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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58화 (15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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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무라 공방.

5대째 이어져 온 하라무라 가문의 전통이자, 현재 국제 협회 헌터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브랜드.

하지만 공방 내부는 큰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꽤나 소박하고 작았다.

‘아무리 봐도 그냥 평범한 공방인데…….’

어쩌다 전 세계 헌터들이 찾는 명품이 된 건지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뭐, C급 헌터가 하라무라제 무기로 레드 등급 던전을 홀로 토벌했다는 이야기야 나도 듣긴 했다만…….

회귀 전, 이미 하라무라 가문의 실체에 대해 알고 있던 나로서는 그저 실소를 뱉었다.

“스승님이 공방에 안 나오신 지 좀 되셨거든요. 혹시 의뢰 맡기신 게 있다면 제가 찾아드릴게요. 혹시 성함이…….”

자신을 잇시키라 소개한 그 젊은 남자는 우리를 손님용 테이블로 안내하며 말했다.

물론 손님인 척했을 뿐이라 손을 저으며 둘러댔다.

“아, 괜찮습니다. 나중에 하라무라 씨한테서 직접 받겠습니다. 중요한 물건이라. 하하.”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직접 받으시려면 꽤 오래 걸릴 수도 있는데…….”

“예예, 상관없습니다. 것보다… 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곧바로 화제를 돌리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잇시키 씨는 하라무라 씨와 어떤 관계십니까?”

“관계랄까… 그냥 하라무라 씨 밑에서 배우고 있는 견습생입니다.”

“공방에서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죠?”

“1년 조금 넘어가네요. 뭐, 아직까지 잡일만 하고 있지만요.”

잇시키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럼… 공방과 지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혹시 아십니까?”

내 물음에 그가 퍽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지부가 저희 공방에 꽤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에요. 스승님이 며칠 전부터 일방적으로 모든 무기 수주를 거절하셨거든요.”

“……일방적으로? 왜죠?”

“이유는 저도 몰라요. 근데 워낙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 아마 국제 협회 본부를 더는 믿지 못하셔서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흐음…….”

그런 이유라면 납득은 된다.

특히나 오래전부터 가업을 이어오는 장인들이라면 관계라든지 신뢰라든지,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왕왕 있으니까.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는 걸 보고 환멸을 느꼈다고 한다면야 말은 되는데…….’

과연 정말 그런 이유만으로 공방을 버리고 잠수를 탔을까?

글쎄다.

하라무라 가문의 명성이 사실이라면 몰라도…….

“뭐, 말씀은 안 하셨지만 아마 스승님은 일본이 국제 협회에서 탈퇴하길 바라시는 것 같아요.”

“따지자면 무언의 시위 같은 거군요.”

“그렇게 볼 수 있겠네요.”

잇시키가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한 건지, 실실 웃었다.

뭐, 탈퇴 찌라시가 괜히 나온 건 아니구만.

하라무라 가문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나온다면 일본 지부로서는 꽤나 골치가 아플 것이다.

아마 국제 협회와 하라무라 가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겠지만 그 어느 쪽의 손도 선뜻 들어주진 못하겠지.

국제 협회를 선택하자니 하라무라라는 어마어마한 브랜드가 떨어져 나갈 것이고, 하라무라를 선택하자니 국제 협회에서 등을 돌려야 할 테니까.

무엇보다 항상 번듯한 겉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그들의 성격상, 국제 협회 탈퇴는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부와 대화를 나눠보진 않으셨습니까. 그런 사항이라면 최소한 협의는 해볼 만했을 텐데요.”

“안 그래도 지부 사람들이 몇 번 공방에 찾아오긴 했지만 할 이야기 없다면서 모두 돌려보내셨어요. 워낙 외골수 같은 분이라.”

“그렇군요.”

똥고집이라는 걸 좋게도 포장하고 있네.

이건 오히려 지부가 불쌍한 수준이다.

대화를 나눠볼 여지도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버리면 어떻게 하는가.

“지부도 포기했는지 어째 한동안 잠잠하다 했는데……. 며칠 전부터 다른 목적으로 찾아오더라고요.”

“그건 들었습니다. 무기 공법 사겠다고 했다면서요?”

“네, 맞아요. 당연히 스승님은 엄청 화를 내셨죠. 몇 대 째 내려온 공법을 돈으로 사겠다고 하는 거냐고…….

말끝을 흐리더니, 이내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 몇 번 쫓아내고 나니까, 그다음부턴 다른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들?”

“네, 네. 그…… 야쿠자 같은…….”

“야쿠자? 설마 지부가 보낸 겁니까?”

“뭐, 정황상 그렇지 않을까요.”

“허…….”

재밌네?

명색이 국제 협회 소속 지부가 뒷조직이랑 손을 잡고 겁박으로 나온 건가.

“처음엔 협박만 하는 정도였는데…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요. 스승님이 공방에 안 나오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고요.”

“공법은 끝까지 내놓으실 생각이 없으시군요.”

“당연하죠! 그걸 내놓으면 하라무라 공방의 대가 끊기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견습생이라면서 꽤나 격하게 반응하네.

하긴, 하라무라 공방이 없어지면 본인도 일자리를 잃는 셈이니 당연한 건가.

“그나저나 그렇게 극단적으로 하라무라 가문의 공법을 노린다는 건…… 공법만 뺏고 가문과 연을 끊겠다는 뜻 아니에요?”

그때 잠자코 듣고 있던 한유빈이 넌지시 물었다.

나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하라무라의 브랜드와 국제 협회 지부의 타이틀을 둘 다 버리지 못하겠다는 거겠죠. 어찌 됐건 결과적으론 국제 협회를 탈퇴할 생각이 없다는 거고.”

“그렇겠죠.”

결론에 도달했다.

일본 지부는 국제 협회를 탈퇴하지 않는다.

적어도 현재 그럴 의지는 없다.

뭐, 이걸로 필요한 정보는 얻었다.

애초에 일본 지부 입장을 알아보기 위해 온 거니까.

이렇게 되면 당연히 일본 지부 사업은 손을 떼는 게 맞겠지.

“하 본부장님한테도 알려줘야겠군요. 그럼 이제 슬슬 돌아갑시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잇시키가 곧바로 따라 일어났다.

“버, 벌써 가시는 건가요?”

“예, 뭐… 더 있어봤자 하라무라 씨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혹시 더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아, 아뇨 그건 아닌데…… 조금 있으면 그 사람들이 올 시간이라…….”

그는 꽤나 불안한 표정으로 시계를 확인했다.

마침 그때였다.

“어이, 하라무라 씨. 오늘은 계시나?”

“오늘도 안 계시면 우리도 좀 곤란한데~.”

기다렸다는 듯, 껄렁한 복장의 남자 세 명이 공방으로 들이닥쳤다.

딱 보니 잇시키가 말했던 그 야쿠자들인 것 같았다.

‘시간까지 맞춰 오는 걸 보면 참 성실한 놈들이네…….’

그래서 그렇게 불안해했던 건가.

“엥? 오늘은 손님이 계시네?”

“뭐야, 그럼 하라무라 씨도 있다는 거 아니야?”

“아, 아뇨! 이분들도 스승님이 안 계셔서 돌아가려던 참이었어요! 아무 관계도 없는…….”

“어이, 형씨. 하라무라 씨 지금 어디 있어?”

남자는 잇시키의 말을 듣지도 않곤 나를 위아래로 훑으며 물었다.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글쎄요. 저도 알고 싶군요.”

쾅―!!

그러자 다짜고짜 주먹으로 문을 내리친다.

“어이, 지금 얕보는 거야?!”

“우리가 누군지 알아? 타치바나 구미 동강회 소속이라고!”

“…….”

뭐 어쩌라는 거야.

거의 10년 전에나 볼 겁박 수준에 하마터면 웃음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저들은 나름 진지해 보였기에 애써 참았다.

“좋은 말로 할 때 당장 그 인간 데려와!”

“혹시 저 안에 있나? 어이! 하라무라 씨!! 오늘은 얼굴 좀 봅시다!”

“공방 다 박살 내기 전에 빨랑 나오쇼!!”

쾅, 콰작―!!

그들은 막무가내로 공방 안을 헤집기 시작했다.

무미건조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그들 중 한 명이 또다시 시비를 걸어왔다.

“형씨. 진짜 하라무라 씨 어디 있는지 몰라?”

“예. 저도 멀리서 찾아왔는데, 못 뵈고 가는 게 참 아쉽군요.”

“에이씨, 그럼 그냥 가던 길 가쇼.”

남자가 상대하기도 귀찮다는 손을 휘젓는다.

뭐, 굳이 발끈할 이유도 없었기에 그들을 가로질러 공박 밖으로 나섰다.

‘생각보다 일이 좀 큰가 보네…….’

진짜로 야쿠자까지 끌어들였을 줄이야.

이쪽 지역을 관리하는 야쿠자들이라면 괜히 엮여봤자 좋을 게 없다.

뭐, 애초에 우리랑 상관도 없는 일이고.

이럴 땐 그냥 못 본 척 조용히 빠져주는 게 상책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난 말이야. 다짜고짜 깽판 치는 놈들을 보면…….”

뚝, 뚜둑―.

뒤에서 소름 끼치는 음성이 들렸다.

‘아, 맞다…….’

뒤늦게 깨달았다.

동행한 인간이 다른 누구도 아닌 한유빈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존나게 부러워.”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깽판 치러 왔다가 하필 만난 게 한유빈이라니.

쟤네들도 참 재수가 없네.

***

“왜 이렇게 사람이 다혈질입니까?”

“…….”

“잘못하다가 꼬투리 잡혀서 차질 생기면 그쪽이 책임질 겁니까?”

“……일반인을 상대로 겁박을 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참 나, 그냥 사람 패고 싶었던 거 아니고요?”

“…….”

뭐야, 왜 대답이 없어.

설마 진짜야?

‘미치겠네…….’

옅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지런히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세 남자를 바라봤다.

성한 곳이 없는 몰골들.

조금 전의 껄렁한 모습들은 어디 가고 아주 공손한 자세들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한 명은 아예 훌쩍이고 있다.

그래 뭐… 벌어진 일을 어쩌겠는가.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더 확인하는 셈 치지 뭐.

“당신들, 어디서 보냈습니까?”

“…….”

“…….”

슬쩍 물었지만, 예상대로 대답은 없었다.

“한유빈 씨? 이 친구들이 아직 좀 부족하나 봅니다. 조금 더 손을…….”

“크, 큰형님께서 보냈습니다!”

“저흰 말단이라 시키는 대로 하는 것뿐입니다!”

“하, 한 번만 용서해주십쇼!”

그제야 대답에서부터 사과까지 조건반사처럼 튀어나온다.

물론 그 무엇도 내가 원하던 대답은 아니다.

“큰형님이 시킨 걸 누가 모릅니까? 그 형님한테 의뢰를 맡긴 게 누구냐고?”

“…….”

“…….”

아니 이 새끼들은 툭 하면 입을 닫네.

어쩔 수 없지.

이 방법까진 안 쓰려고 했는데.

“한유빈 씨, 공방 문 좀 잠가주세요.”

“잇시키 씨는 내보낼까요?”

“그래야겠습니다. 충격받으실 수도 있으니. 아 그리고 거기 렌치랑 해머 있습니까?”

“앞치마도 필요해요?”

“예.”

곧바로 쩔그럭 소리를 내며 공방의 온갖 도구들이 내 앞에 놓였다.

“어떻게…… 팔부터 하는 게 좋겠습니까, 아니면 다리부터 하는 게 좋겠습니까?”

“시작부터 너무 잔인하잖아요. 우리가 깡패도 아니고.”

한유빈이 치를 떨었다.

“가볍게 손톱부터 하죠.”

그녀가 씨익 미소를 짓자, 남자들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사실 이미 무슨 대답이 나올지는 알고 있다.

잇시키의 말대로라면 정황상 지부에서 의뢰한 게 뻔하지 않은가.

다만 거액의 사업이 걸린 일이니 그저 확실히 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 그게 말입니다…….”

그때 한 녀석이 입을 뗐다.

“하라무라 씨가 의뢰했습니다.”

“……예?”

“……뭐?!”

그리고 골 때리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 하라무라 씨가 공법을 요구하는 척 깽판을 쳐달라고…….”

“허, 허허허…….”

시발.

이러면 완전히 나가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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