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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103화 (10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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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빈은 본부 앞 벤치에 홀로 앉아 핸드폰을 꽉 쥐었다.

데이터 해독에 대한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었지만… 어딘가 불안한 듯 연신 다리를 떨었다.

하지만 무엇이 불안한지는 스스로 잘 알지 못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까 봐 불안한 건지.

아니면 정말 뭐라도 나올까 불안한 건지.

‘시발, 지금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암, 당연히 뭐라도 나와야지.

그래야 이 밑바닥 생활을 청산하고 복귀도 하지 않겠는가.

고민할 건덕지도 없었다.

뭐라도 걸리면 바로 최호성 본부장에게 전송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하필 상대가 또 김준우라니…….’

김준우.

뭣 모르고 건드렸다가 랭크 등록이 해지되고 본부에서 제 발로 걸어 나온 게 불과 몇 달 전이었다.

자신을 밑바닥에 빠트린 원흉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복수심보단 그에 대한 트라우마가 조금 더 컸다.

무엇보다 자신이 퇴사한 이후에도 김준우는 멈추지 않고 협회 윗대가리들을 속속히 잘라내지 않았던가.

그런 미친놈을 또다시 건드려야 한다니.

한차례 호되게 당했던 충격이 너무 컸던 걸까, 마치 몸이 거부하는 느낌이었다.

‘뭐, 그것도 그렇고…….’

……사실 그리 썩 내키는 일도 아니었다.

요 몇 달간 전전긍긍해온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 일이 오히려 천직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나름 경력도 살릴 수 있고 월급도 괜찮고.

무엇보다…….

-옛날 일은 옛날 일이잖아요. 일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죠.

왠지 모르게 그녀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띠링―.

씁쓸한 기분에 빠져 있을 때 문자 한 통이 날아들었다.

다급하게 내용을 확인했다.

「확인해보니까 다른 문서에는 별로 특이사항이 없는데, 계좌 내역이 좀 이상하다. 금빛 재단, 청소년 헌터 육성 재단… 이거 다 협회 산하 기구 아니냐? 얘네 외부 사업지원금 말고도 더 받아먹은 거 확실한 듯. 일단 자료 너한테 전송해 놓을게.」

아니나 다를까, 해독을 맡겼던 그놈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이어서 첨부파일 하나가 전송됐다.

카르마 코퍼레이션의 계좌 내역서였다.

끝났다.

이걸 전송하기만 하면 협회장이고 김준우고 모두 끝이다.

그 둘뿐이랴.

그간 김준우와 붙어먹었던 모든 인사도 이 여파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

해야 할 일은 간단했지만, 임동빈은 심경은 복잡하기만 했다.

“쉬는 시간 지났어요!”

마침 문소연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그녀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표정이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

“아무것도…….”

“에이, 아까 일은 신경 쓰지 마시라니까!”

사람 좋은 미소.

여전히 속 편한 여자였다.

임동빈은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혹시 땡땡이치고 있었어요?”

“설마 혼자 뚱해가지고 점심도 안 드신 건 아니죠?”

“그러게 그냥 같이 먹자니까~.”

이어서 1팀의 청소부들이 한마디씩 건넸다.

하지만 여전히 임동빈이 침묵으로 일관하자 문소연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정 그러시면 오늘은 이만 들어가실래요? 대표님한테는 제가 말해놓을게요.”

“…….”

임동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잠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길 잠시.

“……아닙니다. 이동하죠. 다음 작업은 어딥니까?”

핸드폰을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뭔가 이상하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임동빈이 사무실 컴퓨터를 해킹한 지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다.

‘그런데 왜 아무런 반응이 없지…?’

턱을 괸 채 손가락으로 연신 책상을 두드렸다.

데이터를 전부 백업해갔다는 건 다른 전문가한테 맡긴다는 뜻일 텐데, 만약 그랬다면 원하는 걸 못 찾았을 리가 없다.

최호성에게 자료가 들어갔어도 벌써 들어갔을 시간인데 대체 왜 가만히 있는 건가.

뭐 아꼈다가 퍼트리겠다 이건가?

아니, 지금 본인이 그럴 여유가 있어?

‘아니면 설마…….’

임동빈이 아직 최호성에게 자료를 전송하지 않은 건가?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데.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지 않은 이상…….

“확실히 뭔가 이상하긴 해요.”

그때 이아영 실장도 같은 생각을 한 건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가 말입니까.”

“임동빈 말이에요. 뭐랄까…….”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요즘 일을 너무 열심히 한다고 해야 하나?”

“그게 뭔 소립니까?”

“말 그대로예요. 일주일 전에 이슈 한 번 발생한 이후론 다른 실수 없이 잘하고 있어요. 팀원들이랑 잘 지내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아니고요.”

“…….”

내부자로 들어온 놈이 열심히 청소일을 하고 있다고? 그것도 천하의 임동빈이?

그건 확실히 수상하네.

“혹시 개과천선한 게 아닐까요? 아무 소식도 없는 걸 보면.”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말이 안 됩니다. 어떻게 복귀할 기회를 포기하고 청소일을 선택합니까.”

“저야 모르죠. 막상 해보니까 적성에 맞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최호성 본부장이 분명 꼬리를 자를 거라 의심하고 있는 걸 수도 있고요.”

“하아…….”

머리가 지끈거렸다.

임동빈이 개과천선했다는 건 믿기 힘들지만, 둘 사이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일주일 만에 사이가 그렇게 틀어지는지 모르겠지만.

‘둘 사이가 어찌 되건 내 알 바 아니긴 한데…….’

답답한 마음에 달력을 집어 들었다.

이젠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쪽에서 뿌릴 수 있는 미끼는 모두 뿌렸고, 준비도 모두 마쳤다.

남은 건 저쪽에서 집어먹기만 하면 되는데,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해서야 원.

주먹을 쥐어 입에 가져다 댔다.

본부를 뒤흔들만한 칼은 이미 제삼자에게 넘어갔다.

그런데 자꾸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 리젠 던전이 출현해버리면 최악의 상황이 된다.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걸 막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본부는 본부대로 터져버리는 상황.

‘그랬다간 그냥 국제 협회에 대놓고 먹어달라고 하는 꼴이겠지.’

내 눈에 흙이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 꼴은 못 본다.

“어떻게 할까요. 좀 더 기다려볼까요?”

“시간도 없는데 그걸 언제 기다리고 앉았습니까.”

“그럼 뭘 어떡하게요?”

어쩌긴 뭘 어째.

“계좌 내역. 우리가 직접 보내줘야죠.”

“……?”

머저리 같은 놈들.

내가 떠서 먹여줘야겠냐.

***

“대체 뭐야, 시발…….”

최호성 본부장은 머리를 움켜쥔 채 안달이 난 상태였다.

일주일째 임동빈과의 연락이 두절됐다.

듣자 하니 출근은 꼬박꼬박하고 있다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전화, 문자, 메일을 모조리 씹고 있다.

어떻게 되고 있는지 소식이라도 알아야 준비를 하든 말든 할 텐데.

파견 나왔을 때 접촉하고 싶어도 보는 눈이 많아서 위험하고…….

아니 근데 이렇게까지 연락을 안 받을 이유가 있나?

‘이 새끼 설마…….’

그새 마음이 바뀐 건 아니겠지…?

마침 그 순간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최호성 본부장님! 아직도 준비 안 됐습니까?!」

통화버튼을 누르자 잔뜩 격노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성남 지부 연수원 건설 추진 때 리베이트를 받고 계약을 진행했던 건설 업체 사장이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큰 거 한 방 터질 겁니다. 그때가 되면 제가 위약금은 물론이고 성남 지부에 박람회 건도 밀어 드리겠습니다.”

「기다려달라는 말만 벌써 몇 주째입니까! 아니, 진짜 뭐가 있긴 한 겁니까?」

“물론입니다. 정말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아 씨, 모르겠고. 이번 주 안까지 기초 공사 진행된 거 위약금 안 물어주면 전부 언론에 제보합니다? 솔직히 우린 여기서 뭐 더 잃을 것도 없어요.」

반대편에서 콱, 소리와 함께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겼다.

X 됐다.

정말로 X 됐다.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임동빈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다.

‘제발 받아라. 제발…….’

간절하게 기도하며 기다리길 잠시.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사서함으로…….」

“이 빌어먹을 새끼가!!”

콰직―!

참다못해 핸드폰을 집어 던지곤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직접 찾아가야 하나?

아니, 그건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다.

그럼… 이걸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갔지만, 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

칼을 쥐고 있는 임동빈이 잠수를 타 버린 이상, 모든 게 끝이라는 것을.

‘하하…….’

짧고 짧았던 본부 생활도 이젠 끝이다.

그런 생각에 실성한 웃음이 흘러나오려던 그때였다.

“보, 본부장님!”

유영수 보좌관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영수야. 짐 싸둬라. 우리 다 X 됐으니까.”

“아뇨! 안 싸도 될 것 같습니다!”

최호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누군가 익명으로 본부장님 앞으로 소포를 보냈는데…….”

유영수가 두툼한 봉투를 건넸다.

“확인해보니 카르마 코퍼레이션 계좌 내역입니다.”

“……?”

하늘이 그를 도운 것이다.

***

“리젠 던전? 서울에서?”

PB 코퍼레이션 본사.

마르크 밸런스 조정팀장에게 뜻밖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확실한 건가?”

“네. 본부에서 직접 감지한 이능파입니다. 파장이 매우 불안정한 것으로 보아 레드 등급의 리젠 던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거긴 땅덩어리도 작으면서 별의별 던전이 다 나오는군…….”

리젠 던전이라면 40년 전 남미 빈민가에 딱 한 번 출현한 적이 있는 매우 특수한 던전이다.

알려진 것이라곤 그저 던전에서 끊임없이 몬스터가 쏟아져 나온다는 것뿐.

토벌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다시피 한 그 던전을 과연 한국 협회 놈들끼리 해결할 수 있을까?

가만히 머리를 굴리고 있길 잠시.

‘이거 잘하면…….’

마르크 팀장은 이내 앞에 있던 직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

“클로이한테 연락해서 저번에 말했던 반능석 가공 어떻게 됐나 좀 물어봐!”

“네, 네? 그건 갑자기 왜…….”

“리젠 던전이 출현할 거라면서. 분명 서울 본부 전체가 토벌에 참여하게 될 텐데. 그러면 한동안은 거기에만 정신이 팔려있지 않겠냐?”

“그, 그렇죠.”

“가뜩이나 예상 등급이 레드라면 토벌이 쉽지 않을 거야. 작전을 위해 본부 전체 인원이 모여든다면 꽤나 혼란스러워지겠지. 그럼… 그때가 기회야.”

수백 명의 인원이 참가하는 작전이라면 오히려 움직이기 더 편하다.

혼란스러울수록 눈에 잘 띄지 않을뿐더러, 온 신경이 작전에만 쏠려 있다면 방심을 유도할 수도 있을 테니.

무엇보다 이런 대규모 작전에서 사상자가 나오는 거야 예삿일이고.

무척이나 시의적절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직원은 여전히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는 협회 소속이 아니잖습니까. 작전에 참여할 리가…….”

“아니, 그 새끼라면 무조건 나올 거야. 내가 말했잖아….”

마르크 팀장이 단호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었다.

“동료들이 위험하면 스스로 목을 들이밀 놈이라고.”

“…….”

“지금 당장 한국 파트 현장직들 소집시켜. 아, 그리고 이번 작전 지휘는 한국 파트장한테 맡긴다.”

“파트장이요? 서울 본부 내부자가 직접 움직이는 건 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반능석까지 준비해 놨어. 현장직 놈들한테만 맡기기엔 불안해.”

마르크 팀장은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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