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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9화 (3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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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과제 당일.

실시간으로 과제가 진행될 던전 앞.

도착했을 땐 이미 모든 후보가 모였다.

내 예상을 깨고 한유빈도 참석했다.

“……용케 나오셨군요.”

“왜요. 안 왔으면 했어요?”

“조금은.”

“참 나, 그럴 거면 처음부터 추천하지 말던가.”

여전히 날카롭기 그지없는 말투.

그와 반대로 어째 피곤에 절어 있는 얼굴이다. 퀭한 눈에 다크서클까지 내려온 걸 보니 며칠 잠을 설친 모양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이전에 봤을 때와는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굳이 비유하자면…….

‘자신감…?’

밤새워서 실무 과제 공부라도 한 걸까.

뭐, 그래 봤자지.

“저번에 무시했던 거, 사과받으러 왔어요.”

한유빈이 눈에 힘을 바짝 주며 나를 쏘아봤다.

“사과할 생각 없습니다.”

“지금 하라는 거 아닌데.”

“나중에도 안 할 건데요.”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안 봐도 뻔한데……. 근데 왜 자꾸 반말?”

심사관한테 말을 놓는 면접자라니.

미국식이다 이거야?

“뭐, 아무튼 덕분에 일주일 동안 개고생했어요. 동료분들이 아주 극성이시리라.”

“……무슨 소리신지?”

“몰라도 돼요. 당신한텐 비밀로 해달라고도 했고. 참 나, 당신 후보라는 것 하나 때문에 본부 전력이 몽땅 쳐들어올 줄이야…….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한유빈이 나를 위아래로 훑으며 중얼거렸다.

비밀?

본부 전력?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자자, 다들 앞으로 모여주십시오.”

그때. 서민철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인사 담당자와 각 부서에서 선출된 심사관들이 서민철 본부장 뒤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전에 고지했듯이, 실무 과제는 실제 던전에서 진행됩니다. 심사관들과 인사 담당자가 함께 던전에 들어가게 될 거고, 입장하시는 순간부터 몇 가지 이슈가 제시될 겁니다.”

이윽고 서민철이 간략하게 과제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각 이슈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심사가 진행되니, 현명하게 판단하시고 행동하기 바랍니다.”

“질문 있습니다. 토벌된 던전입니까?”

“토벌도 과제에 포함되기 때문에 활성 던전으로 골랐습니다. 뭐… 다들 헌터 출신이니 딱히 문제 될 건 없다고 봅니다”

활성 던전이라는 말에도 모두의 표정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하긴, 신입도 아니고 나름 토벌을 업으로 삼고 있는 숙달된 헌터들이니, 토벌 정도야 식은 죽 먹기겠지.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던전에 입장해주세요.”

서민철 본부장의 신호가 떨어지자 후보들이 걸음을 옮겼다. 이수용을 포함한 심사관들과 인사 담당자가 그 뒤를 따랐다.

이번 과제로 준비한 던전은 옐로우 등급의 동굴형 던전.

꽤나 난도가 있는 곳이지만, 후보들의 수준으로 보아 돌발 상황만 일어나지 않으면 무난하게 토벌할 수 있는 곳이었다. 후보들도 딱히 긴장하지 않았다.

모두가 던전에 발을 들여놓은 지 채 5분이 지나지 않은 시각.

“이슈 발생, 이슈 발생.”

첫 번째 과제가 던져졌다.

“작전 4팀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현재 출동할 수 있는 팀원은 없으므로, 현 팀이 지원을 나가야 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수용이 후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형적인 작전팀 토벌 지원 이슈.

곧바로 후퇴해서 지원을 가느냐, 혹은 서둘러 토벌을 완료한 후 지원을 가느냐 선택해야 한다.

뭐, 신입 헌터였으면 안전하게 전자를 선택했을지 몰라도 저놈들이라면…….

“20분 안으로 토벌 완료 후 지원 가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이의 있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신태환이 즉답했다.

“없습니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뒤따라 두 명의 후보가 동의했다.

그래. 저게 당연한 선택이겠지.

개개인이 현 작전팀 팀장급이다. 무엇보다 토벌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경력에 대한 자존심이 넘치는 놈들뿐.

그런 놈이 4명이 모였는데, 후퇴는 말도 안 되겠지.

‘뭐, 덕분에 죄다 감점이겠지만…….’

나는 작게 미소를 흘렸다.

자존심, 자신감.

그 두 개로 인해 저들은 중요한 걸 놓치고 말았다.

물론 나야 환영이다.

이대로 계속 뭐가 중요한지도 모른 채, 지들 멋대로 행동할수록 전원을 떨어트릴 명분이…….

“이의 있습니다.”

그 순간, 누군가 손을 들며 당당한 목소리를 뱉었다.

덕분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20분 만에는 무리입니다. 후퇴 후 다시 토벌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의를 제기한 이는 다름 아닌 한유빈이었다.

“뭡니까?”

“자신 없으면 먼저 나가셔도 됩니다.”

“참 나. 20분 만에 완료하지도 못할 정도면, 대체 뭔 깡으로 여길 왔대.”

후보들은 곧바로 그녀의 의견을 묵살했다.

인사 담당자들의 표정도 썩 좋지 않다.

국제 협회 헌터라는 녀석이 초장부터 후퇴를 제안했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말도 안 돼…….’

하지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답이다.

저게 정확하게 옳은 선택이다.

저들은 지금 여전히 큰 착각을 하고 있다.

지금 실무 과제는 토벌을 심사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하겠지만, 저들은 어디까지나 청소팀의 면접을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저들은 토벌 후 청소까지 완료해야 한다.

그런데 20분 만에 끝내고 지원을 가겠다?

택도 없는 소리다.

여기선 후퇴를 제안하는 게 당연히 옳은 판단이다.

하지만 자만과 자존심에 찌들어 있는 헌터가 그걸 생각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다른 누구도 아닌 한유빈이 그걸 파악할 줄이야.

일주일 동안 뭔 일이 있었던 거야…….

“과반수가 진행을 선택했으므로 토벌은 이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계속해주십시오.”

의견이 나뉘자, 인사 담당자가 곧바로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동시에 신태환이 양 옆구리에서 쌍검을 꺼내 들며 선두로 나섰다.

한유빈은 딱 봐도 매우 심기가 불편해 보였지만 별말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 이후로는 장비 지원 이슈, 토벌 허가 이슈 및 기획 관련 이슈가 이어졌다.

그때마다 신태환이 나서서 제안했고, 후보들은 대부분 군말 없이 동의했다.

암묵적인 리더가 형성된 것이다.

그와 다르게 한유빈은 딱히 눈에 띄지 않았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후보들은 몇 가지 이슈를 해결하며 어느새 보스 방 앞까지 다다랐다.

모두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고유 스킬 : 광분]

신태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보스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광전사 클래스답게 저돌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공격.

그 뒤를 이어.

[고유 스킬 : 퀘이사]

[고유 스킬 : 소환 - 오베른]

각 후보 또한 스킬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마치 누가 더 강하고, 빠른지를 대결하려는 듯한 움직임.

광기 어린 공격에 몬스터의 피가 사방으로 튀고, 보스 방 전체에 흔적이 남는 그 화려하기 짝이 없는 토벌이 이뤄졌다.

[습득 스킬 : 정권]

그 가운데에서 한유빈만이 밋밋하기 짝이 없는 스킬을 이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젓는 인사 담당자와 심사관들.

하지만 내 반응은 조금 달랐다.

‘저거 설마…….’

한유빈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길 잠시, 어느샌가 토벌이 완료되었다.

거의 농락당했다고 봐도 무방한 몬스터와 엉망진창이 된 보스 방.

과제가 끝나기라도 한 듯, 한숨을 돌리는 후보들 사이에서…….

“이슈 발생.”

드디어 내가 입을 열었다.

***

실무 과제가 있기 하루 전, 본부장실.

서민철은 시험을 앞두고 신태환을 호출했다.

“무슨 문제라도?”

“문제라기보단… 내일 있을 시험, 내가 좀 도와줄까 해서.”

서민철은 의미심장한 표정이었다.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알아. 아는데…… 김준우, 그놈이 영 종잡을 수 없는 놈이라서 말이지.”

“해봤자 청소부…….”

“신태환.”

서민철의 다짜고짜 그의 말을 끊었다.

“어찌 됐든 그자도 심사관이다. 무엇보다 이번 채용이 끝나면 팀장 승진도 내정되어 있고. 경솔한 발언은 자제하도록.”

“……알겠습니다.”

신태환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심사관이기 전에 청소부가 아닌가.

청소부가 채용 심사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데, 본부장이 저렇게까지 말하는 것도 이상했다.

“아무튼, 우리 입장에선 자네가 꼭 채용됐으면 좋겠어.”

“자신 있습니다.”

“아무렴. 아레스의 부 길드장이었는데. 토벌, 장비, 기획에 있어선 솔직히 다른 후보랑은 비교도 할 수 없겠지. 다만…….”

서민철이 목소리를 팍 죽였다.

“문제는 청소야.”

동시에 신태환의 눈이 꿈틀했다.

“김준우가 청소팀 과제를 만들었어. 아마 흉내 내는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겠지.”

“그건 말이 다르지 않습니까. 분명 저번에 명칭만 청소팀이지, 청소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맞아. 맞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채용 이후고. 지금은 시험을 보는 입장이잖냐. 나도 청소팀 과제는 빼고 싶었는데, 명분이 없어. 어쨌든 자네는 지금 청소팀 시험에 응시하고 있는 거니까.”

신태환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래도 너무 걱정 마. 그것 때문에 부른 거니까.”

신태환에게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표지에는 ‘청소팀 과제 가이드 라인’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건……?”

“김준우가 만든 청소팀 과제야. 뭐, 말 안 해도 알겠지만 다른 놈들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고. 한번 미리 훑어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

신태환은 서류를 받아들곤 첫 장을 넘겼다.

“보다시피 청소팀 첫 이슈는 토벌이 끝난 다음이야. 그런데 뭐, 딱히 어렵진 않아.”

신태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청소팀의 작업이 늦어지는 관계로, 현 던전을 자체 청소해야 한다. 하지만 작전팀에 지원을 약속했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어떻게 청소를 진행하겠는가.

그것이 청소팀의 첫 이슈였다.

‘딱, 지 수준이군.’

후보는 4명이나 있다.

아무리 청소를 해본 적 없다고 해도, 헌터가 4명이나 있는데 오래 걸릴 리가 없지.

신태환은 미소를 지었다.

***

“청소팀 이슈 발생.”

나는 후보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른 청소팀의 작업이 늦어지는 관계로, 현 던전을 자체 청소해야 합니다. 하지만 작전팀에 지원을 약속했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어째 신태환이 미소를 짓고 있다.

이전, 나에게 대놓고 도발을 하던 그때와 똑같은 표정.

나는 그를 지그시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또한, 토벌 진행 중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했으므로, 홀로 청소를 진행해야 합니다.”

“……?”

“그럼 한 분씩 먼저 나와 이슈를 해결하십시오.”

어림도 없지 이 새끼야.

내가 설마 서민철한테 과제를 그대로 써서 냈을까.

다른 놈들은 몰라도 신태환만큼은 미리 받아보리라는 것은 안 봐도 뻔하지.

“빨리 움직이셔야 할 겁니다. 20분 안에 작업 끝내시려면.”

재차 이야기했지만, 다들 여전히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벌써부터 그렇게 넋이 나가 있으면 어쩌란 말인가.

진짜 과제는 이제부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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