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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54화 (15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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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두식 협회장의 한마디에 한걸음에 달려온 기획 본부.

“협회를 해체하시겠다뇨? 뭐, 외부에서 압력이라도 들어온 겁니까?”

전화로 들었던 이야기에 대해 되물었다.

이두식 협회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압력은 무슨… 이제 와서 우리한테 압력을 넣는다고 이득 볼 게 뭐가 있다고. 그냥 아무리 생각해도 그편이 맞는 것 같아서. 뭐, 사실 해체라기보단 개편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지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잘 생각해봐. 민영화가 시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협회 외엔 던전을 토벌할 수 있는 조직이 없었으니 당연히 우리가 전선을 유지해야 했지만, 이젠 그것도 아니지 않아.”

이두식 협회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예전에는 ‘협회’라는 이름이 갖는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너도 잘 알 거 아니야.”

“……예.”

“그런데 지금 협회를 봐봐. 위치도, 역할도 사실상 애매해졌지. 무엇보다 시민들도 이젠 딱히 우리한테 거는 기대도 없어.”

나는 대답을 아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협회는 대한민국의 중심인 조직이었다.

그러다 보니 과장 조금 보태서 ‘협회’라는 이름이 갖는 영향력은 청와대와 견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선 그 찬란했던 명성은 모두 사라졌다.

민간 토벌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협회의 영향력은 점점 축소되었고, 사람들의 관심 또한 사그라들었다.

아마 민영화가 폐지되지 않는 한, 협회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지.

이두식 협회장도 그 사실을 인지한 건지 다시금 말을 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네 회사를 흡수해봤자 다시 예전처럼은 못 돌아가. 또 시간이 지나면 쟁쟁한 토벌 기업들이 생겨날 테고, 또 우린 한편으로 밀려나겠지.”

“…….”

“그래서 생각한 게, 협회의 역할은 그대로 두고 위치만 바꾸자는 거야. 한마디로… 협회를 브랜드화하자는 거지.”

“그러니까 카르마 코퍼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인수합병을 하자는 겁니까?”

“그렇지.”

“싫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애초에 내 목표는 한국 협회를 국제 협회로 키우는 것이지, 내 사업을 성공시키는 게 아니다.

한국 협회는 설령 영향력을 잃고 이름만 남는다고 해도, 반드시 그 전신은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야 제2의 국제 협회로 키우든, 사무총장이 되든 할 거 아닌가.

하지만 갑자기 협회가 기업이 되어버리면… 내 목표를 달성할 기회는 영영 사라진다.

안 된다.

절대 그럴 수 없다.

협회는 협회로 남아있어야 한다.

여기선 이두식을 내쳐서라도 강하게 밀고 나가야…….

“참고로 이거 내 아이디어 아니야.”

“……예?”

이두식 협회장이 갑자기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제안을 한 사람이 따로 있다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설마 이제 와서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건가.

하지만 이두식이 그럴 사람이 아니란 건 잘 안다. 오히려 남이 제안한 것도 자신이 맞다 여기면 다 책임질 사람일 테니까.

그럼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는 건…….

“그게 누굽니까? 혹시 박인범 협회장님……?”

“아뇨.”

그 순간, 내가 입을 열기 무섭게 다른 곳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제가 제안한 안건입니다.”

검은 양복 무리를 이끌고 누군가가 협회장실로 들어섰다.

“……!”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남자.

그를 마주하자마자 하마터면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그도 그럴 게,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김준우 대표님.”

조현민, 바른통합당 당 대표 출신.

현 대한민국 22대 대통령이었으니까.

***

고요한 적막이 내려앉은 협회장실.

나와 이두식 협회장 그리고 조현민 대통령은 서로 침묵을 지키며 차가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난 조심스레 갑자기 동석하게 된 현 대통령을 살폈다.

‘예전에도 몇 번 만난 적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느닷없이 들이닥치니 당황스럽긴 하네.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행차할 정도로 중요한 일인 건가?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김준우 대표님.”

애써 담담한 척을 하고 있는데, 조현민 대통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 그렇습니까. 영광입니다.”

“제가 더 영광이죠.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훨씬 더 영향력 있으신 분 아닙니까.”

“하하… 과찬이십니다.”

적당히 인사치레를 마치고, 이번엔 내가 먼저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나저나… 이 건이 대통령님께서 제안한 아이디어라고요?”

“그렇습니다. 사실 며칠 전부터 협회 상황과 관련해서 협회장님과 꾸준히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마침 카르마 코퍼레이션과 합병할 계획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나도 모르게 시선이 이두식 협회장에게 돌아갔다.

뭐야. 대통령이랑 연락도 하는 사이였어?

생각보다 더 거물이었네, 저 양반…….

“그래서 제가 차라리 협회가 아니라 카르마 이름으로 합병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드리니, 본인보다 김 대표님을 설득해야 할 거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직접 설득하러 왔습니다.”

조현민 대통령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정상에 있는 사람은 그 분위기부터가 다르다더니… 설득이라고 했는데도 강요처럼 느껴질 수가 있군.

“어떻습니까, 대표님. 협회를 흡수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글쎄요……. 다른 걸 떠나서 대통령님의 저의를 이해하기가 힘들군요. 정부는 협회의 영향력을 계속 견제하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정부 입장에선 이대로 그냥 내버려두는 게 오히려 더 좋은 거 아닌가요?”

“흠, 확실히 그렇긴 합니다만……. 막상 그렇게 되고 보니 생각과는 많이 달라져서 말입니다.”

“어떤 부분이 말입니까?”

“민영화가 시작되고, 협회의 영향력이 약해지자 온갖 사건 사고들이 터지기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다 중심을 잡아줄 조직이 사라졌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일까지 겪고 나니…… 더욱이 그 필요성을 통감했습니다.”

“그럼 민영화를 폐지하면 되지 않습니까. 협회가 다시 중심을 잡기까지 일주일이면 충분할 겁니다.”

“그건 힘들 겁니다.”

조현민 대통령이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에겐 너무 돈이 되는 시장이거든요. 무엇보다 이젠 카르텔 규정도 철회하지 않았습니까.”

“…….”

돈이 된다.

그건 곧 이 시장 하나에 얽힌 집단과 개인이 셀 수 없이 많다는 뜻이다.

당연히 그만큼 폐지를 반대하는 이도 많다는 뜻이고.

지금 당장은 토벌 기업들이 모두 발을 뺀 상황이라지만, 민영화가 계속 유지되는 한 머지않아 또다시 여러 기업이 생겨날 것이다.

당연히 협회는 영리 목적의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결국, 이두식 협회장이 말했던 것처럼 지금 당장 카르마 코퍼레이션을 인수한다고 해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영향력을 잃을 것이다.

지금이야 우리가 그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해주고 있지만, 협회에 흡수된다면 그럴 수도 없을 거고.

경쟁력이 없는 협회.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부재.

이 두 조건이 계속 이어지면, 국내 토벌 시장 전체가 중심을 잃고 혼란에 빠지리라는 건 안 봐도 뻔하다.

‘그럴 바엔 차라리 협회라는 이름을 잃더라도 기업화를 하는 게 낫다는 건가…….’

그렇게 하면 예전처럼 토벌 시장의 중심을 잡아 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형태라면 정부 입장에서도 견제하기가 훨씬 수월할 테니까.

“결국… 여전히 협회의 몸집이 커지는 건 싫지만, 중심을 잡아줄 조직은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그들의 제안이 이해가 갔다.

하지만 조현민 대통령은 조금 떨떠름한 반응이었다.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중심을 잡아줄 조직이 필요하다기보단…….”

그는 나를 손가락으로 콕 가리켰다.

“김 대표님, 당신이 중심을 잡아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

“저는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 책임이 있고, 그러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제가 그 수단과 방법이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절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습니다. 전 대통령님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하하하! 생각 외로 꽤 유머가 있는 분이시군요. 조금 전에 저보다 영향력 있는 분이라고 말씀드린 건 농이 아닙니다.”

“……?”

“부디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십시오.”

그가 사뭇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고민하는 척했다.

사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뭐, 중심이 되어달라느니 하며 열심히 띄워주고 있지만, 여전히 내겐 메리트가 없다.

당연히 받아들일 생각 따윈…….

“사실 네가 처음에 제안했던 것과 크게 다를 건 없어. 그냥 형태만 기업으로 바꾸자는 거고, 나머진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니까.”

그때, 낌새를 챈 건지 이두식 협회장이 말을 덧붙였다.

“뭐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카르마 이름으로 인수합병을 하게 되면, 네가 협회장이 된다는 것 정도겠지.”

“…….”

“그리고 해외 지부 사업도 지금보다 훨씬 수월해지지 않겠냐. 힘 다 빠진 독립 협회보다 빵빵한 기업이 인수하는 게 지부들 입장에서도 더 좋을 거 아니야.”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뭐가 그렇게 문제냐. 왜, 기업화되면 국제 협회가 못 될까 봐 그러냐?”

그 순간, 조현민 대통령의 표정이 바뀌었다.

“잠깐만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갑자기 무거워진 목소리.

“…….”

“…….”

순식간에 험악해진 분위기에 나와 이두식 협회장은 서로 빠르게 눈을 굴렸다.

***

비공식 회담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자마자 의자에 몸을 푹 던졌다.

“어떻게 됐어요?”

이아영 이사가 슬그머니 묻자 한숨이 푹 새어 나왔다.

“X 될 뻔했습니다.”

“……?”

“대통령까지 행차했거든요.”

“네, 네?!”

그녀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나도 이유가 다르긴 해도 비슷한 심정이라 뭐라 설명해 줄 여력이 없었다.

‘그 양반도 참,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대통령 앞에서 한국 협회를 국제 협회로 키우겠다는 말을 꺼낸단 말인가.

만약 우리가 정말 국제 협회가 되면, 그땐 국내 정부고 뭐고 더는 우리를 간섭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당연히 한 나라의 수장인 대통령 입장에선 좋게 보일 리가 없는데 말이지.

그나마 이두식 협회장이 그냥 포부일 뿐이라며 둘러대서 겨우 넘길 수 있었다.

“그래서… 정말 협회를 흡수할 생각이에요?”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계획에서 너무 틀어졌네요. 대통령까지 등장해서 설득할 정도면 막무가내로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고…….”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엄연히 협회 산하 조직인데… 본부를 잡아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니.”

“배꼽이 배를 잡아먹는 꼴이네요.”

어떻게 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고 있던 그때였다.

“대표님 계십니까?”

연락도 없이 하성일이 사무실을 찾았다.

“아, 예… 어쩐 일이십니까?”

“전해드릴 게 좀 있어서 말입니다.”

그가 서류를 내밀었다.

확인하자마자 눈이 가늘어졌다.

“이게 뭡니까?”

“보시다시피, 이력서입니다.”

“……?”

“자신 있는 분야는 영업입니다.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까지 가능하며, 한별 상사에서 대리로 2년, 팀장으로 1년 근무했고 사장직으로 2개월 근무했습니다.”

아니 그니까 그걸 왜 나한테…….

“뽑아만 주신다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예, 예?”

이런 미친.

지금 한별 그룹 막내아들이 우리 회사에 들어오겠다는 건가?

그것도 전직 한별 상사 사장이?!

‘시발, 이게 대체 무슨…….’

위장으로 시작한 사업이 본부를 잡아먹어야 하질 않나, 대기업 손자가 달라붙질 않나.

‘하아…….’

대체 내가 뭘 했다고 이렇게까지 날 괴롭히는 건가.

“……좋습니다.”

쯧, 시벌 모르겠다.

“이아영 씨는 계약서 들고 협회로 가시고… 하성일 씨는 내일부터 출근하도록 하시죠.”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다 먹고 내 마음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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