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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42화 (4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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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빈이 정식 채용된 지도 일주일이 흘렀다.

그사이 예정되었던 청소팀 내부에 소소한 개편이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이루어진 건 박근태 팀장의 승진.

청소과장이라는 상당히 미묘한 직책이었지만, 그럼에도 박 팀장은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었다.

청소 3팀원들과 김민주, 이아영이 모여 작은 축하연을 열어 주었고 박 팀장… 아니, 박 과장은 꽤나 감격스러웠는지 기어이 눈물까지 보였다.

그렇게 박 과장은 본부로 갔다.

그를 대신하여 나는 청소 3팀의 새로운 팀장이 되었다.

뭐, 사실 말이 팀장이지 하는 일은 이전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무엇보다 잡다한 행정 업무가 청소과장에게 위임되어, 하는 일이라곤 고작 해봐야 전체 청소팀 스케줄을 조정하는 정도였다.

“김준우! 약품 만들어 오냐?! 벌써 부패 시작했다고!”

“준우 씨, 몬스터 사후경직이 너무 심해서 칼이 안 들어가요. 일단 해체 먼저 도와주시면 안 돼요?”

“저 새끼 저거, 팀장 되고 감 다 잃었네.”

물론 청소 작업도 병행하면서.

……근데 저것들은 왜 아직도 호칭이 저래.

청소팀은 위아래도 없어?

“아, 김준우! 빨리!”

“준우 씨!”

“저 개새…… 간다, 가.”

아무튼, 이런 실정이다.

직책이 생겼으니 해금 조건을 달성하기가 조금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팀장이라고 해봐야 결국 청소부.

내 선에서 본부에 영향을 끼칠 만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해봤자, 내가 편한 대로 일정을 조정하는 정도?

그 순간, 말하기가 무섭게 핸드폰이 울렸다.

통제팀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예, 편 팀장님.”

「지금 남태령 쪽에 던전이 출현했는데, 저희 쪽 정보로는 정산 시즌에 발생했던 미완성 던전인 것 같습니다. 작전팀이랑 청소팀이 같이 투입돼야 할 것 같은데, 혹시 바로 투입 가능한 팀이 있을까요.」

“잠시만요.”

곧바로 모든 청소팀 일정을 정리해둔 수첩을 꺼내 들었다.

“흠…… 당장은 비는 팀이 없네요.”

「이거 일 났네… 그럼 작전팀이라도 우선 투입해볼까요.」

“아뇨. 그랬다간 두 팀 다 일정에 문제가 생깁니다. ……제가 어떻게든 해보죠.”

거기까지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고는 며칠 새 외워버린 번호를 눌렀다.

짧은 연결음.

이윽고 건너편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유빈 씨. 지금 바쁩니까?”

「방금 작업 끝내고 점심 먹으러 가는 중인데요.」

“아, 마침 잘됐네요. 지금 왕십리에 마지막 미청소 던전 출현했답니다. 빨리 가서 토벌을 좀…….”

「아니! 대체 작전팀은 뭐 하는데 왜 자꾸 토벌을 우리한테 시키는 거예요?! 우리가 만만해?! 만만하냐고!」

“토벌이랑 청소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팀이 그쪽 팀밖에 더 있습니까. 그리고 미청소 던전이잖습니까. 저희도 끝나는 대로 지원 나갈 테니까. 일단 토벌이라도 먼저 해주십쇼.”

「…….」

“아, 됐습니다. 제가 그쪽을 너무 과대평가했나 봅니다. 못 하겠으면 그냥 다른 팀을 보낼 테니…….”

「알았어요. 가면 되잖아요, 가면!」

뚝―

결국, 할 거면서 뭔 말이 이렇게 많아.

시작부터 말이 많았던 청소 6팀.

한유빈은 그곳의 팀장으로 채용되었다.

뭐, 나름 작전팀장까지 맡았던 경력직이니 그 정도 대우야 당연하겠다만… 그래 봤자 이젠 내 추천으로 들어온 신입일 뿐.

같은 팀장이어도 엄연히 위아래가 있었다.

요 일주일간 까다롭다 싶은 던전을 전부 한유빈에게 떠넘겨버렸다.

지금처럼 작전과 청소를 병행해야 할 땐 이만한 팀이 없었다. 두 팀이 해야 할 일을 한 팀이 해주니 우리 입장에선 일이 반으로 준 셈이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해금 조건 달성]

[던전 청소팀 직업 만족도 30% 이상]

[습득 스킬 : 레플리카 - 잠금 해제되었습니다]

청소팀의 만족도가 급상승하며 생각지 못한 해금 조건도 달성할 수 있었다.

물론 우리가 편해지는 만큼 본인들은 죽을 맛이겠지만…….

내가 알 게 뭔가.

다시 편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편 팀장님. 지금 청소 6팀 먼저 보냈습니다. 출동 가능한 작전팀 있으면 바로 지원 붙여주시고요.”

“네네. 그리고 더 이상의 작업은 청소팀한테 무리가 가니까, 오늘 작전은 미청소 던전까지만 하는 거로 하겠습니다. 나머지 작전팀은 모두 철수시켜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전화를 끊곤 옅은 한숨을 뱉었다.

그와 동시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해금 조건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한 직책이지만…… 이건 이거 나름대로 괜찮다.

하기 싫은 일은 몽땅 떠넘기면 되고, 편한 대로 일정 조정할 수 있다. 사람 굴리는 맛도 있고.

‘덕분에 막차 놓칠 일도 없어졌네.’

***

통제팀, 작전 기획실에서 열린 작전팀 정기회의.

편창현 통제팀장을 비롯한 모든 작전팀장은 기다란 타원형 탁자에 둘러앉아 다음 주 작전 계획을 확인했다.

하지만 서류를 살펴보는 팀장들의 표정은 어째 하나 같이 불만이 가득했다.

“이게 지금 뭐 하자는 건지, 쯧.”

그때, 추지연―작전 4팀장이 참다못해 서류를 탁 내던지며 입을 열었다.

“편 팀장, 이게 정말 맞다고 생각해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문제요? 작전이 죄다 청소팀 일정에 맞춰져 있는데, 무슨 문제냐고요? 어이가 없어서 진짜.”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추지연의 발언에 눈치를 보고 있던 팀장들 또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합동, 협력 다 좋은데 결국 1순위는 토벌 아닙니까? 이렇게 다른 팀 사정까지 맞추려고 하면 작전이 제대로 진행되겠습니까?”

“김준우가 청소팀장 단 이후로는 지들 힘들다고 통째로 작업 스탑 걸지 않나, 작업 딜레이 생긴다고 연속 작전은 아예 막아버리질 않나……. 이러니 작전 효율이 계속 떨어지지.”

“편 팀장님이 라인 갈아 탄 거 가지고 뭐라 할 생각은 없는데, 이건 좀 아니죠. 지금 최전선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한테 맞춰주지는 못할망정,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닙니까?”

작전 3팀장, 5팀장, 8팀장이 차례로 한 마디씩 거들었다.

그런 와중에 김민주―작전 2팀장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청소팀 일정에 맞춘 건 아니고요… 당연히 작전팀이 우선이죠. 우선이긴 한데……. 청소팀 일정도 고려해서 각자에게 너무 무리한 일정은 지양하자는 겁니다.”

편 팀장은 당황한 기색을 애써 숨기며 최대한 침착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작전팀장들의 불만은 멈출 줄을 몰랐다.

“청소하라고 만든 팀인데 당연히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맞습니다. 애초에 우리가 그쪽 일정을 왜 신경 써줘야 합니까? 외부 사람들이 보면 작전팀을 뭐라 생각하겠습니까? 우리 위상도 떨어지고, 작전팀 위상이 떨어지면 협회 이미지도 떨어질 텐데?”

“언제부터 협회가 이렇게 위아래도 없는 조직이 됐죠?”

사실 말이 정기회의였지, 실상은 거의 불만 토로의 현장이었다.

“이게 다 김준우 그놈 때문이에요. 아주 협회가 자기 건 줄 안다니까?”

“아무리 빽이 있다고 해도 그렇지, 작전팀을 청소팀에 맞추려는 건 문제가 있는 거죠.”

“하여간 능력도 없는 놈을 팀장으로 앉히니까, 이 꼴이 나는 거 아닙니까.”

비난의 화살이 김준우에게 직접 향하자 김민주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다들 불만이 많으신 건 알겠어요. 하지만 좀 치졸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전 효율이 떨어진다고요? 이번 주 작전 결산 보고서 확인 안 하셨나요?”

“뭐?”

“김민주 팀장! 지금 네가 우리랑 같이 앉아 있다고 동급인 줄…!”

김민주는 말을 끊으며 준비해뒀던 결산 보고서를 테이블 위에 툭 올려놓았다.

“토벌 던전이 저번 달 대비 30%가 올랐습니다. 거의 정산 시즌과 맞먹는 수치죠. 이런대도 효율이 떨어진다는 말씀은…… 다들 이 정도 실적은 가능하시다는 뜻이겠죠?”

“이봐, 김민주! 이게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제 말 아직 안 끝났어요. 이수용 팀장님, 이번 주 총 작업한 던전만 100개인데, 그중 이슈가 발생한 던전은 몇 개죠?”

“…….”

“생각할 필요 없어요. 한 건도 없었으니까. 정산 시즌도 아니고, 평시에 30% 실적 상승. 그런데 접수된 사고는 0건. 물론 다들 이 정도는 가능하시겠죠?”

팀장들의 표정이 점차 험악해졌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말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작전팀, 청소팀 그리고 지원팀까지 수십 개 팀의 일정을 맞춰서 이 정도로 완벽한 효율을 뽑아내는 사람한테 능력이 없다니. 그거참 웃기는 말이네요.”

회의실이 정적에 휩싸였다.

사실 그들 또한 알고 있었다.

고작 해봐야 청소팀장이 이 정도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건, 마음에는 안 들어도 결코 실력으로는 깎아내릴 수가 없다는 걸.

그래서 더 싫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그 누구도 김준우만큼의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건 본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이해는 합니다. 팀장님들 입장에선 탐탁지 않으시겠죠. 이전까진 찍소리도 못하고 하라는 대로만 해왔던 청소팀이 이제는 작전팀이랑 같은 위치가 됐으니까.”

김민주는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나오시는 건 이해를 할 수가 없네요. 협회에 작전팀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은 조직에 있는 팀끼리 서로 합을 맞추자는 게 대체 뭐가 문제죠? 애초에 그게 정상 아닌가요?”

정곡이었다.

물론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최소한 이 자리에는 없었다.

팀장들이 빠르게 눈빛을 교환했다.

“아, 아무튼! 이런 일정, 저는 인정 할 수 없습니다.”

3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쯧, 우리가 없어 봐야 정신 차리지.”

“그러니까 말이야!”

“정 이대로 진행하고 싶으면 김민주 팀장 혼자 하시던가!”

“……네?”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김민주는 당황했다.

한편 팀장들의 표정은 다시금 활짝 펴지기 시작했다.

“그거 좋네. 그렇게 청소팀이 좋으면 김민주 팀장 혼자 맞추세요. 우리 팀은 다음 주 작전 참가 안 하려니까.”

“5팀도 빠지겠습니다.”

“8팀도요!”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다음 주 작전 다 같이 빠지죠? 보아하니 우리 없어도 아주 잘하실 거 같은데.”

“그, 그게 무슨…….”

당황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졌다.

작전팀장이라는 놈들이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다음 주에 루프 던전도 열린다면서요? 작전팀 하나로 되려나 몰라.”

“오히려 좋겠네! 루프 던전 수익금 혼자 다 먹을 수 있어서!”

“그럼 그렇게 아시고, 저흰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아무튼, 혼자서 잘해보슈.”

딴소리 못 하게 하려는 건지, 팀장들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김민주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

아무리 빌어먹을 놈들이라지만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나올 줄이야.

작전팀 하나로 루프 던전을 토벌하라고?

그게 가능할 리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루프 던전은 위험부담이 큰 만큼 기대 수익도 어마어마한 던전이다. 그런 곳을 저 욕심쟁이들이 순순히 포기할 리가 없다.

저들은 루프 던전을 가지고 협박하는 거다.

도움받고 싶으면 일정을 뜯어고치라고.

‘개 같은 새끼들…….’

“저… 회의 중에 죄송한데요. 미국 지부에서 전화 왔습니다. 편 팀장님 바꿔 달라는데요?”

그때 황동휘 대리가 벌컥 회의실로 들어왔다.

“미국 지부?”

동시에 서둘러 회의실을 나가려던 팀장들의 시선이 편 팀장에게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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