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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52화 (15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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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총장이 카르텔 규정을 공식적으로 철회함으로써 거래가 정상적으로 완료된 직후.

“…….”

“…….”

클로이는 계획이 틀어진 게 퍽 못마땅한 듯 표정을 구겼다.

한편 클로이와 달리, 노아는 애당초 어찌 되든 딱히 상관없다는 반응이었다.

‘하긴… 저놈 성격상 국제 협회가 손해를 보든 말든 알 바는 아닐 테니까.’

여기 온 것도 혹시 모를 무력 사태에 대비해서 억지로 보낸 걸 테니.

거래가 어떻게 되든 저놈과는 딱히 상관없는 일이겠지.

나는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우리도 슬슬 토벌 진행합시다. 거래도 끝난 마당에 계속 남아 있을 것도 아니고.”

“……우리보고 같이 토벌을 하자고요? 제정신이신가.”

“같이 하자고는 안 했습니다. 마음에 안 들면 그냥 앉아 계시지요.”

혼자서 충분하니 굳이 싫다는 사람까지 데리고 갈 필요는 없지.

괜히 방해만 될 게 뻔하고.

“이아영 씨도 여기서 기다리실 겁니까?”

“아, 아뇨. 같이 갈게요.”

저 사람들과 있는 건 죽어도 싫다는 듯, 곧바로 나를 따라 일어난다.

그렇게 이아영 이사와 함께 먼저 걸음을 옮기려던 그때였다.

“나도 가지.”

“……?”

노아가 우리를 따라 일어섰다.

그가 같이 토벌을 나서겠다는 건 꽤나 의외였지만, 곧바로 그의 본심을 알아차렸다.

“마침 물어볼 것도 좀 있고.”

“그러시죠.”

나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미리 깔아둔 밑밥에 슬슬 반응이 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노아가 나서리라곤 생각도 못 했는지 클로이 또한 바로 태도를 바꿨다.

“……그럼 나도 갈게요.”

“같이 토벌 못 하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착각하지 마요. 난 감시하러 가는 거니까. 당신들이 또 무슨 수작을 벌일 줄 알고.”

의심하는 눈초리로 빨리 안내하라는 듯 고갯짓을 했다.

아깐 안 간다더니만, 아주 상전이 따로 없네.

앞장서서 지하 감옥의 복도를 가로질렀다.

그러는 중에 이아영 이사가 슬그머니 내 옆으로 다가왔다.

“또 나중에 가서 번복하진 않겠죠?”

클로이와 노아의 눈치를 살피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럴 순 없을 겁니다. 입장을 두 번이나 바꾸면 본인들의 말에 신뢰성만 떨어질 테니까.”

“그래도 지고는 못 사는 놈들이잖아요. 절대 가만히 안 있을 것 같은데요.”

“뭐, 그렇긴 합니다만…… 이젠 마음처럼은 안될 겁니다.”

이아영 이사가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끔뻑인다.

“저번에 저희 회사랑 협회 흡수 건으로 이두식 협회장님을 찾아갔을 때, 협회장님이 거절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네 들었어요. 그게 왜요?”

“그땐 국제 협회가 주춤하고 있을 때니 그런 선택을 하셨겠지만, 아마 이번 일로 협회장님도 경각심을 느끼셨을 겁니다.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인수합병을 추진하시겠죠.”

“그럼…….”

“예.”

다시 한번 뒤에서 따라오는 이들의 눈치를 살피곤 말을 이었다.

“이제 곧 있으면 카르마 코퍼레이션은 사라질 겁니다. 복수하고 싶어도 대상이 사라져버리면 어쩔 도리가 없죠.”

그제야 알았다는 듯 이아영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거래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카르텔 규정도 철회했고, 한국 토벌 시장도 이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겠지.

물론 국제 협회는 또다시 이를 바짝 갈겠지만, 이번 일이 끝나면 우린 흔적도 없이 사라질 예정이지 않은가.

필요한 것만 먹고 바로 빠지는 셈이니, 뒤탈이 생길 여지는 없다.

그럼에도 이아영 이사의 표정은 영 좋지 못했다.

그녀는 클로이 손에 들어간 슈트케이스를 연신 힐끔거렸다.

역시 신경 쓰이는 건가.

“뱅크 아이템을 넘겨주는 게 불안하십니까?”

“솔직히 말하면 그래요. 국제 협회가 이렇게까지 집착할 정도면… 분명 뭔가 있지 않겠어요?”

“뭐, 그렇긴 합니다만…….”

맞는 말이다.

이전에 우리를 상대로 벌였던 적대적 인수합병도 그렇고, 전 세계 토벌권을 회수하면서까지 뱅크 아이템을 수집하려는 걸 보면 분명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을 확률이 높다.

“당장 걱정할 건 없습니다. 밑밥은 다 쳐놨으니까.”

“……?”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여기서 말해줄 상황은 아니었기에 침묵을 지켰다.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복도 끝에 다다르자 두꺼운 철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앞에 선 나는 두 여자를 향해 말했다.

“두 사람은 뒤에 계십시오. 토벌은 나와 노아 씨 둘이서 맡겠습니다.”

노아와 함께 철문 앞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과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진 것을 확인한 후, 보스 방에 들어가기 직전에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물어볼 게 뭡니까?”

“……난 기자들이랑 별로 안 친해. 아니, 애초에 친하다고 할 만한 사람이 없지. 당연히 개인사에 대해선 아무한테도 이야기한 적도 없고.”

뒤에 있는 두 사람을 의식하는 건지 목소리는 작았다.

“그런데…… 넌 대체 어떻게 내 여동생이 죽은 걸 알고 있는 거지?”

“…….”

그 질문에 애써 미소를 숨겼다.

역시, 예상대로 미끼를 물었다.

이렇게 되면 칼자루는 내게 넘어온 셈이다.

“흠,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군요.”

“상관없어.”

“일단 토벌부터 합시다. 뭐, 그리 급한 이야기도 아니고.”

그는 영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토벌을 바로 앞두고 느긋하게 이야기나 나누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한 모양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서로 신호를 맞추고 철문을 열며 보스 방으로 들어섰다.

파앙―!!

예상치 못한 거센 파동이 문밖까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꺄아아악!”

“크읏!”

그 충격에 이아영 이사와 클로이는 순식간에 뒤로 내동댕이쳐졌다.

그르르르르―.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두꺼운 쇠사슬에 봉인된 6개의 팔과 두 쌍의 날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렌지 등급의 분할 던전 보스.

베엘제붑.

“더럽게도 생겼군.”

“속전속결로 갑시다. 별로 오래 보고 싶은 면상은 아니니.”

[고유 스킬 : 아포칼립스 - 각성]

[최후의 생존자]

[고유 스킬 : 마왕 - 강자 독식]

[고유 스킬이 지속하는 동안 시전자보다 마력이 낮을 경우, 모든 공격은 무효화 됩니다.]

곧바로 두 개의 스킬을 발현시켰다.

끼잉, 끼이이잉―.

동시에 베엘제붑이 겁에 질린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

‘빌어먹을 놈…….’

기자회견이 끝나고도 웨슬리 사무총장은 분을 식힐 수가 없었다.

사실 결과적으로 볼 땐 예정대로 거래가 진행되었을 뿐, 딱히 잃은 건 없다.

하지만 정말로 뱅크 아이템만 받고 깔끔하게 손을 뗄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노아를 보내는 번거로운 짓까지 하진 않았을 거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규정을 풀어줄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그런 가운데 저들이 순순히 아이템을 건네줄 리도 없겠지.

그렇기에 노아를 같이 보냈다.

만약 저쪽에서 수작을 부린다면 무력으로 저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설마 무력조차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줄이야.

‘그냥 다시 카르텔로 규정해버리면…….’

아니, 그것만큼은 안 된다.

재차 입장을 바꾸면 국제 사회 안에서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장기적인 흐름을 생각하면 불이익이 크다.

여기선 패배를 인정하고 한발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시지요. 큰 손해 없이 단순히 이전 발언만 철회하신 거 아닙니까. 무엇보다 아직 견제할 수단은 얼마든지 있으니…….”

수행비서는 사무총장이 너무 과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했는지 넌지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멋모를 소리에 그는 짜증이 올라왔다.

“우리가 한국을 카르텔로 규정하고 나서, 몇 개의 토벌조직이 무너져 내렸는지 아십니까?”

“네, 네?”

“총 18개의 기업과 9개의 지자체, 그와 관련된 61개의 하청기업이 전부 토벌 시장에서 발을 뗐습니다. 그런 와중에 유일하게 버티고 있던 놈들이 카르마 코퍼레이션입니다.”

“…….”

“이제 카르마 코퍼레이션은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토벌 시장을 모조리 집어삼키고 미친 듯이 반등할 겁니다.”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린 수행비서는 할 말을 잃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살아남으면 강해진다.

경쟁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게 불 보듯 뻔했다.

물론 몸집이 커지면 이전처럼 대응하기 힘든 건 당연했다.

만약 그렇게 성장한 회사가 협회와 하나가 된다면…….

‘다시 이전처럼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겠지…….’

규모도 규모지만, 공적 영역의 입장까지 가져간다면 단순한 방식으로는 견제나 위협 자체가 어려워진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한 국가에 대한 간섭으로 여겨져 국제적인 비난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차라리 협회가 카르마 코퍼레이션 쪽으로 흡수되는 거면 그나마 어떻게든 해볼 여지가 있겠다만…….’

한국 협회가 누구 좋으라고 그런 선택을 할까.

‘진짜 제대로 말렸군…….’

이번 기자회견은 단순히 카르마 코퍼레이션에 달아뒀던 족쇄를 풀어준 게 아니다.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거나 다름없다.

이젠 김준우 한 명만의 문제를 넘어서고 말았다.

“……그나저나 김준우 대표는 대체 어떻게 이런 작전을 세운 걸까요?”

그때, 수행비서가 잠시 잊고 있던 의문을 상기시켰다.

“분할 던전이 출현할 것을 미리 알고 거래 장소를 정하질 않나, 상호작용 던전까지 미리 파악해서 병력을 대기시켜 놓질 않나……. 이게 사람의 능력으로 가능한 걸까요?”

“……아뇨.”

“네?”

“단연코 불가능합니다. 이건 단순히 혜안이 있다고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이건 혜안이 아니라, 미래를 완벽하게 예지한 수준이지 않은가.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났다고밖에 볼 수 없다.

‘설마 미래를 예지하는 스킬이 있는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그런 능력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이능력은 토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저마다 차이는 있어도 결국 전투를 위한 도구일 뿐이니까.

“그럼 김준우 대표는 대체 어떻게 알고 이런 계획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죠.”

웨슬리 사무총장이 떨리는 입술을 진정시키며 겨우 입을 뗐다.

“정말 미래에서 왔다거나…….”

“……하하.”

농담이라고 생각했는지, 수행비서가 애써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웨슬리 사무총장은 전혀 농담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지금 저쪽에서 넘겨준 뱅크 아이템, 시간석이랑 이능석이 확실합니까?”

“네, 네……. 일단은 그렇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시간석…. 시간석이라…….”

웨슬리 사무총장은 연신 그 말을 중얼거리며 그대로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이내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지금 클로이 팀장한테 연락 좀 해주세요.”

“네?”

“입국하는 대로 뱅크 아이템 저한테 가져오라고.”

“……알겠습니다. 아직 분할 던전 토벌 중인 것 같으니, 복귀할 때쯤 연락해 보겠습니다.”

수행비서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떠났다.

‘내 생각이 맞다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김준우를 아예 없애 버릴 수 있는 방법이.

그렇다면 지금 무리해서라도 뱅크 아이템을 손에 넣은 게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지 모른다.

점차 웨슬리 사무총장의 눈빛이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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