한 거대한 화염은 거센 한기에도 꺼지지 않은 채 빠르게 설귀를 태워 갔다.

“…….”

“…….”

더 이상의 공격은 필요 없었다.

비명을 지르는 설귀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길 잠시, 보스 방에 휘몰아쳤던 눈보라가 멎었다.

보스가 쓰러졌지만, 작전팀은 여전히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였다.

음? 눈보라는 그쳤는데 왜 얼어있는 챈데?

“……뭐, 뭐야!”

“저, 저거 가짜 아니었어?!”

“하라무라 가문의 소문은 거짓말이었다면서.”

“분명 지부장님이 그랬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저희들끼리 중얼거린다.

뭐, 어쨌든 이걸로 무기 테스트도 끝났네.

“자, 마무리된 것 같으니 나갑시다. 할 일이 많아요. 이제부터 굉장히 바쁠 겁니다.”

“…….”

“…….”

대답은 없었지만, 모두 고분고분 던전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

같은 시각,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일본 지부와 거액의 계약을 체결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한 의원이 던진 질문에 하성일 본부장은 곧바로 대답했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계약을 체결한 건 일본 지부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 지부가 과거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벌써 잊으신 거예요?”

“아닙니다. 저희 또한 일본 지부의 만행을 기억하고 있으며, 이번 거래는 결코 그들과 손을 잡으려는 게…….”

“국민을 지켜야 할 토벌 기업이 돈에 눈이 멀어 국민을 짓밟았던 일본 지부와 손을 잡는 게 말이 됩니까?”

“이런 기업이 토벌권을 독점하고 있다는 게 가당키나 하다고 생각하세요?”

미래민주당 의원들의 정해진 질문들이 하성일 본부장의 말을 끊고 계속해서 날아들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대답을 들을 생각 따윈 없었다.

‘후, 이 꼰대 놈들…….’

하성일 본부장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떨어트렸다.

국가 감정을 걸고넘어지고 있지만, 사실 저들이 정말 애국자여서 하는 말들은 아니다.

그저 카르마 코퍼레이션과 김준우 대표가 대중의 무조건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걸 깎아내릴 수단이 필요할 뿐이다.

그러니 아무리 설득을 하려고 해도 저들은 들어먹을 생각이 없다.

그저 저들이 바라는 대답은 다 인정하고 죄송합니다, 그 한마디일 뿐이다.

‘그래야 우리가 정말 잘못한 거로 몰아갈 수 있을 테니까…….’

하성일 본부장은 미간을 구겼다.

김준우 대표를 대신해서 불려 나왔지만, 어쨌든 본인이 책임자인 이상 뭐든 해야 했다.

최악의 경우, 어렵게 얻은 토벌권을 토해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하성일 본부장님.”

그때 미래민주당 대표이자 일본 지부 찌라시를 퍼트린 원흉, 성현숙 의원이 입을 열었다.

“네… 말씀하십시오.”

“여기 보니까 최근에 일본 지부장에게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추진하고 있던 청소년 헌터 육성 재단을 넘겼다고 되어있군요.”

“……?”

“일본 지부와 손을 잡으려는 게 아니라면, 이건 어떻게 설명하실 건가요? 아무리 봐도 이건 대가성 뇌물로밖에는 안 보이는데 말이죠.”

“…….”

하성일 본부장은 그 질문만큼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본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카르마 코퍼레이션에 압수수색 한번 들어갈까요?”

“…….”

빌어먹을.

이러면 답이 없는데.

하성일 본부장은 입술을 꽉 깨물던 끝에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순간.

“대, 대표님!”

성현숙 당대표의 보좌관이 다급하게 그녀를 찾았다.

그리곤 방금 들어온 소식을 전달했다.

“김준우 대표가…… 방금 일본 지부의 책임 권한을 위임받았답니다.”

“……?”

순간 얼어붙은 의원들.

“뭐…?”

“…뭐, 뭐?!”

“뭐가 어쩌고 어째?!”

반 박자 늦게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의원들은 각자 다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그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표정들을 보아하니 사실인 모양이었다.

‘하… 진짜 간 떨리게 하시네요.’

그제야 하성일 본부장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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