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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29화 (12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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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 - DR콩고 국경 인근.

하성태 사장과 에마 대표는 잠비아 임시 협회에 발을 들여놓았다.

곧 둘은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이상하네요. 뭐 지키는 사람도 없고……. 원래 이렇게 텅 빈 곳인가요?”

“…….”

하성태 사장의 물음에 에마 대표는 침묵했다.

잠시 상황을 이해할 시간이 필요했다.

거래도 하기 전에 백기를 든 게 아니고서야, 전력의 요충지인 이곳을 비워둘 리가 없다.

아니, 애초에 거래 장소를 이곳으로 잡은 건 임시 협회 측이다.

중요한 거래를 앞두고 모습을 감출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아니, 이건 모습을 감췄다기보다…….’

에마 대표가 캠프 안으로 더 들어가자, 완전히 무너져 내린 텐트들과 이곳저곳 파괴된 흔적들이 보였다.

마치 격렬한 전투가 있었던 것처럼.

‘설마…….’

순간 에마 대표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도대체 뭐가 어떻게……!”

“…….”

“대표님? 대표님! 뭐라 말씀 좀 해주시죠!”

무슨 상황인지 가늠조차 못 한 하성태 사장이 연신 조잘댔지만, 에마 대표는 일일이 대꾸해줄 여유는 없었다.

만약 그녀의 예상이 맞다면, 일이 꽤 귀찮아질 예정이었으니까.

‘일단 연락을 넣어놔야겠군.’

에마 대표가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작성하고 있던 그때였다.

“늦었네?”

무너져 내린 텐트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 김준우 대표…? 당신이 여기 어떻게?!”

***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사람은 역시나 하성태 사장이었다.

그는 상상도 못 했다는 듯, 눈과 입을 동그랗게 벌린 채였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게 딱 이 꼴이겠지.

“오랜만입니다. 저 없는 새에 사장님이 되셨다면서요.”

“이, 이게 대체 무슨……. 당신이 대체 왜 여기 있는 겁니까?!”

“그건 그쪽에게 물으면 알 것 같군요.”

중년 백인 여성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까부터 잠자코 나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하성태와 같이 있다는 건 PB 코퍼레이션 관계자라는 소리겠지.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여자는 피식 실소를 뱉었다.

웃어?

현장에서 걸리고도 꽤나 여유만만이네.

“죽였어요?”

“누굴 말입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 말이에요.”

“궁금하면 좀 빨리 오지 그랬습니까.”

여성이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당신 때문에 우린 한국에서 많은 피해를 봤는데…… 이젠 설마하니 우리 거래처까지 건드릴 줄이야. 대체 왜 이렇게까지 우리를 괴롭히는 거죠?”

“하하하, 시발. 누가 보면 제가 나쁜 놈인 줄 알겠습니다.”

미친 건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가만히 청소하고 있는 사람 건드리기 시작한 게 누군데.

“그래서, 당신은 왜 여기 남아 있어요?”

에마 대표는 주위를 쭉 둘러보곤 나를 향해 물었다.

“거래를 막으려는 거라면 굳이 남아서 우리를 기다릴 이유가 없을 건데요.”

“혹시 내가 찾고 있는 사람인가 싶어서 말입니다. 뭐… 겸사겸사 볼일도 있고.”

“음? 누구죠? 황동휘 파트장?”

“그런 잔챙이는 이제 관심 없고.”

나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조금 더 높은 분.”

“…그런 거라면 제대로 찾았네요.”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만나서 반가워요. 맨날 보고로만 듣다가 이렇게 직접 만나니 또 새롭네요.”

그녀가 나를 향해 한 발짝 다가오며 손을 내밀었다.

“PB 코퍼레이션 대표, 에마라고 해요.”

“…….”

나는 애써 표정을 숨겼다.

대표라니.

끽해봐야 팀장급인 줄 알았는데…… 설마하니 대표가 직접 움직이고 있을 줄이야.

‘이걸 횡재라고 해야 할지…….’

복잡한 심경을 뒤로하며 본론을 상기했다.

“그래서? 그 대단하신 대표님께서 왜 이런 뒤가 구린 거래를 하려는 겁니까?”

“뭐야. 진짜 몰라서 묻는 거예요, 아님 떠보는 거예요?”

대답을 아꼈다.

에마 대표가 하성태 사장을 슬쩍 흘기며 옅은 한숨을 쉬었다.

눈치를 보아하니 진짜 목적에 대해선 함구한 모양이다.

“됐군요. 이제 와서 말해 뭐 하겠어요. 어차피 여기 아니어도 거래할 데는 많고.”

“통합 지부를 공격해줄 놈들이면 누구든 상관없다 이겁니까?”

“……뭐야, 역시 알고 있었네요.”

“아프리카 전체 토벌권을 통합하기 위해선 그럴싸한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죠. 내가 진짜 궁금한 건 그런 것보다…….”

내가 기다린 본론은 이거다.

“국제 협회는 왜 이렇게까지 해서 토벌권을 통합하려는 걸까, 그뿐입니다.”

“……하아.”

질문을 받은 에마 대표가 곤란한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제삼자도 있는데 그 얘길 해버리면 어떡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검지가 하성태를 향했다.

“좋은 동업자였는데…… 들어버린 이상 어쩔 수가 없네요.”

“네, 네?! 자, 잠깐…!”

[습득 스킬 : 핑거 피스톨]

그녀의 손가락에서 빛이 번쩍였다.

아니, 이 노빠꾸 여자가!

[습득 스킬 : 하이퍼 부스트]

피융―!

곧바로 달려들어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

날카로운 빛이 허공을 꿰뚫었다.

단발의 총성과 함께 찾아온 정적 속에서 에마 대표는 고개를 갸웃했다.

“두 분 사이 안 좋지 않았나요? 한때 적이었던 사람마저 구해줄 줄은 몰랐는데.”

“책임질 사람을 죽게 놔둘 순 없죠.”

담담하게 말했지만, 이미 손에 힘이 실리고 있었다.

끄그극―

동시에 에마 대표의 표정 또한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이 짧은 순간,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전생에서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야 했던 그때의 심경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나를 죽인 놈들의 수장과 마주했는데, 평정심을 유지할 만큼 난 점잖은 사람이 아니다.

그래,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고 싶었다.

‘……시발.’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유감스럽지만 여기선 그 누구도 죽어선 안 된다.

하성태가 죽으면 이번 일의 책임을 질 사람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에마 대표를 제거하면 PB 코퍼레이션의 정체와 국제 협회의 민낯은 영영 수면 아래로 묻히고 만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떻습니까?”

분노를 꾹 참으며 애써 입을 열었다.

에마 대표는 무슨 소릴 하는지 이해 못 한 모양이다.

“……뭐가 어떻다는 거예요?”

“당신 말고. 뒤에 있는 분들 말입니다.”

시선을 그녀 등 뒤로 던졌다.

“어떻게, 이제 제 말이 신뢰가 좀 됩니까?”

몸을 숨기고 있던 케네디 협회장, 그 외의 인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내 계획을 위해서라도 이 여자는 아직 살아 있어야 한다.

“……정말이었군.”

“애초에 처음부터 모두 국제 협회가 유도한 거라고…?”

“마, 말도 안 돼…….”

“빌어먹을… 멍청하게 놀아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케네디 협회장의 뒤를 이어 잠비아 임시 협회 인원들이 몇 마디를 덧붙였다.

천하의 PB 코퍼레이션의 대표인 에마도 이 상황은 예상 못 했는지 당황한 듯 보였다.

물론 하성태야 말할 것도 없고.

설마 내가 미쳤다고 사람 수십 명을 죽이겠는가.

그것도 전혀 상관없는 국가 간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복판에서 말이야.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내가 이곳에 있는 건, 또 다른 거래 때문이다.

예정된 무기 거래를 중단하고 당장 통합 지부와의 분쟁을 멈춰준다면, 뒤처리는 우리가 해주겠다는 조건이었지만…….

‘뭐, 나 같아도 안 믿었을 것 같긴 한데.’

그 과정에서 작은 다툼이 있긴 했지만, 합의점은 찾을 수 있었다.

진실을 보여줄 테니, 잘 보고 재고해 보라고.

그래.

내가 굳이 여기서 저 두 명을 기다린 건, 거래에 필요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쯧.”

“심기가 많이 불편한가 보군요. 너무 많은 사람이 들어서인가요? 그럼, 뭐 여기 있는 사람을 다 죽이기라도 할 겁니까?”

“후, 뭐…… 못할 거야 없긴 한데.”

뭐래, 이 여자가…….

“그것보다, 대체 무슨 조건을 걸었길래 저들이 당신 말에 따르는 거죠? 이렇게 대놓고 우리를 적으로 돌리면, 그 뒤처리는 어떻게 하려고?”

“그쪽이 알 거 없습니다.”

더 이상의 대화는 거부하자 에마 대표가 고개를 저었다.

“보아하니 이젠 대화로 어떻게 해볼 상황이 아니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물론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녀를 제지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뭣?!’

손이 그녀의 팔을 통과해 그대로 허공을 갈랐다.

한편 그녀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 통화를 이어갔다.

“아, 케인 팀장. 계획에 차질이 생겼어요. 플랜 B로 진행하세요. 지금 당장 토벌권 회수팀 전원 콩고 통합 지부로 진격하세요.”

“…….”

토벌권 회수팀?

역시 혼자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니었나.

“그리고 당신들은…….”

용건만 전달하고 전화를 끊은 에마 대표가 우리를 슥 훑었다.

어느새 붙잡았던 그녀의 팔도 내 손아귀를 벗어난 뒤였다.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올리는 동시에 에마 대표 뒤에서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마르크 팀장, 마침 딱 맞춰왔네요.”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이쪽은 잘 처리 좀 해줘요. 제 볼일은 끝났으니까.”

“알겠습니다.”

둘의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중무장한 인원이 사방에서 들이닥쳤다.

하, 저쪽도 일단 대비는 해놨다, 이건가.

“뭐, 뭐야…?!”

“지원군이 숨어 있었나…!”

놀란 잠비아 협회 병력이 혼란스러워졌다.

우리 앞에 나타난 인원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많아 봐야 20명 정도.

그럼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딱 봐도 어떤 놈들인지 알 수 있다.

저들은 양민호, 황동휘가 속해 있던 밸런스 조정팀이다.

‘그렇다면 저 남자가…….’

마르크 팀장이라고 불린 남자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전 세계 곳곳에서 암살 임무를 맡은 놈들과 그들의 책임자.

만만히 봐선 안 되겠지.

“그럼 먼저 실례하죠. 만나서 반가웠어요, 미스터 김.”

“대, 대표님! 대표님?! 어디 가십니까!!”

짧은 작별 인사를 남기고 에마 대표는 등을 돌렸다.

하성태가 놀라 부르짖었지만 응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냥이 끝났으니 개는 필요 없을 테니까.

“저 여자…… 가만히 둬도 되는 건가?”

어느새 내 옆으로 온 케네디 협회장이 넌지시 물었다.

당연히 아쉽긴 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PB 코퍼레이션의 대표이지 않은가.

붙잡아서 밑바닥까지 탈탈 털어내거나 당장이라도 처리해버리면 속이 다 후련하겠다만, 상황상 그러긴 어렵다.

아까 그녀가 쓴 스킬도 그렇고, 밸런스 조정팀장이라는 놈을 앞에 두고 딴 데 정신을 팔 수는 없다.

“정황상 붙잡긴 힘들 것 같네요. 그보다, 아까 제가 말한 조건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안 믿는 것도 말이 안 되지. 받아들임세.”

“좋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잠비아 임시 협회는 정식으로 한국 협회 지부가 된 겁니다.”

아까 내건 계약 체결을 구두로 확인했다.

분쟁을 멈추고 한국 협회 지부가 된다면 당신들의 토벌권을 보장해준다.

상황적으로 진실을 안 이상, 그들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애초에 계속 토벌만 할 수 있게 해준다면 소속이 어디든 상관없는 이야기였으니까.

‘어쨌든 목적의 반은 이뤘고…….’

나머진 일단 저놈들부터 어떻게 하고 생각해볼까.

에마 대표를 놓치긴 했지만, 더는 아니다.

나는 마르크 팀장에게 다가갔다.

“방금 들어서 아시겠지만, 현 시간부로 잠비아 임시 협회는 한국 협회 소속입니다. 그러니 잠비아 협회를 향한 공격은 엄연히 한국 협회를 향한…….”

탕―!

돌연 울린 총성.

허공으로 빗나갔지만, 무척이나 가깝다.

바로 근거리로 지나간 걸 보면 일부로 빗맞힌 거겠지.

“말이 많군.”

“…….”

“대화는 이미 충분히 하지 않았나.”

녀석은 애초에 싸울 생각이 넘쳤다.

뭐, 그러긴 해.

나도 같은 생각이고.

게다가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소리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밸런스 조정팀장, 마르크.

그가 나를 향해 쏜 그 총.

“드디어 찾았다.”

이능운용총기, 타이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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