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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95화 (9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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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지부, 총무부 사무실.

나는 마주 앉은 강형원 부장에게 그간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곤 물었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데. 알고 계셨습니까?”

“아, 아뇨 전혀…….”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이었다.

이전부터 불화는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온 경우는 처음인 듯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요?”

“그거야 대표님에 관해 이야기를…….”

“제가 주변 사람들한테 말씀드리지 말라고 부탁했잖습니까.”

강형원 부장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뭐, 이해는 한다.

그로서도 마땅한 방법이 없을 것이다.

몰상식한 짓은 그만두라고 권고는 가능하겠지만, 강제성이 없는 이상 무의미하다.

애초부터 지부 말을 들어 먹을 녀석도 아닐 테고.

아마 지들이 원하는 걸 얻을 때까지 계속하겠지.

지부 입장에서는 인원도 모자란 실정에 무턱대고 백제 길드와 관계를 끊을 수도 없다.

특히나 다른 길드를 회유해서 단체 행동이라도 벌였다가는 문제가 커진다.

잘못하면 던전에서 몬스터가 탈출하는 꼴을 대한민국에서 10년 만에 다시 보게 될지 모른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 쳐들어가서 길드 채로 공중분해 시켜버리고 싶지만…….’

단순하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저쪽에서 그랬다고 우리 또한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면 피해를 보는 건 순천 지부가 되겠지.

그렇게 되면 당연히 우리와 맺은 계약도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

‘그렇다고 저 행패를 가만히 두고 볼 수도 없고…….’

일단 당사자와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다.

바로 심현수 길드장을 불러줄 것을 요청했고, 강형원 부장은 곧바로 연락을 넣었다.

심현수 길드장은 어딘가 떨떠름한 얼굴로 지부에 나타났다.

그렇게 성사된 삼자대면.

가타부타할 거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

“글쎄요. 전 처음 듣는 일인데. 뭐, 어쩌다 주머니에 있던 쓰레기가 떨어진 게 아닐까요.”

“백제 길드원들은 주머니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고 다니시나 보군요.”

“…….”

심현수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던전 출입에 금전까지 요구하셨다더군요.”

“황당한 이야기군요. 저희가 무슨 동네 양아치도 아니고 설마 그런 짓까지 하겠습니까.”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건지 실실 쪼개며 대답한다.

당장이라도 저 턱주가리에 주먹을 꽂아 넣고 싶었지만…….

참자, 참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여기서 쿨하게 인정하고 서로 원만하게 해결을 보는 게 어떻습니까.”

“그러니까 우린 그런 사실 모른다니까, 참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네.”

“그럼 저희 직원들이 거짓말이라도 했다는 겁니까?”

“그건 모르는 일이죠. 아무튼, 난 모르는 일이니까 괜한 일로 트집 잡지 마시고 그쪽 일이나 제대로 하십시오. 이 바닥에서 길게 일하고 싶으면.”

“…….”

그래, 이게 대답이라 이거지.

“그럼 뭐… 얘기 다 끝난 것 같으니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가시기 전에, 심현수 길드장님. 제가 충고 하나 하겠습니다.”

“……?”

자리에서 일어난 심현수를 지그시 올려다보았다.

“길드장님은 오늘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실 겁니다.”

나름 진심이었지만, 그는 코웃음을 치며 퇴장했다.

“그,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최호성 지부장님이랑 호형호제하는 사이랍시고 아주 순천 바닥이 지 세상인 줄 아는 놈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적어도 대화는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정도가 심하다.

우물 안 개구리가 가장 용감하다더니.

“이, 이제 어떡하실 생각이십니까?”

“뭐, 일단은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렇게 모르쇠로 나오면 더는 대화로 해결하는 건 힘들 것 같고……. 그러면 저희도 계속 계약을 유지하는 건 어렵겠군요.”

“……!”

그래, 똥이 무서워서 피하겠는가 더러워서 피하지.

우리 입장에서도 일을 더 크게 벌이지 않고 이쯤에서 발을 빼는 게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좋다.

무엇보다 길드와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부 내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갈아엎어야 할 테니까.

다만…….

이걸 그냥 넘어가야 하나?

합리적으로 물러나는 게 맞는지 알면서도 뒷맛이 안 좋다.

저런 새끼가 겁 없이 나 대는 꼴을 보고만 있자니 마음에 안 들고.

“뭐, 너무 걱정 마십시오. 당장 계약을 끊겠다는 건 아닙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당분간은 길드에 던전 분배를 중단해주셨으면 합니다.”

“네, 네?! 하지만 저희 쪽 인원만으로는 토벌을 감당할 수가…….”

“강형원 부장님.”

그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이제는 선택하셔야 합니다. 부장님도 아시겠지만, 더 이상은 저희 업체와 백제 길드 둘을 모두 데리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둘 중 하나는 포기를 하셔야죠.”

“…….”

“물론 이해합니다. 청소와 토벌 중 고르라면 당연히 토벌이 우선이겠죠. 그러니 저희 쪽에서 추가로 제안하겠습니다.”

“……어떤?”

“저희와의 계약을 유지하시겠다면, 지부 내 구조적인 문제 또한 함께 해결해드리겠습니다. 물론 추가 비용 없이.”

강형원 부장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 그게 가능한 겁니까?”

“불가능해 보이십니까?”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탐탁지 않으신가 보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로선 백제 길드와 척을 지는 건 되도록 피하고 싶긴 합니다. 터무니없는 배분율을 요구하긴 해도 결국 그들이 없으면 손해를 보는 건 지부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지부의 손해는 점점 더 커질 겁니다. 썩어가는 살이 아깝다고 잘라내지 않으면 온몸이 썩고 맙니다.”

“…….”

이내 그가 옅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대표님을 믿어 보겠습니다. 던전 배분, 당분간 멈추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토벌을 지원해줄 팀을 먼저 구해야겠군요.”

나는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예, 협회장님. 접니다. 다른 게 아니라, 내일 바로 순천 지부로 작전 1팀 파견해주실 수 있습니까. 뭐, 해외 나가기 전에 예행 연습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통화를 마치고 나자 강형원 부장의 눈이 동그래져 있었다.

“자, 작전 1팀이라면…… 김민주 팀장님이 있는 그 작전 1팀 말씀이십니까?”

“그럼 또 누가 더 있겠습니까.”

이럴 때 부려먹기 좋은 녀석들이 걔들 말고 또 어디 있다고.

***

삼자대면 후 사무실로 날아든 공문을 확인한 심현수 길드장은 심기가 매우 좋지 못했다.

[본 지부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해당 길드에 당분간 던전 배분을 중지한다]

콱, 종이가 구겨졌다.

동시에 심현수 길드장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어디서 주제도 모르고 이런…….

“야.”

심현수가 날 선 목소리로 직원을 호출했다.

“주변 길드에 연락 돌려서 당분간 지부 던전 일절 받지 말라고 전해라.”

“네, 네?!”

“우리랑 척을 지면 누가 손해인지 아직 감이 없는 것 같다. 이번 기회에 톡톡히 경고를 해주자고.”

“아, 아무리 그래도 던전 배분을 거부하는 건 좀……. 저희한테도 손해 아닙니까? 피차 던전 밥 먹고 사는 입장인데 굳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오실 필요가…….”

“야 인마, 다른 지역 길드는 어떤지 몰라? 지들끼리 던전 하나 더 배분받으려고 뇌물에 로비에 아주 지랄들을 하고 있는 거?”

협회와 정식 협력 업체 계약을 체결한 서울은 그나마 상황이 나았지만, 여전히 지방에서 길드는 지부에 비해 약자의 입장이다.

딱 여기만 빼고.

“여기서 우리가 약하게 나오면 다른 지역 놈들처럼 호구 잡히는 거야. 그리고 어차피 우리 없으면 토벌량 못 따라가. 거기 상황 알잖아? 그냥 허세 부리는 거야.”

“그, 그렇습니까?”

“그래. 며칠 버티고 있다 보면 먼저 연락 올 거다. 그때 가면 던전 배분 50%로 올려달라고 하면 돼.”

애써 담담한 척 말했지만 사실 아직까지 분이 삭지 않았다.

그 청소팀 파견 업체 사장.

마치 이 바닥이 제 것인 양, 자신감에 찬 눈빛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 봤자 하룻강아지 새끼가.

잠시 망설이던 끝에 결국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아 형님, 심현수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어 그래. 어쩐 일이냐.」

핸드폰 너머로 최호성 본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형님 안부 듣고 싶어서 연락했죠.”

「까고 있네. 왜, 뭐 또 필요한 거 있어?」

“아하하……. 역시 눈치 빠르십니다. 형님, 혹시 카르마 코퍼레이션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뭔 청소팀 파견 업체라던데.”

「아, 그 뉴스에 나온 거? 들어봤지. 그게 왜.」

“사실 이번에 순천 지부에서 그 업체랑 계약을 맺었는데… 저희랑 마찰이 좀 있었지 뭡니까.”

「니들이 또 뭔 사고를 친 건 아니고?」

심현수는 살짝 대답을 주춤거렸다.

「나 있었을 때도 시민 단체에 발전 기금 뜯어내다가 일 커질 뻔한 거 겨우 커버쳐줬더니, 또 그러냐. 내가 인마 적당히 하랬지.」

“…….”

「그래서, 뭔 일인데.」

“지부 쪽에서 저희 길드에 던전 배분을 중지했습니다.”

「…뭐?」

“파견 업체랑 뭔 얘기가 오간 것 같은데… 뭐, 솔직히 조금만 버티면 지부 쪽에서 먼저 머리 숙이고 들어올 거 뻔하긴 해도, 좀 괘씸해서 말입니다. 마음 같아선 이 바닥에서 내쫓고 싶은데, 저 혼자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하하하.”

「야 인마, 나는 뭐 다르냐? 파견 업체가 지부 상대로 활동하는 걸 내가 어떻게 막아.」

“어려울 거 있겠습니까. 그냥 지부에 외부 청소팀 파견 업체는 전문성이 입증되지 않아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계약을 재고하라고만 해주시면 깔끔하잖습니까.”

「흐음…….」

최호성 본부장이 대답을 아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알았어. 그 정도야 뭐. 내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사업 때문에 좀 바쁘니까, 그거 마무리부터 좀 하고.」

“어떤 사업입니까?”

「성남 지부에 작전팀 연수원 좀 세워보려고 하는데……. 뭐, 너랑은 상관없는 거니까 신경 꺼.」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제가 한 번 올라가 뵙겠습니다!”

심현수 길드장은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인생은 실전이다.

그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청소부에게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톡톡히 보여줘야겠지.

***

다음 날, 서울로 돌아가지 않고 지부 근처에서 하루를 보냈다.

시간에 맞춰 지부로 가자, 강형원 부장과 함께 그새 서울에서 작전팀이 온다는 소문을 들은 건지 지부 소속 헌터 몇 명이 건물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어째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누가 보면 대통령이라도 오는 줄 알겠네.

“오셨다!”

누군가 소리쳤고, 동시에 건물 앞으로 봉고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차에서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내렸다.

“오랜만이에요, 선생님.”

“본부도 바쁠 텐데 갑자기 불러서 미안하게 됐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되는데…… 나가신 후로 연락 한 통 없는 건 좀 심했어요.”

“…….”

과장되게 째려보길 잠시, 그녀는 다시 표정을 풀며 강형원 부장에게 다가갔다.

“강형원 부장님이시죠? 최호성 본부장님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서울 본부 작전 1팀장, 김민주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저,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서울 본부의 전설적인 두 분과 같이 일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말씀 편하게 해주세요.”

김민주 또한 단번에 대하기 불편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다음으로 고개를 돌려 한데 모여 있는 후배 헌터들을 바라봤다.

“지부 작전팀 소속들인가요? 잘 부탁드릴게요.”

“아, 안녕하십니까! 순천 지부 작전 1팀장, 고창수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허리가 일제히 90도로 접혔다.

김민주는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일하러 와서 뭣들 하는 건지.

얼빠진 광경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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