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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62화 (6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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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각.

본부를 나와 향한 곳은 아레스 길드 사무실이었다.

서울 내 모든 길드가 움직이고 있다면, 1위 길드인 그들이 내막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그 판단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혀 모르셨다고요?”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차석현은 오후에 찾아왔을 때와는 다르게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납득이 가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아니, 명색이 길드 커넥션의 중심인 1위 길드인데 낌새조차 모르셨던 겁니까?”

“아프로디테 길드에 유지우 대표 말로는 요 며칠간 길드들의 움직임이 이상하다고는 했습니다. 다만, 설마하니 단체로 인터셉트를 진행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아무리 협회에 악감정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아프로디테 길드도 이번 일은 몰랐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아마 서울 내에선 저희와 아프로디테 길드만 미리 소식을 못 들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군요. 길드끼리 인터셉트를 진행하려면 1위와 5위 길드는 전력에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왜 같은 편으로 두지 않은 걸까요. 다른 길드에 척을 질 만한 일이 있었던 겁니까?”

“전혀요. 이런 말 하긴 좀 뭐하지만, 저흰 모든 길드와 친하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일이 길드 사이에서 계획된 거라면 저희가 모를 수도 없고요.”

“그렇다면 더욱이 이상하군요…….”

흠, 옅은 숨을 내쉬었다.

단순히 협회에 시위하기 위해 인터셉트를 벌이고 있는 거라면 1위와 5위 길드를 포섭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니, 포섭은 둘째 치고라도 언질은 해줬어야 한다.

그런데 전혀 낌새를 몰랐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서울 내 길드만 해도 20개가 넘습니다. 인원을 총합하면 족히 1,000명은 될 거고요. 이 정도 규모의 인원이 연합해서 동시다발적인 인터셉트를 진행하려면 반드시 리더가 필요합니다. 토벌 지식에도 해박하고, 길드 전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실력 있는 리더가요.”

차석현의 미간이 확 좁혀졌다. 명백한 불쾌감의 표시다.

“설마 지금 저를 의심하는 겁니까?”

“그 반대입니다. 차석현 씨를 백 프로 믿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단호하게 말했지만 차석현은 여전히 께름칙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면 리더가 누구라는 말입니까.”

“길드 내부 인물이라면 차석현 씨가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러니 길드 외 인물일 가능성이 큽니다.”

“……프리랜서 헌터?”

“예. 프리랜서 헌터 중에서도 이런 규모의 인터셉트를 지휘할 만한 인물은 많지 않습니다. 뭐, 지금 당장 떠오르는 사람이라면…….”

이마를 톡톡 치다가 입을 열었다.

“양민호 헌터 정도가 있겠군요.”

차석현이 크게 반응했다.

동그래진 눈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자, 잠깐만요. 그 사람은 국내 1위 헌터입니다! 뭐가 아쉬워서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겁니까?”

“그냥 이런 일이 가능한 사람 중 한 명을 꼽은 것뿐입니다. 그 사람이 벌인 일이라는 증거는 없어요.”

짐작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론 이미 확신하는 중이다.

회귀 전 기억이 떠오른 참이었으니까.

양민호.

전생에선 내 뒤를 이어 국내 2위의 헌터였던 인물.

물론 헌터라고 하기보단 해결사라고 하는 편이 맞겠지만.

이 바닥에서 ‘청소부’라고 불리는 그놈은 돈만 주면 온갖 더러운 의뢰도 마다하지 않는 개망나니였으니까.

문제는 그렇게 이곳저곳을 들쑤시며 활개를 치고 다녀도 경찰 고위 관계자부터 정치인까지, 온갖 높으신 분들이 뒤를 봐주고 있었기에 그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그 새끼랑은 별로 엮이고 싶지 않은데…….’

나조차 학을 뗐다.

괜히 건드렸다가 좋은 꼴 못 볼 게 뻔했으니.

어쨌든,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고 길드들을 부추겨 인터셉트를 일으켰다고 한다면 이 모든 사태가 대략 설명이 된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양민호 헌터와 친분이 있습니까?”

“아는 사이긴 합니다만… 원체 우리랑은 안 맞는 인간이라, 오래전에 척을 졌습니다.”

“유지우 길드장과는요.”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대충 앞뒤가 맞는군요.”

“저와 지우가 알게 되면 방해할 것 같으니 일부러 우리에게 새어나가지 않게 했다는 겁니까?”

“그거 말곤 설명이 안 되죠.”

차석현은 내 말에 섣불리 반박하지 못했다.

그 또한 양민호가 어떤 인물인지 어렴풋이는 알고 있을 테니.

잠시 사무실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 또한 꽤나 머릿속이 복잡한 모양이었다.

이내 침묵을 지키던 그가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협회와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대립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아닙니다. 차석현 씨가 사과할 일은 아니죠.”

쓸데없이 우직한 놈이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역시 법적 책임을…….”

“협회 내부에선 그러길 바라고 있습니다.”

“본부장님 생각은 아니라는 거군요.”

“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법정 공방이 벌어지면 퇴사를 못 할 것 같으니 내 선에서 해결하고 싶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금전적인 부분을 떠나서 결국 누가 됐든 토벌해야 할 던전인데, 그거 몇 개 다른 놈들이 했다고 뭐 그리 큰일이겠습니까.”

“…….”

차석현은 퍽 놀란 표정이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뭐, 저희도 직원들 월급 줘야 하는 입장이니 피해액을 무시할 순 없지만… 그거야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니.”

물론 나 다음에 임명될 본부장이 해결해야겠지만.

“어쨌든,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진 않군요.”

“역시…….”

“예?”

“아닙니다.”

이내 차석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내버려둘 순 없지 않습니까.”

“뭐, 그렇긴 하죠.”

팔짱을 낀 채로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나는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던 끝에 입을 열었다.

“뭐, 정말로 양민호 헌터가 뒤에 있다면 굳이 길드를 막을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가 한 짓이라는 증거가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거야 직접 찾아보면 알겠죠.”

“뭐가 됐든 빨리 움직이셔야 할 겁니다. 분쟁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테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은 양민호를 찾아가서 협박하든 협상을 하든 해야 한다.

원체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놈이라 찾는 게 쉽진 않겠지만…….

‘이태원에 그 새끼가 자주 가는 바가 있었지 아마.’

생각을 정리하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경리부 허진아가 사무실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대표님, 대표님! 신림동 부근에서 인터셉트를 하던 칠성 길드와 작전 1팀이 맞닥뜨렸답니다!”

시발…….

“늦은 모양이군요.”

차석현의 표정이 퍽 어두워졌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

신림동 부근, 토벌이 완료된 던전 앞.

두 진영이 살벌한 분위기로 대치를 이어가고 있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손종현 길드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힘쓰기 전에? 작전팀이 민간 길드를 상대로 무력행사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필요하다면 못할 것도 없죠.”

김민주 또한 물러서지 않았다.

물론 다짜고짜 싸울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김준우에게서 아무런 지시도 내려오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는 건 김준우 또한 아직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런 와중에 독단으로 일을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보내줄 수도 없고…….’

일단은 협박이라도 해볼 심산으로 입을 열었다.

“손해배상,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감당할 생각 없습니다.”

“생각보다 더 염치가 없으시네요.”

“협회가 그런 말 할 처집니까? 그동안 우리한테 했던 짓은 기억도 안 납니까? 얻다 대고 염치를 들먹입니까.”

김민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연하겠지만, 김민주는 길드에 무슨 짓을 한 기억이 전혀 없다.

했어도 이수용이 했겠지.

손종현 길드장의 말이 퍽 와닿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왜 이런 짓까지 하는 거죠? 쌓인 게 있으면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면 되지 않습니까.”

“우리가 그동안 안 해봤다고 생각하십니까. 종이 몇 장엔 아무 반응도 없었으면서 인터셉트 몇 번 하자마자 달려오는 걸 보니, 진즉 이렇게 할 거 그랬습니다.”

생각보다 더 말이 통하지 않았다.

김민주는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같이 좀 가주셔야겠습니다.”

“거절합니다.”

“하아…….”

더는 대화로 해결이 불가능해 보였다.

“이러면 저로서도 어쩔 수 없습니다.”

[습득 스킬 : 금강]

[시전자의 근력 스텟이 대폭 상승합니다]

곧이어 김민주의 전신이 발열하며 수증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좋은 말로 할 때 따라오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작전 1팀의 헌터들이 전투태세를 갖췄다.

물론 칠성 길드 또한 가만히 있진 않았다.

“거절한다고 했을 텐데요.”

[고유 스킬 : 비스트 - 백호]

손종현 길드장.

비스트 클래스의 헌터이자 국내 랭킹 22위.

그의 외형이 순식간에 반인반수로 변했다.

동시에 칠성 길드의 헌터들이 각자의 무기를 치켜들었다.

무력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의미였다.

두 진영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직감하고 있었다.

누군가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는 순간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걸.

“작전 1팀, 전원…….”

이윽고 김민주가 입을 연 그때.

“아오, 시발! 택시 존나 안 잡히네!”

멀리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민주가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에서 김준우가 뛰어오고 있었다.

“허억, 허억…….”

김준우는 두 진영 사이에 멈춰 서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길 잠시, 이내 허리를 세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휴, 다 큰 어른들끼리 뭘 싸우고 그럽니까.”

칠성 길드 전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당신… 혹시 김준우 본부장?”

“예. 제가 책임자니까 이제부턴 저한테 말씀해주십시오.”

여기저기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이야, 본부장이 직접 행차하셨네?”

“뭐, 우릴 잡아 처넣기라도 하려고?”

“해봐! 이제 우리도 가만히 안 있어!”

“자자, 흥분들 하지 마시고…….”

김준우는 손바닥을 보이며 그들을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양상은 더욱 과열되어 갔다.

계속해서 고함과 함께 야유 섞인 항의가 날아들었다.

도저히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짜증 나게들 하시네, 정말.”

[습득 스킬 : 디스트로이어]

쾅―!!!

허공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었다.

가히 어마어마한 위력.

그 여파에 주변에 있던 모든 인원이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조용히 좀 해주십시오. 나 얘기 좀 하게.”

김준우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저, 저…!”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시네!”

“그냥 다 죽여 버리게? 그래, 시발 죽여봐!”

하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심지어 몇 명은 넘어진 김에 아예 바닥에 드러눕기 시작했다.

‘돌아버리겠군.’

김준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이었다.

「잠실 부근 사고 발생! 사고 발생!」

일대 소란을 깨고 김민주의 무전이 울렸다.

“사고가 발생했다고요?”

「한 길드가 오렌지 등급 던전을 인터셉트하던 도중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빌어먹을. 기어이 사고를 치네.

나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

문제는 무전 내용이 칠성 길드에도 그대로 전달됐다는 것이었다.

“사, 사고…?”

“잠실 부근이면 얼그레이 길드인데…….”

“얼그레이 길드에 손종현 길드장님 아내분이 있는…….”

황급히 김민주의 무전기를 뺏어 들며 말했다.

“김준우 작전 본부장입니다. 모든 작전팀은 지금 바로 잠실 인근 오렌지 등급 던전으로 출동하십시오.”

「모, 모든 작전팀이요?」

“예. 모든 작전팀입니다. 협회 내 모든 작전팀은 지금 당장 구출 작전 투입 바랍니다.”

무전을 끊고는 나 또한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시발, 그러게 왜 쓸데없는 짓을 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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