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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69화 (6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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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당일, 인천항.

매우 중요한 작전인 만큼 인천항을 포함한 주변은 완전 통제가 이루어졌다.

온갖 매체가 해당 작전의 취재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지만, 모두 통제선에 막혀 멀리서 사진만 찍어댈 뿐이었다.

현장에 모인 토벌대는 차분히 작전을 준비했다. 날이 선 듯한 긴장감 속, 슬슬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이내 확성기를 들었다.

“토벌대 집합해주십시오.”

100여 명의 토벌대원이 순식간에 대열을 갖췄다.

“다들 숙지하셨겠지만, 이번 작전은 초 고위험군 등급입니다. 게다가 수중 던전인 만큼 첫 트라이로 토벌 성공엔 어려움이 많을 겁니다. 그러니 무리하게 진행하지 마시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후퇴하시기 바랍니다.”

“네!!!”

짧고 간결한 대답이 들려왔다.

“이번 작전의 리더는 김민주 팀장이 맡을 거고, 그녀를 비롯한 작전 1팀이 선두에 설 겁니다. 포지션은 전방 작전팀, 후방 길드팀으로 진행합니다. 다들 각자 포지션에서 이탈하는 일 없길 바랍니다.”

이번 작전에 그나마 다행인 점은 토벌이 완료되기 전까지 나올 수 없는 일방형 던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험 요소가 많은 작전이니, 그 이점을 활용해서 여러 번에 나눠 토벌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럼 장비 체크 먼저 하겠습니다.”

토벌대원들은 나를 따라 부품을 하나씩 짚으며 단체로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수중 전투를 위한 특수 장비, 골리앗 슈트.

호흡과 동시에 물속 저항을 줄여주는 하이테크 장비였다.

이번 작전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장비였지만, 이거 맞추느라 다음 분기 예산까지 모조리 끌어다 썼다는 걸 아는 이는 없을 것이다.

‘신수지 보좌관만 빼면…….’

눈으로 그렇게 욕을 하는 사람은 난생처음 봤다니까.

5분간의 장비 체크를 마치고 다시 확성기를 들었다.

“만약 작전 진행 중에 작은 변수라도 생기면 바로 무전 주십시오. 제가 임시 본부에서 계속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본부장님이 총 책임자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하하하!”

아레스 길드의 차석현 길드장이 너스레를 떨었다.

가벼운 웃음으로 화답하며 말을 이었다.

“통제팀 정보로는 ‘이모털 파이선’으로 이무기형 보스라고 합니다. 다만, 아직 매핑이 완료되지 않아서 작전을 진행하면서 직접 위치를 파악하셔야 합니다. 되도록 토벌을 지향하겠지만 정보가 부족하다 싶으면 리더 판단에 따라 행동해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작전 개시합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100여 명의 토벌대가 차례차례 바다로 입수하기 시작했다.

그때 김민주가 입수 준비를 마치곤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따 봬요.”

“죽으러 가냐. 뭔 인사가 그래.”

김민주는 대답 대신 싱긋 웃었다.

“그럼 만약에 진짜 죽을 것 같으면 어떻게 할까요?”

“흐음, 이쪽에서 지시할 건데 그럴 리가 있겠냐. 그래도 진짜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것 같으면…….”

말하기를 잠시 망설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과연 이게 충고할 게 맞기나 한가 스스로 생각해도 어쭙잖은 거였으니까.

“……그냥 직진해. 몸 사리지 말고.”

그런데도 김민주는 사뭇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느끼는 거지만, 그렇게 너무 진지하게 모든 걸 받아들여도 곤란한 데 말이지.

아무튼, 마지막 차례까지 입수한 걸 확인한 뒤, 인천항에 마련된 임시 작전 지휘실로 걸음을 옮겼다.

온갖 모니터와 통신 장비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사이로 편 팀장을 비롯한 통제팀과 지원팀 인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나는 대충 아무 자리에나 앉으며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번 작전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준비를 했다. 변수가 일어날 수 있는 부분도 모두 고려했다.

정보가 충분한 이상, 김민주 또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

긴장은 되지만 그렇다고 크게 걱정할 것까진 없다.

“그러고 보니 이번엔 청소팀을 같이 투입하지 않으셨네요. 매핑이나 정보 파악을 맡아줬으면 크게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은데.”

편 팀장이 생각난 듯 넌지시 물었다.

“던전이 던전이잖습니까. 비토벌 인원이 같이 작전을 진행하기엔 너무 위험할 것 같아서 말이죠. 애초에 첫 트라이에 토벌될 거란 보장도 없고요.”

“6팀은요? 그 팀이라면 제격이잖습니까.”

퍽 귀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편 팀장 또한 더는 말을 걸지 않았다.

나 또한 한유빈 팀의 투입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전이 이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인터셉트 건으로 작업이 꽤나 밀려있던 터라 고사했다.

일반 던전 작업도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것까지 시킬 순 없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작전은 영 불안하기도 하고.’

팔짱을 낀 채로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

김민주를 필두로 한 토벌대가 던전에 진입한 지도 30분이 경과했다.

내부는 평범한 동굴형 던전.

그렇다고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레드 등급인 이상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를뿐더러, 지상과 달리 수중에서는 길 찾기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

“또 막다른 길입니다.”

좁은 통로를 따라 전진하던 작전팀 헌터 한 명이 말했다.

김민주는 미간을 좁혔다.

그것도 잠시, 토벌대 전체에게 바로 무전을 날렸다.

“A-3 구역, 막다른 길입니다.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네.”

그렇게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며 김민주는 다시 한번 슈트에 달린 모니터를 확인했다.

던전 내부 매핑을 위해서였다.

‘여기도 막다른 길. A-2랑 A-5도 막혀 있었으니까…….’

지도에 체크를 마치곤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막다른 길을 마주한 것도 이번이 벌써 4번째였다.

생각보다 위치 파악에 시간을 너무 잡아먹히고 있었다.

다행히 산소는 아직까지 충분하다만, 지금처럼 계속 헤매기만 하다간 보스 방엔 들어가지도 못하고 후퇴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긴 근성만으로 토벌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일단 보스 방 위치까지만 탐색했다가 벗어나는 게 낫겠네.’

김민주는 그렇게 판단했다.

슈트의 무전기를 본부 채널로 돌렸다.

“작전팀 김민주입니다. 수신 바랍니다.”

「통제팀, 수신했습니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아뇨. 매핑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토벌까진 진행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내부 파악만 마치고 복귀하겠습니다.”

「알겠습니……. 그렇게… 하… 세…….」

“통제팀, 통제팀?”

「…까? 잘… 통신… 확인…….」

지지직―.

통신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더니 기어이 신호가 끊겼다.

김민주는 슈트 헬멧을 툭툭 두드렸지만, 여전히 기분 나쁜 전파음만 들려왔다.

물속이라 그런 건가.

김민주가 쯧, 혀를 찼다.

그리고 그 순간.

쿠구구궁―!

던전에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동굴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내부가 심하게 요동쳤고, 토벌대 전원이 거센 물살에 휘말린 채 이리저리 부딪혔다.

“뭐 하고 있어! 빨리 균형 유지 장치 켜!”

“네, 네!”

쿠구구궁―.

토벌대가 가까스로 균형을 잡은 이후에도 진동은 멈출 줄을 몰랐다.

“지, 지진이라도 난 걸까요?”

다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퍽 당황한 모습이었다.

김민주 또한 당황스럽긴 매한가지였다.

어찌해야 싶던 찰나 진동이 멈췄다.

“다들 괜찮습니까?”

“예.”

“이상 없습니다.”

다행히 피해는 없는 모양이었다.

김민주는 잠시 고민하던 끝에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계속 진행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쯤에서 물러나도록 하죠.”

정말 지진이 일어난 건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생긴 건지 상황 파악도 안 되는데 통신까지 먹통이다.

안전을 위해선 이쯤에서 복귀하는 게 옳은 선택이다.

그녀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이내 토벌대는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모두가 출구에 다다른 순간.

“뭐, 뭐야……?”

“다시 확인해봐. 여기 맞아?”

“여, 여기 맞는데?”

“그러면 여기 왜…….”

토벌대 전체가 패닉에 휩싸였다.

눈앞에 놓인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

그건 비단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김민주 또한 동공이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녀의 공허한 목소리가 헬멧 안에 울려 퍼졌다.

***

PB코퍼레이션 본사.

뱅크 아이템 관리팀 부설, 컨트롤 센터.

“팀장님, 현재 본부 토벌대 전원 던전 진입했습니다.”

모니터를 응시하던 팀원 한 명이 클로이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인원은?”

“100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작전팀 인원만 따지면 60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60명이라…….”

기대했던 것보단 적었지만, 그 정도만 해도 서울 본부의 50%에 달하는 전력이었다.

“작전팀이 추가로 투입될 가능성은?”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뭐 어쩔 수 없네.”

“이대로 진행할까요?”

클로이는 대답 대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모두 그녀의 머리에서 나온 작전이었지만, 말 한마디로 얼굴도 모르는 헌터 수십 명의 목숨이 날아간다고 생각하니 영 께름칙했다.

물론 이제 와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소린 아니다.

말 그대로 뒤가 찝찝할 뿐이었다.

애초에 ‘적대적 인수합병’을 위해선 이 방법밖엔 없기도 했고.

‘그래도 이 정도 규모는 처음인데…….’

적대적 인수합병.

주식 싸움을 통해 특정 기업의 경영권을 빼앗는 행위지만, 협회 사이에서는 그 방식이 조금 다르다.

협회의 근간은 곧 헌터다.

주식 지분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결정되듯, 협회는 헌터의 지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협회 사이에서 일컫는 적대적 인수합병이란, 곧 한쪽 협회에 소속된 헌터의 지분을 빼앗거나…….

혹은 없애겠다는 뜻이다.

당연히 클로이 팀장은 비교적 비용이 덜 드는 후자를 선택했다.

에마 대표에게도 말했듯, 던전을 생성한 것은 이를 위한 미끼였다.

서울 본부의 전력을 던전으로 최대한 많이 유인한 뒤, 던전을 닫는다.

그 한 번의 조작으로 서울 본부 전력의 50%를 날려버릴 수 있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헌터를 잃은 한국 협회는 내외적으로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일 것이다.

여론은 60명의 헌터를 전멸시킨 협회에 대해 맹목적인 비난을 퍼부을 테고, 내부적으론 갑자기 생긴 공백을 수습하지 못하고 휘청이겠지.

그렇게 되면 한국 협회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다.

협회 매각.

그다음엔 토벌권 회수팀이 나서서 헐값에 내놓은 한국 협회를 꿀꺽하면 그만이다.

이것이 협회들 사이에서 말하는 적대적 인수합병이다.

물론 실제 사례도 거의 없을뿐더러, 지금처럼 굵직한 독립 협회를 상대로는 아예 처음 있는 일이었다.

들킬 위험부담도 크고, 자칫 꼬리를 밟혔다간 합병을 추진한 쪽이 역풍을 맞아 사라질 수도 있었으니.

하지만 이미 밑거름 작업은 모두 끝났다.

차원석까지 사용한 이상 꼬리를 밟힐 확률도 낮다.

뭐, 혹시 모를 걸림돌은 미리 제거를 해둬야겠지만.

‘김준우…….’

역시 제일 불안한 건 그놈이다.

미국 지부 헌터들을 압살할 정도의 이능력.

도저히 청소부 출신이라곤 믿을 수 없는 실적.

무엇보다 그 보수적인 서울 본부에서 입사 4개월 만에 작전 본부장을 꿰찬 미친놈.

이번 작전에서 그놈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그녀조차 짐작할 수 없었다.

어차피 이레귤러인 이상 언젠간 제거해야 할 인물이다.

조금 앞당겨서 나쁠 건 없지.

‘뭐, 그건 현장직이 알아서 할 일이고.’

팔짱을 낀 채 생각을 정리하길 잠시.

그녀는 결정을 내렸다.

“차원석 가동 중지해.”

“네.”

클로이의 명령과 함께 컨트롤 센터의 모든 장비가 정지했다.

그것은 곧, 100명의 토벌대와 함께 던전이 닫혔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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