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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62화 (16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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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급히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서요.”

일본 지부,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있길 10분쯤.

쇼이치 지부장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뒤늦게 모습을 보였다.

“괜찮습니다. 불쑥 찾아뵌 건 저희 쪽이니.”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불쾌할 정도로 친절한 말투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우리가 동강회 본부를 다녀간 이후에 웬 괴한에게 본부가 털렸다는 소식을 잇시키가 전해 주었다.

뒤늦게 현장을 찾았지만, 회장을 포함한 대부분 조직원이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하라무라 류헤이는 그 자리에 없었다.

‘정황상 이놈들이 유력한데…….’

아마 하라무라는 일본 지부에 붙잡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하라무라 공방을 둘러싼 거짓에 대해서도 털어놨을 거다.

그러니까 이 새낀 지금, 공법 하나를 뺏으려고 수십 명을 죽여 놓고도 사람 좋은 척 뻔뻔하게 연기를 하는 것이다.

“카르마 코퍼레이션 대표님께서 연락도 없이 여기엔 어쩐 일로…….”

대답을 아끼고 있자니, 쇼이치 지부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이미 알고 있으면서 뭘 또 새삼스레 물어보는지…….

서류를 꺼내 내밀었다.

“보좌관에게 전해드렸다시피, 하라무라 공방과의 무기 수주 계약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

동시에 어두워지는 그의 낯빛.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아뇨. 문제는 무슨. 다만 공방과 직접 계약을 하셔도 될 텐데 왜 굳이 저희 쪽으로…….”

“하라무라 공방과의 계약은 일본 지부가 맡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직접 계약을 할 수도 있지만, 물량이 물량인지라 지부를 통해서 하는 게 맞지 않나 싶군요.”

“……그, 그러시군요.”

쇼이치 지부장이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 틈을 타서 슬쩍 떠봤다.

“하라무라 공방의 무기가 굉장히 특별하다고 들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뜬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뭐, 믿을 만한 물건이니까 국제 협회 헌터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거겠죠?”

“하, 하하… 그럼요.”

“토벌 기업 입장에서 그런 대단한 물건을 안 가져올 수가 없죠. 계약서를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조건은 굉장히 좋을 겁니다. 어떻게, 긍정적으로 검토가 가능할까요?”

“…….”

누가 봐도 곤란하다는 표정이다.

아무렴.

모를 때야 문제가 안 됐지만, 다 알아버린 지금은 꽤나 곤란할 거다.

자칫 하라무라 공방의 진실을 우리에게 들킬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이어도 무턱대고 계약을 맺긴 힘들겠지.

여기선 어떻게든 계약을 무르려고 들 것이다.

“그……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하라무라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런가요. 마침 잘 됐군요. 저도 만나 뵙고 싶었는데 말이죠.”

“네?”

“하라무라 씨도 불러서 같이 상의하시죠.”

“…….”

좋게좋게 빠져나갈 생각이겠지만.

어림도 없지, 이 새끼야.

“하, 하하…… 제가 말씀을 안 드렸군요. 사실 하라무라 선생님이 최근 잠시 작업을 중지하신 상태입니다. 연락도 잘 안 되고요.”

“음? 작업을 중지하시다뇨. 어째서……?”

모른 척 묻자, 쇼이치 지부장이 과장되게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난처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자세한 사정은 저희도 잘……. 아무튼 현 상황으로는 계약은 힘들 것 같습니다. 다음에 다시 찾아와주시면…….”

“아, 아이고. 제가 눈치가 없었군요. 그런 사정이 있었다면 진작 말씀해 주시지 그랬습니까.”

안주머니에서 다른 서류를 하나 더 꺼내 내밀었다.

“이번에 제가 추진하고 있는 청소년 헌터 육성 재단입니다.”

“……그걸 왜 저한테?”

“에이, 왜 그러십니까. 지부장님께서도 이걸 말씀하신 거 아닙니까.”

나는 서류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손가락 끝에는 [청소년 헌터 육성 재단 관리 책임 위임자]라고 일본어로 쓰인 제목이 있었다.

“이 재단을 넘겨드리겠습니다. 물론 실질적인 운영은 저희가 맡을 거고, 지부장님은 회계 관리만 해주시면 됩니다. 저희 쪽에서 매달 재단으로 지원금을 넣어 드릴 테니, 사용처는 지부장님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지금…… 리베이트를 제안하시는 겁니까?”

“그걸 원하신 거 아니었습니까? 아, 혹시 걸릴까 봐 불안하신 거라면 걱정 마십시오. 이래 봬도 한국에서 이쪽 바닥으로 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죠.”

“…….”

자, 미끼는 던졌다.

이 계약을 진행하면 본인 주머니로 넘어가는 돈만 최소 수십억이다.

과연 이걸 안 받고 배길 수 있을까.

‘……뭐, 이놈들한테 이렇게까지 해주는 건 솔직히 배 아프긴 한데.’

쓰게 입맛을 다셨다.

뭘 얻기 위해선 대가가 있는 건 알지만, 상대가 일본 지부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애국자는 아닌데, 이 새끼들이 그간 해온 일을 생각하면 좋게 보긴 힘드니까.

고민하길 잠시.

서류를 뚫어져라 보던 쇼이치 지부장이 이내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제가 하라무라 선생님을 설득해서 진행해보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그래, 거절하기엔 큰 액수지.

악수를 주고받는 거로 일단 거래를 마쳤다.

“아, 그런데… 혹시 무기 시범 테스트를 좀 해볼 수 있겠습니까? 아, 물론 제가 지부와 공방을 못 믿어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고. 일단 절차상 확인은 필요할 것 같아서요.”

“…….”

잠시 당황한 눈치였지만, 금세 미소를 지으며 그가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날짜는 언제로 하시겠습니까?”

“일주일 뒤에 가능하겠습니까.”

“준비해 두겠습니다. 테스트는 저희 쪽에 연구실이 있으니…….”

“그것보다 추후 실전 상황도 고려해서 적당한 던전 하나를 골라 진행하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끝났다.

저놈은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이제부턴 저 욕심쟁이가 어떻게 해서든 하라무라의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어 줄 것이다.

전국에 유명한 도공들을 모아서라도 어떻게든 하라무라 공방이 지닌 네임드를 유지하려고 하겠지.

이걸로 첫 단추는 끼웠다.

나머진 하라무라 가문을 완전히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만 남았다.

뭐, 계약서를 받은 이상, 그것도 저쪽이 알아서 해줄 테지만.

하라무라 가문의 진실은 안 이상 일본 지부는 국제 협회를 상대로 무기 수주를 줄일 수밖에 없다.

떨어지는 질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투자를 생각하면 그 거래는 이득이 전혀 없을 테니까.

즉시 문제를 바로 잡지 못하는 이상, 앞으로 점차 수주를 줄여 이 일을 묻으려고 들 거다.

한편 우리와의 계약에선 그럴 수 없다.

이미 받기로 한 리베이트 때문이라도 좋든 싫든 무기 공급은 유지해야겠지.

그럼 자연히 일본 지부가 투자해 성장한 하라무라 공방의 성과물은 우리 것이 된 거나 마찬가지다.

그 이후부턴 우리 입맛대로 적당히 공방을 이용할 수 있겠지.

‘뭐, 일본 지부 인수는…….’

앞으로 일이 돌아가는 걸 보고 결정해도 될 것 같다.

아직은 각이 안 보이기도 하고.

“그럼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오늘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빚을 갚으려 하다니, 역시 한국은 은혜를 아는 나라군요.”

“빚?”

묘한 이야기에 눈매를 좁히고 쳐다보자 쇼이치 지부장이 자랑스레 말했다.

“아시다시피, 던전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일본 지부가 어려워하던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습니까.”

“……?”

지금 그게 뭔 개소리야.

“입은 빼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하라 했습니다. 그게 도와준 거라고요? 지원 명분으로 한국 토벌권을 꿀꺽하려던 게 아니고요?”

“하하, 그게 뭐 그리 중요합니까. 저희 덕분에 한국이 초기 토벌 인프라를 얼마나 빨리 구축할 수 있었는가 생각해 보십시오.”

“…….”

이 새끼 봐라?

“그러니까 그게 다 우리를 위해서 그런 거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과정이야 어쨌건 결과적으로 한국은 성장했고, 그 바탕에 저희가 있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인데.”

“하, 하하하…….”

내가 시발, 일하러 와서 이런 개소리를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

“그때 토벌대 명목으로 모집해 끌고 간 민간인 수백 명이 허무하게 죽어 나갔는데, 잘도 그런 말을 하시는군요.”

“무슨 소립니까. 그들이 자원한 겁니다.”

“야 이, 개…!”

옆에서 듣고 있던 한유빈이 먼저 폭발했다.

그 맘에는 공감하지만 난 그녀를 제지했다.

“……그 말 책임지실 수 있습니까?”

“책임이라니. 전 정치인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군요.”

눈에 핏기가 올라왔지만, 여기선 넘어갈 수밖에 없다.

거래가 다 끝난 마당에 초를 칠 순 없잖아.

기회는 이번만이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일주일 뒤에 뵙도록 하죠.”

“알겠…….”

쇼이치 지부장의 대답도 다 듣지 않고 재빨리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안 그랬으면 뭐라도 사달이 났을 거거든.

“저 개새끼가 진짜! 대표님! 이거 계속 진행해야 해요?! 나 저 새끼 얼굴 한 번 더 보면 가만히 못 있을 것 같은데?”

“…….”

한유빈이 참아왔던 울화를 터트렸다.

나도 화가 많이 났지만, 발화점이 낮은 그녀는 이미 한계였을 거다. 좀만 더 머물렀다면 어떤 식으로든 일이 터졌겠지.

순수하게 분노를 터뜨리는 점이 솔직해서 좋긴 한데, 이럴 때는 참 귀찮단 말이지.

잠시 생각하는 사이, 내 핸드폰이 울렸다.

「대, 대표님!」

전화를 받자, 하성일 본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러십니까?”

「일본 지부 건, 손 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예?”

이건 또 뭔 소리야.

「지금 이쪽에 우리가 일본 지부에 붙었다는 기사가 퍼지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기사가 어떻게 벌써 납니까?”

「아무래도 미래민주당 쪽에서 처음부터 작정하고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근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예전에 일본 지부와 있었던 일도 그렇고……. 여론이 너무 안 좋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

난 곧바로 인터넷을 열어 확인했다.

└카르마가 일본 지부한테 붙었다고?

└아 이건 좀…….

└오냐오냐 해주니까 선 씨게 넘네? 일본 지부가 우리한테 뭔 짓을 했는지 모르나?

└다 알고도 돈 때문에 붙은 거면 ㄹㅇ 좀 아닌데;;

└그동안 김준우 무조건 지지했는데, 이번엔 진짜 커버 못 치겠다.

└아니 사업가가 뭔 독립운동가임? 이윤추구가 우선 목표인 게 기업인데 뭔 애국심을 바라냐ㅋㅋㅋ

└야 ㅅㅂ 그래도 도의라는 게 있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 지랄한 일본 놈들한테 붙는 게 말이 되냐?

아니나 다를까, 여론은 심각하게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여기서 더 진행하면 저희 입장이 곤란해집니다. 여당 쪽에선 벌써 토벌권 독점을 제지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고요. 자칫하면 진짜 큰일 날 수도…….」

설마 이러길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너무 짜인 대로 탁탁 흘러가는 느낌인데, 기분 탓일 리는 없고.’

옅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래.

처음부터 찌라시는 여론을 만들기 위한 미끼였다.

난 그것도 모르고 보기 좋게 걸려든 거다.

‘시발 진짜…….’

반박 기사를 내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러면 일본 지부와의 계약은 물 건너간다.

쇼이치 지부장의 그 개소리를 듣고도 참은 게 무색해진다.

‘그렇다고 대응하지 않으면…… 매국 기업이라는 오명이 따라붙겠지.’

시민들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거고, 힘들게 얻어 낸 독점 토벌권도 흔들릴 수 있다.

어쩌면 그게 마음에 안 들어서 이번 일을 벌인 걸지도 모른다.

‘쯧, 일이 꼬이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지부와 붙어먹은 게 논란이라면… 그걸 해결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일단은 저희 쪽에서 당장 반박 기사를 낼 테니까, 대표님은 빨리 귀국하셔서…….」

“아뇨.”

「네, 네?」

“반박 기사, 기자회견, 입장표명,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일단 침묵합시다.”

「네?! 그랬다간 정말 걷잡을 수가…!」

“일본 지부, 우리가 인수하겠습니다.”

「……!」

그래.

여기서 일본 지부를 통째로 빼앗는다면 모든 게 해결된다.

「……가능하겠습니까?」

“방법이 없잖습니까. 당연히 가능해야죠.”

「……알겠습니다. 그럼 대표님만 믿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한유빈이 걱정스레 입을 열었다.

“뭘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일단…….”

잠시 머릿속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사람부터 좀 모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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