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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81화 (8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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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추진 일주일째.

당연히 베트남 전역에 도로를 연결하는 건 비용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무리가 있었다.

우선 출현 비중이 높은 지역 몇 곳을 공략했다.

최대한 기존 도로를 정비하고 중요 포인트에 헬리포트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동시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언제 어디서 누구든 던전 출현을 제보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2주째부턴 점점 작전 체계가 잡혀갔다.

김민주가 꽤나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그만큼의 효과는 있었다.

그사이 한유빈이 맡은 청소팀 확대 건 또한 조금씩 이득을 보고 있었다.

애초에 다른 팀이 아닌 청소팀을 먼저 확대한 건, 효과적으로 몬스터 부산물을 회수해서 토벌 수익을 최대한으로 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예산이 늘어감에 따라 사업은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었고, 자연히 투자자들이 몰리는 계기가 되었다.

3주째.

우리가 처음 투자했던 예산에서 15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나는 그 돈으로 지원팀을 신설했다.

물론 필요한 인원과 장비는 한국 협회에 지원을 요청했고, 협회장은 곧바로 이아영 실장을 파견했다.

10개의 청소팀이 하루에 회수하는 부산물만 해도 수십 개에 달했기에, 지원팀은 신설되자마자 순식간에 몸집을 키울 수 있었다.

지원팀의 확대는 곧 작전팀의 확대로 이어졌다.

훨씬 좋은 장비와 질 높은 케어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효율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게 모든 팀에게 연쇄작용을 일으켰다.

하루에 토벌할 수 있는 던전 수도 계속해서 늘어났고, 한유빈은 그에 맞춰 청소팀을 더욱 확대해야 했다.

그럴수록 회수하는 부산물의 양도 늘어가자 지원팀의 규모도 커졌다.

당연히 작전팀의 업무 효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본연의 협회로서 자생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을 무렵.

비로소 한국 협회 베트남 지부, 하노이 작전본부가 세워졌다.

뭐, 하노이 외곽에 방치되어 있던 폐건물을 매입해 대충 수리해서 쓰는 것뿐이지만. 어쨌든 드디어 어엿한 독립협회로서의 기본은 갖추게 되었다.

물론 개선해 나가야 할 게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뭐, 그것도 결국 시간문제다.

이 이상은 남은 사람들이 알아서 해야겠지.

“……이번 주부턴 베트남 전역에서 걸쳐 토벌이 가능해질 것 같아요. 다른 팀도 이젠 저희 도움 없이도 알아서 잘 굴러가고 있고요.”

본부기획실 책상 앞에 앉은 김민주가 서류를 훑으며 말했다.

“끄으으… 이제 좀 여유로워지겠네.”

크게 기지개를 켰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한 달 동안 하루에 3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없었다.

덕분에 요 일주일간은 깨어 있는 건지, 일을 하는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뭐,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한유빈도 두 발로 뛰어다니며 청소팀원을 구인했고, 김민주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토벌에 나갔으니…….

‘진짜 개고생했네.’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잘 돼서 다행이에요. 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겨우 구색이나마 갖춘 거야. 앞으로가 중요하지. 허브 쪽은 어떻게 됐어?”

“물류 센터는 짓는 중이고, 유통 사업을 맡아줄 기업도 입찰을 따놨어요. 주변 협회들과는 후인 씨가 대충 협상을 해놨고요. 뭐… 당연히 별로 달가워하진 않았지만.”

“여태껏 공짜로 쓰던 길을, 갑자기 돈을 받겠다고 하면 그럴 만도 하지. 또 괜히 자신들을 견제하는 것 같아서 기분도 나쁠 거고.”

“그게 목적이라면서요?”

“뭐, 그렇지.”

드디어 국제 협회에 대항할 무기를 하나 쥔 셈이다.

이젠 우리가 지부를 세웠다고, 대놓고 압박을 주기엔 부담을 느낄 것이다.

괜히 건드렸다가 허브 유통비를 올리기라도 하면 결국 손해 보는 건 본인들일 테니까.

국제 협회를 견제하는 동시에, 함부로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약점을 쥐는 것.

이 두 가지가 베트남 사업을 추진한 진짜 목적이었으니, 우리로선 할 일은 모두 마친 셈이다.

“이제 슬슬 돌아가도 되겠다.”

“아, 이아영 실장님은 방금 귀국하셨대요.”

“왜 벌써? 아니, 말도 안 하고?”

“워낙 본부 일도 바쁘신 분이니까요. 그런데 선생님한테 인사는 드렸다던데요?”

“……?”

“그런데 귓등으로도 안 들으셨다고…….”

아, 설마 그제 새벽에 와서 한 말이 그거였나? 일하느라 듣지도 않고 건성으로 대답만 하긴 했는데…….

“아무튼, 단단히 삐졌다고 전해달래요.”

“……애도 아니고.”

푸, 숨을 뱉었다.

“어쨌든 우리도 슬슬 마무리하자.”

몸을 일으켰다.

“국장한테 연락 넣어줘. 매각 결의서랑 용돈 받으실 계좌 챙겨서 나오라고.”

“네.”

이제 막바지다.

깔끔하게 받을 건 받고, 줄 건 줘야겠지.

그것만 마치면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

대한민국 이능차원관리협회, 베트남 지부.

하노이 작전본부, 작전통제실.

신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장비 앞에서 후인은 무척 감회가 새로웠다.

아무것도 없이 천막 치고 토벌하던 게 불과 한 달 전이었다.

제대로 작동하는 장비는 하나도 없었고 그린 등급 몬스터 토벌 작전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당연히 지원금은 기대도 못 했고 연봉은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죽지 못해 산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그마저도 슬슬 한계에 도달하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팀장님, 이번 주 작전 8개 팀 기획서입니다. 확인 후 일정 조정 부탁드립니다.”

“아, 응. 이리 줘.”

응우옌 작전 1팀장이 서류를 들고 후인을 찾았다.

“음, 작전 4팀은 엊그제 토벌 나갔으니까 최대한 후순위로 넣어줘. 2팀, 7팀 우선으로 투입하고. 청소팀 작업은?”

“차질 없습니다. 지금 사이클이면 지체 없이 다음 작전 진행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지원팀한테 지속적으로 상태 보고해달라고 해.”

“알겠습니다.”

후인은 다시금 의자에 등을 기댔다.

8개의 작전팀.

7개의 청소팀.

그동안 꿈도 꾸지 못했던 지원팀.

거기에 아직 규모는 작지만, 경리부, 사업부, 기획부까지.

현재 협회의 직원은 모두 합쳐 200여 명.

정말로 어엿한 협회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정말 믿기지 않네요.”

응우옌 팀장 또한 새삼스럽다는 듯 말했다.

“정말로 맨땅에 협회를 세워버리다니.”

“그래, 그것도 한 달 만에…….”

지금의 상황이 믿기 힘든 건 후인 통제팀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실 처음에 협회를 세워주겠다고 했을 때, 그냥 자본만 미친 듯이 때려 붓겠거니 싶었다.

시스템은 그대로 내버려둔 채 반듯한 건물 하나 세워두고 다 됐다며 손을 떼면 어떡하나 싶기도 했다.

물론 후인의 걱정은 모두 보기 좋게 빗나갔다.

김준우는 가장 발목을 잡고 있던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본인들의 여건과 상황에 맞춰 작전 체계를 조정했고. 이미 썩어 문드러져 가망이 없을 거라 여겼던 협회에 자정작용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청소팀을 우선 확대하는 방침으로 모든 팀을 키워나가는 방법은 본인으로선 상상도 못 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협회 내의 모든 팀과 팀원들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단순히 무기를 쥐여준 게 아닌, 무기를 다루는 법을 알려주었다.

베트남 지부의 많은 이들이 협회의 일원이라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느끼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입장으로선 가히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말단을 보낸 줄 알았더니 구세주를 보냈군.”

후인은 미소를 머금었다.

김준우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스스로를 증명했다.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걸 실제로 겪어보니, 그동안 대체 어떤 머저리를 지도자로 모셔온 건지 회의감이 들 정도였다.

“아랫사람을 부려먹으려면 이 정도 능력은 있어야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 응우옌 팀장이 너스레를 떨었다.

“이 정도면 아랫사람이 아니라 노예 생활을 하라고 해도 할 거 같은데.”

“쓰읍… 전 그건 좀.”

클클, 응우옌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튼, 이제 돌아간다니까 뭔가 아쉽네.”

문득 그들과의 첫 만남이 떠오르자 피식 미소가 새어 나왔다.

그들을 팔아서 돈을 벌려고 했다니.

그 얼마나 멍청한 생각이었던가.

“그래도 지부장은 김이 남아서 맡아주지 않겠습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본인은 죽어도 아니라더라.”

“예? 그럼 지부장은 누가 맡는 겁니까.”

후인이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 뜻을 단번에 이해한 응우옌 팀장이 쿡쿡 웃었다.

“출세하셨네요.”

“출세는 무슨…….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거지.”

기분 좋게 담소를 나누고 있던 그때였다.

쿵―

사무실의 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섰다.

비엣 총정치국장이었다.

예고 없던 국장의 방문에 응우옌 팀장은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후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야, 요즘 좀 살 만한가 봐? 얼굴이 쫙 폈네.”

“어쩐 일이십니까?”

“참 나, 이제 한국 지부 소속이라고 위아래도 없어졌나 보네.”

비엣 국장은 인사조차 하지 않는 후인이 굉장히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

이내 옆에 있던 응우옌을 향해 턱짓했다.

자리를 비키라는 뜻이다.

응우옌이 곧바로 사무실을 나섰다.

“크흠.”

그가 사라진 걸 확인한 비엣 국장이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후인은 아무 말 없이 봉투를 열어 서류를 확인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이 사색이 됐다.

“이, 이게 뭡니까……?”

“자세하게 알 건 없고, 김의 사무실에 몰래 가져다 놔.”

“그게 무슨…….”

서류의 내용 그리고 비엣의 말을 이해한 후인은 경악했다.

“이제 와서 욕심을 내시겠다는 겁니까?”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일을 성공시킬 줄 누가 알았겠어. 그래서, 못 하겠다는 거야? 어려울 거 없잖아. 그리고 너한테 피해 가는 것도 없고.”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하실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봐, 후인.”

비엣 국장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잘 생각해. 여긴 베트남이고, 아직까지 베트남에선 내 말을 거스를 수 있는 놈은 없어. 그리고 너도 그중 하나고.”

“…….”

“그놈들 돌아가면 한국 협회랑 나, 둘 중 누가 더 너랑 가까울 것 같냐. 의자가 좀 바뀌니까 네가 뭐라도 좀 된 거 같지? 천만에. 네가 어느 자리에 앉아 있건, 결국 이 나라에 살고 있는 한 넌 절대 나랑 떨어질 수 없어.”

“…….”

“아무리 협회가 커지고 네 자리가 올라가도, 네 모가지는 변함없이 내가 쥐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비엣은 상체를 숙여 후인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속삭였다.

“그렇게만 해주면 네 자리, 안 뺏는다고 약속하마.”

이윽고 후인의 몸이 조금씩 떨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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