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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43화 (14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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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이 났다.

어제 오후, GT 던전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고, 하청 갑질 논란에 대한 진상규명이 시작되었다.

던전 시세 조작, 매출 위조 같은 생각지도 못한 내용들이 줄줄이 밝혀졌다.

결국,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고택수 부사장은 해임을 당했다.

GT 던전의 사장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자진 사퇴했다.

이후 GT 던전은 부랴부랴 부산물 처리 시설에 진심 어린 사과와 배상을 약속했지만…….

‘본심이야 안 봐도 뻔하지.’

이대로라면 토벌 사업을 통째로 접어야 할 판국이니, 어떻게든 본인들과 계약을 이어가 달라고 부탁하려는 것일 뿐이다.

물론 씨알도 안 먹힐 짓이지만.

당연히 GT 던전과의 재계약을 수락한 시설은 전무했다.

그렇게 부산물 처리를 맡길 곳을 모두 잃은 GT 던전은 결국 토벌 사업에서 손을 뗐다.

그래도 대기업은 대기업이었던 건지, 곧바로 작전팀 파견으로 노선을 변경하더니 간신히 전신은 유지하고 있다.

물론 지원 사업으로는 예전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힘들겠지만.

‘이렇게 금방 꼬리 내릴 거였으면 애초에 건드리질 말던가…….’

결과적으론 원하는 대로 됐지만…, 그동안 고생깨나 했던 걸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억울한 기분도 들었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카르마 코퍼레이션 접견실.

테이블에 놓인 계약서를 정리하며 곽 대표와 최 반장에게 번갈아 악수를 건넸다.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대표님.”

곽 대표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들은 계약을 갱신하기 위해 방문했다.

여태까진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주 단위로 의뢰를 맡겼지만, 방해할 놈도 사라진 마당에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번을 계기로 아예 강안 물류와 10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했다.

‘뭐… 난 10년까지 볼 일도 없겠지만.’

중간중간에 또 갱신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고.

이왕 하는 거 통 크게 가면 서로서로 좋을 테니까.

물론 강안 물류뿐만이 아니다.

이곳을 시작으로, 전국 42개 시설과 같은 조건의 계약을 제안했고, 다행히 그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사이, 한창 공사 중이던 연구소가 완공됐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국 출현 던전 지분은 약 80%.

거기에 전국 모든 시설과의 우선 납품 계약.

무엇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이템 제작 연구소까지.

필요한 건 모두 모였다.

이제 곧 카르마 코퍼레이션은 국내 최대… 아니, 세계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을 토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클클클…….’

무엇보다 독점하다시피 토벌 시장을 장악한 이상, 이제 우리를 막을 수 있는 놈은 없다.

그 어떤 무리한 요구를 해도, 그 어떤 압박을 넣어도 하청 업체를 비롯한 모든 토벌 관련 업체는 찍소리도 못할 것이다.

우리 외엔 선택지가 없으니까.

GT 던전이 떨어져 나갔으니 이제 좀 편해질 거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모양인데…… 참으로 멍청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유감스럽지만, 결국 그놈이 그놈이다.

이제부턴 우리가 철저하게 이용할 생각이니, 각오하는 게 좋을…….

“감사합니다, 대표님.”

“……?”

그때, 최 반장이 영문 모를 소리와 함께 고개를 꾸벅였다.

“솔직히, 기업은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이익이 목적인 조직이니까요. 우리 같은 하청, 절대 도와줄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대표님 같은 분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뭐래?

내가 무슨 편을 들어줬다는 건가.

그냥 부산물 납품 싸움에서 GT 던전을 배제하기 위해 움직였을 뿐인데.

“그럼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예, 살펴 가십시오.”

영 떨떠름한 얼굴로 그들을 배웅하자, 이아영 이사가 곧바로 사무실로 들어왔다.

“얘기가 잘 됐나 봐요.”

“지 하고 싶은 말만 하던데요.”

“글쎄요, 제가 듣기론 맞는 말이던데?”

“……?”

자꾸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아무튼, 무슨 볼일이십니까?”

“이번 달 전국 토벌 현황이에요. 한 번 검토하시고 다음 달 기획 결재해주세요.”

이아영 이사가 건넨 서류를 천천히 살펴봤다.

‘오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질 뻔했다.

이번 달 우리 회사에서 토벌한 던전은 총 2,342개.

토벌 매출은 무려 1,200억에 달했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는데…….’

실제로 보니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가 아닐 수 없었다.

“뭐, 이번엔 많이 번 만큼 또 많이 나가야 해요. 저번에 한별 상사에서 빌린 돈도 갚아야 하고… 한별 건설 계약금도 줘야 하고요.”

“그거 다 줘도 꽤 많이 남을 것 같군요.”

“설마 그것뿐이겠어요? 이제 연구소도 완공됐으니 장비도 준비하고 인원도 채워 넣어야 해요. 한국에선 전문 인력 구하기가 힘들어서 핵심 연구원들은 전부 해외에서 스카우트해야 하니까요.”

“……”

“그리고 또 부산물 처리 시설 42곳에 대한 계약금이랑, 작전팀 케어 비용, 청소팀 장비 교체 비용에…….”

“그래서, 그거 전부 다 합치면 얼맙니까?”

“대략… 2천억 정도 나오겠네요.”

“…….”

시발.

이렇게까지 했는데 800억 적자라고?

X 같아서 못 해 먹겠네.

참으로 암담한 기분에 절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도 뭐, 앞으로 기대 수익이 어마어마하니까요. 이제부터 열심히 하면 되죠.”

“……위안이 되는군요.”

떨떠름하게 대답했지만, 이아영 이사는 별걱정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이내 그녀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넌지시 입을 열었다.

“이제 정말 준비가 끝났네요.”

“뭐가 말입니까?”

“국제 협회를 먹을 준비 말이에요.”

“…….”

그렇지.

인원과 장비까지 모두 준비가 끝나면, 그때부턴 최고 수준의 토벌 시스템을 필두로 현 국제 협회와 전면전에 나설 때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이긴다면…….

‘드디어 돌아갈 수 있겠군.’

나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기쁜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

나는 말 없이 사무실을 쭉 훑었다.

이곳에 놓인 물건 하나하나를 천천히 살펴보던 끝에, 내 시선은 마지막으로 이아영 이사에게서 멈췄다.

“……뭐, 뭐예요? 갑자기 왜 그렇게 봐요?”

“…….”

대답을 아끼길 잠시.

“아무것도 아닙니다.”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돌아갈 생각 하나로 여기까지 왔는데, 막상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시발, 여태까지 번 돈이 얼만데… 이거 다 두고 가야 해?’

존나 아까웠다.

아니, 생각해보니까 오히려 회귀 전보다 잘 나가고 있는 거 아닌가?

헌터는 아니지만 스킬도 전부 복구했고, 지금은 어엿한 회사 대표에 협회까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지금의 나는 헌터 때 벌던 돈보다 수십 배를 벌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반이라도 가져갈 방법 없나…….’

뭔가 방법이라도 없을까 생각하고 있는 사이, 이아영 이사가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이번 실적 내기 말이에요.”

그러고 보니 실적 내기 중이었지.

다른 일이 워낙 급해서 나도 깜빡하고 있었다.

뭐… 당연히 1등은 물 건너갔겠지만, 그동안 빡세게 쌓아놓은 게 있으니 최소한 순위권에는 들었을…….

“당신이 꼴찌에요.”

“……?”

“모든 팀 성과금에 전체 회식, 약속 지켜야 해요.”

“…….”

다 필요 없으니까 지금 당장 돌아갔으면 좋겠네.

***

대한민국 이능차원관리 협회 산하 아이템 제작 연구소.

통칭, 이클립스.

명칭은 그럴듯했지만,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그저 완공 날짜가 동지였기에 누군가 대충 붙인 것이다.

이클립스의 목적은 토벌 아이템 제작과 수리 그리고 특수 부산물에 대한 연구였지만, 지원팀이 전신인 만큼 헌터 관리 및 케어도 업무에 포함되어 있었다.

연구소 직원들은 하나 같이 이쪽 바닥에서 날고 긴다 하는 전문 인력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그들의 리더이자, 연구소 소장으로는…….

“대체 왜 맨날 이런 건 나한테 시키는 거래?!”

이아영 이사가 임명되었다.

“연구소 전신이 지원팀이잖아요. 아영 씨보다 더 적합한 사람은 없죠.”

김민주가 애써 웃으며 달랬지만, 턱도 없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몇 갠데, 이것까지 맡기냐는 거죠. 이럴 거면 아예 대표 자리를 넘겨주던가! 거의 뭐 노예 수준이라니까?!”

첨단 최신 장비가 즐비한 연구소 한복판에 이아영 이사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김민주는 괜히 맞장구를 쳐주다간 끝도 없을 것 같았기에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저는 왜 부르신 거예요?”

“뭐, 연구소 구경도 시켜줄 겸 줄 것도 있어서요.”

“줄 거요?”

의아한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이아영 이사가 검 한 자루를 건넸다.

“검신 121cm, 손잡이 28cm. 전체적인 사이즈는 흑랑지도랑 똑같이 맞췄고, 전용 그립에 미끄럼 방지를 위해 특수 소재를 입혔어요. 검신은 오렌지 등급 이상 몬스터에서 추출한 금속을 바탕으로 프렉탈 포함, 온갖 최상급 강화 재료가 다 들어간 검이에요.”

“그, 그래요…?”

“뭐예요? 그 반응은. 주는 사람 섭섭하게.”

“……네?”

“받아요. 민주 씨 거예요.”

김민주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검을 받아들었다.

사실 이리 반응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는 여태껏 단 한 번도 무기 지원을 받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애초에 C급까지는 보급형 외엔 전용 무기 지원이 안 되고, B급이 돼도 꽤나 거액의 돈을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그녀에겐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검이 있었고, 딱히 더 좋은 무기에 대한 욕심도 없었기에 그냥저냥 써 왔는데…….

“고마워요, 아영 씨…….”

“감사는 제가 아니라 대표님한테 하세요. 연구소 첫 제작으로 민주 씨 무기를 부탁한 거거든요.”

“…선생님이요?”

“네. 참고로 그거 등급으로 따지면 SS+급은 되는 거예요.”

김민주는 감격에 겨운 얼굴을 애써 숨기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보자 이아영은 절로 미소가 새어 나왔다.

‘싸울 때 보면 아주 괴물이 따로 없으면서… 이럴 땐 또 귀엽다니까.’

이내 감정을 추스른 건지, 김민주가 다시 이아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이 검… 이름이 뭐예요?”

“없어요. 뭐, 이제 민주 씨 거니까 민주 씨가 직접 붙여요.”

“으음…….”

김민주는 검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지그시 훑어보았다.

이아영이 말했던 것처럼 무게와 사이즈는 흑랑지도와 똑같았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검은색이었던 흑랑지도와 달리 새로운 검은 영롱한 붉은빛이 맴돌았다.

그렇게 검에 혼을 뺏긴 채 생각에 잠겨 있길 잠시.

“선생님한테 지어달라고 할래요.”

“……얼씨구?”

저건 또 무슨 주접인가.

이아영 이사는 고개를 내저었지만… 그럼에도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진 채였다.

따르릉―.

그때 이아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다름 아닌 그녀의 아버지, 이두식 협회장에게 온 전화였다.

「나다. 연구소는 어떠냐?」

“아주 좋아요.”

「다행이네.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그거 엄연히 협회 소유다.」

“하지만 소장은 저죠.”

「야 이…! 장난하지 말고 인마! 그런 거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감당 안 돼!」

“알고 있어요. 농담해본 거예요.”

「하아…….」

이두식 이사가 한숨을 푹 내쉬길 한 차례.

「아무튼, 본론은 그게 아니고…….」

조심스레 본론을 꺼내 들었다.

「저번에 지원팀 날려버린 그 정체불명 부산물, 기억하냐?」

“뭔지 몰라서 이것저것 해보다가 터졌다면서요.”

「그래, 그거 말이다. 우리 쪽에서 나름 계속 조사해봤는데…… 뱅크 아이템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어.」

“……네, 네?”

이아영 이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시간석, 반능석에 이어서 또 다른 뱅크 아이템이라니.

「그래서 말인데, 지금 연구소로 보낼 테니까 네가 한번 봐줄 수 있겠냐?」

“……물론이죠.”

「그래, 뭐 좀 나오면 바로 연락줘라.」

“네.”

이아영 이사는 통화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다른 곳에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당연히 수신자는 김준우 대표였다.

“뱅크 아이템, 하나 더 찾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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