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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33화 (13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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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협회가 언론을 탄 지 일주일.

이젠 엄연히 한국 협회의 공식적인 두 번째 지부가 된 킨샤사 지부에서 브루스 지부장과 대면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마무리와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런고로 앞으로는 토벌 현황을 한국 협회에 주기적으로 보고해주시면 됩니다. 수익금 분배는 8:2 계약이고 부산물은 원칙적으로 지부 소유지만, 프렉탈은 한별 상사와 독점 계약이 체결됐으니 그 점만 유의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부 팀은 지부장님이 직접 관리하셔도 되지만, 이전처럼 전쟁에 파병하는 일은 절대 용납 못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세부 계약 내용을 모두 확인한 직후, 그가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한국 협회에서 꽤나 영향력 있는 분이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설마하니 퇴사하신 지금도 전권을 갖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닙니다. 그냥 대리인이라 생각해주십시오.”

근데 생각해보니까 진짜 내가 다 하고 있긴 하네.

“하하, 일주일 새에 인수한 지부가 대체 몇 개인데 그런 겸손을.”

“…….”

대답을 아꼈다.

결과를 떠나서 어째 나만 개고생한 것 같은 기분이라 괜히 씁쓸해졌다.

국제 협회가 언론을 탄 직후, 한국 협회가 콩고, 잠비아 지부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퍼지자마자 중앙아프리카의 수많은 국가에서 인수 요청이 쇄도했다.

국제 협회의 통합 지부 건설로 인해 토벌권을 빼앗겼던 우간다, 르완다, 앙골라 등등.

모두 토벌권을 잃은 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었다.

통합 지부가 국제 협회를 탈퇴했다는 소식은 그들에겐 최고의 희소식이었겠지.

이때다 싶어 다시금 독립 협회를 세우려 했겠지만, 이미 오랜 분쟁 때문에 내부적으로 꽤나 힘들어 현실적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외부 협회의 지원을 받는 것뿐이었고, 모두가 예외 없이 한국 협회를 선택해주었다.

뭐, 나로선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었기에 흔쾌히 모든 인수 요청을 받아들였다.

물론 그 때문에 업무가 배로 늘어나긴 했지만 굴러들어온 복을 제 발로 찰 정도로 멍청하진 않다.

이두식 협회장은 예산 부족에 우려를 표했지만, 결과적으로 적자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다는 내 손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한국 협회는 고작 일주일 새에 중앙아프리카 모든 국가에 지부를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그건 단순히 지부가 늘었다는 것 말고도, 아프리카의 희귀한 아이템과 부산물들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었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군요. 설마하니 아프리카 통합을 위해 처음부터 본부가 분쟁을 유도하고 있었을 줄이야…….”

브루스 지부장은 여전히 얼떨떨한 듯했다.

“아직은 혐의일 뿐이지만요.”

“그래도 이번에 덜미를 잡혔으니 앞으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거야 모르죠. 공식적으로 혐의가 입증돼야 제재할 수 있을 텐데, 워낙 주도면밀한 놈들이라 이미 대비책을 마련해뒀을 수도 있습니다. 뭐, 인터폴이 잘해주길 바라는 수밖에요.”

답답한 일이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이번에 국제 협회를 저격할 수 있었던 건, 잠비아 지부 인원들이 나와 에마 대표의 대화를 모두 목격한 정황이 있었으니 가능했다.

하지만 그들을 아프리카에서 잠시 물러나게 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정황이나 증언은 있지만, 무엇보다 실질적인 증거가 없었으니까.

게다가 겨우 살려낸 밸런스 팀원 중 한 명은 인터폴에 넘어가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결국 중요한 건, 국제 협회가 잠비아 협회와 무기 거래를 진행하려 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냐인데…….

PB 코퍼레이션 팀장급도 망설임 없이 물갈이할 정도면 이미 모든 꼬리를 끊어놨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겠지.

‘그래도 최소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엔 허튼짓은 못 하겠지만…….’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그 기간만큼 우리가 몸집을 키울 시간을 번 셈이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불가침 영역이었던 국제 협회가 도마 위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목적의 반은 이뤘다.

혐의가 입증되든 안 되든, 국제 사회에서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으니 전처럼 쉽게 움직이진 못할 거다.

“꼭 입증됐으면 좋겠군요. 그동안 놈들 때문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참…….”

“뭐…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긴 합니다.”

“네?”

“로마나 대통령이 있지 않습니까.”

브루스 지부장은 작게 감탄했다.

“이번에 헌터 파병 지시 혐의로 로마나 대통령도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까. 지금까지의 행동을 보면 아마 그도 정황상…….”

“국제 협회와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군요.”

“본부의 지시를 받고 분쟁을 유도했을 확률이 높죠.”

내부 동조자가 없이 움직였을 리가 없다.

아마 그가 제일 의심되는 인물이겠지.

“로마나 대통령을 잘만 캔다면, 국제 협회가 이번 일을 주도했다는 걸 입증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말하기 무섭게 누군가 사무실로 들어오며 곧바로 초를 쳤다.

고개를 돌리니, 다름 아닌 세드릭 의원이었다.

“그거야 모르지 않습니까. 잘만 조사한다면…….”

“조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방금 서거하셨거든요.”

“그게 무슨……?”

이건 또 뭔 개 같은 소리인가.

“관저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습니다. 유서도 나왔고요.”

“…….”

충격적인 소식에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

“현재 저희 소속 지부들 사이에서 탈퇴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국제 헌터 협회 본부, 사무총장실.

수행비서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특별한 사유 없는 요청은 모두 거절했지만, 탈퇴 조건에 부합하는 지부도 몇몇 있어서…….”

그녀가 말끝을 흐리며 웨슬리 사무총장의 눈치를 살폈다.

벌써 소속을 탈퇴한 지부가 5곳이 넘었다는 소식을 차마 전달하기 힘들었다.

“…….”

“…….”

웨슬리 사무총장은 에마 대표와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둘은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너무나도 무거운 분위기 속에 수행비서는 숨이 턱턱 막혀왔다.

이내 오랜 정적을 깨고 웨슬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잠비아 협회 입을 막기 위해 밸런스팀을 보낸 거 아니었어?”

“그랬지.”

“심지어 마르크 팀장도 끼어 있었다면서.”

“맞아.”

담담하게 대답하는 에마 대표.

웨슬리 사무총장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런데 왜 실패한 거지?”

“……김준우가 있었으니까.”

“변명하지 마. 김준우를 상대하라는 것도 아니고 잔챙이 몇 명 죽이는 것뿐이었잖아.”

“…….”

“심지어 물갈이를 했는데도 한 명이 멀쩡히 살아서 인터폴에 넘겨졌어. 에마, 난 너를 믿고 맡겼는데 이게 대체 무슨 결과지?”

에마 대표는 말이 없었다.

“팀장이 직접 나섰는데 고작 그 정도 임무도 수행하지 못하는 주제에 뭐가 밸런스팀이라는 건지.”

웨슬리는 다 들으라는 듯 탄식하며 중얼거렸다.

현재 국제 협회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했다.

전 세계 토벌권을 통합하기 위해 비밀리에 진행 중이던 계획이 이번 사건으로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전 세계의 좋지 않은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인터폴에서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나마 꼬리가 잡힐 만한 건 미리 끊어놨다는 게 다행인 점이다.

조금만 늦었다면 PB 코퍼레이션의 존재와 그간의 행적까지 모두 드러날 뻔했다.

어떻게든 급한 불은 껐지만… 그 마지막 대상이 로마나 대통령이라는 건 좀 아쉬웠다.

그 사람만큼 이용하기 쉬운 인물도 찾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인터폴에 넘어간 밸런스팀 소속 놈은…….’

그놈도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뭐라도 발설하는 순간 어떻게 처분될지는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직원들 시신은 모두 수습했어?”

“토벌권 회수팀 쪽은 모두 수습했고, 밸런스팀은 아직 진행 중이야. 그런데…….”

“또 뭐가 있는 거야?”

“인원이 두 명 모자라. 뭐, 한 명은 김준우가 살려서 인터폴로 넘긴 놈일 테고.”

“그럼 나머지 한 명은?”

웨슬리 사무총장이 날카롭게 쏘아붙였지만, 에마 대표는 전혀 움츠러든 기색 없이 대답했다.

“마르크 팀장 시신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어.”

“…….”

웨슬리 사무총장의 낯빛이 서늘해졌다.

그의 시선이 보좌관에게 향했다.

“각 부서에 연락해서 당분간 본부 내 모든 활동 중지시켜. 이사진들 입단속 시키고. 혹시라도 딴소리하는 놈들은 알아서 처리해.”

“……알겠습니다.”

이어서 그는 에마 대표를 향해 말했다.

“그동안 PB 코퍼레이션은 모조리 새로 교체하자고. 명칭도 인원도 전부.”

“지금부터 인원을 다시 채우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야.”

“미국에 괜찮은 놈 있잖아. 그놈한테 먼저 연락해봐.”

“누구?”

“세계 랭킹 1위.”

에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놈이라면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요주의 인물이라며 처리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미 상황은 변했다.

에마 대표는 결정에 트집을 잡지 않고 받아들였다.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자 웨슬리의 목소리가 곧바로 따라붙었다.

“아, 에마.”

“…왜?”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으면…… 계속 친구로 남긴 힘들 거야.”

“…….”

에마 대표는 대답 대신 등을 돌렸다.

‘지랄.’

그리 중얼거렸지만, 웨슬리 사무총장은 듣지 못했다.

***

어두운 공간.

깜빡거리는 조명 하나뿐인 곳에서 마르크 팀장이 눈을 떴다.

“뭐, 뭐야…….”

여긴 어디인가.

아니 그보다…… 살아 있는 건가?

마르크 팀장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쇠사슬로 온몸이 결박된 채였다.

이런 거로 자신을 붙잡아 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마르크 팀장은 코웃음을 쳤다.

[습득 스킬 : 헤라클레스]

[스킬 사용 불가]

“……?”

[습득 스킬 : 업 파이어]

[스킬 사용 불가]

몇 번이고 여러 스킬을 사용하려 시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유를 알 수 없어 당황하던 찰나, 뒤늦게 자신의 팔에 연결된 링거가 눈에 들어왔다.

“반능석 용액이라 당분간 스킬은 못 쓸 거야.”

익숙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다름 아닌, 김준우였다.

“반능석? 그걸 네가 어떻게…….”

“너희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잔뜩 뿌려놓고 갔잖아.”

김준우는 껍데기만 남은 총알을 보여줬다.

“실력 있는 연구원이 추출한 거니까 너무 걱정 마. 뭐, 양은 얼마 안 돼서 해봤자 효과는 몇 시간이겠지만…….”

소름 끼치는 눈빛이 날아들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기엔 충분하지.”

“나한테서 뭘 캘 수 있을 것 같나?”

“어차피 넌 이미 죽은 목숨이잖아. 여기서 살아 돌아간다고 해도 이미 PB 코퍼레이션이 물갈이했는데, 널 살려둘 것 같아?”

“…….”

맞는 말이다.

몸속에 심어 놓은 칩이 발동했다는 건, 비상 프로토콜이 진행됐다는 뜻일 테니까.

그 말은 더는 PB 코퍼레이션 소속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길게 얘기할 것도 없어. 딱 두 가지만 물어볼게.”

“…….”

침묵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김준우는 말을 이었다.

“너희들이 위험인물을 처리하는 작업을 할 때, 시간석을 써서 작업할 때도 있냐?”

“크흐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시간석은 네놈이 가지고 있는…!”

탕―!

“끄아악!!”

허벅지에 총알이 박혔다.

반응할 틈도 없이 총구가 다른 쪽 허벅지에 올라갔다.

“아는 사람끼리 왜 그래. 내가 묻는 건 그게 아니잖아. 매뉴얼 상 시간석을 사용해야 할 때가 있냐, 그 말이지.”

“……모, 모른다.”

탕―!

여지없이 총알이 반대쪽 허벅지를 관통했다.

찢어지는 고통에 이를 꽉 물며 고개를 들자, 김준우의 눈이 보였다.

한 치의 자비라곤 없는 눈빛.

“……랭크, 스킬, 능력치를 살피고 죽일 수 없다고 판단한 타깃은 시간석을 쓴다.”

“이유는?”

“존재 자체가 사라지니까.”

왜 이런 게 궁금한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애초에 원인도 메커니즘도 알 수 없는 거였다.

단지 실험상으로 그랬으니까, 그렇다고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럼 혹시 너희들이 시간석을 회수하려고 한 것도, 사용해야 할 타깃이 있어서 그랬던 건가?”

“…….”

“설마 내게 쓰려고?”

“웃기는 소리.”

실소를 내뱉었다.

애초에 시간석을 사용할 대상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세계 랭킹 1위.”

“……?”

“그놈을 처리하기 위해서 시간석이 필요했다.”

김준우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자신의 예상과는 달라서 그런 건가.

“좋아. 그럼 다음 질문. 사무총장은 왜 전 세계 토벌권을 통합하려는 거지?”

“……모른다.”

“하아……. 한 번에 대답하는 법이 없네.”

“지, 진짜 몰라! 사무총장이 우리한테 그런 이야기를 해줬을 것 같아?! 너도 알잖아!”

“알지.”

입술을 내밀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의 총구는 내려갈 생각이 없었다.

“그냥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

뭐?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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