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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84화 (8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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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작전본부, 본부기획실.

“방법이 좀 과격하긴 했는데…… 그래도 효과는 있었네요.”

모두 무사히 풀려난 직후, 김민주가 긴장이 풀린 목소리로 말했다.

한편 한유빈은 조금 다른 반응이었다.

“조금이 아니지 않아요? 주변 협회 반응 보니까 쉽게 가라앉을 거 같지 않던데……. 결국 이거 우리가 수습해야 하잖아요.”

“걱정 마시죠. 비엣이 파면되면 조금은 잠잠해질 테니.”

“파면이요?”

“뭐, 모두가 이번 일을 비엣이 주도한 거라 생각하고 있는 이상, 외교 문제로까지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선 당사자를 잘라버리는 게 가장 효과적이니까요.”

“흐음.”

한유빈이 팔짱을 낀 채 신음했다.

“나름 고위 관직인 비엣을 무관용으로 강력하게 처벌하는 걸 보여준다면 주변 협회들도 조금은 화가 누그러들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그렇긴 하겠네요.”

당 입장에서도 이제 비엣은 마냥 쥐고 있을 수만은 없는 패가 되었다.

해임이든 파면이든 액션을 취하겠지.

그리고 그 이후부턴 우리의 소임이다.

두 발로 뛰어다니면서 이번 일에 대한 사과와 함께 다시 합의를 진행할 생각이다.

쉽진 않겠지만 불가능할 것도 없다.

물론, 그것도 결국 비엣이 어떤 처분을 받느냐에 달렸지만.

“뭐, 당이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길 바라야죠.”

나는 앉은 채로 기지개를 켰다.

“자, 할 일이 많습니다. 계속 수고들 좀 해주십시오.”

“네.”

“그래요.”

“알겠습니다.”

세 직원의 대답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그 후로 우린 하노이에 일주일간 머무르며 수습에 박차를 가했다.

예상대로 비엣은 불명예 파면을 당했다.

온갖 비리 혐의가 적용되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충격을 준 것은 역시나 1년간 유령 협회를 통해 모든 지원금을 횡령한 건이었다.

덕분에 비엣은 파면에 이어 곧바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 과정에서 후인을 찾아와 무릎을 꿇고 탄원서를 부탁했지만…… 뭐, 씨알도 안 먹힐 짓이지.

어쨌든 비엣이 그렇게 날아가자마자, 나는 곧바로 협의회를 열어 주변 협회 지부장들을 소집했다.

허브 유통 건에 대해 재협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뭐, 이쯤이면 과열된 분위기도 조금은 가라앉았을 것이다.

사과의 의미로 주변 협회에 조금 더 유리한 방향으로 재계약을 진행한다면 그들로서도 거절할 이유는 없겠지.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정말이지 놀랍게도 단 한 군데도 재계약에 동의하지 않았다.

“어째 생각대로 되는 일이 없네.”

지부장들은 마치 처음부터 짠 것처럼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반대를 던졌고, 지들끼리 합의해서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며 자리를 떴다.

그리고 곧바로 돌아온 조건은.

“1년간 모든 유통비 면제 및 향후 10년간 유통비 동결을 제시했습니다.”

“빌어먹을…….”

협의회가 끝나고 하노이로 복귀한 직후, 나는 그 소식을 듣고 머리를 싸맸다.

후인은 공문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만약 해당 협상이 결렬될 시 동남아 지부 모두 허브를 이용하지 않겠답니다.”

“예? 그 말은 국제 협회에 부산물을 납품하지 않겠다는 겁니까? 본부가 그걸 허락해주진 않을 거 같은데.”

“애초에 본부에서 내린 지침이라고 합니다. 협상이 안 되면 동남아 지부에 한해서 아예 납품을 포기하겠다고…….”

“허.”

본부까지 나서서 걸고넘어진다고?

이 틈에 뜯어먹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뜯어먹겠다는 심보군.

허공으로 시선을 옮겼다.

10년이라.

허브 사업이 가져다줄 경제 성장률을 고려해봤을 때 10년 동안 비용 동결은 너무 뼈가 아픈 조건이다.

‘빌어먹을 놈들…… 숙이고 들어갈 때 곱게 처받을 것이지.’

애초에 구실을 준 게 문제였나.

입술을 잘근 씹던 그때, 후인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그냥 허세를 부리는 걸 수도 있어요. 동남아에 지부가 몇 갠데 언제까지 본부가 납품을 면제시켜줄 순 없을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합니다만…… 문제는 허브 사업에 들어간 비용을 감안하면 몇 달만 유통이 없어도 우리 쪽 손해가 너무 큽니다.”

조건을 들어주든, 들어주지 않든 양쪽 다 우리에겐 독이다.

쯧, 이렇게 귀찮게 나올 줄이야.

어떻게든 내 선에서 해결해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군요.”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후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뭐 어쩌려고, 라 말하는 듯한 얼굴.

솔직히 여기까지 가고 싶진 않았지만, 더는 방법이 없다.

나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예, 협회장님. 김준웁니다.”

「그래, 일은 잘돼 가냐?」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자넨 꼭 문제 생겼을 때만 연락하더라? 좋은 소식 좀 전해주면 안 되냐?」

“저도 그러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안 되네요.”

협회장이 끌끌 웃었다.

「그래서 이번엔 뭔데.」

“사실은…….”

나는 현재 상황을 짤막하게 전달했다.

“……아무튼, 그것 때문에 주변 협회에서 꽤나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허브 유통비를 10년간 올리지 않겠다는 조건에 합의하지 않으면 아예 납품 자체를 포기하겠다는군요.”

「흠, 뭘 고르든 손해겠군. 협상의 여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자네 생각은 어때. 맞받아칠 건가?」

“그래야지 않겠습니까. 저희가 벌인 일도 아닌데 지금 조건은 너무 과하니.”

「……? 자네가 벌인 일 맞잖나.」

“협회장님.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

미친놈인가, 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려왔다.

「무슨 말인지 알았네. 그래, 내가 어떻게든 해보지.」

“감사합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한숨을 돌렸다.

“뭐, 어떻게든 될 것 같습니다.”

“그, 진짜 협회장님이랑 통화하신 겁니까……? 한국 협회의…….”

“예. 왜 그러십니까.”

“아니…… 그렇게 높으신 분한테 일방적으로 부탁드려도 되는 겁니까?”

“……? 안 될 건 뭡니까.”

“…….”

후안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문화가 다르니 그럴 수도 있겠지.

***

국제 협회 직영, 태국 지부

“한국 협회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창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쁘라셋 지부장에게 굉장히 뜬금없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갑자기 그쪽에서 연락이 왜 와?”

“그, 그게 이번에 한국 협회가 베트남 협회를 공식 인수했으니 이제부턴 그쪽에서 직접 해결하겠다고…….”

“……뭐?”

쁘라셋 지부장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한국이 베트남 협회를 인수했다니,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듣기론 이번 비용 인상 건도 인수합병을 진행하다가 비엣이 중간에 끼어들어서 발생한 문제라고 합니다. 확인해보니 정말 공식적으로 인수된 상태였습니다.”

“그게 지금 무슨…….”

공식적인 발표가 없었으니 그가 몰랐던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이번 베트남 협회가 내민 재계약을 거절한 건 당연히 구실을 잡고 더 큰 걸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한 달 전만 해도 다 죽어가던 협회였으니 조금만 세게 나간다면 이참에 베트남 쪽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미 한국 협회에 인수합병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한국 협회를 건드렸다는 소리냐?”

쁘라셋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그러자 수행비서는 대답 대신 한국에서 날아온 입장문을 건넸다.

「우선, 본 협회는 비용 인상을 주도한 비엣 총정치국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미리 밝힌다.」

쁘라셋은 천천히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다.

대충 본인들은 이번 일과 관련이 없고, 모두 비엣이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내용이었다.

다만 중요한 건 그다음이었다.

「물론 관계 여부를 떠나 지부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어느 정도 책임을 질 의무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국에서 본 협회에 제안한 조건은 너무 과한 조치라는 판단이며 때문에 당국이 현재 조건을 강행할 시, 한국 협회는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그간 당국과 진행했던 모든 토벌 및 청소 지원을 철회할 수밖에 없는 입장임을 단호하게 밝힌다.」

쁘라셋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이거 우리한테만 온 거냐?”

“아뇨. 주변 지부들도 전부 받았답니다.”

“시발…….”

그는 입장문을 꾸깃꾸깃 접으며 이를 깨물었다.

조건을 낮추지 않으면 한국 협회는 모든 동남아 지부와 단절할 것이다.

그 말을 순화조차 없이 때려 넣었다.

이건 입장문이 아니라…….

‘지금 우리한테 경고하는 거야…?’

그리고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쁘라셋 지부장님! 입장문 보셨습니까? 이거 뭡니까?!」

「한국 협회가 끼어 있다곤 안 했잖습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조건 맞춰서 협의 봤죠!」

「본부에선 아무 말 없습니까?!」

「더 버티다간 우리만 X됩니다! 저흰 그냥 합의 보겠습니다!」

이미 주변 협회는 발칵 뒤집힌 듯, 주변 모든 지부에서 전화가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게, 애초에 국제 협회에서 직영으로 관리하는 태국 지부를 제외하면 나머지 지부들은 거의 독자적으로 운영을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때문에 이따금 다른 독립협회에 지원을 요청하곤 했는데, 사실상 그 요청을 들어주던 협회는 한국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국 협회가 더는 요청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상 그들로선 꽤나 난처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발, 비엣 나가리 되면서 빈집 된 줄 알았는데…… 언제부터……!”

“어떡하시겠습니까. 한국 협회랑 척을 지는 건 저희로서도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닌데…….”

“……그쪽에서 제안한 조건은 뭔데.”

“1년간 유통 비용 동결만 제시했고 추가적인 조건은 없었습니다.”

“쯧, 어쩔 수 없지 뭐. 더 욕심부릴 수도 없고. 그대로 진행…….”

그때 또다시 사무실의 전화기가 울렸다.

또 다른 지부에서 온 항의 전화인 듯했다.

그는 대뜸 짜증 섞인 목소리로 수화기를 들었다.

“아, 그만 좀 전화하십시오! 지금 우리도 상황 파악 중이니까…!”

「잘 계셨습니까. 쁘라셋 지부장님.」

전혀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 마르크 팀장님……?”

「오,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침이 꿀꺽 넘어갔다.

PB코퍼레이션 밸런스 조정팀의 마르크 팀장.

그가 직통으로 전화를 해온 것이다.

「대충 상황은 들었습니다. 한국 협회에서 맞대응했다고요.」

“예, 예.”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저, 저희로선 베트남 협회가 한국 협회에 인수됐다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아무래도 조건을 맞춰주는 게…….”

「쁘라셋 지부장님.」

마르크 팀장이 그의 말을 끊고 입을 열었다.

「본부에선 베트남 협회가 가지고 있는 허브를 굉장히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본부가 부산물 면제 정책까지 시행한 마당에, 이제 와서 약한 모습을 보여야겠습니까?」

“하지만…… 아시잖습니까. 한국 협회의 지원이 없으면 운영에 꽤나 애를 먹게 될 겁니다.”

「그거야 지부 입장이고.」

마르크 팀장이 답답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사실 유통비를 10년 동결하든, 100년 동결하든 결국 본부 입장에선 쓸데없는 비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이번처럼 유통비 인상을 무기로 우리에게 온갖 협박을 할 수도 있고요. 어느 쪽이든 우리로선 썩 달가운 이야기는 아니죠.」

“……그, 그런가요.”

「본부는 이번 협상에 대해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습니다. 그에 따라 저희 PB코퍼레이션에선 그에 맞게 더욱 강경 대응할 생각인데, 동남아 지부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 저희가 뭘…….”

「이제부터 제가 말하는 대로만 하십시오.」

이윽고 그의 지시를 듣던 쁘라셋 지부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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