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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06화 (106/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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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봉쇄 구역 인근.

버스와 승용차를 쌓아 만든 바리케이드 앞에서 조심스레 구역 내부를 살폈다.

우글거리는 몬스터 떼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구역 내의 도로와 건물 또한 멀쩡한 게 거의 없었다.

던전이 출현한 지 불과 12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서울이라곤 믿기 힘들 만큼 처참한 광경이었다.

‘그래도 공격성은 많이 죽었군.’

숨을 죽인 채 몬스터를 주의 깊게 살폈다.

몇 시간째 공격 대상이 없었으니 활동이 저하된 듯 보였다.

확실히 빠르게 구역을 봉쇄한 건 매우 적절한 판단이었다.

‘근데… 너무 많긴 하네.’

이 정도면 최호성 말마따나 작전팀이 소집되기도 전에 구역이 뚫릴 게 확실했다.

「현재 리젠 속도는 5분당 한 마리꼴이에요. 출현 직후 12시간 정도 지났으니까, 구역 내 144마리 정도가 있을 거예요.」

귀에 꽂아 넣은 무전기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봉쇄 구역 면적 상 200마리가 넘으면 구역이 완전 포화 상태가 될 거예요. 계산해보면 대충… 작전팀이 소집될 때까지 50마리는 잡아야 해요.」

“많기도 하군요.”

「혼자 가능하겠어요? 유빈 씨라도 부르시지.」

“언제 기다리고 있습니까. 혼자 후딱 하고 나오면 되는걸,”

「…어련하시겠어요.」

그녀가 학을 떼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조심해요. 자칫하다간 구역 내 몬스터들이 죄다 달려들지도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나는 바리케이드를 풀쩍 뛰어넘었다.

그르르르―.

근처에 있던 몇몇 몬스터들이 곧바로 반응했다.

놈들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바닥에 배낭을 내려놓았다.

이아영 실장이 급하게 챙겨 준 무기들.

그래 봤자 죄다 C급들이지만…… 뭐,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나는 이내 배낭에서 가장 먼저 검을 꺼내 들었다.

키에에에에―!!

무기를 보자마자 몬스터들이 득달같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크게 심호흡하길 한 차례.

[습득 스킬 : 한계돌파]

[시전자의 모든 스테이터스가 일시적으로 한계치를 넘어섭니다.]

[습득 스킬 : 과몰입]

[전투 중 시전자가 사용하는 모든 스킬의 효과가 대폭 상승합니다]

[습득 스킬 : 타천사]

[일시적으로 시전자의 마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과몰입 스킬로 인해 마력 상승률이 증가합니다.]

[클래스 각성]

[고유 클래스 : 마검사]

이내 검에 푸른빛이 번뜩였다.

[습득 스킬 : 극초식 - 어검술]

[습득 스킬 : 디스트로이어]

스윽―

콰과광―!!!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검격을 따라 전방에 강렬한 폭발이 터져나갔다.

“하나.”

이윽고 구역 전체에 귀를 찢는 듯한 포효소리가 울려 퍼졌다.

***

최호성 본부장은 머리를 싸맨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김준우를 불러들이기 싫어 조금 억지를 부리긴 했지만, 사실 그는 자신이 없었다.

그로 그럴 게, 이런 대규모 작전은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와서 고개를 숙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단 회의 때 통보한 대로 작전팀을 대기시켰다.

작전에 지원한 길드도 모두 소집을 마쳤다.

어림잡아 총인원은 250명 정도.

작전 구역과 몬스터 수를 생각했을 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라도 하는 수밖에.

이제 남은 건 그 지옥으로 들어가 토벌을 진행하는 것뿐.

‘슬슬 시간이 다 됐군.’

작전 시간이 다가오자 최호성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나서던 그때였다.

“보, 본부장님!”

유영수 보좌관이 다급하게 최호성을 찾았다.

“뭐야. 왜 그래. 변수라도 생겼어?”

“이, 이걸 변수라고 해야 할지…….”

“……?”

“구역 내 몬스터 수가 줄어들고 있답니다.”

“……뭐?”

유영수 보좌관은 방금 통제팀에서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했다.

최호성 본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게 뭔 소리야. 몬스터가 왜 줄어들어? 설마 딴 놈들이 토벌을 진행하고 있는 건가?”

“프리랜서들이 움직인 걸 수도 있습니다.”

“이런 미친놈들… 사태 파악이 안 되는 건가…….”

최호성 본부장이 혀를 찼다.

본부 작전팀마저 후퇴한 구역에 기어들어 가다니. 돈에 미쳐서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건가.

“빌어먹을 새끼들. 지금 당장 대기 중인 놈들 전원 출동시켜!”

“저… 그러지 말고 내버려두는 건 어떻습니까. 이대로 몬스터가 계속 줄어들면 작전팀 소집 때까지 안전하게 기다릴 수 있을 텐데…….”

“그랬다가 사상자 나오면 우리한테 죄다 덮어씌울 게 뻔한데 무슨 헛소리야! 아니, 설령 프리랜서들이 토벌에 성공해도 문제야. 사람들이 협회를 뭐로 보겠어!”

최호성 본부장의 호통에 유영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반박할 여지도 없는 말이었으니.

그렇게 서둘러 작전팀으로 향하려던 그 순간.

“잠시만요!”

이번엔 통제팀 소속 황동휘 대리가 최호성을 찾았다.

“또 뭔데!”

“출동할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뭐?! 이것들이 아까부터 왜 자꾸 헛소리를…….”

“지금 구역 내에서 프리랜서들이 몬스터를 토벌하고 있는 게 아니라, 몬스터들이 서로를 공격하고 있는 겁니다.”

최호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오랫동안 공격 대상이 없는 상황에서 점점 개체수는 늘어나니 아무래도 자기들끼리 구역 싸움이 난 것 같습니다.”

“확실해?”

“예. 제가 직접 현장에 나가서 확인한 겁니다.”

황동휘 대리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니 굳이 무리하게 토벌을 진행하지 않아도 작전팀 소집 전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인데.”

직접 확인한 거라니 믿어도 되겠지.

물론 한시름 덜긴 했지만, 아직 안심하긴 일렀다.

“작전팀 계속 대기하라고 하고, 황 대리는 계속해서 구역 관찰해. 특이사항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알겠습니다.”

황동휘 대리가 떠나자 최호성은 한숨을 돌렸다.

물론 갑자기 벌어진 이상 상황에 대해 어딘가 위화감이 들었지만.

***

사무실을 나온 황동휘 대리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본부 출동은 막았습니다. 이제 당분간은 구역에 혼자 있을 테니 실수 없이 처리하세요.”

「뒤처리는 어떻게 할까요?」

“몬스터한테 먹이로 던져주면 되겠죠.”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황동휘 대리.

서울 본부 통제팀 소속이자 편창현 팀장의 직속 부하.

그리고 PB 코퍼레이션 밸런스 조정팀 소속 현장직, 한국 파트장.

두 곳에 소속되어 있는 그는 한국 파트 현장직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이었기에, 직접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해봤자 지시를 받고 특정 인물을 감시하는 것 정도였지만…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마르크 팀장이 이번 작전을 본인에게 직접 맡긴 것이다.

‘이번 작업에 이를 갈긴 갈았나 보네.’

며칠 전, 마르크 팀장과의 미팅을 떠올렸다.

그는 가공한 반능석과 함께 작전 파일을 전해주며, 리젠 던전 출현에 맞춰 헌터들이 소집된 동안 김준우를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위험한 던전이기에 김준우의 성격상 참가하지 않을 리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모두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은밀하게 처리하는 편이 위험부담도 적고 성공 가능성도 가장 컸으니까.

황동휘는 양민호를 비롯한 각 현장직을 찾아가 필요한 물건을 전달하며 작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설마하니 던전 출현을 앞두고 협회가 터져버릴 줄이야.

‘누가 예상이나 했겠냐고, 시발.’

어떻게든 김준우를 작전에 참여시켜야 했는데, 최호성 그 새끼마저 훼방을 놓았으니 더는 방법이 없었다.

이대로 손도 못 써보고 물러나야 하나 싶던 그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오늘 구역 내에 남아 있는 CCTV를 확인하던 중 홀로 토벌을 진행하고 있는 김준우를 발견한 것이다.

이때다 싶었던 황동휘는 곧바로 작전을 속행하기로 했다.

수백 마리의 몬스터가 우글대는 봉쇄 구역에 홀로 있는 상황.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하지만 정작 마르크 팀장의 반응은 어째 떨떠름했다.

-그놈은 혼자 있을 때 더 위험한 놈이야. 저번에도 말했잖아. 오히려 본인을 건드리는 걸 더 바랄 놈이라고.

-게다가 이레귤러잖아. 클래스도 스킬도 전혀 파악이 안 되니,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몰라.

황동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레귤러라 불안한 건 알겠다만, 그렇기에 반능석까지 지급해준 것이 아닌가.

그놈도 결국 이능력인 이상 반능석 앞에선 모든 게 무용지물일 텐데, 대체 뭘 그리 불안해하는 건지.

‘……쯧.’

그래,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다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이동 중입니까?”

그리곤 양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거의 다 왔습니다.」

“당신은 빠지세요. 따로 할 일이 좀 있으니까.”

「뭡니까?」

“뭐… 보험을 좀 들어놓으려고요.”

황동휘는 몇 가지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마침 밤하늘에서 천둥 번개와 함께 거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봉쇄 구역, 서초역 인근.

[습득 스킬 : 헤이스트 레일건]

지이이잉―.

파앙―!

푸른 광선이 번쩍이는 동시에 가져온 총기가 박살이 났다.

‘쯧, 이래서 좋은 무기를 써야 한다니까.’

길게 투덜댈 시간은 없었다.

곧바로 다음 무기를 꺼내 들곤 몸을 움직였다.

“몇 마리 남았습니까?”

「28마리 남았어요.」

와, 시발 아직도?

‘누구라도 좀 데리고 올걸…….’

쉴 새 없이 토벌을 진행하기도 벌써 몇 시간째였다.

당연히 쉬울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더 빡세네.

체력도 체력이지만 비 때문에 시야각이 좁다.

상황이 퍽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내빼는 것도 모양 빠지고…….

[습득 스킬 : 하이퍼 부스트]

[전투 중 시전자의 이동속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파앙―!

최대한으로 가속해서 일부러 좁은 길목으로 몬스터들을 유인했다.

수십 마리의 몬스터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없는 이상, 사방에서 몰려들지 못하게 많이 움직이면서 토벌을 진행해야 한다.

건물 사이사이를 이동하며 몬스터를 교란했다.

[S랭크 스킬의 안전장치 해제 시퀀스를 시작합니다.]

[발동 조건 확인 중.]

[시전자 본인 확인.]

[시전자의 랭크 확인.]

[전투 상태 확인.]

[발동 조건이 확인되었습니다.]

[해당 스킬의 안전장치가 해제되었습니다.]

[스킬 사용에 주의하십시오.]

[습득 스킬 : 롤링 페이퍼]

[시전자가 지정한 대상이 10분간 명령대로 움직입니다.]

“닥치는 대로 물어뜯어.”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변 몬스터가 동족을 향해 달려든다.

서로 공격하는 틈을 타서 나는 재빨리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허억, 허억…….”

최대한 빨리 진행하고 싶었기에 S랭크 스킬을 난사한 탓인지 급속도로 몸에 부담이 오고 있었다.

‘이제 24마리…….’

다시금 숫자를 상기하는 사이 무전기에서 이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이거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요. 이제 후퇴하세요. 아니면 제가 지원을 부를 거예요!」

“그러지 말고 좀만 더 해봅시다.”

「당신 그러다 죽어요!」

격양된 잔소리가 들려오던 그때였다.

탓―.

어디선가 나타난 무리가 나를 둘러쌌다.

‘뭐야 이건 또.’

대여섯 명쯤 되는 그 인원들을 바라보며 이아영에게 물었다.

“지원을 벌써 불렀습니까?”

「아뇨? 왜 그래요? 뭐 문제 생겼어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르지도 않았는데 날 찾아올 만한 놈들은…….

뭐, 하나밖에 없겠지.

“국제 협회 쪽 새끼들이구나?”

물론 대답은 없었다.

뭐, 그때 한 번 실패했으니 다시 찾아와도 오겠거니 싶었는데…… 이렇게 떼로 몰려올 줄은 몰랐네.

“보아하니 날 도와주러 온 건 아니겠고. 왜, 혼자 있으니까 이번엔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

“…….”

여전히 묵묵부답.

「뭐예요? 무슨 일이에요?! 대답을 좀…!」

무선 이어폰을 뽑아 바닥에 던졌다.

설명해줄 시간도, 여유도 없을 것 같았으니.

“상황이 좀 그렇지만… 너희들한테 물어볼 게 좀 많아. 뭐, 다른 건 다 제쳐두고라도… 대체 왜 날 노리는 거지?”

“…….”

“됐다, 시발. 기대도 안 했어.”

그럼 그렇지.

사지 멀쩡히 달려 있는데 대답해 줄 리가 없지.

뭐, 상관없다.

[습득 스킬 : 썬더 피스트]

[시전자의 모든 근접 공격에 강력한 번개가 발생합니다.]

공격 태세를 갖추자, 그들이 꺼내 든 것은… 총이었다.

이능운용총기도 아닌, 일반 총기.

정확하게 나를 겨눈 총구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졌다.

“어이가 없네. 기껏 가져온 게 무슨…….”

더 볼 것도 없이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푸른빛의 번개가 전신을 감쌌다.

한 놈을 향해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지른 그 순간.

타앙―!

허공에 울린 단발의 총성.

“……?”

뒤늦게 뭔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시발.’

아랫배에 저릿저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습득 스킬 : 로우 패닉]

[스킬 시전 중]

계속 두르고 있던 방어 스킬은 여전히 작동 중이었다.

하급 방어 스킬이긴 해도 총알 따위를 못 막을 리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그때 찾아온 기시감.

그래.

나는 이 감각을 전에도 느껴본 적이 있다.

회귀 직전, 내가 죽던 그 날.

괴한들에게 습격당했던 그때와 같았다.

“죽여.”

그 순간, 누군가 입을 열었다.

[고유 스킬 : 기요틴]

동시에 두 개의 거대한 검을 꺼낸 괴한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서걱―.

무언가가 떨어져 나갔다.

[히든 스킬 : 업보]

[스킬 효과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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