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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28화 (12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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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코퍼레이션이 움직이고 있다.

그 소식에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국제 협회 소속인 통합 지부를 내버려두고, 굳이 대립국과 밀거래를 한다?

그것도 당장에 본인들의 지부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나라를?

이건 한 가지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본인들 지부가 외부 세력에 의해 공격당했으면 하는 거지…….’

명분이 필요한 거다.

전 세계 토벌권을 국제 협회가 관리할 명분.

그렇다면 지금 상황도 모두 이해가 간다.

굳이 지부를 통합시켜 놓고 손을 뗀 건 일부러 주변국들의 반발을 유도하기 위해서였겠지.

토벌권을 빼앗긴 주변국들은 당연히 통합 지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그럼 그때, 그들에게 조금만 힘을 보태주면 된다.

그러면 그들이 알아서 통합 지부를 무너뜨려 줄 테니까.

아마 지부가 공격당하면, 그때 비로소 본부가 움직이겠지.

유감을 표하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모든 토벌권을 본인들이 관리하겠다고.

‘진짜 생각하는 것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빌어먹을 놈들이네.’

이젠 몇 번을 보기도 했는데, 여전히 학을 떼게 만드는 방식이다.

아무튼, 국제 협회가 토벌권 통합에 성공한다면… 그땐 해외 지부 사업이고, 제2의 국제 협회고 모든 게 말짱 도루묵이다.

외부인 입장으로 국가 문제에 관여한다는 게 여전히 떨떠름하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눈치만 보다가 다 날릴 수도 없는 일이다.

일단 무슨 일이 있더라도 거래를 막아야 한다.

“저, 정말 확실한 겁니까? 지금 분쟁을 모두 본부가 유도하고 있다는 게…….”

브루스 지부장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재차 물었다.

잠시 접견실을 나와 김민주와 브루스 지부장을 불렀다.

그리곤 세드릭과 나눴던 이야기를 전달했다. 덧붙여 내가 알아낸 사실도 함께.

물론 PB 코퍼레이션에 관한 이야기는 제외했다.

“확실합니다. 한국에 있는 하 팀장님이 직접 확인한 사항입니다.”

“설마 본부가 그럴 리가…….”

브루스 지부장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

하긴, 자리만 지키고 있는 말단이 국제 협회가 사실 어떤 놈들인지 알 턱이 없을 테니.

충격이라면 충격이겠지.

“거래를 막을 방법은 있나요?”

잠자코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김민주가 물었다.

“있기야 하지. 내가 아니라 한국에 있는 그 사람이 잘 해줘야겠지만…….”

“하성일 팀장님이요?”

“하 팀장이 한별 상사가 암거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만 포착해주면 거래 자체를 막을 수 있을 거야.”

“그 전에 거래가 성사되면요?”

“그러면…….”

방법이 없다.

애초에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다.

문제는 하 팀장이 무조건 증거를 포착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고, 무엇보다 PB 코퍼레이션이 끼어 있다면 민간인인 그 혼자서는 솔직히 위험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하 팀장에게 모든 걸 맡기는 건 어렵다.

“어쩔 수 없지. 우리가 직접 움직이는 수밖에. 일단 지금 파견 중인 작전팀, 다시 한국으로 돌려보내.”

“……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우리도 강경하게 나가야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래하기 전에 다 쓸어버리자.”

무기를 쥘 사람이 없어지면 분쟁도 끝나겠지.

***

DR콩고 대통령 관저.

한눈에 봐도 최고급으로 꾸며놓은 그곳에서 한 남자가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콩고 민주 공화국의 대표이자 책임자인 로마나 대통령이었다.

그때, 그의 개인 전화가 울렸다.

번호를 확인한 로마나 대통령은 화색을 띠며 전화를 받았다.

“아, 사무총장님.”

상대는 국제 협회의 웨슬리 사무총장이었다.

「어떻게, 잘 지내고 계십니까?」

“덕분에 별 탈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조만간 시간 되면 또 한 번 초대하겠습니다.」

“저야 영광이죠.”

로마나 대통령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최근 사무총장에게 직접 초청을 받아 국제 협회 본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처음엔 그저 통합 지부 관리 안건에 할 말이 있나 싶었지만, 사무총장이 전한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충격적인 안건이었다.

물론 로마나 대통령에게 내건 조건 또한 그에 걸맞게 어마어마했지만.

「그나저나… 잠비아와의 분쟁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현재 소강상태입니다. 뭐, 암거래 현황이 포착되었다는 보고가 있긴 했습니다만.”

「설마… 관여하실 생각은 아니시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사무총장님이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요. 그냥 가만히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을 생각입니다.”

「다행이군요.」

웨슬리 사무총장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말씀드렸다시피, 이번 일만 끝나면 아프리카의 모든 국가를 하나의 협회로 묶을 생각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통합 아프리카 협회의 지부장 자리는 약속대로 로마나 대통령님께 드리겠습니다.」

“하하,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제가 그렇게 큰 자리를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별로 한 것이 없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웨슬리 사무총장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대의를 위해 나라를 바치셨는데, 당연히 그 정도는 해드려야죠.」

“하하하…….”

로마나 대통령은 입만 웃었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웨슬리 사무총장은 그 말을 뒤로하곤 전화를 끊었다.

로마나 대통령은 이내 떨떠름한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내가 나라를 바쳤다고…?’

웃기고 있군.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한 게 누군데.

어차피 자신이 개입하든, 가만히 있든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걸 선택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한 대륙의 지부장은 비교해볼 가치도 없다.

‘차라리 잘 됐지, 뭐.’

가만히 창밖을 응시하던 그때.

“각하.”

비서실장이 집무실로 들어섰다.

“뭔가?”

“통합 지부와 계약했던 해외 토벌 지원 업체 말입니다. 모두 본국으로 복귀했답니다.”

“난 또 뭐라고. 당연한 거 아니야? 여기 계속 있어봤자 사업 진행도 안 될 텐데.”

“그런데…… 업체 대표는 아직 남아 있다고 합니다.”

“……?”

로마나 대통령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어째서?”

“자세한 건 아직 파악 중입니다. 다만, 뭔가를 꾸미고 있는 듯합니다.”

로마나 대통령이 입술을 깨물었다.

듣자 하니 그 업체 대표가 한국에서 꽤 유명한 해결사라던데…….

‘설마 남의 나라에서 뭔 짓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의 얼굴에 불안감이 서려왔다.

***

잠비아 - DR콩고 국경 인근.

잠비아 임시 협회가 위치한 곳이자, 분쟁 지역에서 불과 5km도 떨어지지 않은 그곳에 도착하자 보초를 서고 있던 헌터들이 곧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여긴 민간인 통제 구역이다. 돌아가!”

대답 대신 주변을 훑었다.

말이 임시 협회지, 건물도 없이 수십 개의 A형 텐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었다.

사실상 협회라기보단 캠프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한눈에 봐도 턱없이 열악한 환경.

이곳저곳에 널브러진 고장 난 장비와 무기들.

우리를 막아선 헌터들 또한 꽤나 앙상한 몰골들이었다.

여건을 보아하니 여태까지 분쟁을 이어온 것만으로도 기적인 수준이었다.

‘나름 마지막 발악이라 이건가…….’

한 차례 혀를 차곤 보초병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쪽 지휘관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안내해주시죠.”

“소속부터 밝혀라.”

“그것도 당신 지휘관에게 이야기하겠습니다.”

“말이 안 통하는군.”

보초병은 험악한 표정과 함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나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말로 할 때 좋게 합시다. 남의 나라에서 사고 치고 싶진 않으니.”

“……하!”

그는 비웃음과 함께 스킬을 발동했다.

[고유 스킬 : 문라이트 세이버]

지잉―.

보초병의 무기가 거대한 검으로 변했다.

나는 그것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쯧, 처음부터 힘으로 밀고 나갈 생각은 없었는데.’

시작부터 피곤해지겠네.

어쩔 수 없지.

나는 김민주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녀가 앞으로 나서며 검을 뽑으려고 했다.

“무슨 일이야?”

그때 한 남자가 중앙 텐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협회장님.”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던 보초병이 차렷 자세를 취했다.

협회장이라.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군.

“에녹 팀장, 무슨 일인가?”

“신원 불명의 침입자가 있어서 제지하던 중이었습니다.”

남자가 우리를 바라봤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물었다.

“당신이 임시 협회 지휘관입니까?”

“누구지?”

“거래를 하러 왔습니다.”

“……!”

남자는 재빨리 눈을 굴리더니 이내 보초병을 향해 손짓했다.

“들여보내.”

“……알겠습니다.”

이윽고 에녹 팀장이라 불린 그는 우리를 중앙 텐트로 안내했다.

그렇게 따라 들어간 텐트 안에는 협회장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케네디 협회장이라고 불린 남자가 이내 탁자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온다면 언질을 좀 주고 오시지 그랬습니까.”

“그럴 여유가 없어서.”

“하긴, 그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케네디 협회장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일단… 물건부터 좀 보시죠.”

남자가 말했지만 나와 김민주는 그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우리를 거래처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뭡니까? 물건부터 보자니까요.”

“물건은 없습니다.”

“……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니들 뭐야!”

“중앙아프리카 통합 지부에서 나왔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협회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곧바로 병사들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

동시에 김민주도 움직이려 했지만, 나는 제지하며 말했다.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당신들이 진행하려는 거래, 당장 취소하십시오.”

“이 새끼들이 겁대가리를 상실했군. 적진 한복판에 기어들어 와서 뭐가 어쩌고 어째?!”

“당신들, 그 거래 진행하면 그땐 정말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니들이 뭘 안다고 떠들어. 우리가 뭐 심심해서 이 짓을 하는 줄 알아?!”

그의 목소리에 담긴 처절함이 느껴졌다.

사실 그들로서도 억울한 건 매한가지일 것이다. 가만히 있는데 협회가 해체되질 않나, 토벌권도 하루아침에 빼앗기질 않나.

그들 또한 먹고 살기 위해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거야 내 알 바는 아니지.

“당신들이 이대로 통합 지부를 공격한다고 토벌권을 되찾는 거 아니니까, 괜히 서로 피 보지 말고 여기까지 하자는 겁니다.”

“그럼 우리는 뭐 이대로 죽으라고?”

“그 반대입니다. 살려드리겠다는 겁니다.”

“……뭐?”

협회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길게 말할 시간은 없었다.

“자세한 건 나중에. 그래서 거래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협회장은 잠시 고민하던 끝에.

“죽여.”

실소와 함께 명령을 내렸다.

순식간에 우리를 둘러싼 인원을 훑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쯧. 하여간 말로 끝나는 법이 없어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빨리 하자.”

[고유 스킬 : 마왕]

이왕 이렇게 된 거 확실하게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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