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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10화 (11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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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호는 황동휘 파트장의 갑작스러운 작전 변경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보험이라니…….’

선발대를 미끼로 쓰는 것도 모자라 현장직 수십 명을 소집했는데, 대체 여기서 뭐가 더 필요하다는 것인가.

무엇보다 그 보험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정체가 드러나는 걸 피해야 하는 조직이, 대놓고 독립 협회를 상대로 테러를 한다면 정체가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 말이다.

별로 탐탁지 않았지만, 위에서 내려온 지시인 이상 따르지 않을 수도 없었다.

결국, 그는 선발대에 합류하지 않고 행정 본부와 작전 본부에 폭탄을 설치하기 위해 움직였다.

본부에 침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협회장 게이트와 리젠 던전 출현으로 온통 다른 곳에 신경이 팔려있었으니.

그렇게 사전 작업을 마치고 후발대와 함께 합류해서 봉쇄구역으로 향했다.

이윽고 선발대와의 전투가 끝나고 김준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예상대로 상태가 엉망이었다.

체력도, 컨디션도 바닥.

무엇보다 부상까지 입은 터라 이전과 같은 기세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도중에 변수가 있긴 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를 쓰러트렸다.

그런데 대체…….

[해금 조건 달성]

[???]

“어떻게……?”

[고유 스킬 : 마왕 - 잠금 해제되었습니다.]

다 죽어가던 놈이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 것인가!

[축하드립니다. 현 시간부로 시전자의 모든 능력이 해금되었습니다.]

[시전자의 고유 클래스에 도달했습니다]

[고유 클래스 : 최종 보스]

고오오오오―.

“비, 빌어먹을……!”

김준우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기류.

마치 악마와 같은 그 모습을 마주하자, 양민호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오기 시작했다.

눈앞의 스킬은 감히 추측조차 할 수 없었다.

클래스도, 계열도 난생처음 보는 것이었다.

양민호의 얼굴에 헛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보험이니 뭐니, 준비한 것들이 전부 하등 쓸모없는 짓이었다는 걸, 그제야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그그그그―!!

김준우에게서 흘러나오던 검은 기류가 폭발하듯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붉은 눈동자.

사람이라기보단…… 말 그대로의 괴물에 가까웠다.

“윽……!”

양민호는 그 자리에서 완전히 얼어붙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건 고사하고, 숨을 쉬는 것조차 맘대로 할 수 없었다.

전에 느꼈던 것 이상의 엄청난 위압감.

“저, 저게 무슨…….”

“우리보고 저런 놈을 죽이라고 한 거야…?”

양민호뿐만 아니라 다른 현장직들도 느낀 건지 모두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죽는다.

정말 죽는다.

양민호는 일전에 김준우에게서 느꼈던 공포를 다시금 느꼈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한없이 압도적인 존재를 마주했을 때의 그 원초적인 공포.

“시, 시발…….”

하지만 이번엔 움직이지 않으면 정말로, 정말로 죽는다.

덜덜 떨리는 다리를 어떻게든 움직이며 스킬을 발동한다.

[고유 스킬 : 이그드라실]

[첫 번째 샘 - 미미르]

바닥에 푸른빛의 물웅덩이가 깔렸다.

[미미르의 샘을 밟고 있는 동안 시전자의 마력은 소모되지 않습니다.]

양민호는 최상급부터 하급까지, 가능한 모든 방어 스킬을 몸에 둘렀다.

탓―!

[습득 스킬 : 라이트닝 블로우]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좁혔다.

반응할 틈을 주지 않고 공격을 시도했다.

[고유 스킬 : 마왕 - 강자 독식]

[고유 스킬이 지속하는 동안 시전자보다 마력이 낮을 경우, 모든 공격은 무효화 됩니다.]

텅―.

텅, 텅텅―.

타격이 제대로 들어갔지만, 마치 풍선으로 친 것처럼 허무한 소리만이 울렸다.

“마, 말도 안 돼…….”

“…….”

한 박자 늦게 김준우가 양민호를 인식했다.

모기가 귀찮게 구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태도.

양민호는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이게 같은 이능력자라고?

아니… 이걸 사람이라고 해도 되는 건가?

“시발, 대체 뭐야!! 대체 뭔데 청소부 주제에 그딴 힘을 가지고 있는 거냐고!”

양민호는 이를 꽉 물었다.

[고유 스킬 : 이그드라실]

[두 번째 샘 - 흐베르겔미르]

[흐베르겔미르의 샘을 밟고 있는 동안 시전자의 전투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세 번째 샘 - 우르드]

[우르드의 샘을 밟고 있는 동안 시전자에게 가해지는 피해를 지속적으로 회복합니다.]

지이잉―

연계 스킬 이그드라실의 두 번째, 세 번째 능력을 발동시켰다.

바닥에 붉은빛과 검은빛이 동시에 뿜어져 나오며 그의 전신에서 거센 기류가 터져 나왔다.

그를 국내 1위로 만들어준 스킬.

이그드라실이 뿌리를 담그고 있는 세 개의 샘.

마력 소모 제로.

전투력 대폭 상승.

피해 회복 대폭 상승.

이 세 개의 샘 위에서라면 양민호는 가히 무적이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상식선의 이야기였다.

“내가 말했지.”

머릿속에 직접 때려 박히는 듯한 음성.

[고유스킬 : 마왕 - 독재자]

[시전자의 상념에 따라 일회용 스킬을 제작합니다.]

[스킬 제작 중.]

[스킬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한 번에 못 죽이면 니 목이 먼저 떨어져 나갈 거라고.”

[제작 스킬 : 능지처참]

김준우가 손을 들어 한 차례 휘둘렀고.

스윽―.

전방의 모든 것들이 잘려 나갔다.

***

머리가 지끈거리는 통에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후우…….”

숨을 고르며 주변을 훑어봤다.

수십 명의 인원이 모두 바닥에 널브러진 채였고, 양민호가 소환했던 샘은 바짝 말라 있었다.

눈앞엔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고 있는 녀석 한 명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쿨럭…!”

빈사 상태였지만 녀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재빨리 품속에서 리모컨을 꺼내 들었지만.

스윽―.

“끄아아악!!”

손목이 잘려 나갔다.

“끝까지 개수작이네. 왜, 죽기 전에 작전 본부는 꼭 터트리고 싶어?”

“……크흐흐.”

“어쭈, 웃어?”

한참 웃음을 흘리던 그가 이내 입을 열었다.

“여기서 절 죽인다고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죽는다고 해도 PB 코퍼레이션은 계속 움직일 테니까.”

“……?”

“말했잖습니까. 내일부터 한국 현장직 전원이 당신 주변 사람들을 한 명씩 죽여 나갈 거라고. 뭐, 당신이 그걸 다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알겠습니까? 오늘 당신은 이겨도 진 겁니다.”

“……하하, 하하하.”

나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뭔 소리를 하나 했더니만.

“마음대로 해봐.”

“……?”

“내 주변을 건드리든 뭘 하든 니들 맘대로 해보라고. 할 수 있으면.”

나는 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PB 코퍼레이션은 계속 움직일 테니까. 말했잖습니까. 내일부터 한국 현장직 전원이 당신 주변…….」

내 핸드폰에서 본인의 목소리가 들려 오자 양민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처음 나를 찾아온 놈들을 만나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내용이 녹음되어 있었으니까.

“내일이 되면 온 세상에 너네들 정체가 까발려질 거야. 뭐… 궁금하긴 하네. 정체가 까발려져도 그 멋진 계획이 너희 뜻대로 될지.”

“이런 시발…!”

스윽―.

양민호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나는 가만히 누워 있는 그의 품속에서 핸드폰을 찾아 챙겼다.

[고유 스킬 : 마왕]

[지속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때마침 스킬 사용 시간이 끝났다.

한꺼번에 부하가 몰아친 건지, 다리에 힘이 팍 풀리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준우 씨!!”

“……!”

그때 이아영 실장이 달려들며 와락 끌어안았다.

“진짜 죽는 줄 알았잖아요!”

“……당신 때문인 건 아십니까?”

“그, 그건…… 그것보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저놈들은 또 누구고요! 왜 당신을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정신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물어볼 거면 하나씩 물어보던가.

“자세한 건 나중에 이야기하죠. 일단 여기서 나갑시다.”

“다, 당신은요?”

“전 할 게 좀 남아서.”

주변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주춤했던 몬스터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래.

어쨌든 할 건 해야지,

“잠깐만요! 그 몸으로 뭘 더 하려고! 이러다가 진짜 죽어요!”

“어쩔 수 없잖습니까. 저것들을 뚫어야 나가든 말든 할 거 아닙니까.”

다시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던 차에 한 가지 정리하지 않은 일이 떠올랐다.

이 몸으로 몬스터 토벌하는 것도 문제지만, 작전 본부에 설치된 폭탄이 마음에 걸린다.

리모컨을 한 놈만 가지고 있으라는 법도 없고. 또 누가 장난질을 하기 전에 서둘러 해체를 해야 할 텐데…….

고민하던 끝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나는 곧장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다른 게 아니라, 부탁 하나 하고 싶은데…….”

***

임동빈 팀장은 요 며칠간 꽤나 마음고생을 하는 중이었다.

자신이 뿌린 적도 없는 회사 내부 자료가 언론에 뿌려진 것이다.

설사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해도 1순위로 의심받을 게 뻔하다.

사실 입사 직후부터 자신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다.

당연하겠지.

제 발로 청소팀으로 기어들어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수상할 테니까.

그런 상황에서 일이 터지면 모든 화살은 자신에게 쏠릴 게 뻔했다.

그걸 걱정해서 이후 최호성과 연락을 끊은 건데, 결국 자료가 터져버렸으니…….

이미 최호성과 연을 끊은 마당에 김준우까지 자신을 내친다면 정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다.

그럼 다시 그 지옥 같던 밑바닥 생활로 돌아가게 되겠지.

어떡해야 하지?

솔직하게 털어놔야 하나? 내부자는 맞지만, 자료는 내가 넘긴 게 아니라고?

당연하겠지만 곱게 믿어줄 리 만무했다.

이도 저도 못하고 며칠 밤을 지새우고 있던 그때.

띠리링―.

핸드폰에 떠오른 이름을 확인하자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김준우에게 온 연락이었다.

“여, 여보세요.”

「접니다.」

“예, 예… 무슨 일입니까?”

저도 모르게 존대가 나왔다.

「다른 게 아니라, 부탁 하나를 좀 하고 싶은데.」

“……무슨 부탁 말입니까?”

「그 전에… 자세한 내용은 묻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물론 다른 사람한테도 말하지 마시고요. 잘만 해주신다면 자료 빼돌린 건 모른 척해드리겠습니다.」

“……!”

임동빈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역시 알고 있었나.

“오,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자료를 빼가긴 했어도 넘겨준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 넘겨줬든 아니든 상관없습니다. 그래서 제 부탁 들어주실 겁니까, 말 겁니까?」

“…….”

「고민하실 게 있습니까? 보아하니 최호성 본부장과는 연을 끊으신 것 같던데, 여기서 저마저 내치시면 어디로 가시려고?」

임동빈은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본인만 알고 있던 사실이 줄줄 흘러나오자 임동빈은 더는 생각하는 걸 포기했다.

“…무슨 부탁입니까?”

「작전 본부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걸 좀 수거해주십시오.」

“……에?”

자신이 뭘 들은 건지 한 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괜히 건드렸다가 터질지도 모르긴 한데… 아, 뭐 그 정도야 알아서 해주셨으면 합니다.」

“…….”

「그럼 이만 끊습니다.」

“자, 잠깐…….”

뚝―

일방적으로 끊긴 전화를 바라보며 임동빈은 생각했다.

그냥 나가 죽으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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