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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21화 (12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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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 던전과의 불화로 인한 인수전이 끝난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민영화 시행 첫날부터 발생한 사고들 때문에 민영화 철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한별 던전을 흡수해서 토벌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뉴스가 퍼지더니, 어째선지 반대 여론이 잠잠해진 것이다.

└‘그’가 나선다면야……

└ㄹㅇ토벌계 국밥ㅋㅋ

└든든하누ㅋㅋㅋㅋ

└어이, 김 씨! 왜 이제 온 거야! 얼마나 기다렸다고!

└솔직히 내가 민영화 반대했던 게, 토벌해 본 적도 없는 기업들이 이제 와서 협회 대신 토벌하겠다는 게 불안해서였는데ㅋㅋㅋㅋ

└사람들 다 그랬음ㅇㅇ 근데 ‘그’가 직접 하겠다고 하면 믿을만하지ㅋㅋ

└이쯤 되면 김준우는 ㄹㅇ세계정복 가능할 듯

└뇌절 금지

‘…….’

내 이미지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뭐, 외부적으론 이런 상황이다.

물론 내부적으로도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

대기업 계열사를 빈집털이했으니, 당연히 잡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꽤나 조용했다.

아무래도 하덕수 회장이 한별 던전에서 손을 떼겠다는 발언 때문인 듯싶었다.

어느 정도는 예상한 부분이었지만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관계를 잘라낼 줄은 몰랐다.

아무튼, 우린 자연스레 민간 토벌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기존 한별 던전 소속이었던 작전팀과 지원팀 또한 통째로 넘어왔으니, 사실상 따로 준비할 것도 없었다.

기존 청소팀은 우리 쪽 토벌과 함께 전국 모든 기업을 상대로 파견을 이어갔다.

덕분에 평판은 물론 매출까지 수식 상승.

하지만 우리와 다르게 협회의 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뭐, 민간 기업들에 던전을 다 뺏기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겠지.

결국, 이두식 이사는 몇 명의 헌터들을 상대로 권고사직을 내렸고, 그 중엔 김민주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소식을 접하자 곧바로 우린 돈뭉치를 준비했다.

국내 랭킹 4위…… 아니 이젠 3위 헌터의 FA가 떴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최고 대우로 그녀에게 스카우트를 제안했고, 그녀 또한 흔쾌히 받아들였다.

아무튼, 완전체로 다시 모인 우리의 던전 사업은 나날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작전 기획에 나.

작전 수행에 김민주.

지원 및 보조에 이아영.

그리고 청소 작업에 한유빈을 비롯한 팀원들.

작전에 ‘ㅈ’ 자도 모르는 민간 기업들이 감히 따라올 리 만무했다.

한편 이러한 상승세에서 유일하게 웃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형식상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대표가 된 오재엽 실장이었다.

‘뭐, 얼마 안 가서 뛰쳐나갈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는 곧 대표직에서 자진 사퇴하고 제 발로 걸어 나갔다.

본인 편이 모두 사라진 회사에 뭣 하러 남아 있겠는가.

그동안 한 짓 때문에 눈치 보여서 뭉개고 있기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나는 그 틈을 타서 곧바로 카르마 코퍼레이션을 중심으로 두 회사의 통합을 진행했다.

동시에 한별 던전 본사로 쓰이던 건물까지 덩달아 매입해 사무실을 이전했다.

한별 던전과 합쳐지면서 카르마 코퍼레이션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민간 토벌 기업으로 입지를 굳혔다.

“매출은 뭐… 이전이랑은 비교조차 못 할 정도네요.”

이아영 실장…… 아니, 이아영 이사가 서류를 확인하며 말했다.

회사가 커지면서 그녀의 직급도 올랐다.

대표인 나도 그대로인데 꽤나 출세했네.

“그거야 당연하겠죠.”

“이 정도면 슬슬 해외 지부 사업도 시작해볼 수 있겠어요.”

“말해 뭐하겠습니까.”

이아영이 미심쩍은 눈으로 날 봤다.

“그런데…… 설마 여기까지 다 예상한 거예요?”

“뭘 말입니까?”

“청소 파견을 중지하면 사고가 날 거라는 거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저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청소가 쉽진 않을 거라는 건 알았죠.”

작전팀이야 돈 많은 기업이 국내외로 내로라하는 헌터들을 영입했을 테니 당연히 문제야 없겠지만…… 청소팀은 다르지 않은가.

돈을 쓰자니 아까운데, 그렇다고 뺄 순 없는 팀.

‘그래 봤자 청소 일’이라는 생각으로 작전팀이나 지원팀에 청소 일을 병행시키겠지.

그런 안이한 판단에 문제가 생기는 건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애초에 던전 지식 좀 있다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으면 굳이 파견 업체를 선택하지도 않았겠지.

그런 꽤나 당연한 걸 그들은 간과했다.

아무튼, 모든 걸 예상한 건 아니라도 확신을 가질 정도의 수준이었다.

다만 진짜 의외였던 점은…….

“그런데 직원들은 왜 나선 겁니까? 혹시 그쪽이 시킨 겁니까?”

“뭐, 그렇긴 한데…… 가만히 있었어도 나섰을걸요?”

이아영이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던전 사고로 인해 주가가 폭락했다곤 해도 국내 1위 기업의 계열사다. 그것도 회장의 장손이 직접 세운 회사.

아무리 우리가 돈을 쏟아붓는다고 한들, 사실상 한별 던전 지분의 절반을 넘기기는 아슬아슬했을 거다.

그런데 때마침 직원들의 내부 고발이 언론을 탔고, 크게 공론화된 덕에 충분히 과반이 될 수 있었다.

그간 직원들에게 제발 회사 일에 신경 끄고 시키는 일이나 하라고 했었는데……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가야겠지.

어쨌든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때, 이아영 이사가 퍽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동안 당신 하나 보고 참느라 직원들 엄청 고생한 거 알죠?”

“뭐… 모르진 않습니다.”

“그럼 사과의 의미로 한 턱 쏴요.”

“하아…….”

돈 맡겨 놨나?

고생은 내가 제일 많이 했는데, 뭔…….

하지만 남자 자존심에 무시하고 넘어갈 순 없는 일이다. 그래도 나름 고생한 값도 있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나는 개인 카드를 꺼냈다.

이아영은 그걸 바로 낚아채더니 직원들을 향해 달려갔다.

“대표님이 오늘 소고기 쏘신답니다!!”

“네?!”

“정말입니까?”

“와아아!”

……어?

***

구로로 이전한 행정 본부, 기획 본부장실.

“……그렇게 돼서, 결과적으로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편 팀장은 이두식 이사에게 그간의 상황을 정리하여 보고했다.

“그럴 줄 알았지. 암, 그놈이 어떤 놈인데!”

“……한별 던전 주에 올인하라고 했을 땐 미친놈이라고 욕이란 욕은 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큼큼.”

멋쩍은 헛기침.

사실 따지고 보면 누구든 그리 반응할 거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지, 잘못했으면 우리랑 베트남 지부까지 단체로 개털 될 뻔했다.”

“뭐, 말은 그렇게 하셔도 투자자들 설득은 제일 열심히 하시던데요.”

“크흠, 그동안 보여준 실적이란 게 있잖냐. 그놈이 그렇게 당당하게 말한 것 중에 안 된 게 하나라도 있어?”

“없죠. 이번에도 그렇고요.”

편 팀장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덕분에 협회도 좀 숨통이 트였습니다. 행정 본부도 어느 정도 회복했고요. 김민주 팀장이 나간 건 좀 아쉽긴 한데…….”

“아, 맞다. 그 사실 김준우한텐 비밀로 해야 한다.”

“……뭘 말입니까?”

“김민주 팀장, 제 발로 걸어 나간 거 말이야. 그놈한테는 우리 쪽 사정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내보냈다고 했거든.”

“네? 왜 그런 거짓말을…….”

“같이 일하고 싶어서 나가겠다고 하면 김준우가 곱게 받아주겠냐? 기를 써서라도 협회에 남게 하지.”

하긴, 그런 사람이니까.

편 팀장은 납득했다.

“이젠 저희도 슬슬 기존대로 작전 진행해도 될 것 같습니다.”

“쯧, 그 사이에 민간 기업들한테 던전 다 뺏겼는데 작전은 무슨 작전이야.”

“어, 못 들으셨습니까?”

“뭐가?”

“이번에 카르마 코퍼레이션이 던전 사업의 주도권을 잡지 않았습니까. 서울 내 던전의 80%는 거의 그쪽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협회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매달 출현 던전의 20%를 무료로 배분해주겠다고 했습니다.”

“……?”

토벌 사업가라는 놈이 공짜로 던전을 배분해준다고?

‘김준우 이 자식…… 아무리 봐도 사업엔 소질이 없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두식 이사는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그럼 우리도 받은 만큼 일해 줘야지. 작전팀 다시 소집시켜. 오랜만에 던전 구경이나 가자.”

협회 또한 다시금 굴러가기 시작했다.

***

아프리카 콩고 민주 공화국.

그곳에 위치한 국제 협회 소속 중앙아프리카 통합 지부.

“잠비아 쪽 국경에서 또다시 충돌이 발생했답니다. 콩고 정부에서 이번에도 헌터들을 파견해달라고 하는데…….”

“빌어먹을.”

케일럽 비서실장의 보고에 브루스 지부장의 표정이 마구 구겨졌다.

‘대체 언제까지 이 지랄을 해야 하는 건데!’

브루스 지부장은 계속되는 상황에 환멸을 느꼈다.

헌터들을 전쟁 병력으로 사용하는 건 엄연히 국제법으로 금지된 사항이었다.

하지만 이곳, 아프리카에선 국경 분쟁에 군인 대신 헌터들을 이용하는 것도 모자라, 정부가 나서서 파병을 요청하고 있다.

그 요청에 못 이겨 작전팀을 파견해준 것도 벌써 몇 번째였다.

파견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이번에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보아하니 이젠 아주 뻔뻔하게 나오기로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만약 국제 협회 지부가 국가 분쟁에 헌터를 파견했다는 사실이 다른 나라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차라리 맨몸으로 던전에 기어들어 가는 게 더 낫겠군.’

브루스 지부장이 고개를 털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헌터를 죄다 전쟁터에 파견하면 토벌은 대체 누가 하라는 거야.’

작전팀이 자꾸 전쟁터로 나가는 통에 작전 인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미국 지부에서 제이슨 팀장의 뒤를 이어 통제팀장을 맡은 지 불과 2개월.

국제 협회 본부에서 지부장을 맡아보겠냐고 했을 땐 웬 떡이냐 싶었다.

그런데 설마하니 이런 곳으로 오게 될 줄이야.

계속되는 분쟁, 토벌 인프라는 전 세계 최하위.

통합 지부인 탓에 토벌 범위는 말도 안 되게 넓은데, 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작전 인원.

심지어 그마저도 계속해서 전쟁터로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본부는 아예 손을 놓은 건지, 그 어떤 지원도 해주지 않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미국에 남아 있는 건데…….’

브루스 지부장은 이를 으득 씹었다.

“저… 지부장님.”

그때, 케일럽 비서실장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외부 업체에 의뢰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외부 업체? 그게 무슨 소리야.”

“이번에 한국에서 던전 민영화로 민간 토벌 기업들이 생겨났답니다. 그쪽이랑 한 번 얘기를 해보는 건…….”

“명색이 국제 협회 지부가 검증도 안 된 민간 기업에 토벌을 맡기자고? 미쳤나!”

비서실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브루스 지부장은 코웃음을 쳤다.

무엇보다 본부는 현재 한국 협회를 굉장히 안 좋게 보고 있지 않은가. 뭐,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에 한국에서 외부 업체를 들이자니,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였다.

“그런 거 가릴 처지가 아니잖습니까. 제가 알아보니까 진짜 괜찮은 기업이 하나 있습니다.”

“기업이 그래 봤자 기업이지. 체계도 없이 그냥 돈만 처발랐을 게 뻔한데.”

“아닙니다. 혹시 김준우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한국 협회에서 청소부 출신으로 작전 본부장까지 간…….”

당연히 브루스 지부장 또한 들어본 적 있다.

자신의 선임이었던 제이슨 통제팀장이 그의 손에 잘려 나갔는데 모를 리가 없지.

“지금 한국에서 명실공히 1위 기업이 그 김준우가 대표로 있는 곳입니다.”

“…….”

순간 브루스 지부장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뿐만 아니라 김준우랑 같이 한국 협회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멤버들이 그대로 있습니다. 작전, 지원, 통제, 모두 한 나라의 협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고요.”

“…….”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만 맡기면 되지 않겠습니까. 전쟁이 오래갈 것 같지도 않은데.”

“본부가 알면 가만히 안 있을 걸세.”

“비밀로 하면 되죠.”

브루스 지부장은 의자에 털썩 앉으며 머리를 꾹꾹 눌렀다.

그대로 한참을 고민하길 잠시.

“회사 이름이 뭐라고?”

“카르마 코퍼레이션입니다.”

“후우…….”

브루스 지부장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연락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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