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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39화 (13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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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장이 접수됐다고?”

강안 물류, 곽철수 대표에게 정 경리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달했다.

“네, 네. GT 던전에서 계약 내용 불이행 및 업무방해 건으로 계약된 시설을 단체로 고소했다고…….”

“시발…….”

곽 대표가 두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이럴 줄 알았다.

그래, GT 그룹이 어떤 놈들인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아니… 근데 이게 우리 탓이야?’

따지고 보면 인원들이 대거 이탈한 것도 저쪽에서 무리하게 일정을 밀어붙인 탓이 아닌가.

어쩔 수 없이 지금 상황에 가능한 거래만 맡은 것뿐인데…….

‘시발, 역시 갑은 갑이라 이건가…….’

그의 시선이 사무실 밖으로 향했다.

직원들은 오늘 카르마 코퍼레이션에서 들어온 몬스터, 혼 스마일의 분해 작업에 한창이었다.

수천 개의 뿔이 난 지네형 몬스터.

…라고 보고가 들어왔지만, 어째선지 이미 뿔이 모두 분해된 채로 입고됐다.

보아하니 카르마 코퍼레이션 청소팀 쪽에서 미리 작업을 해둔 모양이다.

‘…….’

곽 대표의 심경이 복잡했다.

여태껏 GT 던전이 한 번이라도 저렇게까지 해준 적이 있던가?

아니, 기본 해체조차 안 된 사체를 넘겨준 적은 있어도 손수 밑 작업을 해준 적은 단연코 없었다.

물론 저건 순수한 호의다.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고 적대감을 드러내는 건 멍청한 짓이지만…….

결국, 이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지 않은가.

이쪽 입장을 이해해주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전자에 마음이 쏠릴 수밖에 없다.

‘마음 같아선 계속 카르마 코퍼레이션이랑 하고 싶긴 한데…….’

확실히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그릇이 큰 곳이다.

하지만 고소장이 접수된 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나서서 하청 업체의 법적 문제를 도와줄 리는 없으니, 유감스럽지만 여기선 꼬리를 내리고 GT 던전의 요청을 어떻게든 수용해야…….

“곽 대표님 계십니까?”

그때, 심장을 강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름 아닌 강상우 상무였다.

곽 대표는 사무실 문을 열고 그를 맞이했다.

“……어쩐 일이십니까?”

“소식 들으셨나 모르겠습니다.”

“고소장이요?”

강 상무가 미묘한 미소를 띠었다.

물론 곽 대표는 그 반대였지만.

“그 말 하려고 여기까지 직접 오셨습니까?”

“너무 날이 서 계시는군요. 이래 봬도 좋은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네?”

“저희 부사장님께서 호의를 베푸셔서, 몇 가지 요구 사항을 지킬 수 있는 시설은 고소를 취하해주신다고 합니다.”

곽 대표의 눈이 가늘어졌다.

강 상무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앞으로 GT 던전이 요구하는 계약 내용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하는 각서입니다. 당연히 공증도 받아놨고요.”

“…….”

“여기에 서명만 해주신다면 고소는 없던 일로 해드리겠습니다.”

곽 대표는 이 각서가 무슨 의미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을은, 갑이 요청하는 모든 계약 내용에 성실히 이행할 것.

다시 말해, 말 잘 듣는 개가 될 건지 아니면 고소당해서 영업정지 당할 건지 정하라는 소리였다.

‘개새끼들…….’

이게 호의라고?

이건 진짜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치는 것밖엔 안 되지 않은가.

‘하지만 문을 닫는 것보다야…….’

한참을 망설이던 곽 대표는 결국 펜을 쥐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서명란에 펜을 가져다 댔다.

“대표님!”

그때, 조금 전 자리를 비켜주었던 경리가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강 상무의 싸늘한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뭡니까. 지금 중요한 이야기 하고 있는 거 안 보여요? 어딜 감히 경리가 문을 벌컥벌컥 열고…….”

“대표님! 지금 인터넷 확인해보세요!”

대놓고 무시하며 말을 전하자 곽 대표와 강 상무는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 진짜 갓이란 말밖에…….

└ 김준우 진짜 미쳤네ㅋㅋㅋㅋㅋ

└ 한국에서 어떻게 저런 사람이 나오냨ㅋㅋㅋㅋ

└ ㄹㅇ인성이랑 영향력 둘 다 갖추니까 진짜 불도저가 따로 없네ㅋㅋㅋㅋ

└ GT 그룹 예전부터 하청 ㅈㄴ쪼는 거로 유명했잖아

└ ㅇㅇ맞음 예전에도 저러다가 하청에서 인명 사고 났는데 바로 모르쇠 시전 했음

└ 와;; 천하의 개놈들이네;;;

└ GT 던전 개똥줄 타죠?

이게 무슨 소리인가.

뒤늦게 기사 제목을 확인했다.

[카르마 코퍼레이션 김준우 대표, ‘무리한 일정 요구 거절하니까 고소? 상식 밖의 짓’ 일축]

[한별 종합 상사 하성일 사장 曰 ‘21세기에 있어서는 안 될 일’ 김준우 대표 발언에 맞장구]

[카르마 코퍼레이션과 한별 종합 상사, ‘GT 던전에 고소당한 모든 부산물 처리 시설 상대로 법무팀 지원하겠다’ 화제]

[네티즌, ‘진짜 갑이 나섰다’]

[최근 기업 동맹을 맺은 카르마 코퍼레이션과 한별 종합 상사가 부당하게 고소당한 부산물 처리 시설들을 상대로 법정 싸움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하성일 사장은 ‘횡포에 굴복하지 않았으면 한다’라며 하청 업체에 위로를 전했으며…….]

확인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

강 상무와 곽 대표가 서로를 지그시 바라봤다.

한쪽은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고, 다른 쪽은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저, 저기 곽 대표님……. 일단 저희 다시 이야기를…….”

“X 까.”

부욱―.

곽 대표는 곧바로 각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

“허억, 허억…….”

토벌을 마치고 던전을 빠져나오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아오, 시발…….’

오늘 하루만 벌써 4번째 토벌.

그런데도 격차가 도저히 좁혀지질 않는다.

‘이것들… 대체 기획을 어떻게 했길래 효율이 이 정도야?’

이미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모든 작전팀에 성과금을 주는 건 물론, 내 사비로 전체 회식비까지 지불해야 한다.

아니, 다른 걸 다 떠나서…….

전직 SSS랭크 헌터가 정산 싸움에서 진다는 걸 용납할 수가 없다.

그래, 질 수 없다.

조금 더 무리해서라도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데…….

‘꼼수를 좀 써볼까.’

이래 봬도 대표가 아닌가.

대표가 본인 권한 좀 쓰겠다는데 누가 뭐라 그러겠어?

때마침 울리는 핸드폰.

번호를 확인하니 이아영 이사였다.

“이아영 씨, 마침 잘 됐습니다. 부탁할 게 좀 있는데…… 그 흑랑이랑 레드독 앞으로 배정된 던전, 10%만 취소하세요.”

「……그렇게 이기고 싶어요?」

“예.”

「…….」

반응이 왜 이래.

이기면 좋잖아. 적어도 손해는 없다고.

「그런 것보다… 당신이 토벌에 미쳐있는 동안 일이 좀 있었어요. 연락을 수백 통을 했는데도 안 받아서 일단 제가 알아서 처리는 했는데…….」

“무슨 일인데 그럽니까?”

「GT 던전에서 부산물 처리 시설들을 고소했어요.」

“……?”

그렇게까지 나온다고?

‘쓰읍…….’

이건 좀 위험하다.

고소라는 최후의 수를 꺼내든 이상, 단단히 각오했다는 건데.

이렇게 되면 시설들은 어쩔 수 없이 GT 던전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당연히 우리는 순위에서 밀리겠지.

이대로 계속 진행해봤자 우리만 손해다.

작업 쳐놓은 게 아쉽긴 하지만 여기서 발을 빼는 수밖에…….

「그래서 저희 쪽이랑 한별 상사 쪽 법무팀을 지원하기로 했어요.」

“……예?”

「물론 언론에는 당신이 결정한 거로 했고요. 어차피 끝까지 데리고 갈 생각이었잖아요?」

시발, 지금 뭐라는 거야?

「어때요, 당신 흉내 좀 내봤는데. 괜찮죠?」

“…….”

「뭐, 아무튼 우리가 이렇게 나오니까 GT 던전에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지, 협의 좀 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하청 업체 쪽 대표랑 당신이랑요. 그건 꼭 참석하셔야 하니까, 토벌은 미리미리 끝내 놓으시고요.」

시발.

***

익일, GT 던전 회의실.

경황도 없이 참석하게 된 협의회.

난 뚱한 표정으로 연신 펜만 만지작거리는 중이었다.

내가 어쩌다가 이 자리에 있는 거야…….

“그럼… 하청 업체 계약 내용 불이행 및 업무방해 건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의장을 맡은 GT 던전 관계자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강상우 상무가 먼저 발언했다.

“이건 애당초 시설들이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아서 저희도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입니다. 왜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끼어드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

알 게 뭔가.

애초에 내가 내린 결정도 아닌데.

“강 상무님, 말씀이 좀 너무하십니다. 20구가 넘는 물량을 맡기면서 납품 기한을 일방적으로 당긴 건 생각 안 하십니까?”

곧이어 강안 물류의 곽철수 대표가 입을 열었다.

“계약서에 명시돼있지 않았습니까. 을은 갑이 요청하는 납품 기한에 최대한 맞출 수 있도록 한다고요.”

“그 앞줄은 왜 빼먹습니까? ‘부당하거나 불가능한 상황이 아닌 한’이라고 돼 있지 않습니까!”

“납품 기한을 당긴 만큼 비용을 더 지불한다고 했으니 부당한 건 아니지요.”

“상황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GT 던전 수주만 받는 것도 아닌데, 그런 일정을 어떻게 소화하라는 겁니까!”

“본사 기획부 쪽에서 검토해본 결과,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판단을 왜 그쪽이 합니까?! 처리 작업을 당신들이 해요?!”

1분도 안 돼서 벌써 분위기가 과열되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잠자코 그들의 싸움을 구경했다.

괜히 싸움에 왜 끼어들어.

가능하면 싸움 구경이 최고지.

“어쨌든 고소하실 거면 고소하시죠!”

“협의가 안 되면 말씀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예, 마음대로 하십시오. 김 대표님이 법무팀을 지원해준다고 하셨으니 저희도 끝까지 갈 겁니다!”

동시에 나한테 몰려드는 시선.

빨리 입장을 밝히라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이쯤 되니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쉽다. 그냥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깊은 한숨으로 포문을 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법무팀 지원은 저희로서도 꽤나 많은 걸 감수해야 합니다.”

“네, 네?! 이제 와서 그게 무슨……!”

“그래서 서로 합의점을 찾기 위해 연 협의회 아닙니까.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면 GT 던전은 고소를 하지 않아도 되고, 저흰 법무팀을 지원하지 않아도 되겠죠.”

강 상무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자신의 편을 드는 거로 들린 모양이다.

“제가 볼 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한 일인 것 같군요. 그래서 말인데… 이건 어떻습니까?”

강상우 상무, 너무 기대하지 마.

딱히 너희 편 드는 건 아니거든.

난 이 상황이 귀찮을 뿐이라고.

“여기 계신 강 상무님께서 일주일 동안 부산물 처리 시설에서 직접 작업해보시는 겁니다.”

“……예?”

“직접 분해도 해보고, 납품 기한도 맞춰보는 게 어떻겠냐는 겁니다. 직접 겪어보고도 여전히 고소할 생각이 있으시다면 그땐 정말 하청 업체가 특별한 이유 없이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뜻이니, 그땐 저희도 군말 없이 빠지겠습니다.”

“법무팀 지원을 취소하겠다는 겁니까?”

“그때 가서도 고소를 진행하시겠다면.”

강 상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약속, 꼭 지키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곽 대표님은 어떠십니까?.”

“…….”

곽 대표에게 시선이 쏠렸다.

“받아들이겠습니다.”

미묘한 표정.

무슨 상상을 하는 건지 어렴풋이 알 것 같은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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