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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51화 (5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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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감사팀이 들이닥친 건 비단 청소 3팀뿐만이 아니었다.

작전 2팀 사무실.

“살벌하네요…….”

홍지연 헌터가 숨을 죽이며 말했다.

감사팀은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는 물론 서류, 문서, 영수증, 글씨가 적혀 있다 하면 작은 종이 쪼가리 하나까지 죄다 쓸어가는 중이었다.

김민주와 그녀의 팀원들은 사무실 구석에서 그 광경을 말없이 바라봤다.

“거의 사무실을 통째로 뜯어갈 기센데요? 원래 이렇게 빡세게 한답니까?”

“아니. 이번이 유독 심하네.”

김민주는 팔짱을 낀 채 혀를 찼다.

문제 될 거야 없다고 자신했기에, 갑작스런 방문에도 흔쾌히 자리를 비워준 것인데…….

이렇게까지 나오는 걸 보니 괜히 불안해진다. 마치 뭘 숨기고 있는지 다 알고 왔다는 느낌이랄까.

김민주는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김민주 팀장님?”

그때, 감사팀 소속의 한 여성이 그녀를 찾았다.

김민주는 가슴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잠깐 밖에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김민주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여성을 따라 사무실 복도로 나왔지만, 여성은 김민주를 마주한 채 아무 말 없이 서류철을 훑어볼 뿐이었다.

결국, 긴장을 이기지 못한 김민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씀하실 게 뭔가요.”

“요 몇 달간 작전 기획서, 본인이 직접 작성한 거 맞습니까?”

“……네?”

감사팀 여성이 김민주와 눈을 맞췄다.

“본인이 직접 작성한 거 맞냐고 물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김민주의 머릿속에 복잡해졌다.

거짓말은 아니다. 본인이 작성한 거긴 했으니까.

“제가 듣기론 다른 사람이 조언을 해줬다고 하던데요?”

“말 그대로 조언이었습니다. 팀장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곳저곳 많이 물어보러 다녔습니다.”

“이곳저곳 다녔다고 하기엔, 다른 팀장들은 김민주 씨에게 조언을 해준 적이 없다고 하던데요.”

“…….”

“무엇보다 기획들이 다 비슷비슷하고……. 김민주 씨. 대리 기획이 얼마나 큰일인지는 알고 계시죠?”

“알고 있습니다.”

여성은 흠,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다시 서류를 펄럭인다.

아직 끝나지 않았나 보다.

“여기 보니까… 저번 합동작전 때 리더를 맡으셨네요?”

“네.”

“팀장 단 지 얼마 안 됐다면서 이런 큰 작전에 리더를 맡으셨네요.”

“작전 팀장님들이 해당 작전 보이콧을 선언하셨습니다.”

“보이콧?”

여성이 되물어보긴 했지만, 별로 놀라는 기색은 아니었다.

“왜 그랬을까요?”

“그야…….”

김민주는 아차 싶었다.

여기서 김준우가 독단적으로 모든 일정을 기획, 관리한 것에 팀장들이 불만이 가졌다고 얘기해버리면 대리 기획 의혹에 힘을 실어줄 뿐이었다.

김민주는 눈을 피하며 어렵사리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그런가요.”

하지만 여성은 모호한 반응이었다.

“여기엔 이렇게 적혀 있네요. ‘김준우 청소부가 독단적으로 본부의 일정을 기획, 관리한 것에 항의하려 했다’라고.”

“…….”

김민주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김민주 씨, 평소에 김준우 청소부와 친분이 있었습니까?”

“…….”

분명 질문이었지만, 질문처럼 들리지 않았다.

확실하다.

이 새끼들, 답을 정해놓고 왔다.

‘이게 어떻게 감사야…….’

김민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다음에 또 필요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김민주가 끝내 대답을 아끼자, 여성은 서류철을 덮으며 대화를 마쳤다. 그리곤 먼저 자리를 피해 사무실로 들어섰다.

홀로 남은 복도.

김민주는 뒤늦게 이번 감사의 목적을 깨달았다.

합동작전 건으로 이사회에서 김준우를 벼르고 있다는 건 이아영 부실장의 긴급 뉴스 문자 덕에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갑작스런 감사.

그리고 답을 정해놓은 질문들.

‘우리뿐만이 아니겠지…….’

김민주는 누군가 휘두른 이 칼이 어디로 향할지 조심스레 예측했다.

유감스럽게도 그 예측은 거의 모두 맞아떨어졌다.

같은 시각 본부, 청소팀 사무실.

말끔하게 머리를 넘겨 올린 남자가 박근태 과장과 독대를 하고 있었다.

“보고서를 훑어보니까, 청소팀 일정은 과장님이 짠 게 아니더군요.”

“예. 청소팀 일정은 따로 관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박근태 과장은 평소답지 않게 바짝 긴장한 목소리였다.

“누굽니까, 그게.”

“…김준우 팀장입니다.”

“흠, 알겠습니다. 이번에 청소 6팀이 신설됐다고 들었습니다. 이름은 청소팀이면서 토벌 지원도 나가고 말이죠.”

“맞습니다. 거의 모든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팀입니다.”

“그럼 이 팀은 작전 팀장이 관리합니까, 아니면 박 과장님이 관리합니까?”

“……김준우 팀장이 관리합니다.”

“청소팀 월말 보고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

박 과장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월말 보고 또한 김준우의 첨삭이 있어야 가능했으니까.

이내 남자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 과장님.”

“……예.”

남자는 박 과장을 똑바로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과장님은 대체 뭘 하시는 겁니까?”

협회에서 10년을 보낸 박 과장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칼을 쥐었다는 것을.

지원팀, 헌터 관리실.

이아영 부실장은 팔짱을 낀 채, 감사팀 직원의 말을 차분히 듣는 중이었다.

“그럼 무기 제작 후에 남은 재료는 왜 처분 안 하신 거죠? 규정상 보관하고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감사팀 남자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이아영은 딱히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지원팀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이능 무기 재료가 얼마나 구하기 어려운 건지 아세요? 남은 걸 다 버리면 긴급 상황일 땐 어떡하라고요?”

“그래서, 남은 재료가 필요할 만큼의 긴급 상황이 있었습니까?”

“……아뇨.”

남자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필요하지도 않은 재료를 규정까지 어겨가며 보관했다는 거군요.”

이아영은 기가 찼다.

“일단 알겠습니다. 근데 저번 정산 시즌 때 작전 2팀에 A+급 장비를 전부 몰아줬다던데, 그건 왜 그러신 거죠?”

“경쟁이었으니까요.”

“경쟁은 작전팀끼리 하는 거 아닙니까? 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지원팀이 거기에 꼈죠?”

“…….”

천하의 이아영도 이 물음에는 할 말이 없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당시 작전 2팀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최종 정산에서 2위를 했다더군요. 만약 지원팀에서 장비를 몰아주지 않았으면 그런 실적이 가능했을까요?”

“……뭘 말하고 싶으신 거죠?”

“부정 실적이 아니냐고 묻는 겁니다.”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구나.

이아영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실소를 내뱉었다.

통제팀, 작전 지휘실.

사무실 전체를 휘감은 정적.

그 싸늘한 분위기 속, 편창현 팀장의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뛰고 있었다.

“이건 뭐… 더 볼 것도 없네요.”

감사팀 직원이 고개를 저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청소부한테 총 책임을 맡기신 겁니까?”

“…….”

편 팀장은 고개를 떨어트렸다.

“게다가 최근에는 거의 대부분 작전이 2팀 중심……. 뭐,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변명의 여지조차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과정은 확실히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었으니.

“알겠습니다. 조만간 연락이 갈 겁니다. 기다리고 계십시오.”

감사팀 직원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그가 사무실을 떠나자마자, 황동휘 대리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팀장님! 헌터지원실에 청소팀, 작전 2팀까지 싹 다 털렸답니다! 이거 진짜 뭔 일 나는 거 아닙니까?!”

뭔 일은…… 젠장, 이미 뭔 일 나고 있는 거 안 보이나.

‘서민철, 이 새끼… 진짜 작정하고 칼을 갈았네.’

편 팀장은 이를 으득 씹었다.

“우리 쪽에선 뭐 얘기 나온 거 없냐? 김준우 팀장은?”

“그게… 김 팀장이 지금 연락이 안 됩니다.”

편 팀장의 눈썹이 꿈틀했다.

“이두식 이사는? 그 인간이 그나마 우리 뒷배 봐주던 양반인데, 설마 가만히 있진 않겠지.”

황동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글쎄요… 이사님이 움직여줄까요.”

“아, 젠장. 인수 건 때문에?”

“네. 그렇지 않아도 적이 많은 양반이잖습니까. 그 양반도 자기 목숨이 더 중요하겠죠.”

“그러니까 지금… 김준우 팀장은 연락 두절에 이두식 이사는 손을 놨다?”

편 팀장의 말에 사무실 전체가 얼어붙었다.

“이거 우리… X 된 거 아니냐?”

그곳에 있던 모두의 낯빛에 짙은 그늘이 드리웠다.

***

벌써 2시간째.

최준혁 감사팀장은 나를 사무실에 불러 놓고 서류를 넘겨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분위기만 보면 취조라 해도 믿을 정도.

-일개 청소부 한 명 내치는 게 그리 어려울 것 같나?

이두식 이사의 말이 떠올랐다.

정말로 일개 청소부 한 명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다니. 어지간히 벼르고 있었던 모양이군.

하지만 그런 것치곤 나한테서 건덕지를 잡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는 건 이번 감사 타깃은 내가 아니라는 뜻이겠지.

실소가 새어 나왔다.

‘당사자가 아니라 당사자의 주변을 건든다라.’

고개를 들어 최준혁을 슬쩍 흘겼다.

아마 지금쯤 나한테 붙어 있는 녀석들을 신명 나게 털고 있을 것이다.

내 핸드폰은 가져간 것도 필시 다른 팀과 연락을 끊으려는 수작이겠지.

내겐 불안감을 심어주고, 주변 놈들에겐 불신을 심어주기 위해.

‘그런 상황에서 몇 시간 동안 침묵하기란 쉽지 않지. 새끼… 제대로 배웠네.’

모든 것이 단절된 상황에서 침묵이 이어지면, 사람은 자연스레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뭘 잘못했나?

혹시 이 사람 뭔가를 알고 있는 걸까?

다른 팀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설마 나 때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

생각이 많아지면 불안이 커진다.

게다가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이.

불안은 곧 스스로에게 버티지 못할 중압감을 안겨주고, 그 중압감에 이성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사람은 상대가 가장 원하는 대답을 스스로 내놓는다.

[제가 전부 책임질 테니 이제 그만해주십시오.]

최준혁은 지금, 그 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미동은커녕 숨소리조차 함부로 내지 않는 채로.

확실히 똑똑한 녀석이다.

하지만 내 입가에선 여전히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이건 내 전문분야거든.

‘가소로운 새끼.’

내가 전생에서 이 방법으로 몇 명의 모가지를 날렸다고 생각하는가.

그걸 나한테 쓰겠다고?

어디 같잖은 새끼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고 있는가.

“감사팀도 참 골치 아프겠습니다.”

장장 두 시간 만에 내가 첫 마디를 뗐다.

하지만 최준혁은 슬쩍 흘겨보기만 할 뿐, 여전히 침묵을 유지했다.

“다음 분기 예정이라고 해서 좀 널널하게 준비하려고 했더니, 갑자기 몇 달이나 일정이 당겨지질 않나. 저 같았으면 위에다가 한소리 했을 겁니다.”

“…….”

“그래도 확실히 엘리트는 엘리트인가 봅니다. 준비할 시간도 없었을 텐데, 이렇게까지 깊숙하게 들어오시는 걸 보면.”

“…….”

찰나의 순간, 최준혁의 눈빛이 변했다.

나는 틈을 놓칠세라, 말뚝을 박아 넣었다.

“마치 타깃이랑 준비물을 누가 준비해주기라도 한 것마냥.”

“……김준우 씨. 말조심하셔야 합니다.”

서슬 퍼런 눈빛과 위압감이 느껴지는 목소리.

누가 봐도 한마디만 더 하면 각오하라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절대 깨선 안 될 침묵이 지금 깨졌다는 것.

“하하.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말이. 설마 협회 감사팀이라는 곳이 그렇게 공정성 없는 곳이겠습니까.”

“…….”

최준혁은 다시 입을 닫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나저나 이사회에서도 머리 아픈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참… 나이도 지긋하신 양반들이라 스트레스를 조심하셔야 할 텐데. 송철식 이사님은 요즘 어떻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다음 달에 송철식 이사 사모님 생신이라던데… 생각해두신 선물이라도 있습니까?”

“…….”

“제가 듣기론 샴페인을 좋아하신다고 하던데, 괜찮으시면 제가 추천이라도…….”

“말조심하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하하, 알겠습니다. 조용히 하도록 하죠.”

나는 등을 툭 기대며 입을 닫았다.

끝났다.

이제부턴 내가 침묵을 지킬수록, 생각에 잠기는 건 최준식이다.

-저 새끼 뭐지?

-설마 다 알고 있나?

-아니야, 일개 청소부 새끼가 알고 있을 리가. 분명 그냥 던진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 송철식 이사를 딱 집어서 물어본 거지?

그리곤 더 나아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이 커지고, 이성이 마비되면서 상대가 가장 원하는 대답을 스스로 내놓을 것이다.

“……오늘은 이만 가보십시오.”

바로 이렇게.

“그럼, 수고하십쇼.”

활짝 미소를 지었다.

빼앗겼던 핸드폰을 챙겨 사무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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