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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11화 (11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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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연락이 안 되지…….”

황동휘 파트장은 초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분명 작전이 끝나도 진작에 끝났을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양민호를 포함한 현장직 그 누구와도 연락이 닿질 않았다.

‘설마 실패한 건…….’

혹시 모를 불안감이 스쳤지만, 얼른 고개를 털었다.

혼자 몇 시간 동안 토벌을 진행했던 것도 모자라 선발대와 전투까지 벌였다.

그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고, 체력도 완전히 바닥이었다.

아무리 김준우라고 해도 그런 상태로는 수십 명의 현장직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콰과과광―!!!

그때, 어디선가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릴 만큼 거대한 충격이 느껴졌다.

“……!!”

양민호는 곧바로 창문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 멀리 검은 연기와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이는 것이 보였다.

‘빌어먹을…….’

정확히 여의도 행정본부가 있는 방향.

그곳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는 건…….

‘기어이 최후의 수단을 쓴 건가…….’

물론 전투에서 패배할 경우를 상정하고 들어놓은 보험이지만… 설마하니 정말로 그걸 쓰게 될 줄이야.

이렇게 된 이상 후퇴는 없다.

정체가 발각될 것을 각오하고 모든 걸 쏟아부은 상황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불안한 마음에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황동휘 파트장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드디어 기다리던 연락이 온 것이다.

“걱정했잖습니까! 어떻게, 잘 처리했습니까?”

「어, 뭐야. 익숙한 목소리네?」

전화 너머 목소리에 황동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양민호가 아니다.

누가 들어도 김준우의 목소리다.

「파트장이라고 저장돼 있길래 혹시나 해서 걸어봤더니…… 웬 생각하지도 못한 대어가 걸렸네.」

“대체 어떻게…….”

「그러게. 나도 순간 죽는 줄 알았는데, 평소에 안 하던 짓 하니까 누가 선물을 주더라고.」

영문 모를 소리에 인상이 일그러지길 잠시.

지금은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김준우 대표님, 지금 실수하시는 겁니다.”

「실수는 시발, 니들이 먼저 했지. 나 하나 죽이겠다고 행정본부를 날려버려?」

“그게 우리 방식입니다.”

「그래. 마음껏 씨불이고……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니들 제대로 터트려 줄 테니까.」

“하하하. 마음대로 하시죠. 근데 뭐라고 터트리실 겁니까? 뭐, 국제 협회가 당신을 죽이려 했다고 언론에 뿌리시기라도 할 생각입니까. 그거 사람들이 믿어줄 것 같아요?”

「……뭔 개소리야?」

김준우가 무슨 소리냐는 듯 말을 이었다.

「난 니들 뚝배기 말한 건데?」

“……!”

미친놈.

황동휘는 학을 뗐다.

그에게 상식을 기대한 자신이 바보다.

「말단 직원 한 명을 터니까 파트장이 걸렸는데, 널 털면 누가 걸릴까? 중간 간부? 아니면 니들 대가리?」

“…….”

「마음 같아선 지금 바로 찾으러 가고 싶은데…… 뭐, 네가 그동안 얌전히 기다리진 않겠지?」

다 알고 있다는 듯 느긋한 목소리의 김준우였다.

「어디 한 번 꼭꼭 숨어봐. 머리카락 보이는 순간 죽여 버릴 거니까.」

뚝―.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화가 끊겼다.

황동휘는 직감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술래가 바뀌었다.

당장 몸을 숨겨야 할 사람은 본인들이 되었다.

곧바로 마르크에게 연락을 넣었다.

“팀장님… 작전 실패했습니다.”

「……설마 노출됐나?」

“그런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

“저를 포함해서 본사까지…….”

「하하하.」

황동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마르크 팀장의 웃음소리가 마치 사형선고처럼 느껴졌다.

「자네도 오래 살긴 글렀군.」

“…….”

「지금 당장 본사로 귀환해. 자세한 얘기는 그때 가서 하지. 올 때 뒤처리 확실하게 하고. 혹시라도 김준우 외에 눈치챈 놈이 있으면 바로 처리해.」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그 순간, 황동휘 파트장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한국 파트는 오늘부로 해체한다.」

그렇게 끊긴 전화.

황동휘는 핸드폰을 꽉 움켜쥐던 끝에 주머니에서 리모컨을 꺼내 들었다.

마르크 팀장이 말한 뒤처리는, 결국 작전본부 또한 터트려버리고 모든 흔적을 없애버리라는 뜻이었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황동휘는 망설임 없이 버튼을 눌렀지만.

…….

“뭐야 시발 왜 안 터져…?”

이미 누군가 목숨을 걸고 폭탄을 해체했다는 사실을, 그가 알 리 없었다.

***

봉쇄구역 한복판.

‘설마하니 이 새끼가 내부자였을 줄이야.’

이곳저곳에 사람을 심어놓았을 거라 예상은 했는데…… 설마 통제팀의 그 사람일 줄이야.

‘이번 일로 대충 정리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어쨌든 그쪽 일은 이 정도로 마무리했으니…….

크르르르―.

끼에에에에―!

그으으윽―!

이제 저것들만 어떻게 하면 되겠군.

‘에휴…….’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지금 몸 상태로는 후퇴하는 게 맞긴 한데…….

혼자라면 몰라도 그녀를 데리고 여길 빠져나가는 건 아무래도 힘들다.

벌써 소란을 듣고 몬스터가 모여들고 있었다.

“어, 어떡하죠?”

그녀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내게 바싹 달라붙었다.

모든 능력치가 회귀 전으로 돌아온 덕에 조금은 움직일 수 있지만… 그것도 잠깐뿐이다.

부상도 부상이고, 이미 체력이 너무 바닥이었다.

해봤자 10분이나 싸울 수 있을까.

그런데 뭐…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쯧, 귀찮게.

“일단 뒤에 붙으시죠.”

“서, 설마 싸우려는 건 아니죠?!”

“그럼 뭐, 대화로 해결할까요?”

점점 우리를 포위하는 몬스터들.

탐색하는 건지, 거리를 두고 이빨만 드러내고 있었다.

다행히 조금 전 사용했던 고유 스킬 덕에 움츠러든 기색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최대한 속전속결로 한 놈씩 처리한다면…….

스으으으으―.

열심히 긍정 회로를 돌리고 있던 사이, 한 몬스터가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기며 유령처럼 나타났다.

“……아.”

3m가 넘는 크기의 마녀형 몬스터를 마주한 순간,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

바바야가.

마법 계열 스킬을 모두 무효화하는 특성 때문에 회귀 전에도 꽤나 애를 먹었던 레드 등급 몬스터.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네…….’

하필 여기서 저것과 마주치다니.

사아아아아―.

바바야가가 그 창백한 얼굴로 기괴한 소리를 냈다. 그에 응답하듯 주변 몬스터가 일제히 포효하기 시작했다.

“이건 안 되겠네요.”

“…네?”

“도망칩시다.”

이아영의 손목을 낚아채고 등을 돌린 순간.

쾅―!

“윽!”

무언가가 내 등을 직격했다.

앞으로 튕겨 날아가며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주, 준우 씨! 준우 씨!!”

이아영이 바로 나를 부축했다.

동시에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바바야가가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사아아아악―!

바바야가가 뿜어대는 검은 기류가 날카로운 창의 형태로 변했다.

“쯧, 그러게 도망치라니까…….”

그 순간, 수십 개의 송곳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고유 스킬 : 천수관음]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쾅―!!!

하지만 공격은 내 몸에 닿지 못했다.

대신 두 개의 그림자가 내 앞으로 뚝 떨어졌다.

“무모한 것도 정도가 있어요.”

“어휴, 죽으려면 뭔 짓을 못 해.”

익숙한 목소리.

일부러 타이밍을 맞춘 건가 싶을 정도로 참 극적인 등장이었다.

이럴 거면 좀 더 빨리 오던가.

“웃으시는 거 보니 아직 멀쩡하시네요.”

김민주가 돌아보며 말했다.

“……여길 어떻게 알고 왔어?”

“아영 씨가 불렀어요. 선생님이 봉쇄구역에 혼자 들어갔는데,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고. 아주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니까요.”

그 말에 이아영 실장을 흘겼다.

뭐, 아무 대책 없이 혼자 달려온 건 아니었나 보네.

근데… 울었다고? 그 이아영이?

한편 한유빈이 날 위아래로 훑었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 싶었는데……. 좀만 늦었으면 진짜 가셨겠네. 이럴 거면 그냥 처음부터 부르지 그랬어요. 아직도 우리가 그렇게 못 미더워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 와선 변명밖에 안 되겠지만, 솔직히 혼자서 충분히 가능했다.

단지 중간에 웬 사고가 나서 그렇지.

물론 구차해질 것 같으니 말은 아꼈다.

“근데 두 명으로 되겠어? 내가 볼 땐 그냥 안정화만 시키고 작전팀 소집 떨어지면 그때 같이…….”

“아뇨. 그럴 필요 없어요.”

“……엉?”

“다들 늦지 않게 와줬거든요.”

김민주의 시선이 먼 곳으로 향했다.

그녀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부산 지부, 총 8개 작전팀 도착했습니다!”

“천안 지부 총원 250명, 도착했습니다!”

“강릉 지부, 인천 지부, 대전 지부, 순천 지부 외 5개 지부 이하동문!”

저 멀리에서부터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작전팀.

한눈에 담지도 못할 만큼 수많은 헌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카르마 코퍼레이션과 계약하고 나서 이래저래 도움을 받은 지부들이었다.

“……소집 허가가 벌써 났냐?”

“그럴 리가요.”

“……? 이것들이 단체로 잘리고 싶어 환장을 했나.”

“그 정도 각오도 없으면 선생님이랑 같이 일 못 하죠.”

꽤나 어처구니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얘가 원래 이렇게 뒤가 없었나?

이거 걸리면 얄짤 없이 최소 헌터 자격 정지라고. 심한 경우에는 감옥 간다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실 선생님이 위험하다고 하니 다들 자진해서 모인 거예요. 엄밀히 따지면 정식 소집은 아니죠.”

“윗분들에게 그딴 변명이 잘도 통하겠다.”

“어림도 없겠죠. 그래도 뭐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면 되지 않겠어요?”

“…….”

모르겠다.

솔직히 지금 내가 누굴 걱정할 형편도 아니고.

제 발로 참가한 거니, 잘리든 말든 뒷일도 본인들이 알아서 하겠지.

“이제부턴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까, 선생님은 좀 쉬고 계세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구역이 뚫리기 전에 전국 작전팀이 소집됐으니, 어쨌든 내 역할도 여기서 끝이다.

나머진 알아서들 하겠지.

빨리 집에 가서 한숨 푹 자고…….

“기, 김준우 대표님!”

그때, 통제팀 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다급하게 나를 찾았다.

“……뭡니까?”

“그, 서울 본부에서 무전이 왔는데…… 최호성 작전 본부장님이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십니다.”

“……?”

최호성 본부장이 나한테?

퍽 의아한 표정으로 무전기를 건네받았다.

“예, 김준우입니다.”

무전기 너머로 몇 마디 이야기가 전달됐다.

‘아오, 시발…….’

나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

서울 작전본부에 믿을 수 없는 보고가 들어왔다.

“행정본부가 뭐가 어째…?”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고요!!”

최호성 본부장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폭탄 테러?

그것도 협회 수뇌부가 죄다 모여 있는 행정본부를? 대체 어떤 미친놈이?!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전국 작전팀이 봉쇄구역으로 모여들고 있답니다.”

“뭐…? 아직 소집 허가도 안 떨어졌잖아!”

“본인들 말로는 김준우 대표 구조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뿐이고, 의도적으로 모인 건 아니라고 하는데…….”

“시발, 그딴 변명이 위에 먹히겠냐고!”

최호성이 쾅, 책상을 내리쳤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아니, 그런 것보다…….

왜 하필 자신이 본부장일 때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나보고 뭐 어쩌라는 거야…….’

엄연히 작전 본부장이다.

협회의 모든 작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총 책임자.

그런데 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어떻게 단 하나도 없는가.

“이렇게 된 거…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벌인 일도 아닌데, 괜히 나섰다가 오히려 피를 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미쳤냐?! 테러는 둘째 치고, 작전팀 소집은 엄연히 우리 책임이야. 이거 까딱하다간 내가 독박 쓸지도 모른다고!”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미 해산 명령을 내리기엔 늦은…….”

“나도 알고 있으니까 좀 닥치고 있어 봐.”

신경질적으로 말을 자르며 생각에 잠겼다.

그놈들이 무슨 생각으로 모인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허가도 떨어지지 않은 마당에 작전팀이 소집됐다는 게 윗선에 알려지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작전 본부장인 본인이 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불법 소집은 둘째 치고, 만약 지들끼리 토벌 진행하다가 사상자라도 나오면 그 책임 또한 본인 몫이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왜 자꾸 이딴 개 같은 일이 생기는 것인가.

‘시발,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사실 이미 방법은 정해져 있었다.

다만, 정말이지 쓰고 싶지 않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그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시발…….’

이를 꽉 깨물기를 한 차례.

“지금 김준우 대표 연락되냐?”

“네, 네? 김준우는 갑자기 왜…….”

“……이거밖에 방법이 없다. 그 새끼한테 작전 지휘권을 넘기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선 책임자를 넘기는 것뿐.

그런데 그때, 최호성 본부장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떠올랐다.

“어, 잠깐……. 지금 모인 작전팀 놈들 봉쇄구역에 고립된 김준우를 구조하려고 모인 거라고?”

“네, 네. 그렇답니다.”

“김준우는 봉쇄구역에 왜 들어가 있는 건데?”

유영수 보좌관이 가만히 눈을 깜빡거렸다.

분명 황동휘 대리가 봉쇄구역엔 아무도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심지어 직접 확인했다고까지 못을 박았다.

그런데 어떻게…….

최호성 본부장의 눈이 빠르게 돌아가길 잠시.

“가서 황동휘 대리 좀 불러와 봐. 이거 잘하면 그놈한테 뒤집어씌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건 최호성 본부장 인생에 있어서 가장 최악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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